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는 이상한 아이였다.
그의 어머니의 회상에 따르면 다른 아기들이 엄마한테만 안기면 방긋거리는 것에 비해,
그는 오히려 움직이는 사물 같은 것에 더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작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부모님이 봤을 때는 그런 감정적인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CIPA인 것 같습니다.”
의사는 확신 없는 말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검사는 이미 했다.
NTRK1 유전자의 돌연변이도 확인했다.
문제는 그의 부모님에게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의사의 상식 안에서 CIPA는 유전병이었다.
그것도 열성유전.
부모님이 보인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CIPA가 발병할 리 없다.
“CIPA라면···?”
그의 부모님은 유복했다.
평생 돈에 곤란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고 뭔가 열정적으로 해본 적도 없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돈이 굴러들어오는데 뭘 한단 말인가.
그래서 그들은 사실대로 말하자면 알파벳도 헷갈릴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의학용어는 외계어와도 같았다.
의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어휘를 고르기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아프다는 느낌을 느끼지 못합니다.”
여러모로 고민해봤으나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한계는 이 정도일 것이다.
오랫동안 그들을 보아온 의사는 그렇게 단정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한 그 이야기를 듣고도 그들은 한동안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픔을 못 느낀다고요?”
“네.”
이해했구나.
의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그의 어머니가 물었다.
“그게 왜요?”
아.
여기서 다시 막히나.
의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가장 쉽게 설명하려면 역시 예시를 드는 게 빠르겠지.
의사가 입을 열었다.
“만약 눈앞에 불이 났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음, 피해야죠.”
“왜 피하게 되는 걸까요?”
“뜨거우니까?”
“네. 하지만 이 아이는 그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불에 그대로 타서 죽을 겁니다.”
의사는 그들의 표정을 보는 순간,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아픔을 못 느끼는데 왜 뜨거움을 못 느껴요?”
“···.”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의사는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정리하기 시작했다.
“Congenital Insensitivity to Pain with Anhidrosis.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말로 하면 무통증입니다. 이 경우 아픔과 온도를 제대로 느끼지 못합니다. 아깐 쉽게 설명하느라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드렸네요. 아픔, 온도 모두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이해되셨나요?”
부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군.
의사는 다음에 해야 할 말을 고민했다.
“아픔은 귀찮은 것이지만, 우리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보 같은 겁니다. 집에 도둑 들면 경보장치 울리죠? 그것처럼요. 그런데 이 아이는 그 경보장치가 꺼져 있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도둑이 들어도 모른다···?”
“맞습니다. 상처가 나도 병이 나도 이 아이는 전혀 모릅니다. 다리가 끊어지기 직전이 되더라도 움직이기만 하면 계속 달릴 거고, 팔이 부러져도 움직이면 모르고 그냥 다닐 겁니다. 움직이지 않게 되어야 겨우 이상을 눈치챌 수 있겠지만 그땐 이미 늦은 거죠.”
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드디어 자신들의 아들에 대해 이해한 모양이다.
의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온도 감각이 없는 것도 문젭니다. 단순히 온도 감각이 없는 것뿐만 아니라 땀도 나지 않을 겁니다. 덥다는 느낌이 없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음. 모르겠어요.”
그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의사는 머리가 지끈거려오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땀은 우리가 더울 때 몸에 있는 열을 빼기 위해 나는 겁니다. 즉, 열이 몸에 쌓이는데 땀을 빼지 못하면 뇌가 손상되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
하얗게 질려있던 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의사는 이제야 그들이 출발점에 서게 된 것을 확인한 후 크게 심호흡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CIPA는 치료법이 없습니다. 지금의 의학으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에는 같은 진흙탕 속에 처박힌 절망감이 가득하다.
그들의 눈동자가 의사를 향했다.
그 눈동자가 부담스러워 의사는 차트를 보는 척 시선을 피했다.
“일단 하실 수 있는 건 아이가 다치거나 하지 않게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성장하는 것에 따라 아이에게 다칠 위험이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교육해야겠죠.”
그의 부모님은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 명현은 소위 벼락부자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명현이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갑자기 사업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이게 다 뱃속의 아기가 복덩이라 그런 것이라고 하며 이름을 명현(明炫)이라 지었다.
어렸을 때부터 명현은 보모의 손에 자랐다.
사업이 정신없이 커지는 바람에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머니나 집안 가족들이 총동원되어 사업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명현은 홀로 보모의 손에 커야만 했다.
그래서 명현은 가족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만 부모님도 형제들도 명현을 몹시도 아끼고 사랑해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태어나는 아이도 자신처럼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 소화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3남매 중 막내로 집안의 유일한 꽃이었다.
그래서 이름을 소화(笑花)라 지었다.
그녀는 여자는 공부 안 해도 된다는 집안 분위기에 따라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자랐다.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부자유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속에서 소화는 남들에게 돌봄 받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남을 돌보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게 해주며 아이를 키울 생각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아들은 너무나도 큰 짐이고 벽이고 난관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들을 봐왔고,
그들이 만나게 된 계기가 되어준 이 늙은 의사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그들의 성장 과정을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틀림없이 그들은 앞으로 수많은 문제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저들이 아무리 마음먹고 아이를 돌보겠다고 덤벼도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차트를 바라보는 의사의 눈이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의사는 차트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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