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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공부


[글 공부] [방법 생각] 묘사의 효과 및 방법

묘사 : 어떤 대상이나 사물, 편상 따위를 언어로 서술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표현 함.


요즘 장르문학을 보면 묘사를 최대한 생략해 사건을 쭉쭉 전개해나가는 게 대세인 것 같다. 사실 묘사가 많은 글을 보면 괜히 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 같거나 쓸데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야기 몰입에 방해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묘사를 최대한 생략하는 것은 답이 아닌 거 같다.

 
일단 묘사를 왜 하는지 생각해 봤다. 먼저, 정보전달을 위해서 일거다. 글의 배경이 중세시대인지 아니면 현대인지 알려주기 위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잘 생겼는지 혹은 험상 굳게 생겼는지 말해주기 위해 등등이다. 이 정보전달의 역할을 세분하게 나눈다면 더 복잡할 테니 이 정도로 생략하겠다.
두 번째로는 분위기를 알려주기 위해 혹은 캐릭터의 생각을 나타내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그녀의 볼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졌다. 이런 문장은 아무래도 진짜 여자 얼굴이 빨개졌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여성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서 쓴 문장일 테니까.


묘사가 글을 재미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묘사가 이렇게 정보전달을 하는 역할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오늘 본 글에서 느낀 점인데 묘사는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로 쓰이거나 다음 이야기 전개를 위한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거다. 내가 아주아주 사랑하는 글인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나온 글로 알아보겠다. 참고로 내가 인용할 내용은 4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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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집필한 내용의 작품은 달라지지만, 탐정소설 추리소설계에는 변함없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온 작가예요. 란포, 그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의 발자취가 일본 추리소설의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
거기까지 말하고 사오리코 씨는 한숨을 돌렸다. 봉고차는 쓰루카오카하치문가 앞의 사거리에 접어들었다. 때마침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어, 해외 관광객들이 봉고차 앞을 지나 밑을 지나갔다.
오른편으로 뻗은 와카미야 대로 한가운데에는 탄카즈라라고 불리는 참배로가 있다. 그 길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는 아직 활짝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한 광경이었다.
“.....아름답네요.”
조수석에 앉은 시오리코 씨가 창문에 바싹 얼굴을 붙이며 중얼거렸다.
“어디 놀러 가고 싶은 날이에요.”
“그러게요. 날씨가 참 좋군요.”
생각 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불현 듯 어제 시오리코 씨가 말했던 ‘보답’을 떠올렸다. 이 분위기라면 볼일이 끝난 다음에 어디 들렸다 가지 않겠느냐난 말을 꺼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닌 시오키로 씨니까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는 미지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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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오는 거리와 벚꽃에 대한 장면 묘사는 일단 사오리카 씨가 한숨을 돌린다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에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고 경치를 감상했을 거라는 진행의 연결 고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부분을 여러 줄에 걸쳐서 설명함으로써 지금 시오리카 씨와 주인공이 보고 있는 광경이 봄내음이 물씬 나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했다. 여기서 그냥 그쳤다면 이건 아마 그냥 아! 아름다운 광경이구나 하는 느낌 밖에 주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작가는 이 풍경에 대한 묘사를 주인공이 시오리카 씨한테 데이트(?)를 신청하기 위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로 사용하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시오리카나 주인공이나 서로 연애에 약한 편이다.


이렇게 묘사를 장면 혹은 진행에 대한 연결고리나 이야기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수단 아니면 다음 이야기 전개를 위한 장치로 사용한다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더불어 글도 아름다워질지도!

       




댓글 5

  • 001. Lv.38 도버리

    14.03.18 19:20

    한 수 배우고 갑니다 ㅎㅎ

  • 002. Personacon [탈퇴계정]

    14.03.25 15:36

    그냥 줄줄줄줄줄 쓰다가
    어느 한부분만 진짜 그림그리듯이 섬세하게 묘사를 해주면 사실성 up~~

  • 003. Personacon [탈퇴계정]

    14.04.27 17:06

    저는 묘사에 너무 치중하는 편이라...ㅜㅜ

  • 004. Lv.1 [탈퇴계정]

    15.04.09 00:11

    이 글 긁어가도 될까요. 여기서 문을 하나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네요..

  • 005. Lv.64 다작

    16.11.12 13:16

    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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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 글 공부 | [방법 생각] 묘사의 효과 및 방법 *5 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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