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 가장 긴 하루의 끝(1)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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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타난 사람들은 대략 50명 정도였는데, 모두 정부의 이능력자였다. 그 가운데에는 그 사람이 있었다.
이지후의 절친한 선배이자 최강 3인 중 한 명인 김성건.
김성건은 눈빛은 담담했다. 반면 이지후는 분노를 터트렸다.
“진짜 예상 못 했네. 내가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었을 줄이야... 아! 허무해. 나랑 성윤이의 대결, 유일신교와 EOA의 연합 다 의미가 없었어.”
박재성은 지금 이지후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 했다. 분명 김성건은 이지후를 돕기로 했으며, 그 증거로 자기 부인까지 지원군으로 보내지 않았던가.
이지후가 손가락을 뻗었다. 그곳에는 누군가 쌍둥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쌍둥이는 기절해 있었다.
박재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쌍둥이를...”
쌍둥이의 능력은 특별했다.
쌍둥이가 마음먹고 숨어 있으면 이능력 감지의 달인인 구효린이나 윤성윤도 찾아낼 수 없다. 기척 감지의 최고수인 김명경이나 김관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저들은 쌍둥이를 찾아냈다.
이지후가 말하는데, 목소리가 차가웠다.
“쌍둥이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 가능했던 거겠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최연희가 김성건에게 가려고 했다.
눈치가 빠른 민상현과 김연흠이 바로 그녀를 붙잡으며 위협했다. 하지만 이지후가 제지했다.
“그냥 보내줘. 의미 없으니까.”
김성건이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그녀는 재빠르게 자기 남편에게 달려갔다. 꽉 안으며 말했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보고 지후 오빠 도우라면서.”
김성건은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침묵을 지켰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박재성이 이지후에게 물었다.
“설명 좀 해줘.”
“아직도 모르겠어? 대통령 옆에서 전쟁을 마무리해야 할 사람이 여기에 있다. 그게 무슨 의미겠어?”
“설마 대통령님께서 성건이 형을 여기로 보냈다는 거야? 그러면 성건이 형이랑 대통령님이랑 처음부터 한 편?”
“아니, 그랬다면 자기 마누라를 우리한테 보냈겠냐. 성건이 형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우리가 가장 잘 알잖아. 게다가 그랬으면 우리가 인질로 잡았을 텐데.”
“그러면 뭐야?”
“씨발, 여기서 가장 짜증나는 점이 뭔지 알아? 모르겠다는 거야. 평소에 그렇게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했는데, 정작 박웅헌 대통령이 그 장치를 어떻게 알았고,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순간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아... 그건가? 어이없네. 그러면 다 연결되는 구나. 왜 쌍둥이의 능력이 파악됐는지까지.”
“난 지금 하나도 모르겠어.”
“나중에 알려줄게.”
그는 김성건을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형, 이제 다른 건 다 알겠는데 하나 모르는 게 있습니다. 왜 갑자기 대통령 편에 붙으셨습니까? 알고 싶은데요.”
***
“구영진이 죽었다고? 그리고 배호영이 범인일 거라니.”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박웅헌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는 전쟁을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대통령이라는 위치상 이제 쉬어도 되나 그는 끝까지 이생물체들의 잔당을 처리하는데 힘을 보탰다.
골치 아픈 아니, 그 이상의 상황이 발생했다. 4대 이능력 세력 중 하나의 수장이 사망했고, 용의자 역시 그 중 하나다.
신대한민국의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올 일일 터.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잘 됐네.”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나중 일이다. 지금은 당장 급한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바로 게이트 강제 생성장치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는 구영진에게 그 장치를 넘긴다고 했었지만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 구영진이 죽어서 일을 처리하기 더 쉽게 됐다.
바로 김성건을 불렀다.
“김성건 대장님,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말씀만 하시기 바랍니다. 강철 종족을 박멸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게 아니니까 부탁이라고 했겠죠?”
순간 김성건의 눈이 당혹스럽다는 빛으로 물들었다. 대통령의 분위기가 이전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잘 생각해보니 강철 종족에 관련된 일이라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했을 것이다.
다시 박웅헌이 말했다.
“게이트 강제 생성장치를 확보하고 싶습니다.”
김성건은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 때문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대통령이 그 장치에 대해 알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박웅헌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의외죠? 하지만 저는 그 장치로 인해 강철의 군주가 이 땅에 나타난 것도 알고 있으며, 그 프로젝트에 누가 관여돼 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걸...”
“게이트 강제 생성장치의 원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고 계십니까? 모르실 거라고 봅니다만.”
“원래 이름이라뇨?”
“이능력자 생성장치로 불렸습니다.”
“네?”
“그 장치는 원래 평범한 사람을 이능력자로 만들기 위해 탄생한 것입니다.”
김성건에게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이능력자를 강제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였으며,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박웅헌은 그의 반응을 살피며 말했다.
“강철의 군주를 불러온, 게이트 강제 생성 프로젝트 이전에 다른 비밀 프로젝트가 있었다는 의미가 되겠죠?”
게이트 강제 생성 프로젝트라는 단어에 김성건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학생 시절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비록 어떤 프로젝트인지 모르고 한 것이지만.
