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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392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10.11 00:00
조회
102
추천
6
글자
9쪽

사채의 이유

DUMMY

씨발.

멍청한 새끼가.


조금 전에 받았던 패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풀 하우스.

씨발.

멍청한 새끼가 오랜만에 들어온 좋은 패에 손이 떨려서 DBZ(Double Bat Zone)에 카드를 놓았어야 했는데 앤티(Ante) 구역에 카드를 주르륵 늘어놔 버렸다.


그대로 베팅금액은 Take.

망할.

최대 베팅금을 건 진짜 천우신조의 판이었는데.


뒤에서 판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야유했다.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것을 쏘아보다가 움찔한다.

덩치도 큰 놈들이 뭐하러 이 작은 테이블에 모여서 저 지랄들인가.


에라, 빌어먹을.

계혁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딜러에게 팁이랍시고 최저액의 칩 하나를 던져주자 표정이 씁쓸했다.


계혁이 일어나자마자 뒤에 구경하던 놈 중 하나가 테이블을 잽싸게 차지했다.

평일의 카지노라 그나마 경쟁률이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확실히 치열하다.

자리를 놓친 놈들이 아쉬움의 한탄을 내뱉는다.

그러든지 말든지 계혁은 곧바로 흡연구역으로 향했다.


카드에 머리를 박고 있는 놈들을 지나 담배판매대로 가 담배 한 갑을 샀다.

수중에 남은 돈은 겨우 40만 원.

씨발.

계혁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흡연구역으로 발을 옮겼다.


걸음을 뗀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끄러운 기계 소리가 들린다.

빌어먹을 새끼들.

도박을 하려면 면대면으로 해야지, 무슨 기계랑 짝짜꿍은 치고 지랄이야.

잭팟이 터졌다는 외침에 계혁은 괜스레 심술이 나서 옆에 있던 기계 한 대를 발로 들고찼다.


멀리서 가드가 움찔, 반응하는 것을 보고 계혁도 몸을 움츠렸다.

기계 앞에 앉아있던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계혁을 보자 계혁도 마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뭐, 이 새끼야? 한 번 뜰래?”


쫄보 새끼.

계혁의 몸집의 반 겨우 넘을 듯한 남자는 다시 기계로 발을 돌렸다.

계혁은 남자의 다리에 침을 뱉어주고 만족했다는 얼굴로 자리를 떴다.

뒤에서 남자가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용기도 없는 개찐따의 헛소리라고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가장 넓은 구역을 차지하는 슬롯머신 구역을 지나치자 구석진 곳에 흡연구역이 보였다.

하얀 의자에 쓴 얼굴을 한 남녀가 여럿 앉아있었다.

계혁도 그리 썩 다르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방금 그거만 제대로 했어도 본전의 반은 되찾는 건데.

에이, 씨발.

계혁은 연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얗게 몽글거리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답답한 가슴이 풀리지 않아 필터를 깊게 들이마신다.

후우, 하고 길게 내뿜는 연기 사이로 어제까지의 계혁이 어른거린다.


그 날, 사채업자에게 전화한 뒤에 계혁은 몇몇 고객을 받았다.

3일 내내 주지육림을 벌인 결과, 벌어들인 돈이 약 300만 원.

그나마 한 년은 돈을 주지 않으려고 뻗대는 것을 남편에게 말할 거라고 협박하고 받아냈다.


그걸로 빚을 갚아버렸으면 그래도 한 100만이라도 남았을 것을.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결국 또 여기를 와 버렸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나름대로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한 규정들도 꽤 보인다.

월 15일 초과, 2개월 연속 15일 초과, 분기별 30일 초과, 2분기 연속 분기별 30일 초과 입장을 하면 다음 달에는 입장이 불가능해진다.

한 번 초과하면 한 달, 두 번 초과하면 두 달, 세 번 이상은 석 달 입장 불가.


하지만 그것도 돈 있는 놈들 이야기다.

먹고 살기도 힘든 계혁 같은 사람은 달에 서너 번이나 오면 많이 오는 축에 속한다.

