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 확보해라 게이트 강제 생성장치(3)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지후의 왼팔을 화살이 찢고 지나갔다. 그 탓에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뻔했다. 간신히 오른손으로 나뭇가지를 붙잡은 후, 옆의 나무로 건너갔다.
나뭇잎 사이로 숨으며 팔을 살펴봤다.
“크...”
피가 줄줄 흘렀다. 상처가 꽤나 깊었다.
여태까지 잘 피했는데! 결국 공격을 제대로 허용하고 말았다. 누적된 부상이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어서다.
하지만 이지후는 다시 한 번 윤성윤의 간격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무 위를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그러다 기회를 잡았다.
윤성윤의 화살이 빗나갔다. 그는 즉시 자세를 낮추더니 윤성윤의 허벅지를 향해 비수 모양 이능력을 휘둘렀다.
재빠르게 다리를 뒤로 빼는 것으로 대응한 윤성윤. 그 후에는 활을 내리쳤다.
이지후가 옆으로 돌면서 피하자 바로 발바닥으로 그의 발목을 쭉 밀었다.
이지후의 중심이 흐트러지자 상단 차기를 날렸다. 속도나 예리함 면에서야 이지후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깔끔하면서도 묵직한 훌륭한 발차기였다.
하지만 발차기라면야 김명경보다도 위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이지후다. 파훼법도 가장 잘 안다.
손을 갖다 대 힘을 흘린 다음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발을 찼다.
윤성윤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 발. 윤성윤은 바로 이지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두 번 뻗은 다음 허리를 숙여 태클 식으로 들어갔다.
이지후는 점프를 해 피하는 동시에 갈퀴 모양 이능력으로 등을 긁었다. 그러나 그리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지후는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갔다.
‘쳇! 또 거리가 벌어지다니. 이걸 도대체 몇 번째 반복하는 거야.’
윤성윤은 접근전을 할 때는 이지후를 잡는 것보다는 그저 피해를 최소화하며 간격을 벌리는 것에 주력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유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결국에는 이길 것이기에.
‘가까이 붙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녀석이잖아. 쌍검의 이생물체랑 싸울 때 사용했던 기술도 위험하고.’
하지만 윤성윤도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빨리 이지후를 이기고 숲 밖으로 나가야 한다.
‘저 녀석 체력이 워낙 좋으니 쉽게 지치지를 않네. 그렇다면 승부를 내기 위해서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접근전을 유도해야 하나?’
승부수를 던졌다. 윤성윤은 여태까지 나무가 없는 탁 트인 공간을 점유하며 싸웠다.
그런데 갑자기 나무가 많은 곳으로 들어갔다. 스스로 유리한 지형을 포기했다.
이지후의 눈이 커졌다.
‘갑자기 왜?’
당연히 이유가 있을 거다. 원래 미끼는 항상 달콤한 법이다.
‘어차피 나도 이대로는 답이 안 나오는 상황. 미끼라는 걸 알아도 물어야지.’
이전과 달리 윤성윤이 공격을 멈추고 잠잠해지자 그 역시 숨을 죽였다.
서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며, 타이밍을 쟀다.
먼저 움직인 사람은 역시 이지후였다. 윤성윤의 오른 편에서 나타났다.
폭풍과 같은 기세로 질주했다. 윤성윤이 시선을 왼쪽에 두었기에 한 행동.
하지만 윤성윤은 당황하지 않고 활을 쐈다. 이지후는 속도를 거의 죽이지 않고 사선으로 비켜 뛰며 피했다. 윤성윤이 화살을 장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싸한 느낌이 밀려왔다. 좌우에서 네 발의 화살이 시간차를 두고 돌아 들어왔다.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잖아. 여기서 멈추면 안 돼.’
앞으로 굴렀다. 정면에서 다시 화살이 와 이번에는 옆으로 개구리처럼 뛰었다.
이제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윤성윤에게 도달할 수 있다. 그가 뒤로 물러나며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아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발동하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화살은 손으로 갈랐다. 이것 역시 예상하고 있었다.
“끝이야!”
몸에서 아지랑이가 진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윤성윤에게 쓸 것은 이생물체와 싸울 때 쓰는 1단계가 아니라 사람에게 쓰는 2단계다.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을 강제로 찢어발기는 듯한!
하지만 윤성윤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웃기는 군.”
작은 금속 파편들이 나뭇잎들에 섞여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이건 예상하지 못 한 것이다!
