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 제 3차 인천공략 결의(2)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경기도 동두천시에 길게 늘어져 있는 거대한 장벽. 대충 봐도 그 높이는 일반 아파트의 10층 높이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이 거대한 장벽은 포천시를 지나 신대한민국의 수도인 남양주시까지 이어져 있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신대한민국 공식영토의 대이생물체 최남부 전선이라면 이곳 동두천시는 최북부 전선이라 할 수 있었다.
신대한민국 정부는 DMZ 이북에 더 이상의 생존자가 없다고 발표했으며, 국제 이능력 기관 IETS는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세 지역 중 한 곳이 DMZ 이북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한반도 북부를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의 영토 일부에까지 영역화 능력을 펼친 엠페러급 ‘파멸의 여섯 날개’는 북한을 무너트렸고, 함경북도 근처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파멸의 여섯 날개는 강철의 군주처럼 같은 일족을 데리고 다니지 않았는데, 이는 한중러 삼국에게는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동족과 함께 하는 엠페러급이 인간을 습격하는 빈도가 잦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파멸의 여섯 날개가 마음껏 난동을 부린다면 한중러 삼국은 이미 파멸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아프리카의 케냐를 근거지로 한 'Black Sun',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The Lord Of Storm'과 함께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최악의 이생물체로 분류됐다.
강철의 군주 역시 상급 엠페러급으로 평가 받은 강력한 이생물체였으나 파멸의 여섯 날개에 비하면 어린애 수준일 것이라는 견해가 있었다. 물론 이는 대략적인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론으로 실질적인 엠페러급들의 강함은 직접 붙어봐야 아는 일이기는 했다.
파멸의 여섯 날개가 발동한 영역화된 땅에도 수많은 이생물체들이 살고 있었다. 파멸의 여섯 날개는 처음 나타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잠잠했다. 하지만 그의 비호 아래 살고 있는 이생물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인간들을 살육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동두천 시에 있는 거대한 장벽은 그런 이생물체들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방어물이었다.
- 쾅! 콰과쾅!
여기저기서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귀를 아프게 했다. 장벽을 향해 다가오는 이생물체들은 포탄을 맞고 괴상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몸이 터져나갔다.
대이생물체 포 K-9A가 장벽 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대당 60억 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장비였다.
현대 병기 역시 이생물체들에게 효과가 있었다. 이생물체들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기공이 현대 병기의 물리 피해를 상당히 감소시킨다고는 하나 피해를 완전히 무력화 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물리 법칙을 위배하는 이생물체들의 능력 때문에 효율이 떨어질 뿐이었다.
지금 동두천 시의 장벽으로 쳐들어오는 이생물체들의 숫자는 대략 500마리 정도. 이들은 분명 하나의 통일된 세력이라 보기 힘들었다. 외형이나 사용하는 능력이 제각각이었다.
송곳니가 날카로운, 늑대처럼 생긴 놈이 있는가 하면, 마치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느릿느릿 걸어오는 시체덩어리 같은 이생물체들도 있었다. 날개를 펴고 공중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특수한 형태의 괴물들도 보였다.
그런 이생물체 무리들을 장벽 위에 서서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한 남자. 건강해 보이는 구릿빛 피부에 두터운 가슴팍과 팔근육이 돋보였다. 정부의 상징인 황금색 망토를 매고 있는 그의 뒤에는 4개의 도가 떠다니고 있었다.
‘북부의 수호자’, ‘최강의 방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북부 전선의 책임자 김성건이었다. 최강 3인 중 한 명으로도 유명했다.
그는 손에 또 하나의 도를 들고 있었다. 1m 80cm 길이의 거대한 양손도였는데, 웬만한 이생물체는 그 날에 닿기만 해도 썰릴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이생물체들이 장벽에 근접해 오자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돌격!”
그가 엄청난 높이의 장벽에서 뛰어 내렸다. 그러자 북부전선의 정예들도 그를 따라 뛰어 내렸다.
