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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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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89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08 03:17
조회
504
추천
5
글자
8쪽

51화 설공찬전(8)

DUMMY

먼저 사촌동생 시간표를 알아보기 위해 학교 사이트에 들어간 다음 주민등록증에 적혀 있는 주민번호와 휴대폰 인증을 이용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 로그인을 했다.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오늘 아홉시부터 수업이 있다. 그런데 10시까지 잠을 자고 있던 걸 보니 아침 수업은 포기한 모양이다. 10시 반 수업이라도 가주기 위해 씻고 밥 먹고 옷을 갈아입고 학교로 향했다. 육체 안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부정은 들어올 수 없지만 이미 안에 파고든 왼손의 부정은 손목에 그은 경계 안쪽에 완전히 퍼져서 계속 나를 괴롭혔다. 은빛으로 세게 긁어내면 잠시 동안은 괜찮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정이 차오른다.


학교에서 오늘 수업을 듣는 동안에 계속 긁어댔다.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상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부정은 이제 경계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새로 경계를 계속 그었지만 더 이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부정이 온몸에 번져 귀신이 될 수도 있다. 아이 귀신과 여인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서는 이것부터 처리해야 한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한다.


오른 손의 이 은색 기운은 부정이 뿜어내는 불길한 기운과 약간의 부정을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힘은 할아버지 댁에 있는 은장도를 만지고 나서부터 생겼다. 그 은장도가 무언인지 잘 모르겠지만 부정을 제거하는 힘이 있을지도 모르니 수업이 끝나면 시골에 내려가는 버스를 찾아봐야겠다.


3시에 모든 수업이 끝나고 방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고속버스시간표를 찾아봤다. 다행히 4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다. 터미널로 가기 전에 먼저 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할머니 저 공찬 아니 공침인데요.”


“오냐 우리아가 무슨 일로 전화했어?”


“오늘 저녁에 시골집으로 놀러 가도 돼요?”


“당연히 되지. 오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놀러 와.”


“네. 그럼 이따가 7시쯤에 봬요.”


“그래. 조심히 오렴.”


전화를 끊고 바로 밖으로 나와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창구로 가서 표를 사고 시계를 봤는데 출발까지는 30분이 남아 있었다. 여유롭게 매점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고 화장실까지 들른 뒤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출발까지 기다렸다. 기사님이 들어와 돌아다니면서 표와 안전벨트 착용여부를 검사하고 나자 버스가 출발한다. 가는 내내 왼손의 상태가 심각해져서 계속 경계를 긋고 긁어내느라 쉴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부정은 어느새 팔뚝까지 올라왔다.


2시간 동안 고속버스를 타고 온 뒤 또 30분간 버스를 타고나서야 시골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문에 노크를 하자 할머니께서 나를 반겨주신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아이고 오느라 고생했다. 많이 배고프지 저녁 차려놨으니까 어여 들어와서 먹어.”


“네.”


안에 차려진 밥상 위에는 여러 가지 반찬들이 놓여있었다.


“할머니 뭘 이렇게 많이 차려 노셨어요.”


“아니야. 원래 먹던 거에 좀만 더 한 거야.”


“잘 먹겠습니다. 근데 할아버지는요?”


“밥 때 됐으니까 곧 오겠지.”


잠시 뒤 할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나는 잠시 먹던 것을 멈추고 일어나서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엄한 표정을 하시고 내 눈을 한 동안 쳐다보셨다.


“공찬이 왔느냐.”


“아이고 눈이 더 침침해진 거 아니야? 손자들 구별도 못하면 어떡해. 잘 봐봐. 공찬이가 아니라 공침이잖아.”


할아버지는 아무 대답 없이 자리에 앉으셔서 식사를 시작하셨다. 나도 자리에 앉아 계속 밥을 먹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뒷정리 하는 걸 도와드리고 설거지를 하려고 하자 할머니께서 말리신다.


“아이고 우리 공침이 다 컸네. 그래도 할머니가 이따가 할 테니까, 그냥 가서 쉬어.”


“저녁 준비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제가 할게요.”


“아니야. 내가 할 테니까 얼른 할아버지 방에 가봐. 부르신다.”


설거지를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께서 부르시기에 다음에 도와드리기로 하고 할아버지 방에 가서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할아버지의 앞에는 예전에 보았던 찬란한 빛깔의 은장도가 놓여있었다.


