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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401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09.05 00:01
조회
1,161
추천
25
글자
8쪽

속삭임

DUMMY

너덜너덜해져서 돌아온 성현을 본 어머니는 말 그대로 기겁을 했다.


“뭐야, 너 왜 이래!”


너덜거리는 교복 조끼를 벗으며 성현은 다시 한번 줄거리를 떠올렸다.

집에 오는 길에 필사적으로 생각해낸 줄거리는 이랬다.


“아, 그게···. 학교에서 책상 옮기는 걸 돕다가 책상이 나한테 쏟아지는 바람에···.”

“뭐? 그런데 왜 집으로 와? 병원은?”

“내가 그냥 집에 간다고 그랬어···. 겉으로 보기엔 좀 그래도 다친 데는 없어.”


사실은 엄청 아프다.

며칠 전 맞았던 옆구리까지 합쳐서 너무 아프다.

아마 옷을 벗어보면 온몸이 멍 자국으로 가득할 것이다.


“으이구, 조심 좀 하지 그랬어.”


걱정으로 가득한 눈동자에 가슴이 아프다.

왜 이런 거로 어머니를 속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하지만 성현은 단언할 수 있었다.

이 몸을 어머니에게 보일 순 없다.

절대로.


“미안해. 조심할게.”


와이셔츠는 차마 벗지 못하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왔다.

오지랖 넓은 어머니가 문을 막 열고 들어오지 못하게 문부터 잠갔다.


“으···.”


다행히 피는 묻지 않았다.

피가 묻어있었다면 다치지 않았다는 말은 믿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와이셔츠를 벗어 대충 살펴보자 더러워지긴 했어도 찢어지진 않았다.

차라리 찢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교복 핑계로 하루쯤은 결석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피식 웃어버렸다.

하루 결석해서 뭐 한단 말인가.

어차피 그 다음 날은 언제나와 같은 반복일텐데.


멍하니 교복을 바라보던 성현의 정신을 일깨운 것은 문손잡이를 돌리는 소리였다.


“뭐야? 성현아? 왜 문을 잠갔어?”


후다닥 아침에 대충 옷걸이에 걸어뒀던 잠옷을 입는다.

잠금쇠를 풀자마자 어머니가 들어왔다.


“뭔데?”

“아, 아니, 잘못해서 잠갔나 봐. 왜?”

“너 옷 좀 벗어 봐. 등 같은 덴 다쳤는지 아닌지 혼자선 모르잖아.”

“···아니, 친구가 봐줬으니까 괜찮아. 선생님도 봤고.”


성현이 살짝 몸을 움츠린다.

어머니의 표정이 이지러졌다.


“설마···, 너···.”

“···나, 나 뭐.”

“너 혹시 따돌림 같은 거 당하는 거 아니···지?”


언제나 성실하던 아들의 이상한 행동.

아침에는 일어나기 싫어하고 종종 밥을 거르기도 한다.

집을 나서기 전에는 왜인지 꼭 어머니를 잠시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가곤 한다.

방과 후에는 굉장히 지친 얼굴로 돌아온다.

그러고 어머니를 묘한 눈동자로 쳐다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사춘기라서 그런 것일 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저렇게 엉망이 되어 돌아온 성현을 보고 더는 회피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설마 맞은 거··· 아니지?”


어머니의 눈이 눈물로 젖어 든다.

그 눈동자가 성현을 몰아넣는다.

더는 피할 수 없는 그 어딘가로.


“아니, 아닌데.”


성현은 입가를 끌어당겨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 보이는지 성현은 알까.

그 웃음이 얼마나···.


“성현아···. 제발 엄마한테···.”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네. 진짜 아니야, 엄마.”


성현은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어머니를 지나쳐 나가려 하자 어머니가 성현을 막아섰다.

그 눈동자에는 이미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다.


“성현아!”


성현은 그 눈물에 가슴 속 가득히 묵어있던 무언가가 터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오래 발효된 우유가 펑 터지는 것처럼.

썩은 음식을 담아두었던 비닐봉지가 터져버리는 것처럼.


“제발 그만해! 내가, 내가 아니라잖아! 내가 괜찮다잖아! 그냥 그렇게 넘어가 주면 안 돼?”


성현의 눈동자에서도 눈물이 넘쳐 흐른다.

모자는 서로 마주 보며 울었다.

그 가슴속에 있는 감정은 같았다.


자책.

후회.

슬픔.

미안함.


서로 다른 이유로 품은 같은 감정이 마구 흘러넘친다.