머리야 보호할 수 있었지만 허벅지는 그러지 못했다.
- 푸수욱!
금속 파편 몇 개가 허벅지를 관통했다.
“이런...”
순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화살이 날아왔다. 몸을 비틀었지만 옆구리가 다치는 것을 막지는 못 했다.
심각한 상황. 그나마 최악이 아닌 것은 이전에 다쳤던 옆구리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지후는 다리에 힘을 주려고 했으나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윤성윤이 활을 겨누며 말했다.
“그 신기술 말이야,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동 에너지를 순간 이동 에너지로 변환하기 직전에 빈틈이 있더군.”
“눈썰미 좋네.”
“몸이 정상이었다면 빈틈이 거의 없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그렇지?”
“너 좀 한다.”
“그 타이밍에 맞춰 파편들이 떨어지게 만드느라 꽤 고생했어. 눈치 채지 못 하도록 그 전에 화살을 한 발 떨어트렸고.”
“그건 이미 나도 아니까 됐고. 언제 쏜 거냐? 아까 왼쪽 볼 때? 그게 사전 작업이었나?”
“맞아. 몰래 쏘기 쉽지 않더군.”
이지후는 입술을 깨물었다.
‘몸이 조금만 더 괜찮았어도...’
고개를 숙였다.
‘저 녀석도 이생물체들과 연달아 싸웠고 이건창과도 싸우느라 몸이 만신창이가 됐을 텐데, 이런 핑계는 웃기지. 인정하기 싫지만... 그냥 능력 차이야.’
분한 마음에 주먹을 꽉 쥐자 손에 흙이 들어왔다.
‘이거라도 던져볼까?’
정말 부질없는 생각.
‘내가 저 녀석한테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레벨 차이도 나는데. 어차피 내가 져도 쌍둥이가 있으니까 게이트 강제 생성장치는 확보할 수 있어. 그래, 그러면 되잖아...’
심장이 뜨겁다. 망치로 두드려 맞은 듯 아프다.
‘지고 싶지 않아... 이렇게 지고 싶지 않다고!’
화살이 날아온다. 여전히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제길,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게 싫다고. 저 녀석과의 대결에서 지는 게 싫단 말야!”
이지후는 자신의 몸이 옆으로 기우는 것을 느꼈다.
‘누구지? 누가 날 안은 거야?’
서로 포개져 바닥을 데구르르 굴렀다. 펑, 하는 폭발음 소리도 들렸다.
이지후가 눈을 떴다. 자신이 나무에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찰싹, 소리가 들렸고, 볼이 얼얼했다.
“오빠, 정신 차려요.”
민승아였다. 그녀가 손바닥으로 이지후의 볼을 때린 것.
“지금 멍하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이겨야 될 거 아니에요!”
허벅지와 옆구리가 따뜻했다. 그녀의 회복 이능력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바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지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는 뭐 하러 왔어.”
“저쪽은 저 없어도 어찌어찌 이길 거 같은 상황인데... 이쪽은 안 그럴 거 같아서요.”
“여기에는 너 있어도 안 될 거 같은데.”
그녀의 상태 역시 이지후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옷 여기저기에 피가 말라 붙어 있었다. 밖의 전투도 그만큼 치열했다는 증거.
윤성윤의 화살이 날아왔다. 그녀는 그를 붙잡고 또 한 번 뒹굴었다. 나뭇잎들이 흩날렸다.
그가 말했다.
“분하지만 여기 승부는 이미 났어. 넌 빨리 밖으로 나가서 전투 마무리 짓는 거 도운 다음에 명경이 올 때까지만 버텨.”
“포기가 빠르시네요.”
“냉정해져야지.”
“윤성윤 부단장님한테 지고 싶지 않으실 텐데요.”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다시 화살이 날아오자 그들을 숨겨줬던 나무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둘은 다른 쪽으로 빠르게 뛰었다.
민승아가 말했다.
“오빠의 매력은 냉정한 판단력이 아니에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어떻게든 되게 만들어 보려고 아등바등 하는 거라고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저한테 걸어보세요. 저는 김명경 선생님처럼 대단하지는 않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고요.”
그녀의 당당한 말투와 눈빛에 이지후는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이기고 싶은 거죠?”
“그래.”
“승리로 향하는 길은 제가 열어드립니다.”
그녀가 윤성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지후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뭐가 이리 막무가내야? 어떻게 할지 알려주지도 않고.’
