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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400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10.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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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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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5쪽

수확

DUMMY

언제쯤 나오려나.

여자, 상희를 기다리는 두혁의 표정이 밝다.

오늘이 바로 D-Day이기 때문이었다.


현재시간 밤 9시 30분.

평소라면 6시에 이미 퇴근했을 상희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상희의 팀 전체가 야근이기 때문이었다.


직장동료 중 그녀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오늘 없다.

어제 점심시간에 그녀와 항상 같이 귀가하던 여성이


“미안해, 상희 씨. 내가 내일 집에 일이 있어서···.”

“괜찮아요! 미리 이야기하셨던 건데요 뭐.”

“그래도 혼자 야근하고 집에 가면 무서울 텐데···. 진짜 미안해. 다음에 내가 맛있는 거라도 꼭 살게.”

“진짜 진짜 괜찮다니까요? 정 그러시면 오늘 커피 한 잔 사주세요!”


라고 이야기하며 상희에게 연신 손을 모아 사죄하는 것을 본 두혁은 씩 미소지었다.

안 그래도 옆에 항상 달라붙어 있던 동료를 어떻게 떼어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하늘이 상희와 두혁의 만남을 돕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오늘의 데이트 장소도 이미 정해두었다.

그녀의 회사 근처에 방치되어있는 흉물스러운 건물이 하나 있다.

재개발이 시작될 거라 해서 공사는 시작했지만,

중간에 이래저래 문제가 생겨 방치된 지 꽤 된 건물이라고 한다.

공사판 인부들이 휴식시간에 쓰던 싸구려 소파 따위도 아직 남아있어 연애하기 딱 좋다.


“흐흐···.”


두혁은 사타구니를 꾹 눌렀다.

두혁의 분신도 이제부터 있을 일이 기대되는 듯 한껏 들떠있었다.


“인마, 내가 오랜만에 포식시켜줄게.”


어둠 속, 건물 뒤에 숨어 상희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두혁의 눈이 반짝인다.

그의 머릿속에서 상희는 이미 두혁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상상 속의 상희는 두혁에게 이야기한다.


“아, 아저씨. 너무 좋아요.”


두혁의 상상 속에서 그녀들은 언제나 두혁과의 연애를 즐긴다.

비록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했었지만, 상관없다.

두혁은 언제든지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그녀가 회사 현관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두혁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상희는 자신의 팀원 다섯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다소 지쳐 보이는 얼굴이 평소의 밝고 활발한 얼굴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두혁은 이제 곧 굶주림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 지으며 혀로 입술을 훑었다.


남자 팀원 하나가 상희를 붙들고 늘어진다.

저 새끼, 예전부터 영 느낌이 껄쩍지근하더라니···.


상희를 관찰한 2주간,

저 남자는 두혁의 심기를 꽤 불편하게 만들었다.

상희에게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보이거나 대놓고 대쉬를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상희는 어설프게 웃으며 거절하곤 했다.


당연하다.

상희는 자신과 연애를 할 여자다.

저런 허여멀건 한 멀대가 아닌, 진짜 남자인 두혁과.


역시나 이번에도 상희는 놈의 제안을 거절하는 듯 고개를 연신 내젓고 있었다.

그래, 그래야지.

오늘은 우리가 첫 데이트를 하는 날인데.

두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남자는 연신 거절하는 상희를 결국 놔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지.

너 같은 놈에게 상희는 너무 아까워.

상희는 나 같은 남자 중의 남자, 상남자랑 어울리지.


상희는 자신을 배웅하는 팀원들을 뒤로한 채 집을 향해 걸었다.

두혁도 상희의 팀원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다소 빙 둘러서 상희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거리는 조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희가 다니는 회사는 오피스 타운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본래 주거지역이었던 곳에 상가 용도로 만들었던 건물을 용도 변경하여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유라면, 재개발 실패로 인해 주변 상가 임대료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었다.

오피스 타운에서 나와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들과의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사실 회사 차량을 이용하면 20분 안에 오피스 타운에 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다.

회사 자체도 이미 10여 년 마케팅 회사의 중견으로 자리 잡아 안정되어 있기도 했다.

심지어 상가의 위치가 회사 사원들 집에서 가까워서, 멀어봤자 걸어서 30분 정도였다.

사장은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고 이사를 강행했다.


상희가 이 회사를 지원한 것도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특히 이렇게 야근이라도 하는 날에 괜히 택시라도 탔다가 험한 꼴 당하느니 걸어 다니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정말 안타깝게도, 그 판단은 말도 안 되는 실수였다.


“흐···ㅂ!?”


상희는 갑자기 자신의 코와 입을 막는 커다란 손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두혁은 상희의 귓가에 비열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걸?”


상희는 자신의 등을 찌르는 날카로운 무언가의 감촉에 몸이 굳어버렸다.

두혁은 상희의 반응이 만족스러운 듯 씩 웃음 지었다.


“그래, 그렇게 조용히 따라와. 걱정하지 마. 죽지는 않을 테니까.”


