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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49,949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20 21:48
조회
377
추천
4
글자
8쪽

40화 남염부주지(7)

DUMMY

소설내용이 너무 흥미로워 쉬지도 않고 끝까지 다 읽었다. 마지막 권을 덮고 주위를 둘러보자 밖은 어느새 불기둥이 내뿜는 붉은 빛에 환해져 있었다. 다른 재밌는 책이 있나 해서 책장을 더 살펴봤지만 읽을 수 있는 책은 이미 다 읽은 도사소설 시리즈밖에 없었다. 할 것이 없어져서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다가 혹시 다른 책이 있나 해서 밖으로 나와 설공찬의 방으로 향했다.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제 배운 동작을 연습하고 있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찌르고 베고 공격을 막고 적의 가드를 열어 안쪽 손목을 베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이쪽을 보고 말했다.


“왔어?”


“형 안녕하세요. 형 방에서 다른 책 좀 있나 보려고요.”


“책상위에 내가 읽던 소설책 있을 거야. 그거 읽어봐.”


“네.”


책상위에는 어떤 나라의 왕이 용왕의 힘을 빌려 다른 나라의 침략을 막고 나중에 바다로 가서 용왕자리를 물려받는 내용의 소설이 있었다. 전쟁에서 이긴 왕이 용왕자리를 물려받고 자신이 다스리던 나라의 차기 왕에게 모든 근심과 걱정을 해결해 준다는 신비한 피리를 건네주는 부분을 읽고 있을 때 관리가 왔다.


“두 분 다 여기 계셨군요. 대왕님께서 부르십니다. 함께 가시죠.”


관리를 따라 간 곳은 언제나 대왕과 차를 마시던 곳이 아니라 그의 집무실이었다. 그의 옆에는 여러 신하가 붓으로 무언가 적고 있었고 그의 책상 위에는 신하들이 그에게 건넨 많은 양의 두루마리가 있었다. 우리를 본 그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오셨군요. 두 분 다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앉자 염라대왕은 다시 말을 시작한다.


“약 4시간 뒤 지옥의 정비가 마무리되고 이승으로 가는 문이 다시 열립니다. 그러니 설공찬 군은 그때까지 대기 중인 저승사자와 검술을 훈련하다가 그들과 함께 문이 열리자마자 올라가는 게 어떻습니까?”


“저는 좋습니다.”


“그리고 박 선생님은 이승에 가는 게 급하지 않으시다면 오늘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석해주실 수 있습니까?”


“네 그렇게 하죠.”


“그럼 설공찬 군은 이 쪽의 관리를 따라가면 되고 선생님께서는 여기에서 기다리셨다가 저와 함께 재판에 들어가면 됩니다.”


관리를 따라가기 전 설공찬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나는 그 손을 잡아 악수에 응했다.


“만나서 반가웠다. 생아 위쪽에서 다시 만나자.”


“네. 저한테 연락하고 싶으시면 제 꺼 SNS계정 있으니까 제 이름 검색해서 메시지 보내시면 되요.”


“그래. 가서 급한 일 처리하면 연락할게.”


“안녕히 가세요.”


설공찬이 떠나고 나만 여기에 남아 조용히 기다렸다. 염라대왕은 한참동안 서류를 검토하다가 도장을 찍고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 가시죠.”


염라대왕과 옆에서 문서를 작성하던 신하들이 일제히 일어난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간다. 그리고 저승의 재판소로 도착했다. 염라대왕은 커다란 책상 가운데 앉고 그 옆에 책을 든 신하들이 줄줄이 앉았다. 나도 안내에 따라 가운데의 거대한 책상 옆의 작은 책상 앞에 앉았다. 잠시 뒤 동자들과 함께 무섭게 생긴 무사들이 창을 들고 들어온다. 두 무사가 염라대왕이 앉은 거대한 책상 양 옆에 서고 나머지 둘이 재판소 입구 쪽에 자리하자 모든 재판 준비가 끝났다.


“죄인을 데려 오너라.”


