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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373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09.25 00:05
조회
192
추천
13
글자
8쪽

깨갱 깽깽 깨개개갱

DUMMY

큰 소리에 7층에 있는 세 집의 문이 모두 열렸다.

언제나 평온하고 조용한 일상이 계속되었었는데, 얼마 전부터 시끌시끌하다.

빼꼼히 문을 연 701호와 702호의 중년여성 두 명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소리의 근원지는 말숙이었다.


“이런 쌍년아! 내가 어제 뭐랬냐? 니가 시끄럽게 굴 때마다 나도 꽹과리 칠 거랬지?”


사실, 꽹과리의 깨지는 듯한 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건 말숙의 걸걸한 목소리였다.

701호와 702호, 둘 다 그런 말숙을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러세요, 아줌마.”


득남은 언제나의 뻔뻔스러운 얼굴로 곤란하다는 듯 오른뺨을 감싸 쥐었다.

벌써 일주일째.

어찌 된 것이 점심시간만 지나면 말숙이 시끄럽게 구는 통에 7층의 주민들은 신경이 날카로웠다.

아, 물론 득남은 예외였다.


“왜 이래? 이 미친년이! 시치미 작작 떼, 이 년아! 니가 요즘 점심때만 되면 쿵쿵거리면서 뛰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거참 귀 하나는 좋다.

득남은 살짝 입을 삐죽였지만,

절묘하게 입술을 가린 오른손 덕분에 다른 이들에겐 보이지 않았다.


일주일 전부터 득남은 점심 전에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다.

정확히는 탭댄스 구두를 신고 아랫집 식탁 위치 위에서 발걸음 가볍게 뛰어주는 중이다.

그러고 나면 어찌나 속이 시원한지 밥이 더 잘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뛰기 시작한 지 한 5분이나 지나면 뽀르르 아랫집에서 뛰어 올라온다.


처음에는 문을 두드리고 시끄럽게 굴길래 밖으로 나가


“무슨 일이신데 이렇게 소란이세요?”


라고 능글맞게 웃으며 맞이했다.

역시나 저 교양 없는 여자는 탭댄스 구두를 알아보지 못하고

괜스레 득남에게 소리만 질러대곤 했다.


“이 미친놈의 여편네야. 대체 위에서 뭔 짓거리를 하길래 말 뛰는 소리가 나는 건데?”


역시나 촌스러운 여자답게 탭댄스 자체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득남은 생글 웃으며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아니에요. 뭔가 잘못 아신 것 같네요.”


그렇게 닷새.

같은 실랑이의 반복이었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득남은 점점 뻔뻔스러워지고 말숙은 점점 목소리가 걸걸해지고 있었다.

하긴,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니 당연히 목이 쉴 만도 하다.


그러자 엿새째, 즉 어제부턴 아랫집 여자가 수단을 바꿔서 올라왔다.


깨개갱갱 깽개개갱 깨개갱갱 깨개개갱.

귀를 찢는 것처럼 얇은 금속성의 소리.

처음에는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설마 하면서 현관문을 열어봤더니, 거기에는 세상에···.


대체 어디서 구해온 것일까.

말숙은 다 찌그러지고 우그러진 꽹과리 하나를 신명 나게 치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이 미친년아! 니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같이 미친 짓 해주마! 우리 한 번 같이 미쳐보자, 이 쌍년아!”


솔직히 그때 득남은 반사적으로 입을 가린 손안에서 조용히 웃고 있었다.

교양 없다, 무식하다 했지만 세상에나.

누가 봐도 쫓겨날 것이 뻔한 행동 아닌가.

스스로 앞장서서 쫓겨나고자 행동해주다니 감사하기 이를 데 없다.


득남은 재빨리 입가의 미소를 감춘 채 말숙에게 다가갔다.


“여보세요, 아줌마. 그쪽이 왜 이러는진 모르겠지만 우리 집은 아니라니까요? 우리 집은 나랑 우리 바깥양반만 같이 사는데 대체 누가 시끄럽게 굴겠어요?”


말숙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차, 하고 눈가에 새겨진 옅은 웃음기마저 재빨리 거뒀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역시나 네년이 일부러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애도 없는 윗집에서 밤에 물소리며 물건 쿵쿵 떨어지는 소리 날 때 내 알아봤다.”


이런.

실수다.

득남은 재빨리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란이 길어지자 701호 병원장댁 사모님과 702호 변호사댁 사모님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게 무슨 소란이에요···?”


병원장댁 사모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만, 말숙은 막무가내였다.

그 모습에 변호사댁 사모님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여보세요. 여기서 이렇게 소란 피우시면 저희로선 경찰 부를 수밖에 없어요. 무슨 일인인지는 모르지만 두 분이 해결 보셔야죠.”

“안 닥쳐, 이 쌍년들아! 너희 문제 아니면 너넨 빠져!”


걸걸한 말숙의 욕설에 두 중년 여자는 어머, 하고 기막히단 얼굴을 하더니 득남을 보았다.

득남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들어가란 손짓을 하자 그 둘은


“별꼴이야, 정말. 무식한 것도 정도가 있지.”


라고 구시렁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둘이 들어간 것을 보고 득남이 입을 열었다.


