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 제 3차 인천공략 결의(3)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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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긴급히 최상위 이능력자들을 수도 남양주시로 불러들였다. 전선을 방위하느라 빠질 수 없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모이기로 합의했다.
이지후 역시 남양주로 향했다. 김명경 및 지역해방전선 소속의 후배들과 함께 정부청사에 도착했다.
청사 건물로 들어서는데, 로비에서 해방전선의 부대표 조창호와 마주쳤다. 그의 조카이자 레벨 7의 이능력자 조민철은 옆에서 그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지후와 조창호의 만남은 평소와 똑같았다. 그저 어색했다. 조창호는 이지후와 그의 곁에 있는 이들을 쓱 둘러보았다.
이지후의 오른쪽에는 해방전선의 최강자 김명경이, 왼쪽에는 전투력 넘버 2 김근우가 서 있었다.
김근우의 옆에는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어깨가 체조선수처럼 다부진 이가 보였다. 해방전선의 이능력 랭킹 3위 장찬구였다. 그 역시 이능력 학교 출신으로 이지후보다 두 기수 아래였다. 김명경의 뒤에서는 정현석과 김연흠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모두 20대인 이들은 지역해방전선의 주축인 동시에 친 이지후 사단으로 불렸다. 멤버는 이들 외에도 한 명 더 있었다.
‘역발산기개세’라는 별칭을 가진 레벨 7의 이능력자 이웅이었다. 그는 김근우와 동기 사이였는데, 오늘은 세종시 방위를 맡았기 때문에 이곳에 오지 못 했다.
조창호는 이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러니 지금의 조우가 유쾌하게 느껴질 리 없었다.
이번 정부의 소집은 비밀리에 이루어진 일이었기에, 최상위 이능력자들 이외에는 이능력 4단체의 주요 인사들만 오도록 돼 있었다. 단, 수행원으로 한 명을 대동할 수 있었다.
평소 조창호는 조카를 수행원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의 옆에는 조민철 단 한 명만이 보였다. 반면 이지후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다섯.
비교가 됐다. 아니, 스스로 비교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우리 해방전선의 주역들은 모두 일찍 오셨군요. 부지런들 하십니다.”
하지만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이지후 사단이 지금은 끈끈한 정으로 뭉쳐있다고 하지만 언제 분열될지 모를 일이었다. 그 때를 대비해 항상 이들의 환심을 사두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이지후가 대표로 답했다.
“부대표님도 여기까지 오시느라 노고가 많으십니다.”
둘은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으나 함께 하지는 않았다. 불편한 공기에 짜증이 난 김근우가 잠시 자판기 커피라도 마시고 가자고 했기 때문.
장찬구가 이지후에게 슬쩍 다가오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형, 우리 따로 올 걸 그랬나 봐요. 눈치 보이죠?”
“됐어. 우리가 일부러 과시하려고 그런 것도 아닌데, 뭐 하러 그래. 간만에 모였으니 평소 쌓인 이야기라도 하고 싶어서 같이 온 거잖아.”
“저희는 괜찮은데, 형이 걱정 돼서... 우리를 그렇게 순수하게 봐주는 사람은 없잖아요.”
무사태평한 스타일인 김명경, 김근우와 달리 장찬구는 진심으로 이지후를 걱정하고 있었다.
단체가 아닌 개인이 레벨 7 이상 이능력자를 단번에 다섯 명 이상 모을 수 있는 사람은 신대한민국 전체를 따져 봐도 서너 명 정도가 다였다.
이능력 4단체의 유력자들은 이지후 사단을 부러워하면서도 두려워했다.
그들이 돈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지후 사단은 이능력 학교시절부터 선후배 사이로 친하게 지냈으며, 한중전쟁, 경주 공방전 등의 대규모 전투를 같이 치러내면서 단합한 사이였다.
그 끈끈함이야 말로 이지후 사단 최대의 강점이었다.
실제로 이지후의 주변 인물들을 포섭하기 위해 정부와 EOA에서는 여러 차례 스카웃 제의를 했었다. 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유일신교 역시 은밀히 접촉을 했었고.
이지후가 자판기에서 커피를 꺼내며 말했다.
“사람들이 참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고 드니...”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조창호 씨나 다른 사람들이나 이미 날 그렇게 싫어하는데,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조심해 봤자지. 이미 늦지 않았을까? 현명하게 내 한 몸 사리려고 했으면 한중전쟁 때부터 명령 복종하며 죽어지냈어야지.”
“그러면 우리가 없었겠죠.”
많은 의미를 담은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후는 커피를 홀짝이다 너무 달다며 불만을 토해냈다.
“형의 위치란 참... 정부에는 명령불복종자에 반국가행위자고, 해방전선의 개혁파들에게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이고요. 정말 상반된 이미지입니다.”
