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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57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29 03:45
조회
459
추천
3
글자
9쪽

46화 설공찬전(3)

DUMMY

도착한 곳은 거대한 실내체육관 같은 장소였다. 그리고 지금 이 곳에서는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저승사자들이 사슬을 날려 날아가는 물체를 잡는 훈련을 하고 있다. 두 명씩 짝을 이뤄 한명은 왼쪽 끝에서 무작위 방향으로 나무 공을 공중으로 던지고 다른 한명은 오른쪽 끝에 서서 날아오는 공을 사슬로 묶어서 당겨 자기 손으로 잡은 다음 땅바닥으로 내려놓는다. 모두 같은 훈련을 하고 있었지만 실력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어느 방향으로 날아오든 파트너가 던지는 공을 다 잡아 냈지만 또 어떤 이는 제대로 잡지 못해 사슬로 감싸도 공이 흘러내려 버렸다. 사실 저승사자들 훈련이라고 해서 치고 박고하는 재밌는 볼거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시시한 공놀이라서 실망했다.


그들이 공놀이를 끝내고 이번에는 세 개의 상자 중 하나에 구슬을 넣고 빠르게 섞은 뒤 어느 상자에 들어있는지 맞히는 야바위 비슷한 짓을 한다. 섞는 속도가 예전에 길거리에서 보았던 도박꾼보다도 빨라서 눈으로 쫓아보려는 데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승사자들은 잘도 고른다. 그들은 구슬을 두 개로도 하고 구슬 크기를 바꾸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그 훈련을 했고 나는 저들이 섞는 게 다 보이는 건지 아니면 무슨 특별한 게 있는 건지 궁금해서 집중해서 살펴봤지만 알 길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구슬놀이도 끝났다. 저승사자들은 다음훈련을 위해 창고에서 거대한 상자를 꺼내오고 그 앞에 차례로 줄을 섰다. 그들이 가만히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그들의 붉은 갑옷들이 불로 변하면서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걸 보고 놀랐지만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상자에서 하얀색 보호구들을 꺼내어 검은 도복 위에 착용했다. 머리에는 헤드기어 비슷한 것을, 팔과 다리에는 각 관절마다 부위가 나뉜 것을 착용하고 몸통과 목에도 빈틈없이 모든 곳을 하얀색 보호구로 덮는다. 장비가 다 끝나자 드디어 재밌는 것이 시작된다. 두 명씩 훈련장 가운데에 있는 원에서 맨 몸으로 격투를 한다. 신기한 것은 하얀색 보호구가 타격당할 때마다 붉게 변하는데 그 강도에 따라서 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잽을 맞더라도 멈춘 상태에서 맞은 잽은 맞은 부위만 살짝 분홍색으로 바뀐 반면 상대에게 들어가다가 맞은 잽은 맞은 부위가 붉게 변하고 주변이 분홍빛으로 변하였다.


대부분의 저승사자들은 태권도에 극진 공수도를 섞은 조금 특이한 무술을 사용했다. 스텝을 뛰면서 기회를 노리다가 빠르게 발차기를 날리는 걸 보면 영락없이 태권도지만 뒤쪽발이 바깥으로 나와 있고 정강이로 하단을 가격하는 발차기나 허리를 돌리며 찌르듯이 내지르는 정권을 사용하는 걸 보면 극진 공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무술 이외에도 킥복싱이나 복싱, 무에타이 등을 사용하는 저승사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16명이서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는데 한 쪽이 항복을 선언하거나 보호구의 한 부위가 붉은색을 넘어 보라색으로 변하면 승부가 정해졌다. 나는 줄곧 킥복싱을 쓰는 저승사자를 응원했는데 8강에서 떨어져버려서 조금 아쉬웠다.


이들은 마지막 결승전을 하기 전에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이 쉬는 동안 나는 할 것도 없고 몸이 근질근질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기술을 하나씩 연습했다. 이를 보던 관리가 내게 다가와 제안했다.


“남문의 문지기를 이기셨다고 들었습니다만 혹시 원하신다면 결승전에서 이긴 자와 겨루기를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도 되나요?”


“네 물론이죠. 저들에게 말하고 오겠습니다.”


관리는 쉬고 있는 두 명에게 가서 말을 했고 그 두 명은 이 쪽을 보고 저 놈은 뭐지라는 표정을 짓고 다시 관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관리는 이 쪽으로 다시 왔다.


“말하고 왔습니다. 결승전이 끝나면 바로 장비를 착용하시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네.”


잠시 뒤 결승전이 시작되고 둘이 원 위에 섰다. 이들 중 한명과 붙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관찰했다. 한 명은 대부분의 저승사자들이 사용하는 혼합 무술을 사용하고 다른 한명은 복싱을 주로 사용한다. 복싱을 사용하는 자는 깊게 파고들어 턱과 옆구리를 노렸고 상대 쪽에서는 가까이 붙으면 발차기를 차기 어려운데다가 주먹속도에서 밀리니 거리를 벌리면서 하단을 견제했다. 서로 신중하게 거리를 재면서 견제를 하던 중 복싱 쪽에서 승부를 걸었다. 하단으로 날아오는 발차기를 왼쪽 무릎을 들어 올리면서 막고 발을 내려놓는 동시에 앞으로 스텝을 뛰어 파고들면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 맞은 부분의 헤드기어가 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연속해서 앞으로 파고들며 인파이팅을 하며 양손 훅과 어퍼컷을 섞어서 공격했다. 하지만 상대가 가드를 잘해서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고 상대의 밀어차기에 밀려 거리가 벌어져 버렸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가 생긴 혼합무술 사용자는 뒤 돌려차기를 복서의 관자놀이를 향해 꽂았다. 미쳐 가드를 올리지 못한 그는 그대로 날아갔고 헤드기어가 순식간에 보랏빛으로 변했다.


