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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415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10.17 00:00
조회
112
추천
7
글자
9쪽

남자

DUMMY

그가 가진 여러 채의 집 중 가장 높은 층에 있는 집.

그곳에서 보는 야경은 각별하다고 초대한 모두가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거리 속에 이제 진짜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그를 말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에게 묘한 씁쓸함을 가져왔다.


“···.”


그는 채워지지 않는 기아에 시달리고 있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마셔도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 끊임없는 기아에 그는 지쳐버렸다.


그의 기아가 시작된 것은 언제였을까.


꽤 어렸던 시절.

그는 이렇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그때는 촉각은 느낄 수 있을 때라 다양한 사물의 질감을 느끼는 것이 좋았다.

돌멩이도, 풀도, 나무도.

그 촉각은 어른이 된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런 것을 만지고 있는 도중 다치거나 상처 입는 경우가 많아 좀체 밖으로 내보내 주지 않았다.


그의 몸은 열을 제대로 발산하질 못한다.

그래서 감기라도 걸리게 되면 그야말로 비상사태였다.

병원에서 퇴원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몇 주고 꼼짝없이 입원해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유년기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그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돈의 힘이 컸다.

만약 어지간한 집에서 자랐다면 그의 병원비로 가정이 파탄 났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는 자주 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것뿐이었다.

CIPA 중에서는 선천적, 후천적 지적장애가 많다고 하는데

그는 요행히 좋은 지능을 타고 난 모양이다.

글도 3살 때 완벽하게 읽을 줄 알게 되었다.

다만, 책장을 넘기는 것이 너무 어려워 옆에서 보모가 도와줘야만 했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덕분에 어느 정도 자신의 몸을 제어하게 되었을 무렵부터 겨우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것이 중학생 때였다.


저택 바깥의 생활은 생각한 것만큼 설레진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최대한 맞춰주려 노력하던 저택의 사용인들과 달리

사람들이란 것은 참 제멋대로였다.

제멋대로 그에게 뭔가를 기대해서 다가왔다가,

제멋대로 실망해 떨어져 나갔다.

뭔가 투덜투덜 이야기했지만. 그에게는 전혀 이해 가지 않는 감정들뿐이었다.


중학교 때는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뒤집어엎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그에게 닿거나, 시비 걸거나, 귀찮게 굴면 주위의 물건을 던졌다.

어릴 때부터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세뇌를 당해왔기 때문에 맨몸으로 치고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상외의 것에서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도련님.”


그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해서 주절주절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이런 식으로 하시면 상대가 아프다고 하지 않았느냐,

도련님이 싫은 기분이 싫은 만큼 다른 사람도 아픈 것을 싫어한다.


“걔가 먼저 귀찮게 했는걸?”


처음에 멋도 모르고 그렇게 대꾸했다가 더 긴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신체의 아픔이란 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지만, 할아범의 잔소리보다는 덜 괴로울 것이다.

사실 처벌이고 뭐고 다 모르겠고 할아범의 잔소리가 귀찮아서 가능하면 참기로 했다.


어차피 저질러 놓은 사고가 몇 가지 있기에 더는 그를 건드리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그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게 얼마나 편안하고 행복한 일인지.


보모 없이 서재에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게 된 그는 다양한 책을 섭렵했다.

소설부터 전문서적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은 뭐든 다 읽었다.

그리고 그 안에 해부학책이 하나 섞여 있었다.


책에 흥미가 없는 부친이 아무거나 갖다 놓은 책 사이에 딱 하나 섞여 있던 그 책.

그 책은 몹시도 흥미로웠다.


생물이라는 것의 내부를 드러내 보여주며 그 부분에 대한 명칭도 알려주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그 책에 푹 빠져버렸다.


그래서 실험했다.

그가 다섯 살 때부터 키우기 시작한 개에게.

꽤 덩치가 있는 개라 여차하면 다칠 것 같아 고민하다가 하굣길에 약국에 들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도록 이야기한 후 혼자 약국에 들어갔다.

그리고 쥐약을 하나 샀다.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약사에게 그는 웃으며 답했다.


“아, 집이 좀 가난해서요. 쥐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네요.”


약사는 약을 주며 쥐가 약을 잘 먹게 하려면 어떻게 섞어줘야 하는지도 설명해주었다.

약사의 설명대로 1주일 동안 쥐약 없이 간식 캔을 하나씩 꺼내주었다.

그의 속셈도 모르고 신나서 간식을 먹어치우는 개를 보니 우습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리고 8일째 되는 날, 간식 캔에 쥐약을 섞어주었다.


하얀 거품을 물고 헉헉거리는 개를 보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개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그 날 처음 알았다.

그가 단 한 번도 흘려본 적 없는 눈물은 흥미로웠다.

그 동공의 움직임도.