“아랫집 사시는 분으로 아는데, 자꾸 올라와서 이러시면 곤란해요. 저희도 이유를 알 수가 없는데 자꾸 와서 이리 행패를 부리시면 어쩌십니까.”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둘은 틀림없이 현관문에 귀를 대고 있거나 인터폰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평온하다는 것은 즉 심심하다는 것.

평소엔 사이좋은 이웃인 척 하하호호 내숭 떨지만 이런 좋은 가십거리를 놓칠 리 없다.

그래서 득남은 애써 기품있는 귀부인의 행세를 계속했다.


“행패? 행패 좋아하시네. 내가 네년 때문에 노이레이? 노이, 제이?”

“노이로제요?”


무식한 여자 같으니.

노이로제도 모르나.

득남은 속으로 혀를 찼다.


“노리로젠지 로이레인지 내 알 바 아니고 여튼 네년 때문에 내가 돌아버리게 생겼는데 어쩌란 말이야? 그럼 네년이 좀 조용히 하던가!”

“하···. 이미 조용히 하고는 있지만,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린아이 달래는 듯한 말투에 말숙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나 더 이야기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말숙은,


“너, 앞으로 니가 시끄럽게 굴 때마다 내가 올라와서 이거 칠 거야. 내일은 오늘보다 더 시끄러울 줄 알아.”


라고 협박과 경고의 말을 남긴 채 내려갔다.


물론 득남은 오늘도 신나게 탭댄스를 췄다.

어제보다 더 힘을 줘서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미친년아, 이제 아주 그냥 말 목장을 세 개쯤 차리겠어, 응?”


아, 오늘 점심때 어제보다 더 심하게 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양손에 탭댄스 구두를 끼고 네발로 신나게 바닥을 치며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아마 두 배로 시끄럽지 않았을까.

득남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말조심하세요, 아줌마.”

“아줌마고 오줌마고 다 필요 없고! 조용히 하라잖아, 이 쌍년아!”


득남은 불쌍한 것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말숙을 내려보았다.

말숙은 독기로 가득 찬 눈으로 득남을 노려보았다.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어머머, 무슨 일 터지는 거 아니야? 라고 701호 병원장댁 사모님이 생각하던 그 순간.

일은 벌어졌다.


“이 썩을 년!”


말숙이 기어코 득남의 머리채를 휘어잡고야 말았다.

항상 말로만 머리채를 다 뽑아버리니 어쩌니 하긴 했지만 실제로 육탄전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꺄아아아아!”


곱게만 자란 득남이 말숙을 어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야말로 득남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병원장댁 사모님과 변호사댁 사모님이 말숙을 억지로 떼어놨을 때 그 손에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한 움큼이나 쥐어져 있었다.


“너 이 쌍년. 한 번만 더 시끄럽게 굴어봐. 이번엔 진짜 대머리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씩씩거리던 말숙이 내려가자 두 중년 여자가 득남을 부축했다.

두 사람은 걱정과 위로의 말을 퍼부었지만 득남에게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저 무식하고 교양 없는 데다가 폭력적이기까지 한 여자!

두고 봐, 내가 가만두나.

득남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38 힘찬연어
    작성일
    19.09.25 00:09
    No. 1

    타당한 이유로 화를 내는 여자를 무시하는 득남씨는 얼마나 교양 있는 사람일까요.

    정말 교양있는 사람의 눈에는 오히려 말숙씨가 더 교양 있어 보일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글 잘보고가요 작가님!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09.25 00:26
    No. 2

    play님! 오늘도 첫 댓글 감사합니다!
    말씨가 교양있고 우아하다고 교양있는게 아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밤에폰볼때
    작성일
    19.09.25 00:17
    No. 3

    득남이 사이코패스였구나 타인의 아픔이 공감이 안가니 너무나 재밌을 수 밖에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09.25 00:29
    No. 4

    물략님께만 살짝 알려드리자면, 득남은 말숙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감정이 말숙의 괴로움을 보고 득남이 즐거워지게 만들고 있지요.
    과연 어떤 감정일지(소근소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망치단장
    작성일
    19.10.01 20:51
    No. 5

    으으 뭔가 상황이 잘 전해져온다 괴로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01 21:31
    No. 6

    으으으으.. 아파트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싫을 상황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itiati..
    작성일
    20.01.09 01:36
    No. 7

    말숙이 항상 쪼르르 오니까 득남이한텐 강화물이 되나봐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20.01.09 01:41
    No. 8

    ㅎㅎㅎ 그럴지도 모릅니다!
    득남씨에겐 말숙씨의 그 반응이 너무 재밌는 거겠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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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SAW(Sulfuric Acid Wet) +10 19.10.02 152 10 14쪽
30 러브라인 강제연결게임 ~ 일렉트릭 시그널 ~ +7 19.10.01 176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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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오, 나의 남신님! +2 19.09.28 228 9 8쪽
26 ⁢⁢⁢——————————————————————————— +6 19.09.27 203 10 15쪽
25 두근두근 +8 19.09.26 185 12 7쪽
» 깨갱 깽깽 깨개개갱 +8 19.09.25 193 13 8쪽
23 쿵쿵쿵쿵 +12 19.09.24 208 11 9쪽
22 둥둥둥둥 +14 19.09.23 250 12 7쪽
21 남자에게 있어 그녀란 +8 19.09.22 27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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