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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390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09.04 00:02
조회
1,070
추천
24
글자
8쪽

묘한 형

DUMMY

소년은 울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흠씬 두들겨 맞은 듯 꼴이 말이 아니다.

부끄럽지도 않은지 울면서 대낮의 거리를 걷는 소년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새하얀 손수건을 건네는 하얀 손가락.

그러나 그 하얀 손가락은 묘하게 울퉁불퉁했다.

칼에 베인 것 같은 흉터도 여럿.


손을 따라 시선이 위로 타고 올라간다.

새하얀 팔목을 지나 진한 아이보리색 가디건을 지나 더 위로 향한다.

관능적인 긴 목을 지나 올라가면 엷은 입술과 쭉 뻗은 코가 보인다.

그보다 더 올라가자 엷은 갈색의 눈동자가 보였다.


햇빛을 등지고 있는데도 그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느껴진다.

남자는 눈웃음 지으며 소년의 손에 손수건을 억지로 쥐여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마치 모델 같은 남자다.

소년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잘생겼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눈동자 때문이기도 했다.


그 눈동자는 마치 소년, 아니 어린 아이 같았다.

순진무구하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웠으며 동시에 께름칙했다.

그 눈동자의 뒤에 보이는 그것이 무섭다.


“어디서 구르기라도 한 건가요?”


유려한 목소리.

소년은 문득 자신의 몰골이 부끄러워져 남자에게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아, 아뇨. 그냥 좀···.”


소년은 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를 보고 멎었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 같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고장 나서 멈추지 않게 되어버린 수도꼭지.


“음, 이쪽으로···.”


남자는 소년의 소매 끝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소년을 이끌어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여기 잠깐만 앉아있어요.”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남기고 남자는 돌아섰다.

계산대에 서서 뭔가를 열심히 고르는 모습은 처음 느낌 그대로 어린아이 같았다.

비록 외양은 전혀 아니었지만.


소년은 손수건을 한참 만지작거렸지만 사용하지는 못했다.

왠지 이 손수건을 더럽혀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잠시 뒤 남자는 소년의 앞에 앉았다.


“아직 쓴 건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아이스 초코로 시켰어요.”


남자는 몸을 숙여 소년의 손에서 슥, 자연스럽게 손수건을 빼내더니 넓게 펼쳤다.

멍하니 그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던 소년의 뺨에 하얀 손수건이 닿았다.


“아···.”


상처가 있었는지 뺨에 따끔, 하고 아픔이 달린다.

남자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웃으며 바르게 앉았다.


“왜 울고 있었어요?”

“···.”


소년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남자는 느긋한 얼굴로 소년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진동벨이 울렸다.


“아, 잠시만요.”


남자는 음료를 받아 금세 돌아왔다.

그 사이 소년은 완전히 울음을 그치고 있었다.


“자,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대요.”


남자는 연신 웃는 얼굴이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 것일까.

소년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저기, 제 돈은 제가···.”

“아, 괜찮아요! 그냥 제가 사고 싶을 뿐이니까요.”


남자는 뜨겁지도 않은지 김이 펄펄 나는 커피를 용케도 마시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좀 진정되었어요.”


남자는 소년의 말에 씩 웃었다.

다만, 어째서인지 그 고개가 살짝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졌다니 다행이네요. 왜 그런지 말해줄 수 있어요?”


남자는 이미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소년은 더 이상 몸을 뒤로 빼지는 않았다.

다만 여전히 침묵한 채로 빨대를 입에 물고 있었다.


“학교 폭력인가요?”


남자의 말에 소년의 움직임이 멈춘다.

끼긱, 거리는 소리가 날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든 소년의 눈에 경악이 스민다.

마치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 것 같은 표정.

남자는 여전히 그저 생글생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어, 어떻게···.”


소년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남자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 열었다.


“굴렀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지 않았잖아요. 대답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라는 뜻이겠죠? 그렇다면 그렇게 크게 다칠 일이라곤 누구한테 맞거나 사고를 당하는 정도겠죠. 사고를 당했다면 지금 여기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응급실로 갔을 테고. 뭣보다 지금은 학교 수업시간 아닌가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오후 2시에 돌아다니고 있는 학생이 그리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그렇다면 당신이 다쳤기 때문에 조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겠죠. 하지만 사실 당신의 모습을 보면 선생님이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거나 구급차를 불렀을 테죠. 그게 아니라는 것은 조퇴가 아니라 무단 조퇴라는 뜻이겠고, 그렇게까지 해야 했던 것은 다친 원인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는 것이겠죠. 학교에서 사건이라고 해봐야 결국 학교 폭력밖에 더 있겠습니까?”


