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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389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09.19 00:05
조회
326
추천
10
글자
8쪽

그의 세 가지 단점

DUMMY

“왔어요?”


생글생글 웃는 그를 보자 미라도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의 앞에는 컵이 두 개 놓여있었다.

그가 자주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미라가 자주 마시는 핫밀크티.

마치 미라가 도착하는 시간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딱 마시기 좋게 식어 있었다.


“와, 고마워요. 늦어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원래 여성들은 그렇다면서요?”


생글생글.

어쩜 저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을까.

여자들보다 더 예쁘게 웃는 것 같다.


그의 미소에 주체가 되지 않는 심장을 꾹 누르며 미라는 의자에 앉았다.


“영화 시간보다 넉넉하게 만나기로 해서 다행이에요. 안 그랬으면 아직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왜요?”

“그야···.”


예쁘게 보이고 싶으니까요.

라고 이야기하려던 미라가 순간 멈칫했다.

그의 눈동자가 묘한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미라의 대답 하나하나를 눈으로 확인하고 훑겠다는 것처럼.


가끔 그는 이런 눈빛을 하곤 했다.

무언가 질문을 던져놓은 후 미라를 관찰하곤 했다.

그 눈빛은 어쩐지 뱀 같기도 하고 별 같기도 했다.


이미지가 전혀 다른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생각에 잠겨 그를 바라보는 미라에게 그가 대답을 재촉했다.


“왜 아직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 음···. 그냥요.”


미라는 어쩐지 대답하기가 꺼려져 얼버무렸다.

그러자 그는 흥미를 잃은 듯 빨대를 물었다.


“오늘 영화 뭐 보기로 했었죠?”


이미 알고 있다.

최근 각광받는 멜로 영화 <우리가 걷던 그 밤>.

다양한 야경과 한 커플의 심리 묘사가 어우러져 호평인 영화였다.

알면서도 굳이 물어본 것은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기도 했고, 침묵이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걷던 그 밤, 이라는 영화에요.”


그의 입에서 영화의 관람평을 축약해놓은 듯한 이야기가 주절주절 흘러나왔다.

요즘 말하는 소위 ‘설명충’이라는 것일까.


미라가 그와 사귀게 된 후로 소위 깨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깨는 모습 하나.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과시하기 좋아했다.

주절주절 떠드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2시간이 훌쩍 지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아, 이야기를 많이 했더니 목이 마르네요. 잠깐 기다려 줄래요?”


라고 하더니 새로운 음료를 시키러 갔다 오기도 했었다.

물론, 그 뒤로 1시간 정도 더 떠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적당한 때에 끊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

영화는커녕 밥도 못 먹을지도 모른다.

미라는 남은 밀크티를 빠르게 흘려넘겼다.


“곧 영화 시작하겠어요. 우리 이제 갈까요?”


잔을 내려놓고 말하는 미라를 보던 그가


“그러게요.”


라고 말하며 남은 커피를 털어 마셨다.

그리고 두 개의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사귄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그는 한 번도 미라에게 잡일을 시킨 적이 없었다.

음식이나 음료를 가지고 오고 그릇을 정리하는 것이라던가,

문을 여는 것이라던가,

하다못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까지도 모두 그가 해 주었다.

매너가 몸에 밴 남자다.

그 부분은 미라의 이미지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다소 깨는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심장이 뛴다.

물론, 가장 큰 요소는 저 얼굴이지만.


“갈까요?”


그가 미라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마치 쥐면 깨지는 유리잔을 다루는 것처럼 섬세한 손길.

미라는 소중히 다뤄지는 느낌이 좋아서 그의 스킨쉽을 좋아했다.


“가요.”


미라가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다소 차갑지만 크고 듬직하다.

이 남자와 결혼한다면 결혼생활이 얼마나 행복할까.


아, 저 설명충 같은 행동들은 그만두게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연인의 엇갈림과 야경을 오버랩하여 묘한 감정을 건드려 온다.

근래 본 것 중에서는 제일 재미있었다.


그렇게 그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감정의 흔들림 말인가요?”


깨는 모습 둘.

그는 미라의 감정에 동조해줄 줄을 몰랐다.

미라가 어떤 감정에 대해 토로하면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원래 남자들이 그런 쪽으로 둔하다고는 하지만···.


“음, 그러니까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왠지 가슴이 이렇게 꽉 조이면서 안타까워지잖아요.”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려 해보지만, 그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라는 결국 설명을 포기해야만 했다.


“음, 영화도 봤으니까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제가 좋은 곳 예약해 놨어요.”


그가 더 물어보기 전에 재빨리 말을 끊는다.

저번에 그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주려다 1시간 30분을 거리에서 허비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다.

그는 뭔가 찜찜한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음···.”

“아, 배고파! 얼른 가요, 우리~.”


