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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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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73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6.01.30 23:11
조회
324
추천
4
글자
8쪽

70화 전우치전(6)

DUMMY

그는 얼음을 풀어주고 내 몸에 새로운 부적을 붙여줬다. 아직 초여름이긴 했지만 계속 얼음 속에 있었더니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는 오늘은 쉬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잠시 뒤 화담선생이 저녁밥을 차려왔다.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고기가 필요했지만 밥상 위에는 풀 때기밖에 없었다. 나물 종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거렸다. 그러다가 나를 무섭게 노려보는 그의 얼굴을 보고 얌전히 먹었다. 몸도 지쳤고 배도 부르고 하니 잠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방바닥에 누워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이불위에 누워 있었다. 옆에는 그가 입고 있던 옷과 비슷한 회색도복이 놓여 있었다. 방문이 열리고 화담선생이 들어와서 말했다.


“갈아입고 나오너라.”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잠은 푹 잤지만 어제의 피로가 덜 풀려서 그런지 몸이 무거웠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분명 어제 들어올 때는 마당에 흙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작은 소나무 묘목들이 잔뜩 심어져 있었다.


“이게 뭐에요?”


“네가 키워야할 나무들이다.”


“도술 가르쳐준다면서 무슨 나무를 키우게 해요.”


“당연히 그냥은 안 키우고 네가 도술을 써서 자라게 해야 한다.”


“뭔 소리에요. 바람밖에 못 일으키는데 무슨 수로 나무를 길러요.”


“바람을 일이키는 도술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네가 동쪽 별자리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다는 증거다. 그래서 다른 도사들과 다르게 기도 푸른색을 띠고 그 안에 활성화시키는 힘도 들어있지. 네가 지금 사용하는 대부분의 도술은 바깥의 부정한 기운을 모아서 적을 공격하는 것이지만 네 안에 흐르는 기를 그대로 빼내어 바람에 싣는 다면 이 황량한 땅에서도 나무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거라면 별로 안 세지 않아요? 저는 강력한 거 배우고 싶은데, 아저씨 아니 선생님이 썼던 얼음벽 세우는 도술이나 알려줘요.”


“네가 가진 힘은 그렇게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도사들은 사용할 수 없는 특별한 힘이란다. 나도 거의 기초밖에 못하지만 너라면 끝까지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에이 그냥 얼리는 거 알려줘요.”


“얼음은 네가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계절로 따지자면 나와 같은 평범한 도사들은 겨울이고 너는 봄이다. 겨울에 싹을 틔우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봄에 얼음을 얼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그냥 너 자신에 맞는 도술을 배우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럼 바람 중에서도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는 건 없어요? 나무 키우는 건 도술을 안 써도 할 수 있잖아요. 그냥 가만 놔두면 비 맞으면서 잘 크던데.”


“배움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이걸 배워야 네가 쓸 수 있는 도술이 다양해지면서 좀 더 유연하게 술법을 구사할 수 있으니 천천히 기초부터 다지자꾸나.”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시지 뭐 하러 어렵게 설명하셨어요. 이걸 배워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으면 얼른 하죠. 뭐부터 할까요?”


“먼저 기를 끄집어내는 훈련부터 하자. 눈을 감고 잘 집중해보면 네 안에 흐르는 뭔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요?”


“다른 생각을 버리고 안에 흐르는 것에만 집중을 해봐라, 그러면 무언가가 네 배꼽 부근에서부터 솟아나와 온 몸을 도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최대한 집중해서 뭔가를 느껴보려고 했다. 처음에는 심장이 뛰는 것밖에 못 느꼈는데 점점 주변이 조용해지더니 아랫배 부근에서 뭔가 새어나오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온 몸을 돌고 다시 나왔던 장소로 들어갔다.


“오 뭔가 느껴져요.”


“그것이 네 몸 안에 흐르는 기(氣)이고 그 기를 온 몸에 순환시키는 것이 바로 단(丹)이다. 한 번 단을 아랫배에서 심장부근까지 올려 보거라.”


“어떻게요?”