남자는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남자를 소년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만만하고 어떻게 보면 오만하게까지 보인다.

담담한 것 같으면서도 자랑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 눈빛은 여전히 반짝인다.

입술은 마르지도 않는지 윤기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묘한 사람이다.


“···맞···아요.”


인정해버리고 나자 의외로 후련했다.

가슴 속에서 간질간질한 것이 올라왔다.

소년은 처음 느껴보는 그 느낌에 가슴을 손으로 꾹 눌렀다.


“아픈가요?”


남자의 물음에 소년은 침묵했다.

이 남자는 지금 진심으로 묻고 있는 것일까?

딱 봐도 아파 보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슴 속의 간질거림을 억눌렀다.


“말해 줘요. 아파요?”


남자의 눈이 이채를 띈다.

붉은빛처럼도 보이고 푸른빛처럼도 보이는 묘한 빛이 눈 속을 스친다.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아파요?”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

소년은 마시던 음료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얼음만 남은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오늘 감사했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가려 하는 소년의 팔을 남자가 낚아챘다.

그 눈에서는 이미 이채는 사라지고 없었다.


“미안해요, 불편했죠? 내가 사정이 있어서 그런 감각을 잘 몰라서 물어본 거예요. 나는 소설가거든요.”


아, 그런가.

그 기묘한 호기심에 다소 께름칙한 기분이 남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이해는 간다.

소년은 그래요, 라고 말하며 남자의 손에서 손목을 빼내려 비틀었다.

그러나 남자는 강한 힘으로 소년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괜찮다면 다음에 또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지금 고등학교 학생들의 생활에 궁금한 게 많아서 그래요.”


그 정도야, 뭐.

다소 기분 나쁜 건 있었지만 남자 덕분에 어느 정도 진정도 되었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통성명이 늦었네요. 내 이름은···.”


딸랑딸랑하는 방울 소리 때문에 이름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소년은 그런데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핸드폰 좀 줄래요?”


남자가 손을 내밀자 소년은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남자는 핸드폰에 번호 하나를 입력하더니 전화를 걸었다.


“이건 내 번호에요. 나중에 인터뷰 하고 싶을 때 연락할게요. 그땐 이런 마실 것 말고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뭐 먹을지 생각해 둬요. 알았죠?”


남자가 생긋 웃고는 소년의 팔을 놓아주었다.

소년은 남자를 뒤로하고 가게를 나섰다.

핸드폰의 번호를 바라보다 새 연락처로 저장하기를 눌렀다.

이름을 듣지 못했던 걸 기억해내어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키패드를 누르기 시작한다.


[묘한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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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쓰레기라 불리는 남자 +2 19.10.08 125 7 7쪽
36 수확 +7 19.10.07 136 6 15쪽
35 사냥 전야 +4 19.10.06 130 7 7쪽
34 사냥 준비 +4 19.10.05 119 10 7쪽
33 두혁의 하루 +6 19.10.04 125 8 7쪽
32 그 날의 기억 +6 19.10.03 144 9 7쪽
31 SAW(Sulfuric Acid Wet) +10 19.10.02 152 10 14쪽
30 러브라인 강제연결게임 ~ 일렉트릭 시그널 ~ +7 19.10.01 176 10 7쪽
29 선물연가 +2 19.09.30 160 8 8쪽
28 그 팬이 알고 싶다 +4 19.09.29 161 11 9쪽
27 오, 나의 남신님! +2 19.09.28 230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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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가족? +13 19.09.08 852 25 7쪽
7 가족 +15 19.09.07 958 27 7쪽
6 달무지개가 뜬 새벽 +20 19.09.06 1,004 28 16쪽
5 속삭임 +9 19.09.05 1,161 25 8쪽
» 묘한 형 +13 19.09.04 1,071 24 8쪽
3 그 소년의 이유 +13 19.09.03 1,164 29 9쪽
2 학교가 싫은 소년 +17 19.09.02 1,526 32 8쪽
1 프롤로그 +16 19.09.01 2,023 3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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