그는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미라가 등을 떠밀자 군말 없이 발을 옮겼다.

이래저래 말은 많지만 결국 미라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준다.

그 모습 또한 미라를 설레게 하는 모습 중 하나였다.


미리 검색해둔 파스타 집은 영화관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를 떠밀면서 걸은 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파스타 집 앞에 도착하자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문을 열었다.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은은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분위기 갑이라더니 비싼 값은 하는 것 같다.

들어서자마자 분위기 있는 조명에 클래식 음악이라니.

미라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점원이 맞이하러 오는 것을 기다렸다.


“어서 오세요. 예약하신 이름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아, 진미라로 했는데요.”


진미라 님, 하고 되뇌던 점원이 이내 밝은 미소를 띄웠다.


“아, 진미라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하나하나의 테이블이 모두 룸으로 되어있다.

미라가 예약한 룸은 가장 구석에 있는 룸으로, 가장 인기 있는 방 중 하나였다.

어제 우연찮게 예약이 비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기뻤던지.

비싼 음식값에도 냉큼 예약해버렸다.


어차피 그가 계산할 것이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긴 했다.

데이트를 시작한 후부터 단 한 번도 그는 미라에게 돈을 내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 분위기 좋죠?”

“분위기···. 음, 네.”


조금 고민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대답이 흘러나왔다.

나름대로 미라를 이해해주려 노력하는 모습인 것 같아 그것조차도 귀여웠다.


“음식은 예약한 대로 부탁드려요.”


이 가게를 고른 것은 분위기가 좋은 것도 있지만, 오늘이야말로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와, 기대되네요.”


생글생글 웃는 그의 모습에 미라는 긴장된 얼굴로 웃었다.

쟁반 두 개를 받쳐 들고 오는 점원의 모습에 긴장이 최고조를 달리기 시작한다.

웃는 얼굴에 파르르 경련이 일어난다.


“여기 진짜 맛있대요.”

“그래요?”


딱 보기에도 먹음직한 해산물 로제 파스타와 카르보나라.

인터넷의 평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맛집이라고 했다.

과연, 어떨까.


미라는 포크를 입으로 가져가는 그의 움직임을 긴장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음, 맛있네요.”


거짓말.

이번에도 틀렸나.

미라의 얼굴에 실망이 달린다.


그의 깨는 모습 마지막 세 번째.

그는 이상할 정도로 음식에 흥미가 없었다.


먹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맛있다고 표현하지를 않는다.

아니, 맛있다고는 하지만 영혼이 없다.

지금도 입에 넣자마자 맛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먹을 것에 예민한 미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가리는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미라가 먹자는 건 다 따라와 준다.

맛있다고 말도 해준다.

하지만···.


가끔은 그가 행복해하는 얼굴도 보고 싶다.


의아한 듯 자신을 쳐다보는 그를 바라보며 미라는 어설프게 웃었다.

이번엔 안 되겠다.

미라는 아쉬움을 가득 담은 채 포크를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46 밤비부
    작성일
    19.09.21 16:31
    No. 1

    아냐. 원래 여자들은 다 늦는다니. 그건 편견이야. 얼빠인 미라가 꾸민다고 시간 소모하다가 늦은 거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6 밤비부
    작성일
    19.09.21 16:32
    No. 2

    살인마한테 자뻑기질+수다쟁이 기질이 있었구나. ㄷㄷㄷ 살인마의 새로운 모습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6 밤비부
    작성일
    19.09.21 16:34
    No. 3

    살인마는 감각이 무딘 듯, 대신에 살인에서 얻는 희열만이 그를 살아 숨쉬게 하는 거지. 원래 감각 하나 없으면 나머지가 보상작용으로 강화가 되니까 그런 느낌인 듯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09.21 16:40
    No. 4

    헛....(침묵)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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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 날의 기억 +6 19.10.03 144 9 7쪽
31 SAW(Sulfuric Acid Wet) +10 19.10.02 152 10 14쪽
30 러브라인 강제연결게임 ~ 일렉트릭 시그널 ~ +7 19.10.01 176 10 7쪽
29 선물연가 +2 19.09.30 160 8 8쪽
28 그 팬이 알고 싶다 +4 19.09.29 161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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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가족? +13 19.09.08 852 25 7쪽
7 가족 +15 19.09.07 958 27 7쪽
6 달무지개가 뜬 새벽 +20 19.09.06 1,004 28 16쪽
5 속삭임 +9 19.09.05 1,161 25 8쪽
4 묘한 형 +13 19.09.04 1,070 24 8쪽
3 그 소년의 이유 +13 19.09.03 1,164 29 9쪽
2 학교가 싫은 소년 +17 19.09.02 1,526 32 8쪽
1 프롤로그 +16 19.09.01 2,023 3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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