이곳 북부전선을 지키고 있는 이능력자들은 ‘최후의 전사들’이라는 부대에 소속돼 있었다. 최후의 전사들은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북부전선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들은 가장 위험한 지역을 수호하는 이능력자들인 만큼 개개인의 능력이 상당했다.
신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부대가 최후의 전사들일 거라는 소문이 있었다.
물론 최후의 전사들이 지역해방전선의 이능력자들처럼 이생물체들의 지역을 향해 적극적인 공격에 나서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생물체들을 공략한다는 면에 있어서는 지역해방전선의 이능력자들보다 한 수 떨어진다는 평이 있기도 했다.
김성건이 이생물체들이 모여 있는 곳의 중심부로 달려갔다. 양손도를 휘두를 때마다 이생물체들의 목이 떨어지고, 허리가 부러져 나갔다. 그의 뒤를 따르는 1000명의 이능력자들은 대장의 당당한 위용에 존경심을 가지며 그 뒤를 따랐다.
표범처럼 생긴, 몸 길이가 4m가 넘는 센튜리온급 이생물체가 김성건에게 달려들었다. 이 놈과 정면으로 맞부딪치면 대형 트럭에 받힌 정도의 충격을 받을 것이다.
김성건이 손을 뻗으며 외쳤다.
“도, 개 걸 윷!”
그의 등 뒤에 떠 있는 4개의 도가 표범처럼 생긴 이생물체의 몸을 꿰뚫었다. 피가 땅을 적시고 근육이 찢어졌으나 그 이생물체는 굴하지 않고 김성건을 향해 솟구치며 앞발을 휘둘렀다.
“핫!”
김성건이 가장 애용하는 도, ‘모’를 종으로 베자 표범처럼 생긴 이생물체의 몸이 세로로 갈라졌다. 그 때 그의 측면으로 다른 달려오는 다른 이생물체들. 하지만 도, 개, 걸, 윷 네 개의 도에 난자당하며 목숨만 잃고 말았다.
그 만큼은 아니었지만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옆으로 다가왔다. 레벨 7의 이능력자이자 그의 부관인 박현진이었다. 박현진이 말했다.
“치프틴 급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12시 방향에 나이트 급이 두 마리가 있습니다.”
김성건은 박현진이 말한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마에 가느다란 뿔이 하나 달렸고, 키는 2m를 훌쩍 넘는 이생물체 두 마리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팔다리, 몸통 할 것 없이 신체의 모든 부위가 키에 비해 상당히 가느다래 으스스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김성건은 곧바로 4개의 도를 왼쪽에 있는 으스스한 분위기의 나이트급에게 날려 보낸 후, 자신도 직접 달려들었다. 그러자 박현진이 부하들을 이끌고 오른쪽에 있는 나이트급에게 공격을 가했고, 그들의 후방에 있는 6레벨 이능력자 5명이 두 나이트급의 행동을 제약하기 위해 이능력을 발동했다.
다들 전투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인지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각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김성건이 모로 나이트급의 팔을 베어내자 잘린 몸통 부위에서는 피와 함께 수십 가닥의 촉수가 생성됐다. 촉수는 김성건의 심장을 파고들기 위해 뻗어갔으나 그 나이트급의 등을 찌르고 있던 네 개의 도가 다시 돌아와 촉수를 막아냈다.
레벨 6의 이능력자 두 명이 동시에 으스스한 분위기 나이트급의 남은 팔을 공격하자 김성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목을 쳐 떨어트렸다.
하지만 바닥을 굴러다니는 나이트급의 머리통은 몸과 분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서 입을 놀렸다. 그러자 부하 중 한 명이 역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로 그 머리를 짓이겨 버렸다.
그 때 어디선가 날아 온 붉은색 빔.
조금 전, 머리를 발로 뭉개는데 성공한 이능력자는 자신의 몸에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오른쪽으로 쓰러지는데 상체가 없는 하체가 보였고, 이내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기억은 거기서 끝이 났다.
