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 녹색 눈의 늑대 2차 토벌(2)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방패를 든 안동의 이능력자들은 절도 있게 발걸음을 옮겼다. 치프틴급 녹색 눈 늑대의 앞발과 꼬리 공격을 막다가 쓰러지곤 했음에도 계속해서 달려들어, 치프틴급이 도약할 수 있는 공간을 없애버렸다.
아무래도 치프틴급의 가장 무서운 공격은 이리 저리 날뛰며 육중한 체구를 이용해 이능력자들을 깔아뭉개는 것이었으니까.
이지후가 치프틴급의 오른쪽 어깨를 공격했다. 양손의 비수모양 이능력으로 번갈아 찔렀다. 그러자 가죽이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치프틴급은 눈으로 그를 쫓았다. 그러자마자 사각에서 김명경이 붕권을 날렸다.
위험을 감지하고 피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이동방해 이능력들이 방해했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손들이 네 발을 붙잡았고, 허리 부근은 갑자기 무거워졌다.
- 크아앙!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힘을 돌렸다. 그것으로 이동방해 이능력들을 풀어버렸으나 문제는 반응이 늦고 말았다는 것.
그녀의 주먹을 피해낼 수 없었다. 몸을 틀어 근육이 많은 뒷다리로 받아냈다.
- 쾅!
충격 때문에 몸이 뒤뚱거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꼬리를 김명경에게 휘둘렀고, 시선은 계속 이지후에게 두었다.
그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속도는 빠르고 움직임이 기묘하나 위력은 별로였으니까. 그냥 성가시기만 한 날파리 같은 존재라 여겼었다.
그런데 날파리가 모기로, 모기가 벌로, 벌이 다시 말벌로 계속해서 진화했다. 지금은 부리로 상처를 헤집는 매로 변했다는 느낌이었다.
그는 시선만 떼면 기가 막히게 품으로 파고들어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치프틴급은 무지막지한 위력이 담긴 주먹을 마구 날리는 김명경을 신경 쓰기 바빴기에, 그의 공격은 적당히 맞아주며 쫓아내기만 했다.
그런데 위력이 약하다고는 하나 공격이 누적되니 데미지가 들어갔다. 게다가 상처 입은 곳만 골라서 찌르고, 베는 영악함을 보여줬다.
이제 그에게 타격을 받을 때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것도 김명경이 공격을 들어오는 타이밍에 맞춰 절묘하게.
치프틴급 녹색 눈 늑대의 본능이 경고했다. 어쩌면 공격을 진짜로 주도하는 사람은 그녀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산성 침이 쏟아지자 이지후는 뒤로 뛰며 피했다. 곧장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치프틴급의 턱을 찌르기 위해 손을 뻗었다.치프틴급이 회피하기 위해 고개를 흔들자 그는 공격하던 팔을 거두더니, 오른발로 앞발을 차며 빠졌다.
치프틴급의 신경이 그에게 집중된 것을 알아챈 김명경은 바로 도약을 했다. 깍지 낀 두 주먹으로 치프틴급의 머리통을 내려쳤다.
- 콰광!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다.
치프틴급은 뒤로 물러서며 회복의 시간을 가지려 했다. 하지만 이지후가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목을 찌르기 위해 다가갔다. 동시에 김명경도 뛰었고.
둘의 연계공격은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었고, 위치와 역할 변화는 자유자재였다. 텔레파시로 교감을 한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치프틴급이 또 한 번 꼬리를 휘두르려는 찰나 이지후가 외쳤다.
“꼬리 공격! 9시 방향으로 방어부대 투입.”
박찬진이 그에 맞춰 소리를 질렀다.
“예정대로 4조 들어가고, 3조 대신에 5조가 들어가.”
안동의 방어 이능력자들이 방패를 밀고 들어가자 치프틴급은 회전할 공간이 부족해 꼬리에 위력을 충분히 싣지 못했다.
박찬진의 눈에 이지후가 꼬리를 베는 모습이 들어왔다. 꼬리는 이제 너덜너덜해졌고,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자신의 옆을 지키는 친구에게 말했다.
“우영이랑 이지후 씨를 평가했던 게 생각나는 군.”
“김명경 씨의 치마폭에 싸여 사는 주제에 나댄다고 한 거?”
“그래. 우영이가 저 세상에서 쑥스러워 하겠어.”
“확실히 레벨 7은 7이네.”
“단지 그런 말로 평가하면 실례일 정도야. 치프틴급을 마크하면서 김명경 씨가 공격할 틈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치프틴급의 공격 패턴을 파악한 후, 적절한 지시까지 내리고 있어. 저게 가능한 건가?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
그는 자신을 향해 입을 벌리고 다가오는 솔져급 늑대를 발로 찬 후, 다시 한 번 이지후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직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 정말 공정하게 행동할까?’
김명경과 함께하는 이지후는 훌륭한 활약을 펼치는 것으로 안동의 이능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평가를 바꿔나갔다.
