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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47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23 01:33
조회
374
추천
3
글자
8쪽

64화 이생규장전(5)

DUMMY

염라대왕님은 동방삭 잡은 이야기를 마치고 나를 부른 이유를 말해 주었다.


“사실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 불렀습니다. 이전에 지귀 사건이 일어난 뒤로 뛰어난 일직사자들을 모아 지귀의 행방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지귀와 싸운 경험도 있고 하니 그들과는 별개로 조사를 해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 그동안 선생님께서 하시던 일의 절반 정도는 다른 차사가 할 겁니다.”


“경험 많은 분들도 아직까지 못 잡았는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비록 다른 부분에서는 부족하지만 한번 싸웠던 경험은 무시 못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도 지귀 수색에 참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자료를 보낼 때는 조사범위를 추가하고 다른 일을 줄이겠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성을 나와 수레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왕 온 김에 화담을 만나 그 도사에 대해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정화상자가 있는 지역으로 갔다. 그리고 그때 만났던 곳으로 갔더니 나를 반겨주었다.


“오랜만입니다. 못 보던 사이에 저승사자가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몸은 좀 어떠신가요?”


“아직 다 나으려면 멀었습니다. 워낙 질 나쁜 요괴한테 당해서 부정이 쉽게 빠지지가 않네요. 아마 여기서 1년은 더 있어야할 것입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제 이야기라도 들으시려고 오신 겁니까?”


“사실 물어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제가 아는 것이라면 다 알려드리지요.”


“혹시 고등학생 정도 나이대의 도사를 아십니까?”


“그런 도사가 많아서 좀 더 자세히 말해주셔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김새는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생겼고 대나무와 나뭇잎을 이용해서 공격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부적으로 뱀도 소환하고 손과 발에 파란 기운을 두르고 택견을 사용했습니다.”


“이거 참 뭐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보통 도사들은 북두칠성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 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도술은 대부분 얼음과 물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매우 드물게 동쪽 별자리에서 기운을 받고 태어난 자가 도사가 되기도 합니다.


그들은 다른 도사들과 달리 도술로 나무와 바람을 이용합니다. 워낙 드물기 때문에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딱 두 명 밖에 없습니다. 한 명은 제가 가르쳤던 제자 전우치이고 다른 한 명은 현재 용왕을 하고 있는 김법민이라는 자인데 고등학생처럼 보인다니 아마 전우치인 것 같습니다. 혹시 그 놈이 사고라도 쳤습니까?”


“아니요. 일을 하다가 가벼운 마찰이 있었을 뿐입니다.”


“아이고, 그렇게 저승사자들이랑 문제 일으키지 말라고 가르쳤는데 제가 없으니 막 행동하나 봅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큰 잘못을 한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런 겁니다.”


“다시 만나고 싶으시면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야계산 꼭대기에 제가 머무르던 집이 있습니다. 결계가 있어 평범한 사람은 못 찾아가지만 저승사자시니 충분히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곳에 제가 전우치를 부를 때 쓰던 부적 하나 남아 있는데 그걸 찢으면 녀석이 올 겁니다. 그놈이 혹시 덤벼들지 모르니 제가 편지를 써드리겠습니다. 붓과 종이 좀 주실 수 있으십니까?”


“여기 있습니다.”


화담은 열심히 편지를 쓰고 종이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러자 그가 손댄 곳에 검은색 꽃문양이 그려졌다. 그는 완성된 편지를 고이 접어서 얼린 다음 내게 줬다. 신기하게도 편지는 차갑지 않았다.


“이걸 보여주면 공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갑자기 덮쳐올 수 있으니 부적을 찢고 나서는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저승에서 다시 이승으로 왔는데 오기 전과 마찬가지로 점심때였다. 다만 날짜가 하루 지나 있었다. 아직 저승에서 지령이 오려면 한참 남았기 때문에 화담의 제자를 만나러 야계산으로 갔다. 산을 계속 올라 꼭대기까지 갔지만 화담이 말한 집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주변을 계속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딘가에 턱 막혔다. 분명 앞에는 아무 것도 없는데 뭔가 벽 같은 것이 나를 막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을까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벽이라면 그냥 때려 부수는 게 제일 빠를 것 같아서 주먹에 사슬을 감았다. 그리고 온 힘을 오른손에 집중하고 앞에 막힌 것을 강하게 쳤다.


딱딱한 것과 부딪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내 오른팔은 갯벌에 빠진 것처럼 푹 담겼다. 빼려고 했지만 빠지지 않는다. 뒤로 빼는 건 안 될 것 같아 차라리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 몸을 완전히 집어넣자 눈앞에 새로운 장소가 펼쳐졌다.


들어오기 전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있었는데 여기는 소나무 하나와 초가집 한 채만 달랑 있다. 집안에 들어가니 여러 모양의 지팡이들과 삿갓이 널려 있었고 책장에는 한문으로 쓰여 있는 책들이 가득 차있었다. 방 구석구석을 찾아보다가 장롱 안에서 곱게 개어진 도포 위에 놓인 부적을 찾았다. 저번에 여인에게 건네받은 것과 같은 부적이었다.


부적을 찢고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도사가 오지 않아 조금 편하게 자세를 바꿨는데 그 순간 바람과 함께 도사가 나타났다. 내게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사는 나를 보자마자 잔뜩 겁을 먹고 도망치려고 한다.


“잠시만 멈춰보세요. 물어볼 게 있습니다.”


그는 경계하는 눈으로 나를 잠깐 돌아보고 다시 등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나는 편지를 꺼내 들고 다시 그를 불렀다.


“서화담의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이쪽을 돌아봤다. 여전히 눈에는 의심이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조심조심 이쪽으로 와서는 잽싸게 편지를 가로채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의 손에 들어가자 편지를 뒤덮던 얼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는 계속 경계를 하며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편지를 읽던 도사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면서 빨개진 눈으로 나를 흘끔흘끔 쳐다봤다.


도사는 편지를 곱게 접어 품 안에 집어넣고 입을 열었다.


“뭐 편지도 가져다 줬으니 묻는 것에 대답해 드리지요.”


“저번에 우리가 싸웠을 때 중간부터 기억이 없는데 혹시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때 제가 당신의 머리를 세게 친 이후 쓰러졌다가 갑자기 다시 일어나더니 몸에 검은 기운을 두르고 요술 같은 걸 쓰더군요. 저도 급하게 도망쳐서 자세한 건 모릅니다. 다른 질문 없으면 가보겠습니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저번에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를 남편과 같이 생활하게 부적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아내를 죽게 한 범인을 혹시 알고 있습니까?”


“저는 모릅니다.”


도사는 내 질문에 불안한 표정을 짓고는 빠르게 가버렸다. 뭔가 이상해서 그를 쫓아갔지만 이미 사라져버린 뒤였다.


산을 내려와 다시 집으로 왔다. 집에서 고시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허공에 작은 문이 열리면서 저승으로부터의 지령이 도착했다. 그걸 보고 바로 지귀를 잡으러 떠났다.


이생규장전 끝


작가의말

내일부터는 전우치전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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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8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0 3 8쪽
»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2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7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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