동자들과 함께 입구에 있던 무사 두 명이 바깥에서 염라대왕과 비슷한 복장을 한 죄인을 데려왔다. 그는 검은 도복에 붉은 갑옷과 투구를 입고 쇠사슬로 양팔이 묶여진 채로 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재판소 한 가운데까지 데려온 동자들은 다시 밖으로 나가 거대한 거울을 가져왔다. 그 거울이 죄인을 비추자 밝은 빛이 눈 안으로 들어오면서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한다. 주변을 다시 봤을 때 나는 재판소가 아니라 어느 공원에 있었다.


달빛 밝은 봄 밤 공원벤치에 앉아 있는 한 쌍의 남녀가 서로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품 안에서 반지를 꺼내었다. 여자는 감동해서 울먹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 뒤 그들은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다. 그 후로 몇 년간 그들은 작지만 아늑한 집에서 행복한 나날을 꾸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아내가 점점 쇄약해지다가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되면서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낮에는 회사에 나가고 밤에는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어느 늦은 밤 그는 술 취한 손님의 차를 대신해서 운전해주고 있었는데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도로 위에는 그가 운전하는 차밖에 없었다. 차는 한적한 도로를 여유롭게 달리다가 빨간불을 보고 멈췄다. 그러자 그의 옆에 앉아있던 손님이 피곤해서 빨리 들어가고 싶으니 그냥 가자고 한다. 잠시 고민했지만 손님이 그렇게 하자고 하니 그는 신호를 무시하고 속도를 냈다. 그 순간 옆쪽에서 거대한 트럭이 달려와 그가 타고 있던 차를 찌그러트린다.


그렇게 그는 이 곳 저승으로 왔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마을에서 기다리는 걸 선택했다. 저승에서 2달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다른 사람들처럼 불안감에 사로잡힌 그는 이승에 있는 아내를 만나 자신이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죽은 자가 이승으로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시험을 거쳐 저승사자가 되는 것뿐이었다. 보통 사람은 3번 정도 도전하면 합격한다고 하지만 처음 도전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한다. 그는 안 될걸 알면서도 일단 도전해 보았다.


결과 발표가 나왔다. 다행이 그에게 재능이 있었는지 그는 저승차사 훈련생으로 뽑혔다. 3개월간의 훈련기간 동안 저승사자행동강령, 기를 다루는 법, 영혼을 감지하는 법, 무기를 다루는 법 등을 배우고 훈련생에서 저승차사로 진급하였다. 1개월간 저승차사로 일을 하면서 계속해서 아내를 보고 싶어 했지만 이승과 저승을 바쁘게 오가느라고 그럴 시간이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일을 하기 위해 동료와 함께 아내가 입원해 있던 병원을 방문했다. 원칙대로라면 일만 처리하고 바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동료를 먼저 보내고 아내가 있는 병실에 방문했다. 그 곳에 누워있던 그의 아내는 고통에 지쳐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도 떠나보내고 병도 악화되어 정신적으로 한계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그녀 앞에 선 그는 그녀의 이마 위에 손을 얹고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그녀는 죽었던 남편을 보고 그 동안의 힘들었던 나날을 눈물로 내보였다. 그는 그런 아내를 안아주며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진정된 아내는 오래간만에 만난 그와 대화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지나고 그는 차사로서 일을 계속해기 위해 그녀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병실을 떠나려한다. 그가 병실 문을 열고 떠나려는데 아내가 비명을 지른다. 감정이 격해진 바람에 발작이 일어난 것이다. 그는 차마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두고 떠날 수 없었는지 일을 뒤로 하고 그녀의 옆에 앉아 손을 꼭 붙잡아 준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고통을 덜어주지 못했다. 아내는 점점 더 괴로워하다가 참지 못하고 그에게 이 고통에서 해방시켜달라고 한다.


