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 요동치는 신대한민국과 각자의 계산(4)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박웅헌이 차를 한 잔 마셨다.
“파괴의 여제를 이해시키려면 어떤 말부터 꺼내야할지 모르겠네요.”
“원래 명경이가 알아듣게 설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일단 본인의 목표, 아니 야심을 말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야심이라... 맞는 말이긴 하죠. 내년에 총선이 있고, 그 다음해에는 대선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3차 인천 공략을 이용해 강경파의 세력을 분열시킬 계획입니다.”
“그렇게 해서 완벽하게 다수당 구도를 만든 후에, 대통령에 재선하시는 것이 목표겠죠?”
박웅헌은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답했다.
현재 신대한민국은 형식적으로는 다수당 형태였다. 하지만 강경파 연합 세력은 하나의 거대한 당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었다.
대통령은 5년 임기에 4번까지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으며, 피선거권은 30대 이상으로 바뀌었다.
김명경이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뭐야, 신대한민국의 변화 어쩌구 하더니 결국은 자기 권력욕을 채우려는 거야?”
“욕심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겠습니까? 파괴의 여제께서도 승부욕이 있으시니까 김성건 대장에게 히어로즈 시합을 신청 하신 거 아닌가요?”
“그건 지후 다치게 한 걸 복수하려고...”
“이지후 씨는 자기가 승부 신청해서 깨진 건데...”
“따지고 보면 그런데...”
“그걸 이용해서 파괴의 여제께서도 본인의 승부욕을 채우려는 거 아닙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닌데...”
“너무 기 죽으실 필요 없습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다만 그 욕심을 어떤 방향으로 쓰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죠.”
김명경은 이지후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도와달라는 의미. 이지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대통령님, 쓸데없는 말씀은 자제하시고 본론만 말씀하시죠.”
“살짝 억울한 감이 있어서 변명 좀 했습니다. 제가 생각보다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거든요. 연약한 감성의 소유자라고나 할까요?”
김명경과 황석두는 동시에 인상을 구겼다. 박웅헌은 그들을 쳐다보며 또 한 번 웃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하여간 제 목표를 위해서는 강경파 세력을 약화시켜야 합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산산조각 내놓고 싶지만 그건 현재로써는 불가능하니까요.”
김명경은 이해가 가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지후를 쳐다보며 물었다.
“강경파 세력을 약화시키려면 윤성일을 몰락시켜야 하는 거 아냐?”
“윤성일이 강경파의 수장이라고 하지만 강경파 그 자체는 아니야. 강경파는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일종의 엘리트 카르텔 혹은 세습 권력이라고 봐야지.”
“흐음...”
“윤성일을 몰락시켜봤자 박은수나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체할 거야. 일시적으로는 흔들리겠지만 오래가지 않겠지.”
박웅헌이 말을 받았다.
“정확한 설명이네요. 운이 나쁘면 오히려 제가 대통령에 재선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지지율은 상당하나 그건 개인의 지지율일뿐이니까요. 정당 지지율로 따지면 강경파 세력이 이미 60% 이상인 상황.”
“윤성일이 몰락하면 강경파에서는 이렇게 나오겠죠. 다른 세력이 집권하면 안보가 위험하다, 이생물체들에게 신대한민국이 파괴될 것이다라는 흑색선전을 할 것입니다. 이게 참... 은근히 아니, 대놓고 먹힌다는 게 신대한민국 사회의 비극이죠.”
“그러면 오히려 강경파를 지지하는 세력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재수 없으면 정말 대통령님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겁니다.”
김명경이 양손으로 머리를 꽉 눌렀다.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역시 그녀에게 정치 관련 이슈는 무리였다.
“으아!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대통령님의 목표는 일단 윤성일 세력을 약화시켜서 강경파의 주요 인사들이 차기 수장을 노리고 싸우게 만드는 거겠지. 그렇게 해서 강경파를 분열시켜 다수당 구도를 만든다.”
“그 후, 국민 지지율이 높은 제가 무리 없이 재선한다는 시나리오죠. 아름답지 않습니까?”
김명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 투성이였다.
“좋아, 좋아. 다 좋다고. 그런데 지금 마치 우리가 당신이 다시 대통령이 되는데 도와야 한다는 뉘앙스인데, 이거 이상하잖아. 우리가 왜?”
“결론을 말하면 정답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무조건 저를 돕게 될 것입니다. 장담합니다.”
“우와! 되게 엄청난 자신감이다. 지후야, 이 사람 이상해.”
이지후는 잠시 말이 없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생각이 많은 듯 보였다. 공기가 점점 무거워진다. 한참을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고의 차선이니까.”
