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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82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2.05 03:20
조회
345
추천
3
글자
8쪽

71화 전우치전(7)

DUMMY

훈련을 시작한지 네 달 정도가 지났다. 화담선생은 매일 저녁 2시간씩 하던 이론수업을 그만뒀다. 아무리 가르쳐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수십 번 반복한 음양오행의 상관관계는 알겠어도 그 후에 설명한 어려운 단어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론수업을 하는 대신 저녁시간에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나갈 때마다 화담선생이 따라왔지만 피시방에 도착하면 돈만 내주고 어디로 갔다. 그리고 서너 시간이 지나면 데리러 왔다.


네 달 동안 집에 갇혀 있다가 처음으로 밖에 나갔을 때는 이상한 것들이 보여 당황했었다. 유령처럼 투명한 사람들도 있었고 온 몸에 보라색 기운을 두른 불길한 사람들도 있었다. 화담선생은 투명한 사람들은 죽은 자의 영혼이고 불길한 사람들은 귀신이라 했다.


선생님은 귀신을 볼 때마다 몸 전체를 얼리고 가슴 한가운데만 남기고 부셨다. 그리고 검정색을 띤 남은 부분에는 정화부적을 붙이고 가방에 따로 챙겼다.


오늘은 저녁을 간소하게 먹고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라면으로 배를 채우면 되기 때문에 바로 피시방으로 가려했지만 화담선생이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왔다. 역을 나와 높은 빌딩들이 우거진 거리로 온 다음 그중에서 가장 높고 세련돼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쌤, 여기 왜 온 거에요?”


“여기서는 평소처럼 줄여 부르지 말고 제대로 화담 선생님이라고 불러라.”


“왜요?”


“명색에 전회장인데 제자가 쌤쌤 거리면 체면이 안 서지 않느냐.”


“그러니까 어디 가는 건지 말을 해주세요.”


“도사협회 정기 회의다.”


“도사들이 이런 건물 안에서 회의를 한다고요? 도사라고 하면 혼자 바위에 앉아서 자연을 느낀다던지 아니면 폭포를 맞으면서 명상을 하는 그런 이미진데.”


“시대가 어느 때인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게냐. 아무튼 올라가면 옆에서 조용히 있도록 해라.”


“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우리는 긴 복도를 따라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복도 끝에 있는 커다란 방에 들어갔다. 그 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열두 명의 사람들이 긴 탁자에 빙 둘러 앉아있었다.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도 있었고 검은 도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맨 앞에 앉아 있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였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여자는 굉장히 매력적인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은 자리에 일어나서 화담선생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선생님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여유롭게 인사를 받고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 옆에 앉았다. 나는 그를 따라서 앞쪽으로 간 뒤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도사들은 바로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맨 앞에 앉은 여인은 스크린에 귀신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과 부정이 짙은 몇몇 귀신들에 대한 정보를 올리고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담당구역을 정해줬다. 구역 배정에서 약간의 기싸움이 있었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끝냈다. 귀신에 대한 일을 다 처리한 그들은 주제를 요괴로 옮겼다.


여인은 이번에 구미호라는 요괴를 퇴치해야 하는데 자신을 포함해 최상급 도사가 6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지원자를 모집했으나 아무도 나서지 않아 결국 제비뽑기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그녀는 뽑기 프로그램에 자신을 제외한 11명의 이름을 적고 돌렸다. 스크린에 결과가 나오자 뽑힌 다섯 명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 뒤로 한문으로 된 어려운 단어를 써가면서 술법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듣다가 너무 지루해서 책상 밑에 폰을 두고 몰래 게임을 했다. 주사위 던지는 게임을 하던 중 첫 번째 턴부터 무인도에 갇히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책상을 탁 쳤다. 소리가 좀 크게 났는지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잠깐 동안 나를 쳐다봤다. 옆에 앉아계시던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자신이 준비해온 술식들을 칠판에 써가며 설명했고 나는 멍하니 바라봤다. 설명이 모두 끝나고 그들은 앞에서 간단하게 시범을 보였다. 아까 설명하던 내용은 다 달랐지만 결국 꽁꽁 얼린다는 점에서 전부 똑같았다. 다만 긴 생머리의 여인이 보여준 도술은 조금 특별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검은 나비 몇 마리가 나오더니 그 나비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면서 순식간에 주변을 얼어붙게 했다.