뭐, 너무 좋아서 천국은 몇 번 볼지도 모르겠지만.

두혁의 누런 이가 어둠 속에서 불길하게 빛났다.




“사, 살려주세요.”


얌전히 두혁을 따라온 상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얼굴을 가리지 않는 범인은 상대를 죽일 생각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는 것이라고.

그래서 상희는 필사적으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러나 두혁은 딱히 상희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당연하다.

자신의 분신과 비비적거리며 좀 놀다 보면 신고할 생각 따위는 깨끗이 사라질 테니까.


“겁먹지 마. 내가 너 죽인대? 그냥 연애 좀 해보자는 거야.”


두혁이 상희의 등에 대고 있던 주머니칼을 상희의 얼굴께로 움직였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예쁘다.

두혁은 상희의 얼굴을 날름 핥았다.


드물게도 상희의 얼굴에서는 화장품 맛이 나지 않았다.

중, 고등학생도 화장을 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여자다.

하지만 두혁은 그것조차도 마음에 들었다.


“흐흐흐···.”


칼이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지나 가슴으로 향한다.

첫 단추에 칼을 밀어 넣으려는 그 순간,

다리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감촉과 함께 두혁은 벌렁 뒤로 쓰러졌다.


“뭐야, 이 씨발!”


다리에 힘이 풀려 움직이질 않는다.

두혁이 당황하는 사이, 이번에는 쥐가 난 것처럼 다리가 당기고 아프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이···.”


상희는 처음에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눈을 감고 있던 탓에 갑자기 사라진 등 뒤의 온기에 당황했다.

눈을 떠도 될까? 도망쳐야 할까? 아니면 가만히 있어야 할까?

그렇게 머리를 굴리는 사이 두혁의 욕설이 들려와 눈을 떴다.


처음에는 두혁의 다리가 기괴하게 꺾여 있어 마치 다리뼈가 빠져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내 다리가 빳빳해지더니 어쩔 줄 몰라 하기 시작했다.


상희는 느꼈다.

지금이 바로 도망칠 때라고.

망설임 없이 도망쳐나가는 상희를 보며 두혁은 절망하고, 분노했다.


“이 씨발! 이 개년아! 당장 돌아오지 못해!”


그런 두혁의 귓가에 어딘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이죠?”


교도소에 들어가 있을 때, 종종 꿈에서 나왔던 목소리.

두혁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했던 그 년.

그 년이다.

두혁의 입가가 당겨 올라갔다.


“해보리?”


두혁의 뒤에 있던 해보리가 두혁의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터벅터벅 걷는 그 발소리조차 두혁의 심장을 뛰게 했다.


“역시 너 해보리구나?”


두혁은 그럼 그렇지, 라는 얼굴로 말했다.

틀림없다.

자신이 그러했듯 해보리도 자신을 그리워했음이 틀림없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이다.

두혁은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에 기뻐했다.


해보리는 그런 두혁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혁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머리를 괴고 두혁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다리는 좀 어떠세요?”


해보리에게 쏠려있던 시선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한다.

거기엔 깜짝 놀랄 정도로 재수 없게 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여자에게 꼬리를 흔드는 것 같은 미소.

동양인 주제에 서양인 흉내를 낸 것 같은 이목구비.

그나마 봐 줄 만한 건 요즘의 야리야리한 놈들과 달리 꽤 건장한 체구 정도일까.


두혁이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남자였다.


“넌 뭐야, 이 새끼야.”


남자는 해보리에게 다가가 친한 척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저 새끼가 해보자는 건가?

당장이라도 놈을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꼼짝도 하지 않는 다리를 두혁은 퍽퍽 주먹으로 때렸다.


“구리를 주사해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씩 웃는 남자의 얼굴에 두혁은 침을 퉤 뱉었다.

아쉽게도 거리가 꽤 있어 침은 남자의 얼굴에 닿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자는 그런 두혁을 약 올리는 것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해보리의 옆에 앉았다.


“사실 조금만 더 주사했으면 그대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데. 해보리 씨가 제가 말씀드린 대로 잘 해주셨군요.”


해보리는 두혁이 버둥거리는 것이 꽤 재미있는 듯 연신 미소짓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해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혁에게로 다가왔다.


“듣자 하니 여성들과 연애를 즐기시는 것이 취미 시라고···.”


남자의 긴 다리가 두혁의 이마를 후려갈겼다.

퍽, 소리와 함께 두혁의 머리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남자는 그대로 두혁의 목을 발로 밟으며 서 있었다.


“으, 큭, 컥, 이, 개···.”

“자, 오늘은 제가 연애해드리도록 하죠. 오늘의 저는 해보리 씨의 아바타니까요. 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주세요, 해보리 씨.”


남자가 생긋 웃었다.

그 눈동자는 마치 별빛이 박힌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해보리는 그 눈동자를 텅 빈 눈동자로 마주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사실 어떻게 해야지, 라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체구 차가 큰 만큼 한 방에 보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좀처럼 입을 떼지 못하는 해보리에게 남자가 말했다.


