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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410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10.04 00:05
조회
125
추천
8
글자
7쪽

두혁의 하루

DUMMY

“어따, 죽겠다.”


두혁은 입을 쩍 벌리며 크게 하품을 했다.

목이 다 늘어난 러닝셔츠.

앞이 누렇게 변색된 트렁크 팬티.

몸이 간지러운지 온몸을 긁으면서도 씻지는 않는다.

평일 낮이지만 일을 나갈 생각은 없는 것인지 앞에는 술병 두어 병이 굴러다닌다.

온몸에서 풀풀 풍기는 술 냄새가 역겹다.


“후.”


있는 것이라고는 벽에 걸린 작은 TV와 소주 열댓 병이나 겨우 들어갈까 싶은 작은 냉장고뿐.

화장실도 딸려 있기는 하지만 들어가서 샤워나 겨우 할 수 있을까 한 작은 크기다.

게다가 거구의 두혁이 대자로 뻗어 누우면 꽉 차버릴 것 같은 작은 방.

그것이 두혁의 보금자리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성에 차지는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방을 구할 당시의 두혁에게 돈이 거의 없었던 것을.


그도 그럴 것이다.

두혁은 바로 몇 달 전에 교도소를 출소했기 때문이다.

죄목은 미성년자 강간치상.

벌써 두 번째 같은 죄목으로 교도소를 갔다 오는 참이다.


빌어먹을 년.

지도 좋았으면서 왜 신고를 하고 지랄이야.

그 년을 떠올리자 분노와 함께 묘한 흥분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고 하얗고 보들보들한 살갗이 떠오르자 저절로 입이 쩝쩝하고 입맛을 다신다.


고년은 참으로 맛났다.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인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보들보들한 살갗.

두혁을 쏘아보던 그 눈빛.

가느다란 허리.


그 촉감만 떠올리면 아직도 힘이 불끈 솟을 정도로 황홀해진다.


“에이, 망할 년.”


두고두고 예뻐해 주려던 그 년이 경찰에 두혁을 신고했을 때는 정말로 충격을 받았다.

솔직하게 인정한다.

처음에는 다소 강제적이긴 했다.


한 달.

야간 일에 찌들어있으면서도 자그마치 한 달 동안이나 그 년을 지켜봤다.

귀가한 후 저녁을 먹고 학원을 갔다가 다시 귀가.

그 길에서 그 년만 쏙 빼 올 방법을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한 달 만에 그 년의 이동범위 중 유일하게 CCTV가 없는 낡은 건물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옛날에는 학원이었던 듯한 건물은 거의 폐허가 되어있었지만,

관리인이 창고 겸 관리인 실로 쓰던 방에는 매트리스까지 있었다.


여기다.

두혁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사타구니를 꾹 눌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노리고 있던 그 년을 학원에 가는 길에 쏙 빼서 데리고 왔다.


“이, 이러지 마세요.”


귀가 후 갈아입은 사복이 두혁의 입맛을 돋웠다.

짧은 바지 아래로 드러난 새하얀 허벅지가 아직 앳된 티는 나지만,

그 앳된 모습이 좋았다.


처음엔 강제로 데려왔지만, 틀림없이 그 년도 즐겼다.

중간부터 전혀 저항하지 않았던 것이 그 증거다.

재판정에서도 그렇게 주장했다.


그 날 두혁은 술을 마셨고, 그 년이 두혁을 유혹했다고.

처음에는 싫은 척 튕겼지만, 나중에는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고.


재판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로 두혁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증거가 없는데.


그 길에 있는 CCTV는 꽤 오래전부터 고장 나 있었다.

두혁이 그 년을 지켜보다가 자주 음료수를 사러 가는 슈퍼 사장이

얼마 전 도둑이 들었는데 CCTV가 고장 나 잡지 못했다며 분해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두혁이 억지로 그 년을 끌고 갔는지,

아니면 정말로 그 년이 두혁을 유혹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술은 좋은 핑곗거리다.

두혁은 일부러 몸에 술 냄새가 나도록 잔뜩 술을 뿌렸다.

입에서도 냄새가 나게 하려고 다소 마시긴 했지만 많이 마시진 않았다.


당연하다.

이제부터 즐겨야 하는데 그런 아까운 짓을 할 리가 있겠는가.

술을 먹으면 감각이 둔해져 버리는데.


하지만 아쉽게도 2번째 같은 죄목으로 기소되었기 때문에,

즉 재범이었기 때문에 참작하고도 10년이 넘는 형을 받았다.

그렇게 그 년하고도 멀리 떨어지게 되어버렸다.


교도소 생활은 두 번째지만, 처음 이상으로 거지 같았다.

좁은 방안에 사내새끼들끼리 모여앉아서 하는 이야기라곤 자기들이 사회에서 했다는 각종 범죄 이야기들뿐.

그나마도 대다수는 허세다.


두혁과 10년간 복역하면서 같이 방을 쓴 놈들은 두 손으로는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다.

두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다른 놈들은 들락날락했으니.

하나같이 또라이라기엔 좀 모자란 놈들이었다.

허세로 누굴 담궜니 어쨌니 하지만 소문으로는 그냥 양아치 새끼들이었다.

