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남자는 즐거운 듯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자.
한 걸음, 한 걸음 남자에게 가까워질 때마다 묘한 소리가 들린다.
질척질척 같기도 하고 저걱저걱 같기도 한.
어둠 속에서 남자의 얼굴이 어슴프레 떠오른다.
놀랍게도 남자는 무표정이었다.
그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때?”
남자가 갑자기 물었다.
그 눈동자는 묘한 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떤 기분이야?”
남자의 손이 멈췄다.
손 끝을 타고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린다.
물론 남자의 것은 아니었다.
남자가 가지고 있는 잭나이프에서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말해 줘, 응?”
달콤한 목소리.
마치 사랑이라도 속삭이는 것 같은 달콤함이었다.
비록 남자의 앞에 있는 사람은 그리 생각하지 않겠지만.
“헉, 헉···!”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뭔가가 막힌 것처럼.
헛바람만이 입을 스친다.
“아, 진짜로 폐를 찌르면 아예 말이 안나오는 건가?”
남자가 웃었다.
뭇 여성들이 보면 틀림없이 한 눈에 반할 정도로 매혹적인 미소.
그러나 그 미소는 뺨에 튄 피와 만나 묘하게 퇴폐적이다.
거친 숨이 잦아들었다.
그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진다.
남자는 갑자기 흥미를 잃은 듯 상대에게서 멀어졌다.
뺨에 튄 피를 옷 소매로 닦아내더니 칼도 옷자락에 슥슥 닦았다.
“에이, 피 다 튀었네. 앞으로 폐는 절대 찌르면 안 되겠다.”
남자는 마치 아이같았다.
장난감을 망가뜨려버린 아이.
“집에나 가야겠다.”
별일 없었던 것처럼 남자는 발걸음을 옮겼다.
남들에게 보일 걱정은 없다.
여긴 CCTV도 없는 뒷골목이고,
골목 입구에는 남자의 차가 있다.
그의 집은 차고가 있는 주택이라 차를 탄 채로 안까지 들어갈 수 있다.
들킬 걱정은 없지만 남자는 아쉬웠다.
그는 다만 궁금할 뿐이었다.
“폐를 찔리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는데···.
콧노래 부르는 상대한테 살해당하면서 숨이 천천히 빠져나가는 그 기분은 어떨까.”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아쉽다.
그러나 이내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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