“나, 나 좀 나갔다 올게요!”


잠옷을 입은 채로 나가는 성현을 어머니는 막지 못했다.

아니, 막을 수 없었다.


성현은 방을 뛰쳐나갔고 어머니는 방에서 무너져 내렸다.

남은 것은 어머니의 흐느껴 우는 소리뿐이었다.




한참을 달리던 성현이 발을 멈춘 곳은 한 공원이었다.

근처 중학교가 마쳤는지 교복을 입은 작은 아이들이 우글우글 뭉쳐 다니고 있었다.


문득 성현은 중학생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이런 식의 괴롭힘은 당하지 않았다.

괴롭힘당하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마음 맞는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지냈었다.


아니, 중학교 때의 일을 떠올릴 것도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었다.

고작 1년 전의 일인데···.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후···.”


어머니의 눈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내 탓이다.

처음에 이야기했더라면···.

바로 어제 이야기했더라면···.

하지만 이야기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아니겠지···.”


중얼거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흠칫 놀랐다.

파르르 떨리는 손을 모아쥐며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그때였다.

핸드폰이 울린 것은.


“···.”


부르르 떨리는 핸드폰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흔들린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핸드폰을 뒤집자 화면에는 예상외의 인물이 떠 있었다.


[묘한 형]


아까의 남자였다.


“···여보세요···?”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전화를 건 걸까.

조심스러운 성현의 목소리와 다르게 긴장감 없는 목소리가 핸드폰을 통해 울려온다.


-아, 받았네요. 어머니는 괜찮으신가요?


뭐지, 이 남자는.

순간 소름이 확 올라온다.


“무슨 소리···에요?”

-그런 몰골로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집에 들어가면 틀림없이 놀라실 테니까요.


그건 그렇다.

어째선지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성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

-괜찮다면 지금 만날 수 있나요?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요.


달콤한 목소리.

조금 전까지의 상쾌한 목소리가 거짓말인 것처럼 사람을 유혹하는 목소리다.

달콤한 향내로 가득한 끈끈이주걱처럼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목소리.

성현은 자신도 모르게 남자에게 자신이 있는 곳을 이야기했다.


10분이나 지났을까.

남자는 느긋한 걸음걸이로 나타났다.


“아, 안녕하세요.”


밝고 상쾌한 미소.

어딘지 성현의 현실과 동떨어진 그 미소에 성현은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듯 따라 웃었다.


“어머니와는 어떻게 되었나요?”


상냥한 목소리.

아까 카페에서 봤을 때의 그 섬뜩함은 어디로 갔는지 남자의 목소리는 달콤함으로 가득했다.

성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고 있었다.


“···그렇군요···.”


남자는 묘한 눈동자로 성현을 바라보았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무겁다.


“···혹시 성현 군은 그런 생각해 본 적 없나요?”


남자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눈동자는 마치 장난꾸러기처럼 빛나며 웃고 있는데,

목소리만은 비밀 이야기를 하듯 은은하다.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


복수.

당연히 하고 싶다.

하루에 수십 번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생각한다.

놈들을 흠씬 두들겨 패주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놈들을 내려다보며 비웃어주는 상상을.


하지만···.


“상대는 넷인데 저는 혼자니까요···.”


2학년이 되자마자 놈들에게 찍힌 것 때문에 친구도 없다.

친구들이었던 아이들과는 뿔뿔이 흩어져 버려 이미 거의 연락도 하지 않는다.

성현은 학교에서 철저하게 혼자였다···.


“내가 도와줄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은근하던 목소리가 갑자기 확 밝아진다.

핏줄 하나 서지 않은 깨끗한 눈동자가 마치 보석처럼 반짝인다.

마치 연극 같다.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이 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내가 성현 군의 복수를 도와줄게요.”


남자는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그 눈동자가 자신을 믿으라며 유혹한다.

성현은 어머니의 눈물을 떠올렸다.

자신을 괴롭히던 놈들의 얼굴도 떠올렸다.

말리는 척 비웃는 반 아이들의 얼굴도 떠올렸다.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몹시도 아름답고 몹시도 섬뜩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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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러브라인 강제연결게임 ~ 일렉트릭 시그널 ~ +7 19.10.01 176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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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묘한 형 +13 19.09.04 1,071 24 8쪽
3 그 소년의 이유 +13 19.09.03 1,164 29 9쪽
2 학교가 싫은 소년 +17 19.09.02 1,527 32 8쪽
1 프롤로그 +16 19.09.01 2,023 3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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