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94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11 00:08
조회
613
추천
7
글자
7쪽

34화 남염부주지(1)

DUMMY

어느 병원의 병실 안 병에 걸린 육체에 괴로워하시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이제 평안한 표정을 지으신 채 영원히 깰 수 없는 잠에 빠지셨다. 할아버지의 영혼은 몸에서 빠져나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계시는 할머니를 지긋이 바라보고 계신다. 내가 다가가자 할아버지는 마음을 정리하신다.


“우리 할멈 말이야 내가 평생 고생만 시키고 이때까지 쑥스러워서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해줬거든 그게 너무 미안해서 발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네. 가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해도 되겠나?”


“네 그러세요.”


할아버지의 영혼은 잠든 할머니를 꼭 안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할멈만 두고 먼저 가려니 아쉽구려. 당신과 같이 보냈던 일생동안 너무 행복했고 많이 사랑하네.”


잠시 뒤 할아버지는 마음을 정리하시고 내게 말했다.


“고맙네. 이제 데려가도 되네.”


나는 할아버지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의 이름을 천천히 부르기 시작했다. 저승의 문이 열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불러 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가 보내지기 직전 할머니가 잠꼬대처럼 뭔가 중얼거리셨다.


“영감 나도 많이 사랑하네.”


그 소리를 들으셨는지 할아버지는 저승으로 가기 전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다.


저승차사로 일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째이다. 주로 죽은 사람의 혼을 저승으로 보내거나 악한 귀신을 처리하는 일을 하는데 지귀 같은 무시무시한 귀신과 싸우는 게 아닌 이상은 귀신을 잡는 편이 사람들을 이별시키는 것 보다 편하다. 대부분 영혼들은 죽자마자 느끼는 추위 때문에 미련 없이 저승으로 보내 달라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가는 이들의 미련은 이 추위보다 더 큰 모양이다.


오늘도 차사로서의 일을 마치고 안타까운 기분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동자들이 오는 게 느껴진다. 일 할 때면 항상 내 옆에 나타났던 동자들은 일주일 전부터 나 혼자서 명부의 자료를 참고해 죽은 이들을 저승으로 보내게 하고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가끔 나타나 함께 일한다. 자주 안 나타나서 좋긴 하지만 나타날 때마다 귀찮은 일을 가져온다. 아마 귀신이라도 발생한 모양이다.


“차사님 중요한 업무입니다.”


“이번엔 뭐야? 악귀라도 나타난 거야?”


“예 그런데 이번 건은 조금 까다로우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까다롭다니? 지귀 만한 녀석이야?”


“아뇨. 인간의 몸에 빙의한 귀신입니다. 인간이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울 것 같습니다. 그럼 빙의당한 육체가 견딜 수 있을 때 어서 가죠.”


동자들을 따라 간 곳에는 어떤 한 남성이 공원 의자에 앉아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 남자의 몸에는 여자귀신이 반쯤 들어가 그를 지배하려 하고 있었다. 귀신이 우리를 발견하자 완전히 몸속으로 들어가 그 남자를 조종한다. 귀신은 남자의 손에 보라색의 불길한 기운을 두르고 이 쪽으로 달려들어 나를 공격하려 한다. 얼른 무장상태로 변해 사슬들을 한 가닥으로 꼬아 귀신에게 휘두르려고 팔을 반쯤 뻗는데 주악동자가 나를 잡고 뒤쪽으로 잡아당겼다. 그 때문에 내 공격은 빗나갔지만 귀신의 공격은 피했다.


“야 이 씨 너는 아까 인간은 안 다치게 해야 한다고 할 때 뭘 들은 거냐. 당연히 귀신부터 떼어내고 공격해야 되는 거 아니냐?”


주악동자가 말하는 중에도 귀신은 계속해서 공격해왔다. 상체를 아래로 숙이면서 휘두르는 손을 피하고 뒤로 물러나 이어지는 공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계속 이렇게 피하기만 하다가는 당할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해?”


“일단 묶어.”