“일종의 변종 매카시즘이라고 하면 되려나? 정말 나같이 비난하기 좋은 사람 있어서 서로 단합하는 데 참 편하겠어.”
이지후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행보를 보이면 해방전선의 개혁파들은 나 보고 해방전선을 파멸로 몰고 갈 미치광이라고 비난할 테고, 아예 얌전히 있으면 정부에서는 과거에 한 행동들을 정당화하려 들겠지.”
“참 어려운 문제예요.”
장찬구는 예전에 이지후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지역해방전선이 설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그는 이지후에게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도 되지 않느냐는 말을 꺼냈었다. 그러자 이지후는 이렇게 되물었다.
“누구를 위해서?”
“형 처지도 생각해야 되고, 정부가 영토 이원화 정책을 택한 것은 잘못이잖아요. 누군가는 그걸 막아야 하는데...”
“지역해방전선이 대놓고 정부를 불신하며, 척을 지겠다고 나서면 신대한민국의 분열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어? 이생물체의 칩임이라는 대위기 상황만 없었다면야 그런 것도 괜찮겠다만 지금은... 안 돼.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정부가 하지 않으려는 일을 대신 하는 선에서 그쳐야 할 뿐이야.”
“그러면 형은요? 형 자신도 생각해야 되지 않아요?”
장찬구는 그 때, 이지후가 어떤 답변을 했는지 기억해내고 싶었다.
‘대답을 하지 않았던가?’
정부와 대립하는 것 같으면서도 협력하고 있는 지역해방전선의 미묘한 성향은 이런 이지후의 태도에서 기인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지후와 일행들은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회의장은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다들 자리에 앉자 강경파 세력의 수장, 윤성일이 연단에 섰다. 마이크를 한 번 조정한 후, 말했다.
“다들 국가를 수호하느라 바쁘신 와중임을 잘 알고 있으나 중대한 사항이 있어 이렇게 불러 모으게 됐습니다. 모두 제 3차 인천 공략이 곧 시행될 계획이라는 것 정도는 듣고 오셨을 겁니다.”
사람들의 눈이 매서워졌다.
“자세한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왜 3차 인천공략을 결행하게 됐느냐...”
윤성일의 브리핑을 듣던 이능력자들은 강철 군주의 방패가 박살났다는 말을 듣자 크게 놀랐다. 그리고 고작 1주일 후에 인천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에 술렁였다.
하지만 김명경의 두 눈은 아이처럼 반짝거렸다. 주먹을 꽉 쥐며 이지후에게 속삭였다.
“정말 이렇게 빨리 강철의 군주를 만날 수 있는 거야?”
“헤어진 애인이랑 재회하는 상황 같다, 너.”
그녀가 팔짱을 엇갈렸다.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피가 끓는단 말이지.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전... 전... 뭐더라? 전공, 전구, 전기, 전차, 전쟁, 전사... 다 아닌데.”
“전율.”
“그래, 맞아! 그거야, 그거. 전율이 쫙 인다고.”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 것이 정말로 신나 보였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려고 하자 이지후는 재빨리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녀가 손을 치우며 말했다.
“헤헤... 너무 기분 냈나?”
“아직 브리핑 중이라고.”
“너 저 성윤이네 형 싫어하잖아. 그것도 아주 많이!”
“그건 그거고.”
“맞다! 그리고 자색창검의 학살자... 그 녀석도 꼭 내가 박살내겠어!”
“하긴 우리가 그 놈한테 당한 게 있지.”
둘은 제 2차 인천 공략 때, 강동현을 따라 다시 인천에 들어갔다가 자색창검의 학살자와 조우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하지만 죽은 거 같다잖아. 브리핑 안 듣고 뭐 했어?”
“어? 정말? 말도 안 돼!”
그녀는 평소와 다르게 정장차림이었다. 지역해방전선의 상징인 녹색 재킷과 무릎까지 내려오는 하얀 치마를 입고 왔다.
갑자기 녹색 재킷의 밑 부분을 슬쩍 들어 올렸다. 안에 입은 셔츠도 함께. 그러자 군살하나 없는 허리가 드러났다.
“이거 봐. 그 놈한테 베인 상처가 아직도...”
“지금 뭐... 뭐 하는 거야?”
이지후가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옷을 바로 내렸다. 김명경의 입꼬리가 또 한 번 올라갔다.
“너 오늘 유난 떤다?”
“사람 많은 데서 갑자기 이러니까...”
“내가 뭘 했는데?”
웬만하면 말빨로는 밀리지 않는 이지후인데, 입을 꾹 다물더니 떨어트릴 줄을 몰랐다.
김명경은 그의 얼굴이 새빨개진 것을 알아챘다.
갑자기 얼마 전에 김근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남자는 제복 차림의 여자를 좋아한다는 그런...
