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 격돌! 강철의 군주와 광대들의 왕(3)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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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종족이 승리했습니다.”
윤성윤의 말을 듣자 김관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 강철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쉽게 지겠어. 그 놈들의 목을 따는 건 나 김관우와 이 청룡언월도야! 내가 2차 인천 공략 때 말이야...”
김관우가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잡아먹으려 하자 재빠르게 장주찬이 나섰다.
“윤 부단장님 상황을 더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광대들도 상당했습니다. 특히 광대들의 왕의 위력은 강철의 군주와 충분히 견줄만했습니다. 손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강철 종족 이생물체들 네다섯 마리가 반으로 갈라지더군요. 그 단단한 놈들이 말입니다. 그리고 흉흉한 검은 구체를 발동하면 그 대단한 치프틴급들 조차 정면으로 받아내지 못하고 피할 정도였습니다.”
“엄청났겠군요.”
“네. 얼마나 엄청났는지 더 말씀드리면... 강철의 군주가 자랑하는 은색 방패가 깨졌습니다.”
다들 오, 하는 탄성을 내뱉자 김관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망할 방패가 깨졌다고?”
“네. 그렇습니다.”
“아쉽네.”
말과는 다르게 눈빛이 이글거렸다. 투덜거리듯 말을 이어가갔다.
“그건 내가 깨트리려고 했는데... 광대들의 왕이 조금 했네. 정말 조금...”
김관우는 강철의 군주의 방패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일정 이상의 위력이 담기지 않은 공격은 모조리 흡수해버리는 마의 방패.
지난 두 번의 공략 때, 그 방패의 말도 안 되는 능력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한 명의 전사라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 내색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윤성윤, 장주찬, 이미나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
다시 장주찬이 물었다.
“강철 종족의 손실은 얼마나 될 거 같습니까?”
“최소 30%는 사망했을 겁니다. 살아남은 놈들의 부상도 심각한 편이고요. 자색 창검의 학살자를 비롯해 몇몇 치프틴급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관우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자색창검이가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그가 갑자기 상의를 훌렁 벗었다. 배에 큰 흉터가 있었다.
“이거 그 놈의 창에 찔려서 생긴 건데...”
김관우가 또 잡담을 하려하자 시간을 뺏기기 싫은 윤성윤이 장주찬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검은 눈의 악어와 붉은 미늘창의 기사는 살아남았습니다.”
“그 둘마저 사망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3차 인천 공략의 시행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둘은 계속 심각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본 김관우는 둘이 자기만 따돌리고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삐치고 말았다.
관심을 받고 싶은지 청룡언월도의 밑 부분으로 땅이 파이도록 쳤으나 둘은 그에게 결코 시선을 주지 않았다. 혼자 헛기침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괜히 옆에 있는 부하의 옆구리를 치며 말을 걸었다.
“이 수염 관리하는데, 한 달에 얼마 드는 줄 알아?”
그러면서 윤성윤과 장주찬을 흘끔 쳐다보는데, 역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때, 그의 눈에 띤 것. 이미나가 들고 있는 하얀 뿔 두 개였다. 치프틴급을 잡고 얻은 일종의 전리품.
“이야! 뿔 멋있게 생겼네. 이거 달여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겠어? 윤 부단장 고생도 많이 했는데, 이거 가져가서 먹으면 되겠네. 그리고 생김새를 보아하니... 음! 조금 남사스럽긴 하지만 그거에도 좋겠네. 그러면 혜택을 얻는 건 이미나 부관이지.”
순간 이미나의 눈이 꿈틀거렸다. 이마에서 핏줄까지 솟았다. 하지만 상대가 상관인데다가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원래 하는 행동이 저렇게 경망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차분하게 답했다.
“그거 성희롱입니다.”
“그... 그런가? 미안허이. 하여간 이거 윤 부단장 기력 좀 돋우게 가져가서 달여 먹으라고.”
그는 윤성윤의 관심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윤성윤이 화를 내며 그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봤으니까.
“김관우 대장님, 나이트급 이상의 상위 이생물체에게서 얻은 것들은 모두 정부의 귀속물이 된다는 거 잊으셨습니까? 그 뿔은 정부의 소중한 전략적 자원입니다.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입니다.”
“그... 그랬나? 몰랐네. 저거 건강에 참 좋을 거 같은데... 특히 남자한테...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그곳 말이야... 아쉽네, 그려.”
철저한 원칙주의자 윤성윤과 자유로운 영혼 김관우의 성향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당연하게도 이 둘의 궁합이 잘 맞을 리는 없었다.
김관우는 윤성윤보다 스무 살 이상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윤성윤을 어려워했고, 윤성윤은 윤성윤대로 김관우의 행동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안해진 김관우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지기 시작했다.
“아까 윤 부단장 정말 멋있더라고.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방패가 되다니. 크아! 난 그거 보고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니까.”
옆에 있는 부하 대원의 어깨에 팔을 올린 후, 신나게 떠들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부하 대원은 난처해졌다. 이런 류의 대화, 윤성윤이 질색할 게 뻔한데 좋다고 물어보는 김관우가 원망스러웠다.
다행스럽게도 윤성윤이 말을 잘랐다.