그는 그것이 차사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이란 걸 알면서도 저승의 질서를 어기고 그녀의 영혼을 몸에서 빼낸다. 아내의 몸은 죽고 아내의 영혼은 오랜 고통에서 해방되어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 그 때 그를 찾던 저승사자가 병실에 들어와 상황을 파악하고 여인을 저승으로 보내고 차사를 사슬로 묶어 압송한다. 그리고 그가 이 곳으로 보내지는 것을 끝으로 나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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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金鰲新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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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원작 줄거리 15.12.12 667 0 -
88 87화 용궁부연록(1) 16.05.21 240 2 7쪽
87 86화 진가쟁주 설화(5) 16.05.10 230 2 7쪽
86 85화 진가쟁주 설화(4) 16.05.07 413 2 7쪽
85 84화 진가쟁주 설화(3) 16.05.03 242 3 7쪽
84 83화 진가쟁주 설화(2) 16.05.01 258 2 7쪽
83 82화 진가쟁주 설화(1) 16.04.29 268 2 7쪽
82 81화 전우치전(17) 16.04.26 374 3 6쪽
81 80화 전우치전(16) 16.04.04 302 2 9쪽
80 79화 전우치전(15) 16.03.27 312 2 8쪽
79 78화 전우치전(14) 16.03.20 262 2 8쪽
78 77화 전우치전(13) 16.03.12 308 2 7쪽
77 76화 전우치전(12) 16.03.03 300 3 7쪽
76 75화 전우치전(11) 16.02.24 331 2 8쪽
75 74화 전우치전(10) 16.02.19 291 1 8쪽
74 73화 전우치전(9) 16.02.14 357 3 8쪽
73 72화 전우치전(8) 16.02.10 396 2 10쪽
72 71화 전우치전(7) 16.02.05 345 3 8쪽
71 박생 연대표 16.02.01 394 3 5쪽
70 70화 전우치전(6) 16.01.30 324 4 8쪽
69 69화 전우치전(5) 16.01.29 354 3 7쪽
68 68화 전우치전(4) 16.01.28 449 3 9쪽
67 67화 전우치전(3) 16.01.27 430 3 7쪽
66 66화 전우치전(2) 16.01.26 387 3 9쪽
65 65화 전우치전(1) 16.01.25 430 3 8쪽
64 64화 이생규장전(5) 16.01.23 375 3 8쪽
63 63화 이생규장전(4) +1 16.01.22 499 3 8쪽
62 62화 이생규장전(3) 16.01.21 398 3 7쪽
61 61화 이생규장전(2) 16.01.20 395 5 7쪽
60 60화 이생규장전(1) 16.01.19 348 2 8쪽
59 59화 설공찬전(16) 16.01.18 458 3 9쪽
58 58화 설공찬전(15) 16.01.16 388 3 8쪽
57 57화 설공찬전(14) 16.01.15 417 3 7쪽
56 56화 설공찬전(13) 16.01.14 328 3 7쪽
55 55화 설공찬전(12) +2 16.01.13 483 5 7쪽
54 54화 설공찬전(11) 16.01.12 492 4 7쪽
53 53화 설공찬전(10) 16.01.11 487 7 8쪽
52 52화 설공찬전(9) 16.01.10 435 4 7쪽
51 51화 설공찬전(8) 16.01.08 504 5 8쪽
50 50화 설공찬전(7) 16.01.06 439 4 8쪽
49 49화 설공찬전(6) 16.01.04 520 5 7쪽
48 48화 설공찬전(5) 16.01.03 403 4 8쪽
47 47화 설공찬전(4) 16.01.01 353 3 10쪽
46 46화 설공찬전(3) 15.12.29 459 3 9쪽
45 45화 설공찬전(2) +2 15.12.28 487 4 9쪽
44 44화 설공찬전(1) 15.12.27 551 6 9쪽
43 43화 남염부주지(10) 15.12.25 547 5 8쪽
42 42화 남염부주지(9) 15.12.23 319 5 8쪽
41 41화 남염부주지(8) 15.12.22 548 7 10쪽
» 40화 남염부주지(7) 15.12.20 378 4 8쪽
39 39화 남염부주지(6) 15.12.18 372 6 9쪽
38 38화 남염부주지(5) 15.12.16 433 5 7쪽
37 37화 남염부주지(4) 15.12.14 402 5 8쪽
36 36화 남염부주지(3) 15.12.12 278 5 7쪽
35 35화 남염부주지(2) 15.12.11 527 5 8쪽
34 34화 남염부주지(1) 15.12.11 613 7 7쪽
33 33화 호질(2) 15.12.09 516 8 8쪽
32 32화 호질(1) 15.12.07 621 7 7쪽
31 31화 만복사저포기(26) 15.12.06 579 8 7쪽
30 30화 만복사저포기(25) 15.12.04 62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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