‘제복 차림, 공공장소, 아슬아슬함.’
무언가 번뜩였다.
‘설마 이 삼위일체가 색기를 발산하는 것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는 우주의 진리를 깨달았어.’
다음번에는 이 조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법을 시도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왜곡된 진리에 눈을 뜬 김명경이었다.
***
회의장에는 백 명에 가까운 이능력자들이 모여 있었다. 윤성일의 발표가 끝나자 사람들은 인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데 여념이 없었다. 서로 다른 세력에서 일하느라 평소 만나기 쉽지 않으니 이런 기회에라도 회포를 풀려는 것이리라.
이지후와 김명경은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그는 고민에 잠겨 있었다.
‘인천 공략에 성공하면 분명 바로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 쟁탈전이 벌어질 텐데... 과연 누가 내 편이고, 적일까? 확실하지가 않단 말이야.’
그 때, 누군가 외쳤다. 쩌렁쩌렁 울리는 큰 소리가 천장을 무너트릴 것 같았다.
“아하하하! 오랜만에 보네, 우리 장비! 더욱 용맹해진 것 같구나.”
이지후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괴상망측한 행동으로는 김명경보다도 몇 수는 위인 김관우일 것이 분명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삼국지 역할놀이에 충실한 그는 김명경을 장비라고 불렀다. 호쾌한 무공이 장비와 닮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웅헌 대통령은 유비로, 김성건은 조운이라고 칭했다.
이지후는 김명경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관우가 다가와 그녀의 등을 쳤다. 반가움의 표시였다.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 아우.”
김명경의 짜증이 폭발했다.
“으아아아! 누가 장비고, 누가 아저씨 아우냐고요!”
“오! 우리 아우가 이 형님에게 애교를 부리고 싶은 게로구나.”
“아니라고! 그리고 난 여잔데, 왜 형님이야!”
그녀의 붕권이 김관우의 복부에 작열했다. 그 순간, 김관우의 몸이 철로 뒤덮였다. 양손으로 그녀의 주먹을 막아냈다. 펑, 엄청난 굉음이 들렸으나 김관우를 고작 몇 미터 밀려나게 힌 것이 다였다.
“역시! 우리 장비의 주먹은 훌륭하군. 기백이 가득 담겨있어. 이 형님은 정말 기쁘다. 그래, 오랜만에 봤으니 나랑 대련을 하자는 게지?”
“아니야! 아니야! 절대 아니라고!”
그녀가 주먹을 뻗자 김관우는 팔꿈치로 받아냈다. 턱을 향해 일직선으로 찔러오는 발차기는 고개를 젖혀 피해냈다. 그 후, 바로 어깨를 들이 밀었다.
김명경은 몸을 돌려 회피한 후, 점프를 해 깍지 낀 두 주먹으로 김관우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김관우는 어퍼컷을 날리며 그녀의 공격을 상쇄했다.
그 광경을 본 이능력자들은 그들의 엄청난 위력에 어찌나 놀랐는지, 잠시 머릿속에서 강철의 군주를 지우고 말았다.
이지후가 뚱한 눈으로 둘의 대결을 바라봤다.
‘귀찮아지기 전에 빨리 도망가야겠어.’
위풍당당 김명경이 유일하게 어찌하지 못 하는 사람이 바로 김관우였다. 누군가 자신을 귀찮게 하면 주먹으로 날려버리면 그만이지만...
김관우는 그녀와 대등한 능력의 보유자였다. 그러니 찰거머리처럼 따라다니며 속을 긁어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둘의 대결을 중단시킨 것은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 할아버지였다. 둘은 이 후, 30분이 넘도록 할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 와중에 이지후의 곁으로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북부전선의 책임자이자 그의 한 기수 선배인 김성건이었다.
“오랜만에 보네. 요즘 잘 지내?”
“형도 오랜만이에요. 저는 뭐... 정부에서 하도 귀찮게 하는 탓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투덜투덜거리는 거 보니 잘 지내고 있네.”
“새로운 해석법이군요.”
“이지후 전용 해석법이지. 난 바로 동두천으로 가야돼서... 시간 날 때, 차라도 한 잔 하자.”
김성건이 손바닥으로 그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그러면서 남긴 귓속말.
“내일 3시에 대전에서 보자.”
이지후는 자신의 선배가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에 대해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대전은 괴수들이 득실거리는 비공식 영토. 그곳에 홀로 갈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대전에서 차 한 잔이라...’
머리를 긁적였다.
‘거기까지 가는 거 무서운데... 그리고 나는 술 한 잔이 더 좋단 말이지. 여전히 내 취향은 고려하지 않는 선배라니까.’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새로운 한 주의 시작입니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다들 컨디션 관리를 잘 하시기를.... 그리고 매르스 조심하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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