그의 말을 듣고 즉시 사슬로 남자의 몸을 묶었다. 온 몸이 묶여 움직일 수 없게 되자 귀신은 무서운 눈으로 계속 쳐다보며 발버둥 친다. 한참을 저항하던 귀신은 지쳤는지 조용해진다.


“이제는 어떻게 해?”


“사슬에 차사님의 기를 계속 불어 넣어 원을 그리며 순환시키시면 그 흐름에 휩쓸려 안에 있는 둘의 영혼이 회전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흐름을 멈추면 몸과의 인력이 더 강한 인간의 영혼은 그대로 남고 귀신만 튕겨져 나오게 됩니다.”


감지훈련을 마친 다음 힘을 다루는 훈련에서 연습한 내용이니 회전시켰다가 끊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슬에 내 불꽃을 흘려보내어 그들을 덮고 계속 회전시키자 귀신이 괴로워한다. 그러다가 충분한 속도가 나오자 힘을 완전히 끊으면서 사슬을 없애니 귀신이 튕겨져 나오고 남자는 쓰러진다.


“보통은 영혼 막에 몸을 통과시켜 귀신의 혼만 걸러 내거나 신성한 기를 주입해 귀신만 쫒아내는 방법이 주로 쓰이지만 저희는 그런 신사적인 방법을 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차사님이 하실 수 있는 좀 거친 방법을 알려드렸습니다.”


남자의 몸에서 튕겨진 여자 귀신은 비틀거리면서 이 쪽으로 달려든다. 이제는 다른 것을 신경 안 쓰고 이 녀석을 쓰러트리는 것만 생각하며 사슬을 뭉쳐 휘둘렀다. 그러나 귀신의 왼쪽 어깨로 향하던 내 사슬은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의 손에 잡혔고 달려오던 귀신은 그녀 앞에 선 그를 보고 멈춰 섰다.


“오빠. 어디 갔었어. 내가 혼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이거 완전 귀신이 다 됐네. 가만히 있어봐.”


갑자기 나타난 그는 품에서 은빛에 휩싸인 은장도를 꺼내어 그녀의 심장 쪽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칼을 뽑자 칼날에 검은 기운 덩어리가 함께 뽑아져 나오면서 여인은 귀신에서 평범한 영혼으로 돌아온다. 칼날에 묻은 부정한 것을 털어내며 그는 우리 쪽으로 돌아보며 사과를 한다.


“여동생이 폐를 끼쳤네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여동생이 완전히 사고 치기 전에 막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가까이 다가와서 이리저리 살펴본다.


“혹시 박생 아니야?”


“누구세요?”


“나야 나 설공찬. 지금은 잠깐 얘 몸 좀 빌려서 그 때랑은 모습이 달라. 그나저나 너도 저승에 있을 때랑은 많이 다른데? 네가 차사 일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 형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왜 형 몸으로 안 돌아가고 남의 몸을 빌리셨어요?”


“뭐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어. 동자들도 다시 보니 반갑네. 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 테니까 동생 좀 저승으로 보내줘. 또 사고 칠까봐 무섭다.”


“나 안 갈 거야. 오빠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데. 나도 나 이렇게 만든 놈 찾아서 복수할거니까 말리지마.”


“넌 있어봤자 도움이 안 된다니까 그냥 좀 가서 기다려.”


“아 진짜.”


“생아 여동생 좀 부탁해.”


“네”


갑자기 나타난 그는 다시 빠르게 어디론가 가버렸다. 남겨진 그의 여동생은 표정이 굉장히 뾰로통해서 말을 걸기가 무섭다.


“저기 오빠 말대로 이제 저승으로 가는 게 어때? 춥지 않아?”


“그러고 보니 조금 쌀쌀하긴 하네요. 그냥 보내주세요.”


그녀는 이름을 세 번 불리우는 도중에도 계속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유지하다가 저승으로 보내졌다.


작가의말

설공찬의 “월화야 내가 그러니까 너는 저승으로 가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했잖아.”라는 대사 삭제합니다. 그리고 푸른빛에 휩싸인 은장도를 은빛에 휩싸인 은장도로 바꿉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8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1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3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3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2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7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6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50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8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500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9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9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3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5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4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8 5 8쪽
»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4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80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