“일단은 이것부터 시작할까요.”


남자가 두혁의 주머니칼을 주워들었다.

가만히 두혁의 사타구니를 바라보던 남자가 씩 웃었다.

그 불길한 웃음에 두혁이 입을 떼려던 순간, 남자의 손이 움직였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단언컨대 두혁이 이토록 아팠던 것은 생애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교도소에서 반죽음이 되도록 처맞았을 때조차 이렇게 아프진 않았다.


머리가 새하얘지고,

눈앞은 캄캄해지는 기묘한 감각.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몸은 아픈데 정신은 멍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 아픔을 멀리 떼어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헉, 헉···.”


입술이 닫히지 않아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해보리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 같아···.”


마치 개 같다.

혀를 늘어뜨리고 헉헉거리며 침을 흘리는.

그 날의 기억에 있던 그 얼굴이,

이렇게 유쾌해질 줄이야.


남자는 칼 손잡이를 비틀었다.

두혁은 비명을 내질렀다.

해보리는 웃었다.


그 기묘한 광경은 그리 오래 이어지진 않았다.


“또 하고 싶은 건 있나요?”


해보리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남자의 행동을 보고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해보리는 멍하니 정신이 빠져버린 모습으로 앉아있는 두혁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스러운 죽음이 소사라고 하던데 죽이는 건 좀 그렇고 팔 한 짝 정도는 태워보고 싶네요.”


남자는 잠시 고민하듯 두혁을 내려다보았다.

해보리의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두혁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간헐적으로 헉헉거리는 숨소리만이 흘러나올 뿐.


“윽!”


남자는 두혁의 배를 발로 꾹 밟아서 몸을 웅크리게 했다.

하반신은 꼼짝도 하지 않는데 상반신만이 동그랗게 말린다.

그대로 웅크린 두혁의 등을 발로 차 몸을 뒤집게 만든다.

그런 두혁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채 두혁의 주머니를 뒤지던 남자가 씩 웃으며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당신이 담배를 피워서 다행이에요.”


남자는 두혁에게 달콤하게 속삭이곤 자신의 옷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면으로 된 손수건.

남자는 라이터로 손수건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 손수건을 두혁의 소매로 집어넣었다.


“···?!”


멍하니 열려있던 눈동자에 아주 조금 이성이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이성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불안정해 보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움직이지 않는 하반신 때문에 차마 구르지는 못했지만,

두혁은 불을 끄기 위해 상반신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이미 두혁의 어깻죽지를 발로 꾹 밟고 있었다.

남자의 손도 손수건을 소매에 넣을 때 데었는지 발갛게 화상자국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자는 마치 화상을 입은 사실을 모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태연했다.


“이 씨바아아아아아알!”


두혁의 몸부림에 팔이 남자의 발아래에서 빠져나왔다.

남자는 아쉽다는 듯 두혁을 바라보았다.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두혁이 입은 옷이 불에 잘 타는 재질인 폴리에스테르였기 때문이었다.


미친 듯이 팔을 흔들어 불을 껐을 때 두혁의 팔은 이미 볼만한 것이 못 되었다.

미친 듯이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해보리가 갑자기 뚝 웃음을 그쳤다.


“아파요?”


해보리의 말에 두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간헐적으로 씨발, 좆같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따위의 말이 들려왔다.

목이 쉬어 이미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나도 아팠는데.”


두혁을 바라보는 해보리의 눈이 반짝인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을 해보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해보리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매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가 물었다.


“기분이 어때요?”


해보리는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남자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 묘한 얼굴로 해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혁은 그사이 자신의 사타구니에 꽂혀 있던 칼을 뽑아냈다.

물론, 미친 듯이 아팠다.

하지만 이미 팔의 아픔이 너무 커 사타구니의 아픔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남자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두혁은 주머니칼을 그대로 자신의 목에 찔러넣었다.


“크, 윽!”


고통에 일그러져있던 표정이 아주 조금 편안해진 것 같았다.

눈동자에서 사르르 생명이 흘러나간다.

그 모습을 남자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해보리가 절규했다.


“왜!”


해보리가 두혁의 목에서 칼을 뽑아냈다.

피가 상처에서 마치 물총처럼 뿜어져 나와 해보리의 옷을 적셨다.

하지만 해보리의 눈에는 이미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왜 벌써 죽어버리는 거야!”


해보리는 엎드려 있는 두혁의 엉덩이에 칼을 꽂았다.

이미 생명이 빠져나간 몸은 고깃덩이와 다름없어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해보리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칼을 찔러넣었다.


“어때? 당신도 말해 줘야지. 좋아? 좋지? 당신도 좋지?”


해보리의 눈을 가득 채운 것은 광기.

그리고 분노.

그리고 희열.


남자는 그런 해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기분 좋지? 이 씨발 새끼야!”


대답 없는 두혁에게 해보리는 절규했다.

해보리의 마음속의 응어리가 모두 내뱉어졌을 때쯤에서야 해보리는 손을 멈췄다.


남자는 물었다.


“기분이 어때요?”


해보리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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