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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393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10.19 00:00
조회
113
추천
5
글자
7쪽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

DUMMY

그의 이름은 송명석.

이름과는 달리 다소 우둔한 면이 있었다.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에 성적에 맞춰 들어가 졸업하고도 3년 동안 백수 생활.

그래도 지금은 나름대로 먹고 살 만큼은 되었다.


그의 직업은 배달원.

소위 말하는 배달대행업체의 직원이었다.

나름대로 성실한 그를 사장이 좋게 봐주어 얼마 전에 정직원이 된 참이었다.


묘하게 가녀린 생김새.

어깨가 좁고 마른 체구.


남자답지 않다면 남자답지 않은 체구다.

하지만 체구가 다소 여성스럽고 유약한 생김새인 것을 제외하면 그는 평범한 편이었다.

그런 그에게 평범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머리카락일 것이다.

그는 탈모를 이유로 머리를 빡빡 밀어버렸다.

거뭇거뭇 남아있는 머리카락의 흔적을 보아 대머리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서 그는 좀체 헬멧을 벗지 않았다.


묘하게 소년 같은 느낌이 남아있는 명석의 민머리를 보고 있자면 동자승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종종 명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낄낄거리곤 했다.


“우리 동자승 출근하셨습니까~?”

“오늘도 시주를 받으러 다녀오시지요~.”


명석은 그런 동료들의 농담에 마주 웃어줄 줄 아는 여유 있는 남자였다.

어쩌면 주눅이 든 건지도 모르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사실 어떤 남잔지 알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가끔 명석은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의 모든 것을 공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지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식인 살인마라고 말이다.




그는 논과 밭이 많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명색이 시였지만, 시다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논, 밭.

그래서 놀잇거리도 적어 아이들은 항상 책을 읽거나 밖에서 뛰어놀곤 했다.


체구가 작아 항상 놀림감이 되던 명석은 밖에서 놀기보단 책을 읽는 것을 선호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세상이 있었다.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

검과 의협이 살아 숨 쉬는 세계.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이 만드는 그들만의 세계.

가슴 먹먹한 감동을 주는 우리네 현실을 그린 세계까지.


그중에서 명석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범죄 수사물이었다.

소위 말하는 추리소설, 말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

강간, 폭력, 사기, 감금, 협박, 납치, 절도.

하지만 그 모든 범죄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것은 바로 살인일 것이다.


살인.

가슴 떨리는 그 단어를 접하면 접할수록 명석은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은 언젠가 분명히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고.


처음에는 책을 탐독하는 것에 만족할 수 있었다.

추리소설에서는 다양한 살해방법이 등장했다.

교살, 폭살, 총살, 타살, 구살, 박살, 격살, 사살, 자살, 육살, 독살, 압살, 역살, 분살, 익살 등.

이 얼마나 매력적인 죽음의 방법인가.

거기에 살해 동기는 또 어떤가.

돈, 명예, 애욕, 증오, 쾌락, 종교, 두려움, 질투, 분노조절 장애, 무차별 등.

이 얼마나 하찮고 어이없으며 재미있는 이유인가.


생명의 소중함을 울부짖는 인간이,

고작 저런 이유로 같은 인간을 죽인다.

그 배덕감이 참을 수 없이 좋았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이미 명석은 그런 추리소설에 질려버렸다.

똑같은 틀 안에서 별다를 것 없는 사건들이 이어지는 소설에 흥미를 잃은 것이다.

그다음에 눈을 돌린 것이 실제 살인사건들이었다.


당시 유명했던 연쇄 살인사건이나 독특한 살인사건에 관한 신문기사를 스크랩했다.

물론, 대놓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다 보고 버리는 신문을 자신이 버리겠다고 자처했다.

원하는 신문기사를 모두 스크랩한 후 신문은 멀쩡한 신문들 사이에 끼워 같이 버렸다.

스크랩한 부분이 어딘지 티가 나지 않도록.


중학교에 올라갈 무렵에는 신문 스크랩에도 질려버렸다.

단편적인 정보밖에 없었고, 그것은 명석의 갈증을 채우기엔 너무 부족했다.

결국, 명석은 사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집에 컴퓨터를 사달라 졸랐다.

당시에의 명석은 책을 많이 읽은 보람이 있는지 제법 성적이 좋았다.

기특한 마음에 이거 사줄까, 저거 사줄까 이야기해도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던 명석이었다.

그래서 부모님도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사주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금액이 컸다.

고민하는 부모님에게 주변에서 앞으로는 컴퓨터 시대라며

성실한 막내아들은 틀림없이 크게 될 거라 부추기자 비싼 돈을 들여 좋은 컴퓨터를 사주었다.


그 이후로 명석은 인터넷에 푹 빠졌다.

범죄사건에 관한 기사는 모조리 수집했다.