“우선 이리 앉아라.”


내가 방석이 놓인 곳에 앉자 할아버지는 먼저 한숨을 내쉬고 말하셨다.


“손 좀 줘 보거라.”


“네.”


“오른손 말고 왼손”


“아, 네”


할아버지께서는 한쪽 손으로 내 왼손 손목을 세게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다른 손으로 은장도를 칼집에서 꺼내 드셨다. 그리고 은장도를 내 왼손에 비스듬하게 찔러 넣으셨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지만 신기하게도 찔린 왼손은 아프지도 않고 피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 뒤 은장도에서 푸르스름한 은빛이 한차례 나오자 할아버지께서 서서히 칼을 뽑으셨다. 뽑혀져 나온 칼끝에는 검은 것들이 뭉글뭉글하게 묻어 있었고 할아버지는 그것을 살짝 털어낸 뒤 은장도를 다시 칼집에 집어 넣으셨다. 내 왼손에 있던 부정은 이제 하나도 남김없이 뽑혀졌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한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지만 앞에서 할아버지가 약간 화난 표정을 짓고 계셔서 마냥 좋아 할 수는 없게 됐다. 할아버지께서는 한숨을 한 번 더 내쉬고 입을 연다.


“공찬아, 왜 공침이 몸에 들어가 있느냐?”


“네?”


“젊은 나이에 죽어서 미련이 많이 남은 것은 이해한다만 죽었으면 저승에 가야지 왜 부정까지 타고 공침이 몸에 들어가 동생 삶을 방해하는 거냐.”


이 상황에서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있었던 이야기를 다 해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꼬마 귀신과 여인에게 영혼과 몸이 분리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저승에서의 일과 다시 올라와서의 일들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할아버지는 내 얘기를 다 듣고 나서 무언가 고민을 하시는 듯이 눈을 감고 미간을 문지르신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시던 할아버지는 눈을 뜨고 복잡한 표정을 지으신 채 입을 열었다.


“손을 줘 보거라”


“네.”


“왼손 말고 오른손”


“아, 네”


“한 번 개방해 보거라.”


“네?”


“오른 손에 은빛기운을 둘러보란 말이다.”


“네.”


“흠. 이렇게 무늬까지 나타난 걸 보면 확실히 들어가 있나보구나.”


“제 오른손에 있는 게 무엇입니까?”


“이 은장도에 담겨 있는 서방칠수(西方七宿) 중 하나인 삼수(蔘宿)다. 예전에 네가 은장도와 접촉했을 때 흘러들어간 것 같구나“


“삼수는 뭐고 서방칠수는 뭡니까?”


“서방칠수는 서쪽의 사신인 백호를 이루는 일곱 개의 별자리인 규(奎), 루(婁), 위(危), 묘(昴), 필(畢), 자(紫), 삼(蔘)을 뜻하고 삼수는 그중에서 백호의 앞발을 나타내지. 은장도의 부정함을 없애는 힘도 사악함을 찢어내는 백호의 힘에서 온 것이다.”


“그렇군요.”


“네가 삼수를 그 정도로 사용할 수 있는 걸보면 이 은장도도 충분히 다룰 수 있을게다. 귀신 놈들 잡는데 가져가거라.”


“네. 감사합니다.”


“내가 직접 도와주고 싶지만 그럴만한 힘이 없어 아쉽구나. 대신 도와줄만한 자를 알려주마.”


할아버지는 장롱에서 지도를 꺼내 어느 산에 동그라미 치셨다.


“이 동리산에 올라가서 호랑이신을 찾아라. 너를 보면 물어뜯으려고 할 건데 은장도와 네 오른손을 보여주면 내가 보냈다는 걸 알고 널 도와줄 것이다. 오늘은 늦었으니 여기서 자고 내일 일어나면 찾아가 보거라.”


“네.”


“그리고 일이 끝나면 공침이에게 몸을 돌려주고 얌전히 저승으로 가야한다. 알았느냐?”


“네.”


나는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지도와 은장도를 챙겨서 나왔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시던 할머니께서는 방에 이불을 깔아놨으니 들어가 자라고 하신다. 나는 일단 씻고 방으로 들어가 휴대전화 내일 버스를 예약한 뒤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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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1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3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2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7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6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50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8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9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5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4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8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80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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