수용인원보다 입장 인원이 터무니없이 많아 테이블 하나에 구경꾼만 수십이 몰려드는 판이라 최저 베팅이라도 하는 날에는 야유란 야유는 다 얻어먹어야 한다.

최저 베팅으로 100번 게임 할 수 있을 때 최대 베팅으로는 1번밖에 베팅할 수가 없다.


어설프게 돈 백 들고 왔다가는 욕먹기 딱 좋은 것이다.

그래서 이런 목돈이 생기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예정으로는 5배쯤 불었을 때 깔끔하게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5배는커녕 남은 돈이 가지고 온 돈의 7분의 1도 안 된다.

갑자기 눈앞에서 몽글거리는 하얀 연기까지도 꼴 보기 싫어져 손으로 휘저었다.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콜록거리며 계혁을 노려본다.

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쯤 되었을까.

얼굴 생김이 꽤 반반하다.

계혁이 눈웃음을 살짝 지으며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꾸벅하자 여자의 눈이 살풋 녹아든다.


“많이 따셨어요?”


계혁이 먼저 말을 걸었다.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재미로 해봤는데 10만 원이나 잃었어요···.”


투정 부리듯 귀여운 말투.

계혁은 씩 웃었다.

쉽네.


계혁의 눈동자가 여자의 옷차림을 훑는다.

척 봐도 귀티나게 생긴 것이 온실 안의 화초다.

옷도 대부분 명품이고 장신구도 꽤 질이 높아 보인다.

강원도에 놀러 왔다가 새로운 경험을 해본답시고 온 게 틀림없었다.

왼손에 낀 결혼반지를 보며 계혁은 미소지었다.


“이 리조트, 야경이 볼만한데. 같이 보러 가실래요?”


여자는 멈칫했다.

자신의 손에 끼워져있는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빠졌다.

계혁은 알고 있었다.

시간을 줘선 안 된다.


계혁이 몸을 숙여 여자의 귀에 속삭였다.


“당신만큼이나 아름다워요. 당신이 더 예쁜지, 야경이 더 예쁜지 꼭 봐야만 할 것 같아요.”


달콤한 목소리에 여자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넘어왔다.

계혁은 여자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여자는


“아, 안 되는데···.”


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얌전히 계혁에게 끌려왔다.

인생 참 쉽다.

도박도 이만큼 쉬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계혁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밤이 길 것 같다.




“하, 씨발.”


서울로 향하는 차 안.

운전대를 잡은 채 거친 소리를 내뱉는 계혁의 모습에 여자가 교태를 부렸다.

등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도 계혁의 화를 진정시키진 못했다.


“자기야, 무서우니까 화내지 마.”


이 씨발 것은 왜 귀찮게 엉겨 붙고 지랄이야.

계혁은 여자를 밀쳐내려다 순간 아직 이 여자한테서 뽑아먹을 것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상기했다.


“아, 미안. 너무 화가 나서.”


생글생글 웃어 보이자 여자가 안심한 듯 계혁의 팔에 팔짱을 꼈다.

미친년.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운전하는 사람 팔에 팔짱을 다 끼고.

팔꿈치에 은근슬쩍 가슴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좋았었나 보다.

계속 몸을 문질러 대는 게 아무래도 발정이 제대로 난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사고를 낼 것 같다.

마침 보이는 휴게소로 진입하며 계혁은 여자의 가슴을 슬 움켜쥐었다.

교성을 흘리는 여자를 데리고 휴게소 건물 뒤로 돌아 들어간다.


휴게소 뒤편에는 직원들이 출퇴근에 이용하는 작은 숲길이 있었다.

숲속에서 한바탕 태풍이 몰아쳤다.

거의 실신한 여자를 차 안에 태우고 계혁은 흡연구역으로 향했다.

담배를 물고 나른한 숨을 내쉬었다.


어제 꼬셔낸 저 여자한테서 받은 200만 원을 들고 낮 12시, 개장하자마자 입장했다.

그리고 200만 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더 뽑아낼 수는 있었을진 모르지만, 첫판부터 그러면 다신 못 만날 것 같아 그만두었다.


