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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살인마는 궁금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19.09.01 22:33
최근연재일 :
2019.10.21 00: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0,432
추천수 :
658
글자수 :
199,025

작성
19.09.09 00:04
조회
773
추천
24
글자
7쪽

이방인

DUMMY

오랜만의 이른 귀가.

상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현관문 밖에서도 들리는 웃음소리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집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아무리 무심하다 해도 어떻게 가정 방문을 잊을 수 있냐는 상혁의 절규에 그들은 침묵했다.

그 날 이후 상혁은 거의 8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갔고,

부모님은 상혁이 들어오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딱 한 번, 누나만이


“야. 잊어버릴 수도 있지 그런 거 가지고 뭘 그래? 너 때문에 지금 집 분위기 그지 같은 거 몰라? 너 이러는 거 에바야. 그것도 개에바.”


라고 시비를 걸어왔다.

혼자 붉으락푸르락하던 상아를, 상혁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민망한지 혼자 쌍욕을 내뱉던 상아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 말을 걸지 않았다.


그랬던 집에서 웃음소리라니.

상혁은 조심스럽게 열쇠를 열고 문을 열었다.


“어머, 대단하시네. 소설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간드러진 어머니의 목소리.

상혁은 비위가 상하는 것을 꾹 참으며 조용히 신발을 벗었다.

거실에는 어머니와 상아가 웬 남자와 함께 있었다.


약간 금빛이 도는 갈색 머리카락.

반짝거리는 갈색 눈동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고 듬직한 느낌을 주는 몸 선.


상혁은 왠지 남자가 께름칙했다.

어째서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이채를 띠고 있는 눈동자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에게서 떨어질 생각이 없는 시선 때문인지.


“어, 상혁이 왔구나.”


···미쳤나?

상혁은 상아를 묘한 눈동자로 쳐다보았다.

남자에게서 뒤돌고 있는 상아가 표정으로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방으로 꺼져.


상혁은 괜한 오기에 버티고 있어 볼까, 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요즘 상혁의 눈치를 보기 바빴던 둘이 오랜만에 웃는데 굳이 초를 치고 싶진 않았다.

조금 화는 나지만.


“나한텐···.”


한 번도 저래 준 적 없으면서.

방문을 닫자마자 상혁은 그대로 침대에 대자로 뻗었다.

사실 오늘 상혁이 일찍 들어온 이유는 몸 상태가 안 좋기 때문이었다.

근래 저녁도 거르고 추운 밤거리를 쏘다녔더니 아무래도 감기가 온 것 같다.


자자.

자는 게 최고다.

상혁은 그렇게 되뇌며 눈을 감았다.


사르르 잠에 빠져들려던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상혁아, 잠깐 괜찮아?”


미친.

순간 입 밖으로 욕을 내뱉을 뻔했다.

신상아 저게 미쳤나.

그런 생각으로 눈을 뜬 상혁의 앞에 상아와 남자가 서 있었다.


“잠깐 괜찮아?”


빨리 안 일어나냐, 이 새끼야.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열이 나려는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런데도 상혁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 앉았다.

일단 상아의 손님이니 그 앞에서는 상아에게 좀 져주자,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누나?”

“안녕하세요.”

상아가 입을 떼기도 전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상에.

어떻게 목소리까지 저렇게 완벽하지?

상혁은 세상은 불공평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씩 웃었다.


“아, 안녕하세요. 상아 누나 동생, 신상혁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쉬는데 미안해요. 사실 저는 소설가인데 길에서 우연히 누나분이랑 만나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거든요. 중학교 1학년 동생이 있다는 말에 제가 소개해 줄 수 없겠냐고 부탁해서 오게 됐어요.”


차분하게 경위를 설명하는 목소리에 가슴에 있던 약간의 분노가 사그라졌다.

역시 미남은 치사하다.

상식적인 사과를 그저 부드럽게 이야기할 뿐인데도 느낌이 전혀 달랐다.


“아, 아니, 괜찮습니다. 뭐가 궁금하신데요?”

“또래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과목을 뭘 배우는지, 가족들과는 어떻게 지내는지 같은 거요. 미안하지만 상아 양은 잠깐 자리를 피해줄 수 있을까요?”


상아가 아쉬운 눈으로 상혁을 보았다.

대충 눈빛을 읽어보니 어색함을 핑계로 자신을 잡으라는 것으로 보인다.

상혁은 잠시 상아와 눈을 마주치다가 씩 웃으며 입을 뗐다.


“누나.”

“응? 역시···.”

“나갈 때 문 좀 닫아 줘.”


