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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50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25 02:57
조회
430
추천
3
글자
8쪽

65화 전우치전(1)

DUMMY

우리 집은 유복했다. 항상 부족함 없이 살았다. 그런데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여름 아빠가 하던 일이 망하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 사실 그 무책임한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그는 사업에 실패하자마자 빚만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가 떠난 뒤로 집안 곳곳에 빨간딱지가 붙었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계속 물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와 엄마는 벌벌 떨고만 있었다.


결국 집은 경매에 넘어갔다. 엄마는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외할아버지 집에 나를 맡기고 돈을 벌기 위해 떠났다. 분명히 떠날 때 열 밤만 자면 다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밤이 올 때마다 손가락을 접으면서 날을 셌지만 열손가락을 다 접어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조금만 더 지나면 만날 수 있다면서 나를 달랬지만 어린아이였던 나의 인내심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이곳에 온지 스물다섯 번째 밤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가 잠든 틈을 타서 집을 몰래 빠져나왔다. 그리고 엄마를 찾으러 떠났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가면 금방 들켜 다시 할아버지 집에 돌려보내질 것 같아서 숲속으로 들어갔다. 동네어른들은 숲속에 여우귀신이 살고 있으니 깊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이 숲만 지나면 엄마가 사는 곳이 나올 것 같아서 계속해서 숲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그러다가 결국 길을 잃었다.


보름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지만 숲속이라서 그런지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려 했지만 다시 돌아가는 길도 까먹었다. 그저 같은 곳을 계속 돌고 있었다. 점점 무서워진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그 때 어떤 여인이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은발에 금빛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니?”


“으흡 흐윽 숲에서 나가려는데 흐읍 길을 잃었어요.”


“저런 딱하구나. 누나가 숲 밖까지 데려다 줄까?”


“네.”


나는 여인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 가는 동안 계속 훌쩍이고 있으니 여인은 나를 달래기 위해 손에 파란불덩이를 하나를 만들어 쥐불놀이를 하듯이 공중에서 회전시켰다. 빙글빙글 돌며 원을 그리는 불을 본 나는 길을 잃고 무서워하던 것도 잊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는 동안 불을 조종하면서 나와 놀아줬다.


그녀의 손을 잡고 걷다보니 어느새 숲을 빠져나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와 여인의 사이는 꽤 가까워졌다.


“누나는 이만 가볼게. 오늘 여기서 누나랑 만났다고 다른 어른들한테 얘기하면 안 돼. 알았지?”


“왜요?”


“나쁜 어른들이 누나가 이 숲에 있는 걸 알면 쫓아내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절대 말하면 안 돼.”


“네.”


“나중에 보고 싶으면 숲으로 놀러와. 근데 오늘처럼 밤에 들어오면 길 잃어버리니까 꼭 낮에 와야 돼. 알았지?”


“네. 다음에 꼭 놀러올게요.”


숲을 나온 나는 엄마를 찾아가는 것은 포기하고 얌전히 집에 들어가서 잤다.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가 깨워서 일어났다. 할아버지는 서둘러서 내 옷을 갈아입히고 아침을 먹인 뒤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차가 다니는 곳까지 왔다. 그 곳에서는 내 또래의 아이들 몇 명이 가방을 매고 서있었다. 잠시 뒤 노란색 버스가 우리 앞에 멈췄다. 우리는 함께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어느 조그마한 학교 앞에 멈췄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내렸다. 할아버지는 나를 교무실에 데려간 다음 나이가 지긋하신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나에게 이따 데리러 올 테니 선생님말씀 잘 듣고 있으라고 말한 뒤 밖으로 나가셨다. 선생님은 나를 교실로 데려갔다. 전에 다니던 학교와는 달리 반에 15명밖에 없었다. 나는 앞에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아침조회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동안 아이들은 내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어디서 왔는지, 지금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어떤 만화를 보는지, 어떤 게임을 하는지 등등 여러 질문을 했다. 그러다가 왜 엄마 말고 할아버지랑 같이 학교에 왔냐는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나는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아이들은 그 후로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조금만 더 기다리면 엄마가 와서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 다시 데려가 줄 거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학교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다. 몇몇 아이들은 걸어서 집으로 가고 또 어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 애들은 학교 안에 주차되어 있는 노란버스에 차례로 줄을 서서 올라탔다. 나는 멀뚱멀뚱 서 있다가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학교 주변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한 그릇을 사주셨다. 그리고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먼저 숙제부터 했다. 할아버지와 자장면 먹은 걸로 그림일기를 그린 다음에 받아쓰기 틀린 걸 다시 공부했다. 그러고 나서 텔레비전을 켜고 만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시작한 만화에서 홍길동이라는 도사가 나왔다. 그는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하늘에 비를 내리며 땅을 접어 달리고 날카로운 검을 바람처럼 휘둘러 천하를 가르고 그 검을 꽃처럼 다룰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재주를 이용해서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눠줬다. 이걸 보고 나도 크면 도사가 돼서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홍길동이 나오는 만화가 끝나고 더 이상 볼게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께 친구랑 놀다 온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숲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아까 홍길동이 바람을 일으키던 장면이 떠올라 한번 따라 해봤다.


손바닥을 쫙 펴서 나뭇잎 앞에 대고 바람을 내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내 손에서 바람이 나가는 느낌이 나면서 잎이 살랑살랑 움직였다. 신기해서 몇 번을 다시 해봤는데 그 때마다 계속 손에서 바람이 나갔다. 이걸 그 은색머리 여인에게 빨리 자랑하고 싶어서 빠른 걸음으로 숲속에 들어갔다.


낮이라서 그런지 길을 따라가기가 쉬웠다. 쭉 걷다가 더 이상 길이 없는 곳까지 왔다. 그리고 두리번거리다가 그 여인을 불렀다.


“누나~”


누군가 나를 뒤에서 콕콕 찔러서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그 여인이 내 등위에 와있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반겨주었다.


“왔어? 오늘은 뭐하면서 놀까?”


“홍길동놀이 하면서 놀아요.”


“홍길동놀이? 어떤 놀인지 설명해줄 수 있니?”


“도술로 악당들 혼내주는 놀이요. 누나는 파란 불을 쓸 수 있고 저는 바람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 그걸로 나쁜 사람 혼내주면 돼요.”


“바람을 일으킨다고?”


“자 보세요. 이렇게 하면 손에서 바람이 나가요.”


“흐음~ 재능이 뛰어나구나. 그런데 아직 그 정도 바람으로는 악당을 혼내주긴 힘들어 보이는 걸? 누나랑 훈련하고 나서 지금보다 더 강해지면 가는 건 어떨까?”


“음....... 그게 좋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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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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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8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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