문득 차라리 그 돈을 사채를 갚는 데 썼으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도 똑같은 후회를 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왔다.


“그 새끼, 죽어주지 않으려나.”


당분간의 돈줄이 안정될 것 같다.

그러자 그 사채업자가 귀찮아졌다.

그 새끼 죽으면 200만 원 안 갚아도 되지 않나?

그런 생각에서였다.


그때,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옆자리 남자가 생글 웃으며 계혁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무시하려 했지만 왠지 남자의 반짝거리는 눈이 자꾸 시선을 잡아 끈다.

분하지만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잘생겼다는 소릴 듣는 계혁이었지만 남자는 계혁을 훨씬 뛰어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 위험천만한 분위기가 야수같은 분위기마저 뿜고 있었다.


“어떻게 도와줄건데?”


남자의 입꼬리가 휘었다.

어딘지 위험천만한 미소에 계혁의 본능이 경고를 보낸다.

하지만 계혁은 카지노로 향할 때마다 그랬듯 그 경고를 억지로 꺼버렸다.

여차하면 미친놈이라고 경찰에 신고하지, 뭐.


계혁은 남자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38 힘찬연어
    작성일
    19.10.11 00:20
    No. 1

    아아, 세상에 쓰래기들이 가득해..!

    이번화는 너무 답답한데.. 답답한데, 재미있어서 못 끊겠어요! 불편한 마음이 재미에게 처참한 패배를 당하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작가님을 믿습니다. 저 녀석의 미래를 어떤식으로 정하셨을지 궁금하군요.

    그리고 '여자의 가슴을 슬움켜쥐었다' 이부분에서 슬이 빠진것 같습니다 작가님!

    그런데 오늘 제 댓글을 다시보니 너무 건방지게 쓴 것 같아서 작가님께 너무 죄송합니다;; ㅜㅜ 덧글을 많이 달다보니 점점 편하게 덧글을 막쓰네요..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좋은글 잘읽고가고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작가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11 00:23
    No. 2

    헛, 건방지다뇨.
    독자님이야말로 저에게는 편집자이시며 갑이십니다!
    독자 없는 글쟁이가 어딨겠습니까.ㅎㅎ
    막 말해주세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힘찬연어
    작성일
    19.10.11 00:27
    No. 3

    어이쿠, 자세히보니 슬쩍인데, 슬슬을 적어 버렸네요. 으아아; 부끄럽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10.11 00:28
    No. 4

    ㅎㅎ 슬이라고 적은것 맞습니다.
    슬 움직이다.
    이런 느낌이에요.
    음...
    슬금슬금도 아니고..
    좀더 스무스하게 슬~
    이런느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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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또 다른 살인마 +5 19.10.18 122 6 7쪽
46 남자 +2 19.10.17 112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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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청소년기 +5 19.10.15 101 5 9쪽
43 유년시절 +7 19.10.14 119 7 8쪽
42 +6 19.10.13 102 6 7쪽
41 기나긴 밤 +4 19.10.12 95 5 14쪽
» 사채의 이유 +4 19.10.11 103 6 9쪽
39 8살의 하루 +4 19.10.10 114 7 8쪽
38 성실한 사채업자 +2 19.10.09 111 7 8쪽
37 쓰레기라 불리는 남자 +2 19.10.08 125 7 7쪽
36 수확 +7 19.10.07 136 6 15쪽
35 사냥 전야 +4 19.10.06 130 7 7쪽
34 사냥 준비 +4 19.10.05 119 10 7쪽
33 두혁의 하루 +6 19.10.04 125 8 7쪽
32 그 날의 기억 +6 19.10.03 144 9 7쪽
31 SAW(Sulfuric Acid Wet) +10 19.10.02 152 10 14쪽
30 러브라인 강제연결게임 ~ 일렉트릭 시그널 ~ +7 19.10.01 176 10 7쪽
29 선물연가 +2 19.09.30 160 8 8쪽
28 그 팬이 알고 싶다 +4 19.09.29 161 11 9쪽
27 오, 나의 남신님! +2 19.09.28 230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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