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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394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10.18 00:02
조회
122
추천
6
글자
7쪽

또 다른 살인마

DUMMY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마가 있다.

경찰이 그야말로 개미 발바닥까지 훑을 정도로 꼼꼼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 주지 않았다.


살해수법은 이렇다.


그는 말하자면 식인을 하는 살인마다.

많은 범죄심리분석관이 그가 먹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고 이야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항상 시체에 이로 뜯어먹은 듯한 자국을 남겨두었다.


살해방법은 항상 박살(撲殺).

요컨대 때려죽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몸에 남은 상흔으로 보아 공중에 줄로 매달아 놓고

마치 샌드백을 두드리듯 때려죽이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혹자는 이 살해방법을 두고 마치 개나 돼지를 잡아먹기 전에 때려죽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수많은 살해방법 중 굳이 박살을 고른 이유는 부드러운 고기를 먹기 위함, 이라는 것이었다.


살인마의 시그니처는 꽤 독특했다.

왠지 모르지만, 살인마는 죽은 이의 옆에 자신의 지문이 찍힌 석고판을 남겨두곤 했다.

지문이라니.

잡히고 싶어 환장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시그니처다.


첫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 처음에는 수사기관 모두가 범인 체포를 낙관했다.

지문을 일부러 남기고 가는 범죄자.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충격! 지문감식 난항!

-지문대조 후에도 범인의 정체는 오리무중

-자신만만하던 경찰청 체면 구겨


매일매일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기사가 올라왔다.

처음에 시체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별 관심이 없던 언론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기사를 썼다.

제대로 된 사실확인도 없이 그저 수사기관을 조롱하기 위한 기사.

그러나 안타깝게도 수사기관은 그에 반박할 수 없었다.


가장 욕을 먹는 것은 물론 서울 서대문경찰서였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서대문경찰서 근처의 한 고급 아파트.

그 흉악함 때문에 사건은 곧바로 서대문경찰서로 이관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범인 체포는 시간문제라고 이야기했었다.


물론 그들을 욕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첫째로, 사건이 워낙 흉악했기 때문에 모두가 즉각적인 피드백을 원했고

둘째로, 멍청한 범인이 자그마치 지문이 남은 줄도 모르고 석고판을 남기고 갔다고 생각했고

셋째로, 최근 부진한 수사실적으로부터 언론의 눈을 돌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렇게 되리라고는 예상치도 못했을 것이다.

설마 시체가 다섯으로 불어날 때까지 범인의 머리카락 한 올 잡아내지 못할 것이라고는.


얼마 전 발견된 다섯 구째의 시신은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 상위 1%에 드는 인종이었다.

그런 이가 고급호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뒤흔들만한 스캔들이다.


수사기관이 눈이 벌게져서 범인 수색에 나선 이유였다.


남자는 거의 몇천이라는 돈을 들여 손에 넣은 수사자료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다섯 구의 시체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현장 사진,

현장 감식 보고서,

부검 보고서.


재미있다.

이정도면 충분하다.

남자는 즐거운 듯 미소지었다.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서재.

그 안에서 남자는 혼자였다.

사용인들은 모두 물려두었다.

이런 자료를 보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일 위험을 무시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저택에 그의 혈육은 이제 없다.

그가 대학생이 되었던 무렵 ‘의문의 사고’로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장례식 때는 정말 난감했다.

눈물이라는 것을 제대로 모르는 그로서는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 하루는 집안에서 두문불출하며 슬픔을 눌러 참는 연기를 연습해야만 했다.


그 뒤에도 할아범만큼은 달라붙어 늘 귀찮게 잔소리를 하곤 했다.

사람의 목숨 따위 파리 목숨과 별다를 바 없지만

어째서인지 남자는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할아범을 건드리진 못했다.

그래서 할아범이 늙어 죽을 때까지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할아범도 이젠 없다.


그의 명령을 무시하고 이곳에 들어올 존재는 이제 없는 것이다.

그는 그 사실에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후.”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보고서 속의 살인마가 잡히지 않는 이유는 짐작이 갔다.

아마 자신이 잡히지 않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신은 애초에 관련된 것 자체를 드러내지 않았고 상대는 수사기관을 놀리고 있을 뿐.


재미있다.

그의 살해수법은 참으로 재미있었다.

마치 살을 파먹은 것처럼 위장한 것이 특히나.


남자는 알고 있었다.

진짜로 식인을 했다면, 생으로 먹었을 리가 없다는 것을.


식인이라는 행위는 꽤 위험성이 짙다.