김성건은 옛상념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부에서는 국력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으로 ETS와 협약을 맺고 비밀리에 이능력 강제 생성 프로젝트를 시행했습니다. 게이트 강제 생성장치 즉, 이능력 강제 생성장치는 원인은 모르겠으나 10세 이하의 아이에게만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그런...”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신체적 한계 때문인지 이능력을 얻은 아이들 대부분이 얼마 가지 못해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박웅헌의 표정에서 평소의 그 여유 넘치는 분위기가 싹 사라졌다.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하지만 있긴 있었습니다. 이능력이 발생한 후에도 살아남은 아이들이요. 비록 극소수지만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능력 강제 생성 프로젝트는 정말로 순수하게 국력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그렇다면?”
“특정인을 이능력자로 만들기 위한 이기적인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어린 아이에게 이능력을 심은 후에 그 이능력을 특정인에게 옮기는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면 그 특정인은 안전하게 이능력을 개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수백이 넘는 아이들의 목숨이 희생됐습니다.”
“그... 그런 게 가능했을 줄이야... 그리고 수백이 넘는 아이들이 죽었다니... 그런데 이능력을 빼앗긴 아이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즉사했습니다. 아주 비참하게 쪼그라들어 뼈와 가죽만 남은 몰골로 사망했습니다.”
“그 악마 같은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람은 도대체 누굽니까? 그리고 그걸 어떻게 대통령님께서 알고 계신 겁니까? 설마...”
박웅헌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뜸을 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시 국회의원이시던 저희 아버지가 책임자셨습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로 이능력을 얻은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저입니다.”
김성건은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박웅헌이 말을 이어갔다.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당신처럼 그 프로젝트의 정체를 모르고 참여했으니까요. 다른 사람이라면 이 말을 믿지 않겠지만 당신이라면 다르겠지요.”
“......”
“그 프로젝트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조기에 폐지됐습니다. 그리고 여의도 게이트 사건과 다른 일들로 인해 그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사람들 거의 전부가 사망했습니다.”
“구영진 씨가 연구 인력으로 참여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사람만큼 우수한 이능력 연구자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왜 이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신 거죠? 이건... 대통령님의 치명적인 약점 아닙니까?”
“일단 이 장치가 윤성일의 손에 넘어가면 저는 확실히 위험에 빠질 것입니다. 언젠가는 분명 이능력 강제 생성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낼 테니까요. 그리고...”
“그리고요?”
박웅헌이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가 열어갈 신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당신의 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성건 대장님 당신의 신뢰를 얻기 위해 진실을 말씀드린 겁니다.”
“신대한민국의 미래라고요?”
“저는 국민들의 지지로 운이 좋게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제 정치적 기반은 그리 탄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강경파의 단합된 세력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들을 물리치고 신대한민국을 더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나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와 손을 잡자 이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온건파의 핵심인 당신이 저와 함께해주시면 강경파에 대항할 수 있으니까요.”
박웅헌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번 전투에서 윤성일은 큰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윤성일을 완벽하게 몰락시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강경파 세력에 반격을 가할 기회는 될 겁니다.”
김성건은 평소 박웅헌을 꿍꿍이를 알 수 없으며, 인기에 영합하는 기회주의자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능력은 확실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윤성일을 비롯한 강경파 세력이 집권하는 것보다는 박웅헌이 권력을 잡고 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 여겼다.
그가 말했다.
“만약 제가 대통령님의 적이 된다면 어떻게 하시려고 이런 비밀을 털어놓으시는 겁니까?”
“그럴 리 없으니까요.”
너무나 확신에 가득 찬 말. 김성건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신만만하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제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정치를 한 적이 없습니다. 너무 자랑이 심했나요? 고깝게 들릴지 몰라도 사실입니다만 그리고 다른 이유라면...”
“무엇입니까?”
“김성건 대장님은 정도를 아시는 분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 신뢰입니다.”
“단지 신뢰만입니까?”
“설마요... 제가 그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죠. 당연히 약점도 쥐고 있습니다.”
김성건의 눈이 커졌다. 박웅헌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대장님은 청렴결백하고 훌륭한 사람이지만 주변 사람들도 모두 당신 같을까요?”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일단 대장님의 장인 어르신 말입니다. 농지로 쓴다고 땅을 사두셨는데, 명백한 땅투기더군요. 농사는 전혀 안 짓고 있던데요.”
김성건은 얼마 전, 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땅을 사셨다고.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대장님, 잘 찾아보시면 주변에 그런 일들 많을 겁니다.”
“그... 그런...”
“약점을 알고 있는데도, 먼저 협박을 하지 않고 제 치부까지 드러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저는 대장님이 제 파트너가 되길 원하지 부하가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이 점 알아주시죠. 그 증거로 그 장치를 확보하신 후에 대장님께서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한숨을 내쉰 김성건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 장치를 그냥 이지후가 손에 얻도록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능력 강제 생성 프로젝트에 관한 건 비밀로 해달라고 제가 부탁하겠습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이지후 씨의 목적이 이미 무엇인지 알고 계시지요?”
“복수...”
김성건의 눈이 커졌다. 박웅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호 선생을 살해한 사람이 바로 우리 아버지입니다. 만약 이지후 씨가 그 장치를 손에 넣는다면 저는 제 모든 것을 걸고 그를 파멸시킬 겁니다.”
입가에 미소를 피우며 말을 덧붙였다.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이번 전쟁이 끝나고 가장 위험한 사람이 이지후 씨라는 것을요.”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좀 늦었습니다.
이번 화가 하도 안 써져서... 대화를 구성하는데 어려웠거든요 ㅜㅜ
다른 글 연재 때문에 늦은 거 아닙니다 ㅡㅡ;;;; 믿어주세요...
다들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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