그렇게 결승전이 끝났다. 나는 쉬는 시간동안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보호구를 온 몸에 끼고 스트레칭을 하며 기다렸다. 시간이 되어 나와 상대는 원 위에 올라서서 서로 주먹을 가볍게 맞댄 다음 거리를 벌리고 시작했다. 나는 왼손잡이이고 상대는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에 계속 오른쪽으로 스텝을 밟으며 잽과 로우킥을 날렸다. 상대는 답답해하면서도 일단 탐색을 하기 위해서 가볍게 발차기로 견제를 하며 거리를 쟀다. 거리가 나와서 앞발로 상대의 왼쪽 허벅지를 노렸으나 상대는 살짝 뒤로 스텝을 뛰며 피하고 오른쪽 다리로 내 앞쪽 허벅지 안을 노렸다. 순간적으로 발을 안쪽으로 틀어 정강이로 막았다. 허벅지를 맞진 않았지만 보호구의 정강이 쪽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원래대로라면 보호구를 껴도 꽤나 아플 상황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맞았다는 느낌과 압박감만 느껴졌다. 푹신푹신한 소재의 보호구가 아닌데도 충격이 흡수되나 보다.


상대는 공격이 실패하자 다시 거리를 벌리고 견제를 시작했고 나는 계속 오른쪽으로 돌며 빈틈을 노리려고 했다. 발차기가 닿지 않는 거리까지 벌어지고 서로 먼저 공격하지 않고 기다렸다. 거리를 잰 상대가 스텝을 앞으로 뛰며 빠르게 앞쪽 발로 내 허벅지를 노렸고 나는 거리가 충분하기에 막지 않고 뒤로 피했다. 그러자 발을 바꿔 연속으로 중단 발차기가 들어온다. 뒤로 물러날 시간이 없어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피했지만 그는 그 회전을 그대로 담아 뒤로 돌며 회축을 날렸다.


다행히 몸을 젖힌 상태에서 옆으로 굴러 피했지만 만약 젖힌 상태에서 그대로 다시 올라왔다면 그의 발꿈치를 맞고 한방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내가 구른 뒤 일어나려하자 상대가 다가와 내려찍기를 한다. 일어나면서 뒤로 물러나 피하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방금 그 회축을 보고 이대로 계속 거리를 벌리다가는 크게 한방 얻어맞을 것 같아서 주먹 동작을 연속으로 넣으며 발차기할 틈을 주지 않고 가까이 근접했다. 상대는 계속해서 날아오는 주먹을 제대로 가드하면서 기회를 노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내가 왼손 스트레이트 이후에 오른손 훅을 날릴 때 상대는 오른쪽으로 살짝 숙여 피하고 허리를 돌리면서 오른손으로 내 복부를 노렸다. 나는 피하면서 카운터를 치기위해 오른손 훅을 날리던 회전력을 이용해 그대로 시계방향으로 돌며 왼손 손등으로 상대의 얼굴을 노렸다. 백스핀블로우는 성공적으로 들어갔다. 헤드기어는 붉게 변했고 상대는 충격 때문에 가드가 내려갔다. 이 틈을 노려 가까이 근접해 얼굴과 복부에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고 마지막에 연속적으로 들어간 바디블로에 몸통의 보호구가 보라색으로 변하면서 승부가 끝났다.


서로 악수를 하고 원에서 물러나 보호구를 벗었다. 보호구는 내 몸에서 떠나자 붉게 물든 부분들이 새하얗게 변하였다. 이를 모아 상자에 넣고 앉아 있던 곳으로 돌아가 쉬려는데 나를 향한 저승사자들의 시선이 바뀐 게 보인다. 처음에는 그냥 견학 온 초등학생 보듯이 봤지만 이제는 약간의 존경심까지도 느껴진다. 내가 생각해도 마지막 카운터에 이은 연계는 조금 멋있었다.


내가 앉아서 쉬는 동안 그들은 다시 새로운 훈련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무기를 다루는 훈련인 것 같다. 훈련장 한편에 다양한 무기들이 놓여 있는 선반에서 나무로 된 무기를 각자 하나씩 집어 들고 동작연습을 하다가 서로 맞대며 실전연습을 했다. 그러다 밖이 어두워지니 무기를 제자리에 두고 뒷정리를 한 뒤 밖으로 나간다. 나도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관리가 막는다.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왜요?”


“대왕님께서 이곳으로 오실 겁니다.”


들어가 쉬고 싶었지만 염라대왕이 온다니 잠시 기다렸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어두운 노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뀔 때쯤 입구에서 염라대왕이 걸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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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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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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