그 다음 도사는 얼음으로 정교한 판다조각을 만들었다. 얼음에 검은색 흰색을 조절해서 거의 실물처럼 보였다. 그걸 마지막으로 도술 시연은 끝이 났다. 드디어 전부 끝났구나하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검은 나비 여인이 제안을 했다.


“오늘 회의에는 특별히 화담선생님의 제자가 왔는데 그의 도술을 안 보고 넘어갈 수는 없겠죠?”


갑자기 방안에 있는 모두가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준비해 온 것이 없는데 갑자기 시키니까 부담되기 시작했다. 옆에 앉아 있는 화담선생은 빨리 나가보라고 쿡쿡 찔러댔다. 일단 나가긴 했는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뭘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다.


뻘줌해서 시선을 여기저기 옮기다가 방금 마지막 도사가 만든 판다 얼음조각이 눈에 띄었다. 옆에 대나무가 있으면 어울릴 것 같아서 문 앞에 놓인 돌 장식에 추가적으로 놓여있는 대나무의 일부분을 가져왔다. 그리고 판다 옆에 두고 바람으로 감쌌다. 대나무는 처음이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 최대로 기를 주입했더니 3갈래의 대나무 줄기가 빠르게 뻗어 나와 천장에 닿았다.


생각보다 나무가 훨씬 크게 자라서 놀랐다. 이를 본 도사들도 눈이 동그래졌다. 화담 선생은 만족한 듯이 미소 짓고 있었다. 내가 한 일에 당황해서 눈만 끔뻑이다가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인사를 하고 들어왔다. 도사들은 자리로 들어가는 내게 박수를 쳐줬다.


내가 보인 도술을 끝으로 오늘 회의를 마무리하고 장소를 식당으로 옮겼다. 도사들은 커다란 고급 뷔페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얘기를 나눴다. 나는 처음 보는 고급스러운 음식들을 보고 뭘 먹을지 망설이다가 전부다 조금씩 집어서 접시에 담고 선생님 옆자리에 앉았다. 수많은 고기요리에도 불구하고 그의 접시에는 풀밖에 없었다.


하나하나 새로운 음식을 맛볼 때마다 계속 감탄이 나왔다. 이런 곳에 데려와준 화담선생이 고마울 뿐이었다. 접시에 얼굴을 파묻고 먹는 것에만 집중을 하던 중 앞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여인이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와서 앉았다.


“꼬마야, 아까 잘하더라.”


“아줌마 저 꼬마 아니에요.”


“알았어. 꼬마라고 안 할 테니까 아줌마라 하지 말고 누나라고 부르렴.”


“누나라고 부르기엔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지 않나요? 거의 이모뻘 되시는 거 같아서 좀 그런데.”


“너는 너무 작아서 아무리 봐도 꼬마처럼 보이는데?”


“명월이 너는 나이가 몇 살인데 열여섯 살짜리 애랑 말싸움을 하는 게냐. 그리고 너는 회장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저 아줌마가 먼저 시비 걸었어요.”


“좋게 회장님이라고 불러라. 너도 꼬마라고 부르지 말고 제대로 이름으로 부르고”


“네.”


나는 기분이 나빠져서 음식을 가지러 갔다가 다른 자리에서 혼자 먹었다. 화담선생은 기분 나쁜 아줌마랑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이 꽤 흐르고 더 이상 뱃속에 공간이 남아있지 않게 됐을 때 선생님은 회장 아줌마와 이야기를 끝냈다. 그리고 함께 식당을 나와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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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8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3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6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50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4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8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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