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76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4.29 00:22
조회
268
추천
2
글자
7쪽

82화 진가쟁주 설화(1)

DUMMY

중학교에 입학하고 2년간 난 완벽한 우등생이었다.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고 학기마다 선행상을 받았다. 반 친구들 모두 나를 기준으로 모였고 매년 반장을 맡았다. 모두들 나를 성실하고 착한 아이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좋은 아이가 아니다. 모두 연극이다. 평소에 보여주는 미소 짓는 얼굴은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나를 우러러 보는 시선들이 즐거웠다. 칭찬 받는 게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버렸다. 내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주변에서 왜 너답지 않은 일을 하냐고 질책했다. 그냥 칭찬받고 싶어서 했던 일들이 나다운 것이 돼버렸다.


이제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다. 모두들 내게 기대를 하고 있다. 그들의 기대에 못 미치면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갑자기 변했다고 나무란다.


봄이 오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교실 문 앞에 붙은 종이에서 내 이름을 찾았다. 2반이라고 적힌 걸 보고 위층에 올라갔다. 새로운 반에 들어가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그들은 나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나는 억지로 웃으면서 반가운 척을 했다.


“오, 상현아 너도 2반이냐?”


“안녕. 또 같은 반이네.”


“크으~ 올해도 시험기간 때 도와달라고 해야겠다. 잘 부탁한다.”


“이 새끼 또 옆에서 꿀 빨라고 그러네.”


“너는 안 그럴 거냐?”


“같은 반인데 당연히 도와달라고 해야지.”


“지도 할 거면서 나만 나쁜 놈으로 만드네.”


“야 나는 최소한 맛있는 거 사주면서 부탁하는데 너는 양심도 없이 그냥 배우잖아.”


“나는 괜찮아. 어차피 가르쳐주면서 복습할 수 있으니까 좋아.”


“와, 역시 전교 1등, 마인드부터 뭔가 다르네.”


“너는 평생가도 못 따라갈 클래스다. 인정?”


“어 인정.”


담임선생님이 오자 그들은 쓸데없는 대화를 멈추고 자리로 돌아갔다. 이 빈대 같은 놈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나는 반의 중심이면서 모범생으로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친한 척을 하고 있다.


선생님은 간단하게 자기에 대해 말하고 모두에게 자기소개를 시켰다. 중3이나 됐는데 자기소개 같은 걸 시킨 선생님을 원망하듯이 아이들은 첫 사람이 한 레퍼토리를 따라하면서 건성건성 하고 넘어갔다.


모두 소개를 마치자 담임은 임시반장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나를 아는 얘들은 나를 쳐다봤다.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들고 임시반장을 맡았다. 선생님도 만족하는 눈치이다. 임시 반장으로 학급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반장선거에서 반장으로 뽑힐 것이다. 벌써 3번째 하는 일이다.


학기 첫날이라서 교실청소만 하고 학교가 끝났다. 얘들 모두 일찍 끝나서 좋아하고 있다. 나도 집에서 편하게 있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시간대면 부모님 모두 집에 안 계시니까 조용히 보낼 수 있다.


혼자서 하교하려고 했는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얘들이 내 주변으로 모였다. 한 순간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억지로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들은 집으로 가는 내내 옆에서 헛소리를 늘어놨다.


시끄러운 놈들과 헤어지고 집에 들어왔다. 역시나 두 분 다 안 계신다. 나는 방에 들어가서 컴퓨터 전원을 누르고 완전히 켜질 때까지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먼저 인터넷에 들어가서 고등수학 동영상 강의 창을 띄운 뒤에 노트와 펜을 책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저번에 업로드한 웹툰의 댓글 창을 읽었다.


아직은 그림이 모자라서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그대로 팬이 조금 생겼다. 그들이 달아주는 응원 댓글 덕에 기분이 좋아져서 바로 다음 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포토샵으로만 웹툰을 그렸지만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어서 요즘은 사이툴로 그리고 포토샵으로는 편집만 한다. 저번에 부모님 몰래 산 태블릿 펜으로 콘티부터 완성해 나갔다. 컷이 하나하나 만들어 질 때마다 뿌듯하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그림을 그리던 중 갑자기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저장을 하고 태블릿 펜을 숨겼다. 마지막으로 알트탭을 눌러 강의창으로 바꾸는 순간 방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들어왔다.


“상현아, 벌써왔니?”


“네. 오늘은 좀 일찍 끝났어요.”


“점심은?”


“아직 안 먹었어요.”


“그래 그럼 그거 마저 듣고 나와 밥 차려 줄게.”


“네.”


부모님께 요새는 만화가 웹툰이라는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꽤 인기가 많다고 한번 말해봤지만 어린애도 아니고 왜 만화에 관심을 가지냐고 혼났다. 아마 내가 만화를 그린다고 하면 조용히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인강을 1.5배속으로 빠르게 들었다. 그날 공부한 내용은 어머니가 전부 검사하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속도를 그대로 놓고 들으면 만화를 그릴 시간이 안 나오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해서 빠른 속도로 필기를 끝냈다. 1시간짜리 강의를 40분 만에 마치고 20분간 그림 좀 다듬다가 밥을 먹으러 나왔다.


식탁에는 어제 저녁에 먹고 남은 제육볶음과 아침에 먹었던 된장국이 놓여 있었다. 빨리 먹고 들어가려는데 옆에서 어머니가 자사고나 특목고 같은 각종 고등학교에 관한 정보들을 늘어놓는다.


“상현아, 요 가까이에 있는 자사고 말이야, 너 정도 내신이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니? 아니면 너 정도 수준이면 과학고 시험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웬만하면 일반고로 가고 싶어요. 그냥 학교 내신 잘 받아서 수시로 대학 가는 게 더 편할 거 같아요.”


“그래? 네 성적에 그냥 일반고 가면 아까우니까 다시 생각해봐. 여기 자료도 있으니까 밥 먹고 한번 읽어보렴.”


“네.”


빠르게 배를 채우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특목고나 자사고 같은 건 관심 없었기 때문에 받은 자료는 바로 서랍에 넣었다. 사실 진짜 가고 싶은 고등학교는 애니고 만화 창작과였지만 허락 안 해줄게 뻔하다.


어머니한테는 저녁까지 계속 공부할거라고 말해뒀으니 갑자기 방에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선 영어 인강 한 편 빠르게 듣고 대충 단어공부랑 수학 문제풀이를 한 다음 본격적으로 웹툰 작업에 들어갔다.


시간은 언제나 모자라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손이 빨라졌지만 학교공부와 고등학교 선행학습을 하면서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은 건강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생활하다가는 언젠가 쓰러질 것이다.


“아 몸이 두 개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지쳐서 그런지 가끔씩 혼잣말이 새어 나온다. 너무 무리한 것 같아서 잠시 쉬려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침대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찍찍~ 찍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8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