상대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무슨 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르고,

요즘에는 거의 없긴 하지만, 기생충을 몸 안에 품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인이라는 행위를 하게 될 때는 그 나름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가능성은 있었다.

처음의 시점에서는.

고급 아파트의 대상을 죽이기 위해서는 아마 조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때 상대의 건강상태를 조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 번째 피해자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노숙자.

그것도 집에서 나와 산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노숙자다.

최근에는 노숙자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끽해야 먹을 것, 입을 것 정도다.

병원에 가서 검사할 돈을 받았다면 그 돈으로 술을 사 먹을 인종들이 노숙자들이다.

그런 노숙자의 고기를 생으로 먹었다?

남자는 안이한 수사기관의 생각을 비웃었다.


혹자는 이 살인마를 정신이상자라 부르며,

이런 짓을 저지르는 인간이 그런 것을 신경 쓰겠냐며 반박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살인마는 정신이상자가 아니다.

그랬다면 첫 사건처럼 보안이 엄중한 고급 아파트에서의 살인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물론 가장 최근 사건인 호텔에서의 살인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인 지위가 있어 고급호텔에서 몰라볼 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목격자가 같이 들어선 인물에 대해 성별 외에는 거의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낯선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출입이 가능한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무해하게 보인다는 결론이 나온다.


마치, 남자 자신처럼.


“그럼 어떻게 찾아볼까···.”


주 무대는 서울 서대문구 일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이는 곳은 백련산 일대.


지도를 바라보며 남자는 생각에 잠겼다.


이 살인마를 어떻게 끌어내야 할 것인가.

그의 머릿속이 바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그는, 지금 생애 최고로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99 방객
    작성일
    19.10.18 17:39
    No. 1

    그나마 할아범이라도 살았더라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18 18:24
    No. 2

    어쩌면 지치는 게 더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그는 계속되는 기아에 지쳐버렸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힘찬연어
    작성일
    19.10.18 20:44
    No. 3

    살인마가 할아범을 살려둔 이유가 뭘까요?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게 느껴져서 일까요?

    그리고 또다른 살인마의 정체는 뭔지 궁금해집니다.

    항상 재미있는글 잘 읽고 갑니다 작가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18 21:02
    No. 4

    글세요..
    본인도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누가봐도 \'그거\' 같은 주인공이 왜 할아범만큼은...ㅎㅎ

    오늘도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탈퇴계정]
    작성일
    19.10.19 13:17
    No. 5

    환장했다고 볼 수밖에
    그렇게
    그렇게밖에--형용사 활용형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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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 +4 19.10.19 114 5 7쪽
» 또 다른 살인마 +5 19.10.18 123 6 7쪽
46 남자 +2 19.10.17 112 7 9쪽
45 대학시절 +5 19.10.16 101 6 7쪽
44 청소년기 +5 19.10.15 101 5 9쪽
43 유년시절 +7 19.10.14 119 7 8쪽
42 +6 19.10.13 102 6 7쪽
41 기나긴 밤 +4 19.10.12 95 5 14쪽
40 사채의 이유 +4 19.10.11 103 6 9쪽
39 8살의 하루 +4 19.10.10 114 7 8쪽
38 성실한 사채업자 +2 19.10.09 111 7 8쪽
37 쓰레기라 불리는 남자 +2 19.10.08 125 7 7쪽
36 수확 +7 19.10.07 136 6 15쪽
35 사냥 전야 +4 19.10.06 130 7 7쪽
34 사냥 준비 +4 19.10.05 119 10 7쪽
33 두혁의 하루 +6 19.10.04 125 8 7쪽
32 그 날의 기억 +6 19.10.03 144 9 7쪽
31 SAW(Sulfuric Acid Wet) +10 19.10.02 152 10 14쪽
30 러브라인 강제연결게임 ~ 일렉트릭 시그널 ~ +7 19.10.01 176 10 7쪽
29 선물연가 +2 19.09.30 160 8 8쪽
28 그 팬이 알고 싶다 +4 19.09.29 161 11 9쪽
27 오, 나의 남신님! +2 19.09.28 230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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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방인 +13 19.09.09 773 24 7쪽
8 가족? +13 19.09.08 852 25 7쪽
7 가족 +15 19.09.07 958 27 7쪽
6 달무지개가 뜬 새벽 +20 19.09.06 1,004 28 16쪽
5 속삭임 +9 19.09.05 1,161 25 8쪽
4 묘한 형 +13 19.09.04 1,071 24 8쪽
3 그 소년의 이유 +13 19.09.03 1,164 29 9쪽
2 학교가 싫은 소년 +17 19.09.02 1,526 32 8쪽
1 프롤로그 +16 19.09.01 2,023 3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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