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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37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27 01:22
조회
550
추천
6
글자
9쪽

44화 설공찬전(1)

DUMMY

어렸을 때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남들이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을 아는 체 할 때마다 주변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아이 취급했고 그 때마다 나는 내가 다르다는 것을 점점 깨달아 갔다. 그들을 보면 한결같이 붉은 빛을 띠는 눈을 하고 보라색 아우라를 두르고 있는데 각각 그 정도가 다르다. 어떤 자들은 흰자위만 살짝 분홍빛이 돌고 보라색보다는 파란색 기운이 도는 반면에 어떤 이들은 눈 전체가 선홍색으로 물들고 검은색에 가까운 기운을 두르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혼자 있게 되면 그들에게 가끔 말을 걸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이후로는 그들을 봐도 절대 관심을 주거나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쯤 나는 매일 밤 우리 집에 놀러오는 나랑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와 함께 만화 이야기를 하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곤 했었는데 그 아이는 다른 자들과 달리 눈의 붉은 빛이 진하지도 않고 두르고 있는 기운도 하늘빛이라서 더 편안하게 느껴졌었다.


그 아이와 친구가 된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아버지가 시장에서 누런 털을 가진 강아지와 새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를 한 마리씩 사오셨다. 어머니께서는 강아지 관리는 누가 하냐면서 당장 다시 데려가라 했지만 나와 여동생은 책임지고 맡아서 키우겠다고 했다. 여동생은 누런 강아지가 귀엽다면서 누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기가 키우겠다고 했고 나는 남은 흰 녀석에게 백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내 방에 데려와 같이 놀아주며, 친구에게 소개해줄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올 시간이 되도 오지 않았다. 오늘은 좀 늦는가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백구와 더 놀며 기다려보는데 갑자기 백구가 창문을 향해 짖기 시작한다. 내가 달래 봐도 계속 그 쪽을 향해 짖더니 5분 정도 지나니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날 밤 아무리 기다려도 친구는 오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백구는 항상 밤만 되면 짖었고 그 아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친구를 한 명 잃어 마음이 조금 쓸쓸했지만 백구와 함께 놀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리고 그날 밤도 역시 백구는 창문을 향해 5분 정도 짖었고 나는 이제 친구를 기다리는 걸 포기하고 강아지와 함께 침대에서 잠들었다.


한 참 동안 자고 있는데 강이지가 짖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시끄럽긴 했지만 5분정도 지나면 그칠 거라고 생각해 그대로 다시 잠을 청했지만 백구는 계속해서 짖는다. 무슨 일인가 해서 눈을 살짝 뜨고 그 쪽을 보니 한동안 안보였던 그 아이가 강아지 앞에 서있었다. 어두워서 모습이 잘 안 보이긴 했지만 새빨갛게 변한 눈만은 확실하게 보였다. 그 귀신은 자신을 향해 맹렬히 짖는 백구에게 다가가 목을 움켜쥐었다. 백구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낑낑댔지만 나는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불 속에서 숨죽여 울며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시간이 지나고 주변은 조용해졌지만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 눈을 뜨면 바로 앞에 귀신이 있을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리고 그대로 울다 지쳐서 잠들었다.


다음날 날이 밝고 내 방 한구석에 백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싸늘하게 식은 강아지를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았다. 나는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서러움에 크게 소리 내어 울었고 그 소리를 듣고 부모님이 들어와 백구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나를 달래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 다시는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귀신을 무시하며 살아갔지만 중3때부터는 더 이상 그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16살이 되던 해 추석, 언제나 그랬듯이 친척들 모두 고향에 계시 할아버지 댁에 찾아갔다. 그 곳에서 나는 친척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우연히 할아버지 장롱에서 기이한 은장도를 발견했다. 무언가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그것을 만진 순간 은장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오른손에 이상한 것이 흘러들어왔다. 놀라서 손을 떼자 빛은 사라졌지만 손에 남은 미묘한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해서 은장도를 제자리에 두고 하던 숨바꼭질을 마저 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을 다 찾고 나서 이제 거실에서 쉬려는데 어머니께서 애들 먹을 과자 좀 사오라고 하신다.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나오자 마당에는 40대 중반의 남자 귀신이 서있었다. 평소처럼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갑자기 귀신의 눈이 더 붉게 빛나면서 손에 보랏빛 기를 두르고 내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려고 한다.