“네 몸 안에 바람을 만들어 위로 날려 보낸다고 생각하면 쉽게 될 것이다.”


“잘은 모르겠는데 그렇게 하니까 올라가네요. 그런데 느낌이 꼭 멀리 있는 바람 조종할 때랑 비슷하네요.”


“너는 아직 훈련을 덜 받아서 밑에 머물러 있지만 도사들의 단은 항상 위로 올라와 있단다. 앞으로 훈련하기 전에는 단을 올려놓아라.”


“네.”


“그럼 그 상태 그대로 여기 이 복숭아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잡고, 기를 흘려보내어라.”


그의 말대로 하자 손에서 파란 것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잡고 있는 부분에만 살짝 나왔지만 점점 지팡이 끝까지 보낼 수 있었다.


“자 이제 그 느낌을 가지고 바람으로 저기 있는 나무를 감싸면서 기를 흘려보내 보거라.”


나무근처에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자 나무가 조금씩 커가는 게 느껴졌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가지가 길어지고 잎도 연녹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해갔다. 오늘 안에 이 나무를 내 키만 하게 만들 생각으로 몇 시간동안 계속 했다. 그런데 한 참 동안 잘 자라던 나무가 갑자기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시들시들해져 버렸다.


“이거 왜이래요?”


“네가 바람에 악한 기운을 섞으니 나무가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렸구나. 힘을 밖에서 끌어오지 말고 네 안에 있는 것만 이용해서 해야 한단다. 그리고 지금 네가 일으켜야 할 바람은 날카로운 겨울바람이 아니라 포근한 봄바람이라는 것을 명심하면서 해 보거라.”


평소에 날리던 날카로운 바람은 버리고 최대한 부드러운 바람만 이용해서 새로운 묘목을 감쌌다. 이번 나무는 바로 전 것보다 더 빠르게 자랐다. 하지만 이 나무도 어느 정도 자라다가 시들어 버렸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계속해서 같은 훈련을 반복했다. 화담선생이 옆에서 조언을 해줬지만 태아상이니 도태니 하는 어려운 말만 늘어놓아서 별로 도움이 안 됐다. 결국 오늘 훈련은 사십 그루의 묘목 중에서 네그루를 죽인 뒤에야 끝이 났다.


훈련이 끝나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이론 수업이 시작됐다. 그는 음양오행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어려운 내용을 가르쳤고 나는 하나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너무 지루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게임하는 상상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매일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무를 키우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이론을 배웠다. 여기에 머물면서 다른 것들은 전부 참을 만 했지만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건 너무 힘들었다. 가끔 고기가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이 삶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기름진 음식이 그리웠다. 특히 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다.


나는 참다가 너무 힘들어서 밤에 몰래 탈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막고 있어서 나가지 못했다. 결국 다음 날 선생님께 부탁하니 밖에 나가서 치킨 한 마리를 사오셨다. 그날은 정말 즐거웠지만 다음날부터는 또 다시 풀만 나왔다.



나무를 키우는 훈련은 한 달 동안 총 백이십 그루의 나무를 죽인 뒤에야 끝났다. 마당 한쪽에는 뽑혀진 소나무 시체들이 쌓여 있었다. 그들에게는 약간 미안했지만 마당 한 가운데에 불뚝 솟아 있는 소나무 한그루를 보니 뿌듯했다.


그 훈련을 마친 뒤에는 부적에 기를 집어넣는 훈련을 시작했다. 부적에 그리는 이상한 모양의 글자를 외우는 건 힘들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도술을 빠르게 한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나는 배운 것을 이용해 반으로 찢으면 내게 날아와서 원래 있던 장소를 알려주는 부적을 몇 개 만들었다.


부적을 만드는 훈련이 끝나고 상처를 치료하는 도술을 배우고 환수를 만들어 내는 소귀법도 배웠다. 그 외에도 몇 달 동안 다양한 기술들을 훈련했다.


작가의말

다음 화는 남은 스토리 재정비와 연대표 작성후 수요일날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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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1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3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5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3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9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2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5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1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1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9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6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8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9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4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6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40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60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8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8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9 7 10쪽
40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3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2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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