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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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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87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26 03:13
조회
387
추천
3
글자
9쪽

66화 전우치전(2)

DUMMY

그 여인은 바람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이 지금부터 요술로 바람을 일으킬 건데 그것과 자연의 바람이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라고 했다. 바람은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오직 피부로만 느껴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저 두 바람 모두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차이가 느껴졌다. 요술로 만들어진 바람이 훨씬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세게 불면 뺨이 베일 것 같았다.


내가 차이를 알겠다고 하자 여인은 내게 바람을 일으켜보라고 했다. 나는 강하게만 불면 칭찬을 받을 줄 알고 바람의 세기만 키웠지만 여인은 세게 부는 것보다 날카롭게 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줬다. 나는 그녀의 가르침대로 최대한 집중해서 바람을 다듬었다.


저녁때가 되자 여인은 훈련을 끝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어른들한테 하면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집으로 보냈다. 나는 곧바로 집으로 와서 할아버지가 해주는 저녁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들었다.


다음날 할아버지께서 학교 가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셨다. 어제 버스를 탔던 곳에서 기다리다가 노란 버스를 타고 애들 따라 학교에서 내리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올 때는 똑같은 버스를 타고 이곳에서 내리면 된다고 했다. 오늘까지는 할아버지가 버스 기다리는 곳까지 같이 가주시고 내일부터는 혼자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왔다. 아이들은 여전히 나를 어려워했다. 안 친해져도 괜찮았지만 그래도 쉬는 시간에 계속 혼자 있으려니까 뻘쭘했다. 그래서 짝꿍에게 재밌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고 잡아뒀다. 그리고 종이를 반으로 접은 다음 절반정도 펴서 책상에 세워 놓고 손에서 바람을 내뿜어 쓰러트렸다. 그러자 내 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해했다.


“우와 어떻게 한 거야?”


“도술로 바람을 일으켰어. 아직 배우는 중이라서 세게는 못 불지만 그래도 종이정도는 넘어트릴 수 있지.”


“너 도술도 쓸 줄 알아? 대단한데.”


그는 재밌어하며 다른 애들을 불러 모았다. 내가 도술을 쓸 수 있다는 소리에 몇몇 아이들이 구경하러 왔다. 나는 그들 앞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종이를 쓰러트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신기해했지만 남학생 하나가 찬물을 끼얹었다.


“뭐야, 이런 건 나도 할 수 있어.”


그는 내가 했던 것처럼 종이를 책상위에 세우고 손을 앞에 댔다. 그러자 종이가 쓰러졌다. 아이들은 더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중 한아이가 그에게 물었다.


“너 언제 도술을 쓸 수 있게 된 거야?”


“멍청아 이게 도술로 보이냐? 그냥 손만 앞에다 대고 입으로 바람 불어서 쓰러트린 거잖아. 쟤가 한건 도술이 아니라 그냥 사기야.”


아이들은 그의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에이 뭐야. 난 또 홍길동 같은 도사가 전학 온 줄 알았는데 순 사기꾼이었잖아.”


“저 애 이상해. 어제 여기 올 때도 엄마랑 안 오고 할아버지랑 왔어.”


“맞아. 그리고 첫날부터 울었잖아. 진짜 이상한 거 같아.”


나는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거 도술 맞아! 거짓말하는 건 내가 아니라 저 애야!”


“그럼 네가 한 게 도술이란 걸 증명해봐. 의자는 입김으로 안 넘어가니까 의자를 넘어트리면 도술로 한 거라고 인정해줄게.”


나는 씩씩거리면서 의자를 향해 최대한 세게 바람을 뿜어냈다. 하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의자를 넘어트릴만한 바람은 나오지 않았다. 계속 시도해봤지만 의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를 계속 몰아세웠던 남자아이는 비웃으면서 말했다.


“거봐 거짓말쟁이라니까. 계속 저렇게 거짓말 치니까 쟤네 엄마도 포기하고 할아버지한테 맡기고 간 거 아니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머리 어딘가에서 뭔가가 팍 끊기는 느낌이 들면서 그 남자애에게 달려들었다. 밀어서 넘어트리고 올라탄 다음에 주먹으로 몇 대 때렸다. 계속해서 때리려고 했지만 또래에 비해서 덩치가 컸던 그는 나를 옆으로 밀어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일어난 뒤 쓰러져있는 나를 발로 세게 찼다. 그리고 올라타서 주먹으로 얼굴을 몇 대 때리다가 주변 아이들이 말려서 멈췄다.