평소라면 벌써 주먹이 날아왔을 텐데, 남자가 있다고 이만 으득으득 간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상혁은 피식피식 웃었다.


“그···으래. 닫아 줘야지···. 응···.”


상아는 아쉬운 듯 남자를 계속 돌아보더니 결국 문을 닫고 나갔다.

그러자 방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상혁이었다.


“아 또래들과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셨죠···. 뭐 별거 없고 그냥 학교에서 같이 수업받다가 수업 끝나고 같이 피시방에 가거나 해요. 전 따로 학원 가는 게 없어서 대부분은 애들이랑 좀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요.”


아, 안 된다.

이마에 불이 붙은 것처럼 후끈거린다.

상혁은 빨리 대답해주고 남자를 내보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과목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체육, 음악, 미술, 도덕, 진로인데 학교마다 다른 것 같아요. 또 뭐가 궁금하시댔죠···?”


상혁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남자가 조용히 상혁에게 다가왔다.

상혁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남자가 씩 웃었다.


“가족들과는 어떻게 지내요?”

“아···.”


가족들, 이라···.

상혁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솔직히 우리 가족은 좀 이상해요.”

“이상? 어떻게요?”


은근한 목소리가 계속 이야기할 것을 부추긴다.

상혁은 조금 멍해진 머리로 생각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음, 가족 같지가 않아요. 내가 뭘 하던 관심도 없고, 내가 아파도 관심도 없고···. 지금도 내가 아픈데도 아무도 모르잖아요. 서로 기념일도 생일도 안 챙기고 데면데면. 부모님은 두 분끼리만 사이좋고 저랑 누나는 뒷전이에요.”


살짝 숨소리가 거칠다.

남자는 상혁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혁은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가족이에요. 서로 정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혼자 사는 게···.”


상혁의 말에 남자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 반짝임은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불길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차라리 혼자였으면 좋겠다고?”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마가 부글부글 끓는 것이 느껴진다.

멍한 눈동자는 점점 초점이 흐려진다.


“내가 그 소원, 이루어 줄까요?”


어떻게요···?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상혁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눈앞이 흐려지면서 몸이 기울었다.

상혁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쓰러진 상혁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뜨겁다.

어찌 보면 열렬하고, 어찌 보면 얼 듯이 차갑다.


이미 상혁의 이마는 펄펄 끓고 있었다.

어째 영 위험해 보이는 상태의 상혁을 그저 바라만 보던 남자가 문득 생각난 듯 상혁을 안아 올렸다.


“어서 몸 상태가 나아지길 바라요.”


그래야 우리 다시 만나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 작성자
    Lv.38 힘찬연어
    작성일
    19.09.09 01:03
    No. 1

    그러고보면 살인마의 정체는 나오지 않았네요..

    프롤로그만 보고 대충 사람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화를 보니 악마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도 정체는 끝까지 숨겨졌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이 있습니다. 비밀은 때론 무언가를 아름답게 만들잖아요?

    재미있는글 잘보고갑니다 작가님!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09.09 01:04
    No. 2

    플레이님의 댓글은 제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 나올지 모르는 정체지만, 그래도 살인마는 살인마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벽난로님
    작성일
    19.09.10 19:47
    No. 3

    드디어 상혁이랑 묘한형이 만났구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09.10 21:26
    No. 4

    드디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벽난로님
    작성일
    19.09.10 19:55
    No. 5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09.10 21:23
    No. 6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11 망치단장
    작성일
    19.09.10 23:18
    No. 7

    으으으 소름돋는다 무서워 호에에에에에엥ㅇ 다음화를 어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09.11 00:06
    No. 8

    호에에에엥엥ㅇ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추세추종
    작성일
    19.09.20 17:05
    No. 9

    크툴루 같은데요? 소원함부로 빌다가는 큰일난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09.20 19:21
    No. 10

    소원은 제대로 꼼꼼하게 세세하게 빌어야죠..ㅠ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6 밤비부
    작성일
    19.09.21 16:01
    No. 11

    상혁인 정말 착하게 자랐구나. 보통은 엄청나게 탈선하는데... 기특하기도 하지. 여전히 가족의 사랑을 갈구하고 상처받으며 입으로만 투덜대는 게 다네. 불쌍해.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6 밤비부
    작성일
    19.09.21 16:02
    No. 12

    역시 주인공은 초능력자였어. 이건 판타지물이구나! 정신계쪽인가보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19.09.21 16:10
    No. 13

    으아아.. 큰일이네요.ㅠ.ㅠ
    판타지로 보이다니..!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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