마지막에 동공이 완전히 풀려버린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생명이 빠져나가는 그 순간을 붙잡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그때 그는 황홀함까지 느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의 살인 충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개를 죽인 것이 왜 살인 충동의 시작인지 물어보는 이가 분명 있으리라.

대답은 간단했다.

그에게 있어 개도 사람도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그저 개보다 조금 똑똑하고 귀찮은 것이 사람일 뿐.


그는 다양한 궁금증을 실험해 왔다.

처음에는 해부학적인 궁금증이었다.

실제로 책에 실려있는 것과 같은 위치에 장기가 있을까?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꾸준히 동물로 실험했다.

수의학이 공부하고 싶다는 핑계로 책도 샀다.

대략적인 위치는 모두 같았지만 그래도 정작 갈라보면 미묘하게 달랐다.

그 차이를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흥미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교 때가 되자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그의 흥미가 사람으로 흘러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의 부모가 사람을 붙여

단단히 교육했기 때문에 쉬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렇게 그는 2년을 무료함 속에서 지내야만 했다.


그런 그의 충동이 고3 때의 사건으로 방향을 잡았다.

사건을 일으키는 게 문제인 게 아니다.

그 사건을 제대로 뒤처리하지 못 하는 게 문제인 것이다.


그는 그 후부터 범죄학을 공부했다.

법의학, 법학, 경찰의 구조, 검찰의 구조, 역사상 있었던 다양한 연쇄살인 및 범죄들.


그렇게 그는 3년을 준비했고,

대학교 3학년 때 첫 살인을 저질렀다.

상대는 자신의 과 후배 중 하나였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계기로 그 아이에게 흥미를 느꼈다.

아니, 사실 그 이전부터 있던 의문이 그 아이를 통해 폭발했다.

재미있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그렇게 해부학책과 실제 사람의 구조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해 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다음으로 궁금해진 것은 살해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칼로 간을 찌르면 어떻게 될까.

물에 젖은 이를 감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면제를 몇 알이나 먹으면 사람이 인사불성이 되는 걸까.

총으로 어디를 쏘면 즉사하고, 어디를 쏘면 즉사하지 않고 살아남게 될까.


그 외에도 수많은 궁금증을 해소했다.

재밌었다.

책을 보며 다양한 살해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다음으로 궁금해진 것이 사람의 감정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타인의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살인을 저질렀다.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이에게 기회를 준다면 어떤 감정을 품을 것인가.

있으나 없으나 한 가족이라고 욕하면서도 그 가족이 실제로 자신 때문에 죽는다면 어떤 감정을 품을 것인가.

질투와 애욕이 뒤섞인 관계란 어떤 것일까.

죽음마저도 불사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웃 간의 분란이라는 아주 작은 것 때문에 사람이 죽게 되면 어떤 감정을 품을까.

자신을 망가뜨려 버린 원인을 제거할 기회를 준다면 사람은 어떻게 하는 걸까.

소위 쓰레기라 불리는 사람은 소위 성실하다고 평가받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죽었을 때 어떤 감정을 가질 것인가.


그리고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왔다.

하지만.


“모르겠다···.”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많은 대답을 들었지만, 단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해소되었다고 생각한 질문이 단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음을 알고 말았다.


그는 진심으로 알고 싶어졌다.

지금 머릿속에서 맴도는 이 궁금증은 자신을 채워줄 수 있을까.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궁금증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8 힘찬연어
    작성일
    19.10.17 01:01
    No. 1

    마지막 궁금증이라... 어떤거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다음화 기대하겠습니다 작가님! 그나저나 이제 슬슬 끝이 보이는 것 같아서 뭔가 섭섭하네요ㅜ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17 01:03
    No. 2

    저도 너무 섭섭합니다..ㅠㅠ
    하지만 박수칠 때 떠날 줄 아는 이가 되고 싶은 마음에..ㅎㅎ
    차기작은 로맨스 판타지로 준비중입니다.
    부디 그 작품도 play님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오늘도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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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쓰레기라 불리는 남자 +2 19.10.08 125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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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 날의 기억 +6 19.10.03 145 9 7쪽
31 SAW(Sulfuric Acid Wet) +10 19.10.02 153 10 14쪽
30 러브라인 강제연결게임 ~ 일렉트릭 시그널 ~ +7 19.10.01 176 10 7쪽
29 선물연가 +2 19.09.30 161 8 8쪽
28 그 팬이 알고 싶다 +4 19.09.29 162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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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족 +15 19.09.07 958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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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속삭임 +9 19.09.05 1,162 25 8쪽
4 묘한 형 +13 19.09.04 1,071 24 8쪽
3 그 소년의 이유 +13 19.09.03 1,165 29 9쪽
2 학교가 싫은 소년 +17 19.09.02 1,527 3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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