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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84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06 00:29
조회
579
추천
8
글자
7쪽

31화 만복사저포기(26)

DUMMY

다섯 명의 판관들은 가지고 온 책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고 내 옆에 앉아있는 염라대왕님은 책을 뒤지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앉아서 그녀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참 뒤 대왕님이 책을 덮고 나에게 있었던 오늘 있었던 지귀와의 싸움에 대해서 설명해 주라고 했다.


“먼저 지귀가 한 쪽 손에는 박지연을 든 채 달려와서 주먹으로 저를 노렸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어깨만 스치긴 했지만 스친 곳은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래서 지귀와 닿지 않기 위해 거리를 벌려 사슬 4개로 지귀를 묶었지만 금방 부수고 달려들어서 이번엔 사슬들을 엮어 두꺼운 사슬로 다리를 묶었습니다. 하지만 그 놈이 갑자기 다리가 묶인 상태에서 달려들자 동자들이 어떤 주문 같은걸 외워 그 놈을 해치웠습니다. 이상입니다.”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판관들은 더 빠른 속도로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들이 필기를 마치고 대왕님께 그들이 적은 것을 보였다. 대왕님은 동자들이 어디선가 가져온 다른 서류들과 함께 그것들을 한 참을 검토하시고 결론을 내렸다.


“박지연은 저승의 일직실에 일주일 동안 머물게 한다. 그리고 모든 저승사자들에게 지귀에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고 만약 마주치면 바로 퇴치하려 하지 말고 발견 즉시 우선 상부에 보고부터하게 해라.”


“예!”


“그럼 이것으로 이번 재판을 마치겠다. 판관들은 어서 저승사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동자들은 다음 회의를 준비하도록 해라.”


“예!”


“그리고 박선생님은 저와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아, 네.”


대왕님을 따라서 재판소를 나와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방 가운데에는 손님을 위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대왕님의 안내에 따라 그 의자에 앉자 저쪽에서 차 주전자를 가져와 컵에 차를 따라주면서 말했다.


“첫 사건부터 그렇게 힘든 녀석을 잘 처리해주시다니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나봅니다.”


“아니요. 저는 그냥 시간만 끌었을 뿐 동자들이 거의 다 했습니다.”


“겸손하시군요.”


“아닙니다. 저는 차기 염라대왕 후계자로서 한참 부족합니다. 이 곳에 올 때 대왕님이 인간이던 시절에 만들었다는 길을 이용했습니다. 저승사자가 되기 전에도 업화를 베어 길을 만들 수 있으셨던 지금 대왕님에 비하면 저는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후계자를 제가 아닌 다른 뛰어난 자로 바꿔주시길 바랍니다.”


“그건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저 정도의 힘을 가진 염라대왕은 과거에도 이 곳에 많이 존재했습니다만 선생님 같이 지혜로운 분은 거의 드물었습니다. 이 곳도 이제 개혁이 필요합니다. 언제까지나 힘에 의해서만 이 곳을 다스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다음 염라대왕은 꼭 선생님께서 해주셔야합니다. 그리고 힘이 부족하시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제가 동자들을 시켜 선생님이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후계자 자리를 거절할 수가 없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차사로 활동하실 때 필요하실 거 같아서 이 물건을 준비했습니다.”


“이게 뭔가요?”


“육신을 평범한 인간의 눈에 안 보이게 해주는 감투입니다. 앞으로 차사 일을 할 때 이걸 쓰고 하시면 다른 인간의 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또 뭔가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박지연의 처분에 관해서 말입니다. 그녀를 바로 환생시키지 않고 이 곳에 일주일간 머물게 하는 이유가 뭔가요? 그녀가 별다른 요청을 했습니까? 아니면 그녀가 저지른 일에 대한 처벌을 기다리는 겁니까?”


“둘 다 아닙니다. 그녀를 일직실에 보낸 이유는 그녀가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하다니요?”


“선생님도 지귀와 싸워보셔서 알겠지만 지귀의 불꽃은 보통 불꽃이 아닙니다. 마음 속 원념에서부터 타올라 닿는 모든 것을 불태워버립니다. 그런데 그녀는 지귀의 불에도 상처하나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신기하네요.”


“기록에 의하면 1400년 정도 전에 지귀가 갑자기 나타나 날뛰면서 지상위의 한 나라를 전부 불태우려 했습니다. 그 때 어떤 여인이 갑자기 불속으로 들어가더니 상처하나 없이 지귀를 제압하고 주사(呪詞)를 만들어 지귀를 봉인했다고 합니다. 그 공을 인정받아 그녀가 죽은 뒤 하늘 위쪽에서 직위를 받았지만 그녀는 결국 저승으로 와서 환생하는 걸 택했습니다. 저승 쪽에서는 나중을 위해 그녀가 환생한 뒤의 영혼을 추적하려 했으나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럼 그 여인이 환생한 게 박지연이라는 말씀입니까?”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이 비록 그녀의 잘못은 아니지만 하늘의 규칙을 어긴 것을 빌미로 강제로 하늘 쪽에서 일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일직실에 머물게 하는 것은 올려 보내기 전에 준비를 시키려는 것이지요.”


“참 불쌍한 인연이네요. 결국 두 사람은 저승에서도 다시 못 만나게 됐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하늘 쪽에서 내려온 지시라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서로 말없이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동자들이 들어왔다.


“대왕님 이제 다음재판 준비하셔야 될 시간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이만 들어가 쉬시지요.”


“예.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주악동자는 대왕님을 따라 재판을 준비하러 갔고 주선동자는 이승까지 안내하기 위해 나를 따라왔다. 철성을 나와 마을을 걸으면서 여러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조금 신기한 사람이 있었다. 오른 팔에 어떤 짐승에게 물어뜯긴 상처가 있는데 그 상처를 숨기려고 하지 않고 오른 팔 소매만 걷어 오히려 자랑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과거에 호랑이와 싸우다가 생긴 영광의 상처라며 자랑하고 다니는 것 같다. 마을을 빠져나와 성벽까지 오자 주선동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저는 여기서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시지요.”


“그래 너도 잘 들어가렴.”


주선동자와 이별하고 다시 불타오르는 길을 따라 걸어 이승으로 올 수 있었다. 내 방에 도착하니 온 세상이 환하다. 휴대폰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10시다. 저승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2시간 정도였는데 어느새 밤에서 아침으로 바뀌어 버렸다. 커튼을 쳐서 햇빛을 최대한 가리고 자려 하지만 여전히 너무 밝아 잠이 잘 안 온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승과 이승의 시간흐름 차이 때문에 고생할게 뻔하다. 역시 염라대왕 후계자 같은 귀찮은 건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만복사저포기- 끝


작가의말

박지연을 한달간 일직실에 있게 하는 건 너무 길다고 생각되어 일주일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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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4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9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3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1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6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5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50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9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4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4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8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80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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