멍청한 놈들.

두혁은 남몰래 그들을 비웃곤 했다.


10년의 세월 동안 교도소에 있는 동안 교도소 생활도 점점 더 편해졌다.

예전에는 좁은 방안에 여럿을 쑤셔 넣어놓아서 칼잠을 자야만 했지만, 최근에는 그래도 잠자리는 나름 편해졌다.

밥도 꽤 맛이 괜찮아져서 콩밥을 먹는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게다가 자그마치 출역을 하면 돈을 준다.

모아둔 돈도 거의 없는 두혁에게 그 돈푼은 꽤 소중했다.

영치금을 모아봤자 쓸 데도 별로 없긴 했지만 그래도 10년 후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나가서 당장 잘 곳은 구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다.


출소하자 손에 쥐어진 것은 10여 년 동안 모은 돈 600만 원.

분명 더 받았던 것 같은데 세면도구나 수건이나 의복 따위로 꽤 써버렸다.

어쨌든 남은 돈으로 서울로 돌아와 겨우 방을 구하고 먹고 살 단도리를 쳤다.

할 줄 아는 건 몸 쓰는 일밖에 없어 막노동판을 전전하기로 했다.

그렇게 지낸 시간이 약 다섯 달.


그동안 모을 만큼은 모은 두혁은 어제부로 일을 쉬기로 했다.

딱히 나갈 돈도 없고 술값, 담뱃값이나 좀 나가고 아침저녁은 대충 근처 국밥집에서 4천 원으로 때웠기 때문에 다섯 달 일하고 모은 돈이 약 천만 원이었다.

이정도면 최소한 일곱 달은 놀 수 있다.

그런 계산이었다.


어제 일을 그만두자마자 술을 퍼부었다.

오래간만에 뜯는 치킨은 맛도 좋았다.

고된 노동에 지쳤는지 술 한 병에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남은 치킨으로 아침에 2차를 달린 참이었다.


아침부터 부어라 마셔라 했더니 기분이 알딸딸하다.

그러자 문득 여자 생각이 났다.

자연히 손이 사타구니를 향한다.


“아, 그 년 다시 먹고 싶다!”


눈앞에서 그 년의 넋 나간 얼굴이 아른거린다.

빌어먹을 년.

얼마나 좋은지 눈 풀린 것 봐라.


군침이 꿀꺽 흐른다.

저 피부에 혀를 대면 그 어떤 감미보다 달콤할 터였다.

두혁은 눈을 감고 허공에 혀를 날름댔다.


술기운 때문일까.

혀가 달았다.


안 되겠다.

큭큭, 거리며 그 날의 그 년을 떠올리던 두혁은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바지를 껴입었다.

빨래를 안 한 지 꽤 돼서 냄새가 나긴 하지만 아직은 입을 만하다.


새로운 사냥이다.

두혁의 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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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38 힘찬연어
    작성일
    19.10.04 00:13
    No. 1

    저런놈은 그냥 그곳을 없애버려야 합니다. 솔직히 성폭력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해요!

    보고있자니 너무 화가 나네요. 마지막화를 기대하겠습니다 작가님! 항상 좋은글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04 00:15
    No. 2

    정말 나쁜 놈입니다!!!ㅜ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차르르
    작성일
    19.10.04 01:22
    No. 3

    어우 밤에 읽으니 오싹한데 오늘은 징그럽기까지 하군요 잘 보고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04 07:36
    No. 4

    ㅜㅜ 쓴 저도 짜증이 나는데..... 흑흑...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르르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망치단장
    작성일
    19.10.17 07:18
    No. 5

    ㅜ ㅜ
    요즘 세상이면 법정에서 저런 소리 먹힐 리가...곰탕집 사건만 봐도!!

    두혁이 거세를 거세게 시켜야 합니다

    저런 놈은 참교육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17 08:12
    No. 6

    술만 먹으면 감형되던 예전..ㅜ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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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청소년기 +5 19.10.15 102 5 9쪽
43 유년시절 +7 19.10.14 120 7 8쪽
42 +6 19.10.13 102 6 7쪽
41 기나긴 밤 +4 19.10.12 95 5 14쪽
40 사채의 이유 +4 19.10.11 103 6 9쪽
39 8살의 하루 +4 19.10.10 114 7 8쪽
38 성실한 사채업자 +2 19.10.09 112 7 8쪽
37 쓰레기라 불리는 남자 +2 19.10.08 125 7 7쪽
36 수확 +7 19.10.07 137 6 15쪽
35 사냥 전야 +4 19.10.06 130 7 7쪽
34 사냥 준비 +4 19.10.05 120 10 7쪽
» 두혁의 하루 +6 19.10.04 126 8 7쪽
32 그 날의 기억 +6 19.10.03 145 9 7쪽
31 SAW(Sulfuric Acid Wet) +10 19.10.02 152 10 14쪽
30 러브라인 강제연결게임 ~ 일렉트릭 시그널 ~ +7 19.10.01 176 10 7쪽
29 선물연가 +2 19.09.30 161 8 8쪽
28 그 팬이 알고 싶다 +4 19.09.29 162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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