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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93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16 22:50
조회
388
추천
3
글자
8쪽

58화 설공찬전(15)

DUMMY

방은 도둑이 든 것처럼 난장판이 돼있고 한쪽에는 온몸이 검은 얼음으로 뒤덮인 귀신이 있다. 놈은 누군가를 덮치려던 자세로 멈춰 있는데 이마에는 아까 도사가 월화에게 준 노란 종이가 붙어있다. 이놈이 방까지 들어와서 동생을 공격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바로 심장을 꿰뚫어 소멸시켰다. 그러고 나서는 고통스럽게 죽여야 하는데 바로 없애버린 것에 대해 약간 후회했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냉정하게 봤다. 방이 엉망이 될 정도로 엎치락뒤치락 했으면 월화가 귀신에게 부정을 옮았을 수도 있다. 만약 심하게 부정 탔다면 월화가 귀신이 되기 전에 바로 찾아야 한다.


나는 서둘러 자수를 개방하고 동생을 찾기 시작했다. 집중을 하여 범위를 최대한으로 넓힌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보라색 얼룩이 많이 묻어있는 월화의 영혼을 발견했다. 그녀는 평범한 인간의 영혼과 딱 붙어있다. 집중력을 최대치로 유지하기 힘들어서 우선은 자수를 닫고 이동하다가 거의 도착할 때쯤에 다시 열었다. 월화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그녀의 앞에 특이한 영혼 세 개가 새로 나타났다. 한 영혼은 다른 사람에게 볼 수 없었던 순수한 빨간색을 하고 가슴에 선홍빛 불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두 영혼은 평범한 빨간색인데 왠지 안에 든 것이 인간이 아닌 것 같다.


귀신을 퇴치하러 온 사람들인가 싶어서 얼른 그쪽으로 갔다. 딱 내가 도착한 순간에 그곳에 있던 저승사자가 내 동생을 향해 불붙은 사슬을 휘둘렀다. 그걸 본 나는 얼른 달려가서 삼수를 개방하고 사슬을 잡았다. 사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에 오른손의 은빛이 약해지긴 했지만 충분히 버틸 만 했다.


내 앞에 있는 월화는 천천히 귀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자수로 살펴보니 심장 주변에 검은 것이 많이 뭉쳐 있어서 은장도로 그곳을 찔러 부정을 빼냈다. 그러자 월화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 옆에는 아까 동생과 딱 달라붙어 있던 인간이 쓰러져 있다. 아마도 뒤에 있는 저승사자 일행이 귀신으로 변한 월화로부터 떼어낸 것 같다.


저승사자에게 동생이 한 일에 대해 사과하다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저번에 저승에서 만난 박생과 두 동자들이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동생을 저승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는 해가 지기 전에 훈련 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어두워진 훈련 장소에서 호랑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늦었구나.”


“죄송합니다.”


“뭐 됐다. 바로 시작하자. 우선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자수를 한 번 개방해 보거라.”


“네.”


“보이는 것을 다 말해 보거라.”


“앞에 호랑이님이 보이고 산 중턱 부분에 사람 한 명 그리고 산 밑에는 세 명이 있습니다.”


“내 영혼은 어떠하냐?”


“음, 진한 은색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약간씩 노란색이 보입니다. 그리고 속에 흐르는 것 중 차가운 것은 인간의 것과 닮았고 따뜻한 것은 뭔가, 뭐랄까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자수를 개방할 때 다른 감각도 잘 느껴지느냐?”


“네. 문제없습니다. 자수를 켜고도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방하고 얼마나 유지시킬 수 있지?”


“최대 15분까지 가능합니다.”


“좋다. 그러면 자수는 어느 정도 된 것 같으니 바로 필수로 넘어가자. 계속 자수를 열고 있어 보거라.”


“네.”


잠시 기다리니 호랑이가 뿜어내던 은빛 기운이 더 커지면서 땅 밑에서 뭔가 뱀 같은 것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발목부터 시작해 가슴까지 내 몸을 빙글빙글 감아 올라와 몸 전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네 안에 있는 것만으로 그것을 푸는 게 필수를 개방하는 훈련이다. 나는 여기서 속박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테니 너는 자수로 네 안에 있는 것을 잘 찾아서 사용하도록 해라.”


움직이지 못하니 굉장히 답답하다. 힘으로 끊어보려고 발버둥 치기도 했지만 잘 풀리지 않는다. 호랑이는 내 안에 것을 이용하라고 했지만 내 안에 뭐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오른손과 머리에 있는 유독 하얀 은빛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과 별다른 차이점도 없다. 삼수는 개방해봤지만 팔이 안 움직여 소용이 없었고 자수는 공격하는 용도가 아니라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이빨로 물어뜯어보기도 했지만 통하지 않는다. 이정도 했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은 전부 다 해본 것 같다. 15분이 지나고 집중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자수도 닫혀버렸다.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힌트를 요청했다.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좀 더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은 삼수와 자수만이 아니다. 네 자체의 힘을 이용 하여라.”


무슨 말인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다시 자수를 통해 내 안에 있는 것을 살펴보았다. 아까와 달라진 것이 없다. 호랑이가 내 자신을 살펴보라 해서 계속 나만 살펴보고 있었는데 문득 날 묶고 있는 것들이 뭔지 궁금해져서 자수를 이용해 자세히 살펴봤다. 땅에서 솟아나온 은빛의 근원은 호랑이의 영혼이었다. 이것들은 호랑이가 뿜어내는 은빛 그 자체였다. 그러고 보니 오전에 만난 김석산이란 도사도 영혼에 가지고 있는 색 그 자체를 이용해서 싸웠다. 어쩌면 나도 내 안에 있는 것을 직접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영혼에 있는 이 은색을 직접 움직여 보려 했다. 하지만 무언가에 고정이 된 듯 잘 움직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노력해보니 살짝 흔드는 정도까지는 가능하게 됐다. 몇 번을 더 움직여보다가 자수가 닫혀버려서 어떤 상태인지 보지 못하게 되자 영혼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그래서 15분 하고 15분 쉬는 식으로 계속해서 훈련을 했다.


3시간정도 계속 시도해보자 이제 고정된 상태에서 꽤 많이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것을 움직여서 묶고 있는 것을 서서히 밀어보니 조금씩 밀려나는 것 같다. 좀 더 밀어내 팔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삼수를 개방하여 예리하게 다듬은 뒤 뱀 같은 것을 잘라내었다. 그러자 호랑이의 은색에 뿌리를 둔 그것들은 다시 호랑이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마. 이번 훈련에서는 삼수도 사용했지만 다음부터는 네 영혼 자체의 힘만으로 나와 보거라.”


“네.”


호랑이는 훈련이 끝나자 가버렸고 나도 어두운 산을 조심히 내려간 뒤 역으로 향했다. 훈련을 시작한 이후로 깜깜할 때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처음이다. 밤은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 자수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낮보다는 귀신이 많이 돌아다닌다. 낮에는 범위를 끝까지 늘려도 하나 보일까 말까 했는데 지금은 벌써 세 개가 느껴진다.


이전에 느낌만으로 찾아다닐 때와는 달리 멀리 있는 귀신까지 단번에 파악이 된다. 달려가서 구미호에 대해 캐물어보고 싶었으나 훈련 때문에 피곤해서 들어가 쉬고 싶다. 힘들어서 이제 자수도 닫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범위 끝에서 굉장히 색이 진한 귀신이 느껴진다. 분명히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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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8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1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3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3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2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7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6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50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8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500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9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9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3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5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4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8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80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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