짝짝, 소리가 났다. 박웅헌이 박수를 쳐서다. 그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고의 차선 멋진 말이네요. 맞습니다. 제가 신대한민국의 이상적인 대통령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현재 신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인물이 저라고 이것 역시 장담하겠습니다.”
“강경파에 대항할 수 있는 인물이 당신뿐이니까요.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죠. 인정은 하지만 속이 쓰리거든요.”
“저는 지금 이지후 씨랑 의견이 일치해서 아주 행복한데요.”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시지만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이번 공과심판회는 윤성일의 세력을 약화시킬 최고의 기회. 하지만 아직 확실한 방법을 못 찾았지 않습니까?”
“찾았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마음 먹으시면 윤성일을 몰락시킬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게 약화랑은 다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님도 피해를 많이 보실 겁니다. 제대로 싸워야 하니까요. 정보 파악 문제나 협력 문제에서 걸리는 것이 있으실 텐데요.”
박웅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3차 인천 공략에서 1차 정보 탐색은 윤성윤이 했지만 2차 탐색은 대통령 세력에서 맡았다.
강철의 군주가 생각보다 강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쌍검의 엠페러급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놓친 것은 문제였다. 강경파에서 공격하기 딱 좋은 먹이.
강철의 군주와 싸우다 피해가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강경파 측에서 대통령이 협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다.
비록 이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하나 그들은 진흙탕 싸움에 강하다. 우리도 잘 못했지만 상대방도 잘 못했다는 식으로 치고 박으면 결국 승자는 그들이다.
“이런... 허세가 안 통하니까 재미없네요.”
“윤성일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박웅헌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그가 말이 없었다. 이전과 달리 눈이 무서워졌다.
“그래서 저를 여기로 불렀군요.”
“그렇습니다.”
“어디 들어볼까요?”
이지후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해주었다. 박웅헌은 자세를 바로 앉았다. 차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했다.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모험 아닙니까?”
“모험을 대통령님께서 하십니까? 제가 하지.”
“그렇긴 한데...”
“어차피 제가 실패할 것에 대비해서 다른 계획도 짜놓으실 거 아닙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제 계획이 가능하다는 증거를 3일 안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크...”
박웅헌은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에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결정을 주저해본 적이 있던가? 상대방의 페이스에 이끌린 적이 있던가?
“이지후 씨, 바라는 것이 있으시겠죠?”
“첫 째, 레벨 8이 가진 면책 권한을 유지시켜주십시오.”
“응? 그게 없어질 거라 보십니까?”
“다음 번 이능력 테스트에서 아마 5명 정도는 레벨 9를 달성할 것입니다. 그러면 최고 레벨이 9로 올라가니 기존에 레벨 8이 가지고 있던 권한이 대폭 축소되겠죠.”
“그렇군요. 그런데 그 의미는... 이지후 씨가 레벨 8이 될 수 있다는 의미겠네요.”
이지후가 몸에 이능력을 돌리기 시작하자 진한 아지랑이가 풍겨 나왔다. 오싹한 느낌이었다. 어딘가 음울하기까지 했다. 박웅헌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대통령님께서 좋아하는 표현으로 답하자면, 장담합니다.”
“면책 권한을 유지시켜달라는 이유가 뭐죠? 그저 인생 사는데 불편해서는 아닐 텐데요.”
“독립적인 지휘 권한을 되찾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서 비공식 영토로 내려갈 계획입니다.”
이지후는 본인이 왜 비공식 영토로 내려갈 것인지 이야기했다. 남부 공략에 대한 계획을 들려주었다.
“남부 공략을 통한 공식 영토와 비공식 영토의 재합병이라... 제게 또 필요한 것이 있으시겠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남부로 해방전선의 이능력자들을 이끌고 가는 것에 반대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남부 공략에 필요한 물자를 지원해주십시오. 그리고 해방전선 본부의 방어가 허술해질 것에 대비해 병력을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군요.”
박웅헌은 이지후의 남부 공략 계획을 해방전선 소속이 아니라 자신의 밑에서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묻고 싶었다.
‘정말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지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대놓고 해방전선을 도우면 강경파 측에서 대통령이 안보를 해친다며 공격해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애써 강경파 세력을 약화시켰다 해도 도루묵이 되고 만다.
그는 해방전선과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지후 씨, 만약 그 계획을 모두 성공시킨다면... 당신의 별명을 그림자 영웅에서 다른 것으로 바꿔드리죠.”
“뭐로 말입니까?”
“남부의 광명(光明).”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이번 화까지는 대화가 정말 많네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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