밤잠도 제대로 자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학교에서는 거의 잠만 자게 되었다.

처음에는 명석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 믿었던 부모님은 큰 충격을 받았다.


고등학생이 되자 명석의 성적은 그야말로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책도, 공부도 전혀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컴퓨터에만 붙어있었으니까.

그런 명석을 몰아붙이는 부모님을 말려준 것은 할아버지였다.


70이 넘은 나이에 본 막내 손주가 예뻐 어쩔 줄 모르는 할아버지.

병원에 입원해서도 막내 손주가 그리워 어쩔 줄 모르는 할아버지.

죽음이 임박한 순간조차도 막내 손주만 찾던 할아버지.


명석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유효하게 활용할 방법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지문을 수집한다.

그리고 그 수집된 지문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저장되어 있고,

사망신고가 되면 DB에서 정보가 삭제된다.

범죄가 발생하면 저장된 정보와 비교하여 범인을 알아낸다.

그렇다면, 그 정보 자체에 오류를 일으키면?


고등학교 2학년.

이제 곧 명석은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된다.

명석의 입술이 삐죽 솟았다.


다음 날, 명석은 하굣길에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를 한 부 가져왔다.

물론 집에 있던 빨간 인주를 챙겨 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우, 우리 막내···.”


오랜만에 본 할아버지는 더 말라 있었다.

그런데도 명석을 보자 반가운 듯 눈을 반짝이며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 내어 말을 걸었다.

뭔가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명석은 그런 할아버지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힘없이 자신을 향해 뻗어지는 할아버지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꼼꼼히 인주를 발랐다.


가져온 신청서에 할아버지의 손가락을 옆으로 돌려가며 꾹꾹 지문을 찍었다.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다 찍은 후 가만히 결과물을 바라보던 명석이 씩 웃었다.


“고마워요, 할아버지.”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지 못했을 텐데 할아버지는 인자하게 웃어주었다.

명석은 물에 적신 휴지로 꼼꼼하게 할아버지의 손을 닦아냈다.

할아버지 덕분에 제 미래가 밝아졌어요.

명석은 진심으로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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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8 힘찬연어
    작성일
    19.10.19 00:14
    No. 1

    말그대로 정말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군요..

    또 다른 살인마의 정체가 택배기사라니, 당연히 부유계층의 유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아직 저도 상상력이 부족한 모양이네요.

    항상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작가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19 00:21
    No. 2

    play님, 상상해봐주셨다니 너무 가슴 벅찹니다!ㅎㅎ

    항상 좋은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탈퇴계정]
    작성일
    19.10.19 12:54
    No. 3

    살 만큼은
    띄어쓰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19 12:58
    No. 4

    헉, 감사합니다 g1님!
    오랜만에 댓글 남겨주시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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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 +4 19.10.19 114 5 7쪽
47 또 다른 살인마 +5 19.10.18 122 6 7쪽
46 남자 +2 19.10.17 112 7 9쪽
45 대학시절 +5 19.10.16 101 6 7쪽
44 청소년기 +5 19.10.15 101 5 9쪽
43 유년시절 +7 19.10.14 119 7 8쪽
42 +6 19.10.13 102 6 7쪽
41 기나긴 밤 +4 19.10.12 95 5 14쪽
40 사채의 이유 +4 19.10.11 103 6 9쪽
39 8살의 하루 +4 19.10.10 114 7 8쪽
38 성실한 사채업자 +2 19.10.09 111 7 8쪽
37 쓰레기라 불리는 남자 +2 19.10.08 125 7 7쪽
36 수확 +7 19.10.07 136 6 15쪽
35 사냥 전야 +4 19.10.06 130 7 7쪽
34 사냥 준비 +4 19.10.05 119 10 7쪽
33 두혁의 하루 +6 19.10.04 125 8 7쪽
32 그 날의 기억 +6 19.10.03 144 9 7쪽
31 SAW(Sulfuric Acid Wet) +10 19.10.02 152 10 14쪽
30 러브라인 강제연결게임 ~ 일렉트릭 시그널 ~ +7 19.10.01 176 10 7쪽
29 선물연가 +2 19.09.30 160 8 8쪽
28 그 팬이 알고 싶다 +4 19.09.29 161 11 9쪽
27 오, 나의 남신님! +2 19.09.28 230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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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가족? +13 19.09.08 852 25 7쪽
7 가족 +15 19.09.07 958 27 7쪽
6 달무지개가 뜬 새벽 +20 19.09.06 1,004 28 16쪽
5 속삭임 +9 19.09.05 1,161 25 8쪽
4 묘한 형 +13 19.09.04 1,071 24 8쪽
3 그 소년의 이유 +13 19.09.03 1,164 29 9쪽
2 학교가 싫은 소년 +17 19.09.02 1,526 32 8쪽
1 프롤로그 +16 19.09.01 2,023 3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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