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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63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2.24 15:05
조회
331
추천
2
글자
8쪽

75화 전우치전(11)

DUMMY

정기회의는 매달 초에 하지만 이번 달에는 구미호 토벌 때문에 말일에 하게 되었다. 확실히 토벌에 갔다 온 도사들은 피곤해 보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오랜만에 본 도사들은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회의를 시작했다. 회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번 토벌에 대해 보고했다.


“이번 토벌은 총 21일이 소모 되었으며 우풍헌 도사님과 박현우 군이 약간 다친 것 말고는 별다른 피해는 없었습니다.

총 21일 중 14일은 구미호를 탐색하고 4일간 격렬한 전투를 하였고 남은 3일 동안은 도망치는 놈을 추격했습니다.

원래 이번 토벌의 목표는 놈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투 도중 김한산 도사님께서 구미호의 안에 두 개의 여우 구슬밖에 없다는 것을 감지해냈습니다.

하나는 저번 토벌 때 파괴되었다가 복구된 작은 여우구슬이고 다른 하나는 원래 있었던 여우구슬이었습니다.

이는 구미호가 나머지 여우구슬 하나를 다른 곳에 빼놨다는 소리인데, 이 상태에서 구미호의 여우구슬과 육체를 파괴해버리면 밖의 구슬에서 다시 현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구미호를 포획하고 복구된 작은 구슬을 파괴한 뒤 안전한 장소에 봉인했습니다.

우풍헌 도사님과 저와 우투리 군의 술법을 이용해 삼중으로 봉인했기 때문에 밖에서 부정이 흘러 들어가 구미호가 요기를 회복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혹시 구미호가 여우구슬을 품은 귀신이나 사람을 조종해서 자신을 탈출시킬지도 모르기 때문에 중급 이상의 도사들에게 경비를 맡겼습니다.

그러니 웬만한 자들은 경비를 뚫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1년만 더 구미호를 봉인해두면 힘의 연결이 끊긴 밖의 구슬도 서서히 소멸하게 되고 구미호도 힘을 다해 소멸할 것입니다.”


회장 아줌마가 지난 토벌에 대한 보고를 마치자 도사들이 박수를 쳤다. 대충 들어서 뭔 내용인지 자세히 모르지만 아무튼 구미호 일은 잘 처리된 것 같다. 토벌도 끝났으니 도사들은 다시 귀신 처리 구역을 다시 나눴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말다툼이 있기는 했지만 금방 처리되었다. 마지막으로 술법연구를 하고 오늘 회의는 끝났다.


우리는 고급 레스토랑에 갔다. 토벌이 성공적으로 끝난 기념으로 평소보다 호화스러운 식당에서 뒤풀이를 했다. 도사들은 모두 이 곳에서의 식사를 즐겼다. 나도 거의 두 달 만에 배터지게 고기를 먹을 수 있어 즐거웠다.



우투리 형은 일주일간의 휴식을 취하고 난 뒤 나에게 같이 요괴를 잡으러 가자고 했다. 나는 바로 한다고 했지만 화담 선생이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형은 이제 여름이고 내 실력도 많이 늘었으니 저번처럼 위급한 일은 없을 거라고 화담선생을 설득했다. 선생님은 고민 좀 하다가 약한 요괴를 잡는 것에 대해서만 허락해주었다.


평일에는 화담 선생과 훈련을 하고 주말이 되면 형과 함께 요괴를 퇴치하러 다녔다. 나타난 지 얼마 안 된 요괴와 싸웠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그래도 완전 조무래기들은 아니라 훈련용으로는 딱 적합했다.


우리는 몇몇 요괴에게 두꺼비와 싸울 때 했던 혼합 도술을 시도해 봤지만 전부 실패했다. 형의 기 위에 내 기를 얹으려고 할 때마다 섞이지 않고 흩어져 버렸다. 우투리 형이 술식을 정확히 계산한 뒤에도 성공하지 못 한 것을 보면 그때에는 아마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 같다.


가을이 오고 요괴들의 기가 조금 강해졌다. 그것 때문에 화담 선생은 12월까지 요괴퇴치에 못 나가게 했다. 사실 여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는데도 위험할 수도 있다고 끝까지 반대했다. 그 대신 저녁에 주는 자유시간을 1시간 늘려줬다.


10월이 되면서 날이 많이 쌀쌀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훈련도 잘 되지 않았다. 여름까지만 해도 연습한 술법은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는데 이제는 꽤 연습한 것들도 버벅거린다. 거기다가 요새 이상한 소리가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금방 멈출 거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동안 계속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봤지만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혹시 요괴와의 전투에서 부정이 흘러간 건 아닐까 생각하고 김한산 도사에게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문제없었다. 도무지 원인을 찾을 수 없어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스트레스 때문에 이명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훈련이 잘 안 풀려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대충 넘겼다.


그러다 10월 말이 되었다. 라디오 잡음처럼 윙윙거리던 소리는 점점 어떤 여성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안 들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했다. 분명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목소리가 선명해지자 어디서 들려오는 지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굉장히 수상했지만 익숙한 목소리이기에 가서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나는 기회를 엿보다가 10월 31일 토요일에 화담 선생이 외출한 틈을 타 결계를 빠져나왔다.


저번에 부적에 담아 놓은 술법을 이용해 바람과 함께 2시간 동안 빠르게 이동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가까이 갈수록 그녀의 존재가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굉장히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도착한 곳은 작은 산이었다. 이곳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 곳에 오자 몸 안에서 뭔가 조금씩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목소리의 주인을 만나면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소리가 들려오는 위쪽으로 향했다.


산을 오르던 중 갑자기 어디서 얼음조각이 날아왔다. 꽤 날카롭긴 했지만 화담 선생이 내게 날린 얼음에 비하면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바람에 기를 실어 얼음을 녹이고 근처 나무에 달린 나뭇잎을 얼음이 날아왔던 방향으로 날렸다.


날아가던 나뭇잎은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곰에 막혔다. 그 뒤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환수를 조종해 나를 공격하는 동시에 직접 얼음 조각을 날렸다. 달려오는 곰은 뱀 환수를 소환해 묶어두고 얼음조각은 바람으로 쉽게 날려버렸다. 본격적으로 도술을 사용하면 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손에 가볍게 바람을 두른 뒤 놈에게 접근했다. 내가 빠르게 다가가자 그는 쉬지 않고 얼음을 날렸다.


날아오는 공격을 쳐내고 가까이 접근해 손날로 목덜미를 쳐서 기절시켰다. 화담 선생을 만나고 난 이후에 사람을 친 것은 처음이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선생님과 약속했지만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다급하게 들려 서둘러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던 도중 아까 만난 남자와 같은 복장을 한 도사들이 나타났지만 그들 모두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동굴 앞에 도착했다. 동굴 입구에는 부적이 묶인 새끼줄이 걸려있었고 앞에는 부적이 묶인 지팡이들이 잔뜩 꽂혀있었다. 거기다가 이 앞에는 꽤 복잡한 구조로 된 결계가 놓여있다.


예전 같았으면 못 들어갔겠지만 매일 화담 선생의 결계를 넘어 다녔더니 이런 결계는 시간만 투자하면 금방 뚫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기의 흐름이 약한 곳을 찾은 뒤 그 곳을 뚫고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에 들어오자 갑자기 온 몸이 후끈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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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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