손이 목에 닿기 전 귀신의 양 팔을 잡고 귀신이 힘으로 밀어내는 것을 버텨내다가 발로 배를 밀어 찼다. 귀신은 바닥에 쓰려졌지만 곧바로 일어나 내게 달려들었다. 다시 귀신의 팔을 잡고 실랑이를 하다가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밀쳤는데 그 순간 오른손이 은빛으로 빛나며 귀신이 밀친 힘에 비해 멀리 날아갔다. 다시 일어선 귀신은 눈이 훨씬 옅은 색으로 변하였고 두르고 있던 보랏빛 기운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내게 달려들지 않고 집밖으로 달아났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떨떨하다가 오른손을 확인했다. 오른손에는 호랑이무늬가 나타나 있었고 계속해서 은빛이 돌았다. 느낌은 마치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눈썹을 움직이는 법을 몰랐지만 그쪽 근육을 사용하는 요령을 알게 되어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게 됐을 때 받았던 느낌과 같은 느낌이다.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오른손의 그것을 나타낼 수도 있고 숨길 수도 있었다. 분명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아까 은장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돼 다시 할아버지 방으로 찾아갔지만 장롱은 굳게 잠겨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이것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추석이 지나갔다.


그 날 이후로 귀신들은 나를 보면 달려들었다. 눈빛과 기운이 옅은 자들은 쉽게 제압할 수 있었지만 조금 진해지면 힘들었다. 그래서 싸우는 법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이제 고등학생이니 학업에만 집중해야한다고 반대하셨다. 그래서 나는 약한 몸으로 한 시간 더 공부해서 나오는 효율보다 체력을 길러 건강한 상태로 공부하는 게 장기적으로 공부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였고 결국 동의를 얻어냈다. 마침 학교 앞에 킥복싱 체육관이 있어서 거기에 등록하고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가서 열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운동했다.


세상 모든 귀신을 다 때려잡을 기세로 체육관에 처음 갔을 때 관장님께서 내게 줄넘기를 시켰다. 줄넘기 정도야 간단하다고 생각했지만 3분하고 30초 쉬는 걸 한 세트로 5세트를 연속으로 하려니 죽는 줄 알았다. 이때의 3분은 배고플 때 컵라면에 물 붓고 기다리는 3분보다 5배는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줄넘기를 끝내고 땀범벅이 돼서 물을 마시고 조금 쉬려고 하는데 바로 근력운동을 시켰다. 여러 종류의 근력운동을 한 세트로 묶어서 다섯 세트를 해야 했는데 줄넘기와는 또 다른 고통이었다. 이것도 겨우겨우 다 해내고 나서야 자세를 배웠다. 양발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오른 발을 앞으로 두 걸음 정도 내밀고 양발을 15정도 왼쪽으로 돌리고 상체는 정면을 바라보며 턱은 당기고 가드를 올린 상태에서 가볍게 뛰었다.


그렇게 줄넘기와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며 스텝부터 시작하여 몇 달 동안 여러 가지 복싱기술을 배우고 발차기도 함께 배우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하루에 로우킥을 300번씩 샌드백에 연습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까지 다니고 수능 준비로 1년 쉬었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올라가서 1년 정도 더 다니고 군대 갔다가 다시 2년간 더 다니고 슬슬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인턴으로 1년 일하긴 했지만 채용되지 않아서 스물일곱 살이 되던 해 3월 상반기 공채를 노리고 있었다. 물론 이런 쉼 없이 바쁜 생활들 속에서도 귀신들은 계속해서 덤벼왔고 점점 나아지는 실력으로 그들을 처리했다.


작가의말

무서운 척하는 안 무서운 동영상입니다.

http://tvcast.naver.com/v/186806

설공찬전에 대한 지식e 인데 관심있는 분은 링크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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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7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8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3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0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4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7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6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19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2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7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1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7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5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3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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