“부하를 보호하는 것은 상급자로서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저와 이미나 부관은 그저 공적인 관계입니다.”
“에이~ 아까 다 봤는데, 그렇게 정색하고 부인할 거 있나? 사랑을 표현하는 일은 부끄러운 것이 아닐세. 인류 평화를 위해 좋은 일이지. 가뜩이나 인구수가 필요한 세상인데... 허허허~”
김관우는 윤성윤의 기분이 어떻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랑이야~ 사랑이야~”
윤성윤의 표정이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자 부하 대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김관우의 입을 확 틀어막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보다 못한 장주찬이 말리려 했는데, 그 순간.
발끈한 이미나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렇게 감성이 둔한 멧돼지 같으시고, 눈치가 미련 곰탱이시니 반백년이 넘도록 솔로시죠!
그녀가 김관우에게 전쟁을 선포하자 윤성윤이 화를 냈다.
“이미나 부관, 감히 김관우 대장님께 말버릇이 그게 뭔가!”
“윤 부단장, 괜찮네. 전쟁터는 사람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지 않나. 나는 이미나 부관이 저렇게 짜증을 내는 걸 다 이해해요, 이해해.”
김관우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혼자 사는 이유는 말이야, 삼국지의 관우가 평생 여자 없이 남자의 길을 간 것처럼, 나도 관우와 똑같은 길을 걷기 위해 한 선택이라고. 결코 내가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에요.”
“거짓말 하지 마세요. 남자의 길은 개뿔... 지난주에 수원에 있는 까페에서 어느 여성분에게 추근덕거리다 뺨 맞고 나오는 거 다 봤거든요. 그리고 지지난주에는 제 동기한테 여자 소개시켜달라고 한 것도 들었다고요. 그것도 무조건 25살 근처만 원한다고! 25살이면요, 대장님 딸 뻘이라고요, 딸! 아시겠어요?”
당당한 무신, 넉살 좋은 중년 김관우가 그대로 굳었다. 이생물체 앞에서도 압도적인 위용을 뽐냈던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잠시 비틀대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유... 윤 부단장, 으... 응급처치 다 했으면 이제... 돌아... 가자고. 우리의 소식을 모... 목메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테니...”
그의 어깨가 축 쳐졌다. 걸음은 터벅터벅, 힘이 없었다. 그는 더 이상 당당하지 않았고, 무신도 아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본 사람들은 생각했다.
‘무신이 초라한 패잔병이 됐어...’
***
일반 월급쟁이들이 평생 돈을 모아도 살 수 없을 정도의 넓고 으리으리한 대저택.
몇 명의 가정부가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고용주는 집안에 먼지가 단 한 톨이라도 눌러 앉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깔끔함을 넘어선 성격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식사의 질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날에는 그대로 접시를 가정부들에게 던지며 성을 내곤 했다.
이 대저택의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식탁 앞에 앉았다. 창백한 인상에 눈이 날카로운 그의 이름은 윤성일. 정부의 가장 큰 파벌인 강경파 세력의 수장이었으며, 윤성윤의 형이기도 했다.
그의 맞은편에는 60대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강경파의 대표 국회의원 중 한 명이자 그의 삼촌인 고승표 의원이었다.
고승표가 말했다.
“성윤이는 바쁜가 보구나.”
“업무가 있다는 군요.”
“아쉽네. 같이 식사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외삼촌, 대통령이 뭔가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뭔가를 꾸미는 사람이니...”
“성윤이를 가지고 일을 꾸미는 거라 말씀드린 겁니다.”
고승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스테이크를 자르던 칼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성윤이로 뭐를?”
“자세한 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 며칠 성윤이가 바쁘게 돌아다닌 게 그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능구렁이 같은 놈. 하지만 결국에는 그걸로 귀결되겠지?”
“그럴 겁니다.”
이 둘도 이미 알고 있었다. 대통령의 목적은 윤성일과 윤성윤의 사이를 벌려 윤씨 가문의 분열을 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것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는 강경파 세력의 힘을 약화시키려 했다.
고승표가 와인을 한 모금 넘긴 후 말했다.
“성윤이가 대의, 정의 이런 것에 약한 아이긴 하지. 잘 관리해라.”
“외삼촌, 성윤이도 윤씨 가문입니다. 가문의 명예와 부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문과 협력하는 이들이 누구인지도 잘 알고 있고요. 그러니 다른 걱정 마시고 성윤이 배필이나 빨리 골라주시기 바랍니다.”
식사를 하던 윤성일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무엇이 그리 재밌느냐?”
“대통령의 되지도 않는 꼼수가 웃겨서요. 버러지 같은 시도니...”
“하긴 너희 형제의 정이 투텁긴 하지.”
“정이요?”
윤성일이 다시 한 번 웃었다.
“외삼촌답지 않으신 말씀이네요.”
“왜?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형제간의 정이든, 남녀간의 결혼이든... 다 가문의 존속에 필요한 수단일 뿐이죠.”
“아름답게 표현할 단어는 필요한 법이니까.”
“그렇군요.”
고승표가 윤성일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대통령의 자리에 빨리 네가 앉아야 할 텐데...”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문피아가 큰 일을 겪었네요...
대처가 참..... 문피아에 정이 많이 들어서 잘 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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