우리는 뒤늦게 달려온 담임선생님에 의해 교무실로 끌려갔고 그 곳에서 한 시간 동안 계속 혼났다. 주변에 있던 애들이 다 내 잘못이라 해서 나만 더 혼났다. 그리고 방과 후 선생님은 전화로 그 애의 엄마와 우리 할아버지를 불렀다. 교무실에 온 그 애 엄마는 할아버지께 계속 큰소리 쳤고 할아버지는 오셔서 그냥 미안하다고만 했다.


할아버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잘 혼내겠다고 하고 나를 데리고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안 하셨다. 잘못한건 저앤데 왜 할아버지가 사과 하냐고 따졌지만 할아버지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집으로 오자 할아버지는 점심을 차려주셨다. 그리고 다 먹고 나자 내게 왜 싸웠냐고 물었다. 어른들한테는 도술에 대해 이야기해도 안 믿을 것 같아서 그냥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서 싸웠다고 했다. 그렇게 대답하자 이겼는지 졌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시면서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어디로 가냐는 나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마을버스를 타고 옆 동네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느 한옥 앞이었다. 할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생활한복을 입은 어떤 아저씨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나에게 여기서 택견을 배우라고 했다. 싸움을 하면 안 되지만 꼭 해야 할 때는 무조건 이겨야 하기 때문에 무술을 배워야한다고 말씀하시고 나가셨다.


할아버지가 가시고 바로 도장에 들어가서 기본자세부터 배웠다. 발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팔자모양으로 하는 품이라는 기본동작을 배우고 양발을 번갈아가면서 한 발짝씩 앞으로 내밀고 다시 원래 자리로 두는 품밟기를 배웠다. 골반을 같이 움직이며 리듬 타는 것은 잘 못했지만 이크 에크 하는 기합소리는 곧잘 따라했다.


한 시간 반 정도 지나자 오늘 수업이 끝났고 수련생들을 가르치던 사범님 중 한분이 나를 포함해서 몇몇 아이들을 봉고차에 태우고 집에 데려다 주셨다. 나는 집에 와서 할아버지께 오늘 배운 것을 보여드리고 숙제를 한 뒤 도술을 배우러 여인에게 갔다. 여인에게 도술을 배우다가 저녁때가 되면 집으로 와서 할아버지께서 차려주신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들었다. 그리고 일어나면 바쁘게 준비하고 학교에 갔다.



엄마가 데리러 오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나의 초등학생 생활은 이런 하루들의 반복이었다. 작은 시골학교라서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었기 때문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15명은 계속 같은 반이 되었다. 그래서 5년 동안 학교에서는 항상 혼자 지냈다. 하지만 학교가 끝나면 즐거웠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온 뒤 점심을 먹으면서 할아버지께 오늘 학교에서 배운 것을 애기하고 숙제를 했다. 그러다가 봉고차가 오면 택견 도장에 가서 수련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오면 숲으로 놀러가서 여인에게 도술을 배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도술 실력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2학년 때는 의자를 넘어뜨릴 수 있을 만한 바람을 뿜어낼 수 있게 되었고 4학년 때는 조금 떨어진 곳의 바람도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 과학의 날 행사에 글라이더를 만들어 날렸는데 바람을 조종해서 오래날기 1등을 하여 상장도 받았다. 5학년 때는 바람을 날카롭게 하여 나뭇잎을 잘랐고 6학년 때는 바람을 압축시켜 칼날처럼 만들어 날려 짚단을 베었다.


택견 실력 역시 5년 동안 많이 늘었다. 발따귀, 후려차기, 전갈꼬리차기 등등 여러 가지 발차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내가 배웠던 택견은 실전에서 사용하는 옛법 택견이었기 때문에 손등을 이용해서 공격하는 여러 가지 동작과 눈을 찌르거나 손날로 급소를 공격하는 치명적인 동작들도 같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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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8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1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3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2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6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50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8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9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4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8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80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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