지금 막 하체와 상체가 분리된 대원 뒤에 있는 또 다른 대원은 다행하게도 그 끔찍한 광경을 보지 않아도 됐다. 앞을 볼 수 있는 머리가 이미 터져나가 사라져버렸으니까.
김성건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이생물체들 사이에도 나이트급이 있었군.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빨리 해치우자.”
빗발치는 붉은색 빔을 모두 갈라내며 전진한 그는 자신의 왼쪽에 있는 이생물체의 허리를 잘라버리며 외쳤다.
“도, 윷 질주해라.”
두 개의 도가 앞길을 막는 이생물체들의 몸을 관통하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생물체들을 모두 정리하고 장벽으로 돌아가는데, 누군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김성건 대장님, 남양주에서 긴급 통신이 왔습니다.”
그는 통신을 마친 후, 이곳을 박현진에게 맡기더니 곧장 남양주로 향했다.
***
남양주에 도착한 김성건은 바로 긴급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실에는 대통령 박웅헌,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강경파 대표 윤성일, 레벨 8의 이능력자인 윤성윤과 김관우 등이 있었다.
회의 주제는 바로 제 3차 인천 공략의 실행 여부였는데, 그 사항은 의외로 간단하게 결정이 났다. 다들 실행을 하자는 쪽이었다. 윤성윤이 가져온 정보를 분석하니 공략이 가능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다만 결전의 시기를 두고는 논쟁이 오갔다. 강철 종족이 상처를 회복하기 전에 공략을 서두르는 것이 낫다,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고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 옳다는 문제의 대립이었다.
둘 다 장단점이 명확해 결론이 쉽사리 나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필두로 한 일반인들은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고 들어가자는 의견에 손을 든 반면 이능력자들은 서두를 필요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실에 있는 이능력자들은 대부분 직접 인천으로 들어간 경험이 있기에 강철 종족에 대한 분노가 상당했다.
회의를 결판 낸 것은 김성건의 발언이었다.
“강철의 군주의 방패가 복구될 수도 있는 일이니 일찍 공략을 시행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제 3차 인천 공략은 1주일 후 시행하자는 결정이 나왔다.
회의장을 빠져 나온 김성건은 근처에 있는 까페로 향했다. 대추차 한 잔을 시켜놓고 자리를 잡았다. 젊은 나이와 건장한 신체에 어울리지 않게 건강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었다.
주변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 3차 인천 공략은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내부 평가가 있었다. 예전과는 달리 자세한 정보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론이었다.
그는 이전 두 번의 인천 공략에 모두 참여한 몇 안 되는 이능력자였다.
윤성일을 위시한 강경파 세력이 전공을 독점하기 위해 무슨 꿍꿍이를 벌일지 걱정이 됐다. 그는 정부의 두 번째로 큰 파벌인 온건파 세력의 대표주자였으나 전쟁터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해 강경파 세력과 싸울 생각은 없었다.
정말 중요한 일은 누가 공을 세우는지가 아니라 최소한의 희생으로 공략을 성공시키는 일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윤성일 일파는 대통령이 알아서 잘 견제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를 괴롭히는 또 다른 큰 문제가 있다면.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
찻잔을 만지며 혼자 읊조렸다.
정부의 윤성일, 유일신교의 구영진, EOA의 사장 배호영이 그 장치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 역시 배호영과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모른 채 그 장치의 실험을 도왔으니까.
‘모르고 참여했다지만 나에게도 강철의 군주를 이 땅에 불러온 책임이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항상 그의 심장을 짓눌렀다. 이따금 그 때의 일이 악몽으로 찾아오곤 했다.
그 장치를 셋 중 누구에게도 넘기고 싶지 않았다. 누가 가져가든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욕심 때문에 강철의 군주를 불러올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같은 편이 필요했다.
‘지후를 만나봐야 하나?’
그는 이능력 학교 2기 출신으로 이지후의 선배였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ㅜㅜ
앞으로 더 열심히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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