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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65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10 04:52
조회
435
추천
4
글자
7쪽

52화 설공찬전(9)

DUMMY

‘꼬끼오~~~’


닭이 우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침 6시이다. 설공침의 몸은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듯 자꾸 눈을 감으려 한다. 잠기운을 쫓아내기 위해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물 마시러 부엌에 갔다. 그곳에서 할머니는 아침준비를 하고 계셨다.


“할머니 뭐 만드세요?”


“닭볶음탕 만들고 있지.”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네가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네. 저 닭볶음탕이 주특기에요.”


“아이고 이제는 손주가 요리까지 해주려하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할머니가 해줄게.”


“어제 저녁에도 힘들게 요리 다 하시고 설거지도 다 하셨잖아요. 들어가서 쉬세요. 제가 할게요.”


“그럼 방에 있을 테니까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네.”


아침은 가볍게 먹는 편이지만 어제 저녁 방에 들어가기 전에 아침만 먹고 가야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닭을 한 마리 잡아오신 모양이다. 도마 위에는 커다란 촌닭이 올려져있고 싱크대 한 구석에는 감자와 당근이 껍질을 벗겨진 채 적당한 크기로 썰어져 있다. 국그릇에 물을 받아 감자를 넣어 전분기가 빠질 때까지 내버려두기로 하고 닭 손질에 들어갔다.


먼저 닭다리와 몸통사이를 연결하는 껍질부분을 칼로 잘라내고 다리를 뒤로 꺾어 관절이 드러나게 한 뒤 그 관절을 따라 잘라 다리를 분리했다. 분리된 두 다리를 한쪽에 두고 닭 겨드랑이부분을 자르다가 칼이 연골에 닿자 그대로 잘라내어 날개를 분리했다. 그 다음 가슴살을 분리하기 위해 닭 몸통 한가운데에 일자로 있는 뼈를 찾은 뒤 그 뼈를 따라서 양쪽의 살을 발라내었다. 남은 닭 뼈는 나중에 할머니께서 육수를 낼 때 쓰실 수도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빼두었다.


커다란 부위를 다 분리해내었기에 냄비에 물을 올리고 나서 세부적인 손질을 이어갔다. 가슴살에서 안심을 분리한 뒤 남은 가슴살을 이등분을 하고 다리는 허벅지와 나머지 부분을 분리하고 날개도 닭봉 부분을 따로 분리해냈다. 잡은 지 좀 오래된 닭이었다면 우유에 넣어 잡내를 제거 했겠지만 신선해보여서 그냥 하기로 했다.


물이 끓어서 고기를 넣으려고 했는데 시골 닭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커 보인다. 속까지 잘 안 익을 수도 있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칼집을 내고 물에 넣었다. 그리고 설탕, 다진 마늘, 미림, 감자를 넣고 조금 기다렸다가 당근을 넣고 파를 어슷썰기 해서 넣었다. 고추장과 진간장을 넣어 간을 맞추고 고춧가루로 색을 내고 물엿으로 윤기를 낸 뒤 졸여질 동안 기다렸다. 졸이는 동안 심심해서 식칼을 단도 잡듯 쥐고 염라대왕에게 배운 동작을 연습했다.


7분 정도 지나자 닭볶음탕이 완성됐다. 할머니를 불러 같이 아침밥상을 차리고 할아버지를 불렀다. 그리고 다 같이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할머니는 닭볶음탕을 드시는 내내 감탄하시며 칭찬을 하셨고 할아버지는 묵묵히 드셨다.


아침을 다 먹고 설거지까지 도와드린 뒤 급하게 나갈 채비를 마치고 할아버지 방으로 인사를 드리러 갔다. 할아버지는 귀신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항상 조심하라고 했다. 나는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하고 밖으로 나와 할머니께 인사하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예약한 카드로 표를 뽑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도시는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나중에 돌아갈 때는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도 있다. 우선 버스터미널을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산이 있는 곳으로 갔다. 할아버지께서 주신 지도로 봤을 때는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로 와보니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이런 산에서 무언가를 찾기란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딱히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무작정 올라가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올라가는 길이 하나라서 아무 고민 없이 막 올라왔지만 산 중턱까지 올라오니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어느 쪽 길에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험한 길에 호랑이가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여 가파른 길을 선택했다. 그 길을 따라 좀 더 걷다보니 등산로 바깥쪽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크워어어흥~어흥~’


등산로를 벗어나 소리가 들려왔던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내 뒤쪽에서 무언가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거대한 호랑이가 크게 입을 벌리고 내게 달려들었다. 재빨리 옆으로 굴러 피한 뒤 오른 손의 삼수를 개방하고 왼손으로 은장도를 꺼내 들었다. 호랑이는 착지하자마자 이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공격하려고 달려왔으나 바로 앞에서 멈췄다.


“네 이름이 뭐냐?”


“설공찬입니다.”


“아이고 어제 만난 좋은 영혼은 저승사자라서 못 먹었는데 오늘 온 좋은 영혼은 아우의 자손이라서 못 먹겠구나.”


“아우요?”


“그 은장도는 누구에게 받았느냐?”


“제 할아버지한테요.”


“너희 할아버지 이름이 무어냐?”


“설 갑자 인자입니다.”


“가만 보자 설갑인이라면 설위의 아들이니까 그럼 너는 내 아우 설위의 증손자이자 내 종증손이구나.”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그 서방칠수까지 들고 날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냐?”


“얼마 전 저는 푸른 불꽃을 쓰는 백발에 금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 귀신과 진한 보랏빛 기운의 아이귀신에 의해 영혼이 몸과 분리되어 저승으로 끌려갔습니다. 다행히 다시 이승으로 오긴 했습니다만 제 몸은 이미 화장해서 없어져 버렸습니다. 저는 저를 이렇게 만든 그놈들을 찾아 복수하고 싶습니다. 부디 힘을 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지금 네가 다른 사람 몸에 들어있는 이유로구나.”


“네. 그렇습니다.”


“네가 본 아이귀신은 조금 강할 뿐인 평범한 귀신처럼 보이지만 푸른 불꽃을 쓰는 여자 귀신이라면 분명 구미호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신이 아니라 요괴지.”


“요괴는 또 뭡니까?”


“환수 중 한 종류인데 나처럼 땅 밑에서 양의 기운을 받고 태어나 파괴된 영혼에서 분리되어 나온 백(魄)을 얻어 환수의 형태를 이룬 것을 영물이라 하고 구미호처럼 음의 기운이 잔뜩 뭉친 부정에서 태어나 인간의 양의 부분인 혼(魂)을 먹어치워 형태를 이룬 것을 요괴라고 한단다. 인간의 영혼이 부정을 얻어 귀신으로 변한 것과는 조금 다르지.”


“그럼 요괴도 부정으로 이루어 졌으므로 찾기만 한다면 이 은장도로 충분히 잡을 수 있겠네요.”


“지금 네 수준으로는 기색을 감춘 구미호를 찾지 못한다. 그리고 설령 발견했다하더라도 삼수만 개방한 정도로는 구미호를 이길 수 없다. 구미호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아.”


“그럼 혹시 저와 같이 싸워주실 수 있으신가요?”


“미안하지만 나는 이 산을 벗어날 수 없단다. 대신 네가 구미호와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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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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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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