그녀가 빛이라면 그는 그림자였다. 대중들에게 그녀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그녀가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그는 더 많은 괄시와 시기만 받게 될 것이다.
그는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만 능력을 인정받는 그림자 영웅이 될 것이다.
모순적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그가 가장 빛나는 순간 또한 그녀와 함께 할 때였다. 그녀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를 펼치기에 그의 무용(武勇)이 세상에 드러나고, 마음껏 지휘를 하는 것으로 재능을 뽐내는 것이 가능했다.
정현석이 오른쪽에서 날뛰던 나이트급 이생물체를 제압했다. 녹색 눈 늑대 종족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놈들은 20마리 정도에 불과했다.
전투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치프틴급 녹색 눈의 늑대는 그 와중에도 무력을 과시했다. 이동에 제한을 받고 있으면서도 좌우로 뛰며 이능력자들을 물어뜯어 뼈를 부수고, 몸을 찢었다.
이지후가 외쳤다.
“이제 화력을 집중하자.”
김명경, 정현석, 김연흠이 대답했다.
“오케이!”
“예썰.”
“알겠습니다.”
기민하며, 공격의 맥을 잘 끊는 이지후와 김연흠이 좌우로 뛰었다. 치프틴급 녹색 눈의 늑대를 교란시키기 위해서.
안동의 정예들은 압박에 들어갔다.
그러자 정현석이 거대한 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그 뒤에서 김명경이 붕권을 날리기 위해 이능력의 기공을 모았다.
후방 지휘를 맡고 있는 안동의 임시 사령관 강문호가 다시 전장에 합류했다. 조금 전, 다른 이생물체 종족이 전투에 끼어들었는데, 그는 200여명의 이능력자를 이끌고 나가 간단하게 격퇴했다.
마지막 결전을 펼치는 이능력자들을 바라본 강문호는 나이가 많은 이능력자에게 말했다.
“본부의 전력과 우리 안동 이능력자들의 호흡이 이렇게 잘 맞을지 몰랐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강문호의 눈이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러자 나이가 많은 이능력자가 말했다.
“지난번의 판단 후회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다만 그 결정 때문에 사령관직을 내놔야해서는 아닙니다.”
“리더란 자리는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고작 행정실장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강문호가 옅게 웃었다. 나이가 많은 이능력자가 말을 이어갔다.
“강하게 나가면 불만이 튀어나오고, 부드럽게 어르면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고.. 그런 상황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리더의 몫인데, 과연 현명한 결정이란 무엇일까요?”
“철학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나이 들면 이렇게 대화하는 방법이 의뭉스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이라... 체력은 20대 못지않으시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정이 있다면 참 좋으련만 세상에 그런 것은 없죠. 누군가는 불만을 가지게 되고, 희생을 해야만 하고...”
“......”
“단기적으로는 옳았던 판단이 장기적으로는 그른 게 되고, 반대로 어느 시점에서 욕을 먹었던 사안이 시간이 흘러서는 찬사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죠. 그럴 때마다 리더는 영광의 관을 쓰기 보다는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되더군요. 그래서 어려운 자리인 거 같습니다.”
강문호는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못 했다. 눈을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원래는 이지후 씨의 조언을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강력하게 토벌을 주장하는 우영이를 보고 결정을 바꿨습니다. 본부에 계속 의지하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으니까요. 안동의 자주성 확립이라는 미래를 위해 내부의 사기를 올리고, 단결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네. 지금 돌이켜보니 그 때의 제 결정은 꼭 안동을 위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결국은 파벌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듭니다. 저는 이지후 씨와 사적으로 친하기는 하지만...”
나이가 많은 이능력자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역해방전선의 본부에는 크게 두 개의 파벌이 있었다.
첫 번째 파벌은 이지후, 김명경과 같은 젊은 이능력자들이 주축이 된 세력이었다.
그들은 지역해방전선이 하나의 권력 집단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처럼 비공식 영토를 지키는 데만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 번째 파벌은 3,40대의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
지역해방전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대한민국 정부와 동등한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 후, 세상을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두 파벌이 정부의 강경파와 온건파처럼 대놓고 싸우지는 않았다. 다만 미묘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안동의 이능력자들은 대부분 두 번째 파벌을 지지했다.
나이가 많은 이능력자는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지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팔다리는 상처 때문에 피로 물들어 있었고, 방어구는 흙투성이였다.
그가 말했다.
“사령관님, 우리들이 어떤 파벌에 서 있든,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간에 결국 중요한 것은 비공식 영토에 사는 사람들을 지키는 위해 행동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렇게 하나가 되어 싸우는 젊은이들을 보니 언젠가는 파벌 논리를 깨고, 정부와 협력을 이루어내 이 땅에서 이생물체들을 몰아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기네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올 겁니다. 어두운 그림자가 광명의 빛으로 변하는 그 날이...”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오늘도 30분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요즘 몇시에 올려야 하나...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출도 때문입니다.
공모전 순위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
제가 딱 30위권 근처라...
모두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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