윤성윤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지후, 마치 둘이 승부할 것처럼 해놓고서는 이제 치사하게 어린 멘티까지 이용하나?”
이지후가 말하려는데, 민승아가 선수를 쳤다.
“지후 오빠는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비열하고 음흉하기도 하죠. 이미 잘 알고 계시잖아요.”
“그건 또 그렇지. 그런데 둘이 덤빈다고 날 이길 거 같아? 그러다 지면 더 쪽팔린 텐데.”
“그런 거 모르는 사람이에요.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고 표현하면 될까요? 물론 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입니다.”
“스... 승아야 날 뭘로 만드는 거야.”
민승아는 대답하지 않고 윤성윤만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쪽 상태 보니 할 만한 거 같은데요.”
윤성윤은 그녀의 당돌한 말에 크게 웃고 말았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을 거 같군.”
“오빠, 제 뒤에서 그냥 쭉 달려요!”
이지후는 도대체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일단 믿고 달리는 수밖에.
윤성윤의 화살이 날아오자 그녀가 외쳤다.
“백화요란!”
태양빛 타원형 방어체가 자태를 드러냈다. 하지만 화살은 그것을 가볍게 뚫고 들어갔다. 쩌정, 소리를 내며 백화요란이 깨졌다. 화살이 그녀의 몸에 박혔다.
“크윽...”
그녀는 고통 때문에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를 간신히 참아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윤성윤을 향해 뛰어갔다.
왼손으로는 다시 백화요란을 발동하고, 오른손으로는 배의 상처를 치유했다.
이지후는 깜짝 놀랐다.
“너, 미쳤어?”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발을 내딛는다.
“쫑알쫑알거리지 말고...”
백화요란은 다시 한 번 박살났다. 배의 피부가 크게 찢어졌다. 통증 때문에 앞이 제대로 안 보일 지경이었지만 회복 이능력으로 버티며 그저 앞을 향해 질주한다.
“그냥 달려요!”
그녀는 입에서 피를 토했다. 회복 이능력을 과도하게 운용한 탓!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백화요란을 이전의 세 배 크기로 만들어 냈다. 이지후의 모습을 완전히 가려줬다.
‘이게 나만의 방법. 멍청한 방법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야.’
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 하고 서서히 앞으로 무너졌다.
이지후가 보이지 않았다. 윤성윤은 최대한 기척을 파악하려 애썼다.
‘생각지도 못 한 방법에 당황해서 움직임을 놓쳤어. 어차피 서로 한 방이면 끝. 어디로 올 지만 예측하면 돼.’
남은 이능력을 모두 끓어 모은다.
‘좌? 우? 아니면 뒤?’
감지되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위쪽!’
윤성윤이 시선을 잠시, 찰나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만 위로 돌렸다. 그 때, 들려온 목소리.
“어딜 보는 거야!”
어느새 이지후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정면이었어?’
그는 윤성윤의 시야가 가려진 사이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않고 그저 몸을 숙이고 있었던 것.
그의 왼손이 윤성윤의 허리를 찔렀다. 그 다음에 이어진 오른발 상단 차기.
- 퍽!
절대로 피할 수 없는 한 방! 윤성윤의 몸이 그대로 허물어졌다.
동시에 이지후의 양 허벅지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겨우겨우 몸을 지탱했다. 윤성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번에도 내가 이긴 거지?”
윤성윤은 마지막 남은 힘을 간신히 쥐어짜내 대답했다.
“너... 한테 진 거... 아니니까 인정 못 해. 쟤한테 진... 거지.”
“그런 걸로 하자. 그 장치는 내가 가져간다.”
“난 이제... 다 지쳤다. 형의 일이든 뭐든... 당분간은 쉬련다.”
이지후는 쓰러져 있는 민승아를 안고 숲 밖으로 걸어 나갔다.
“너 오늘 대단하다.”
“제가 원래...”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저도 좀 쉬고 싶은데 아니, 놀고 싶은데... 몸 다 회복되면 상으로 괜찮은데 데려다 줘요.”
“수원에 있는 놀이동산 어때?”
“저는 좋아요.”
“우리 애 한 번 데려가려고 해서. 잘 됐다. 같이 가면 되겠네.”
민승아는 눈을 감았다.
‘센스 없는 멍청한 놈.’
팔로 그의 허리를 감쌌다.
‘그래도 좋아한다고...’
밖의 전투도 종결된 상황이었다. 그는 일단 모두 치료를 하고 장치를 가지러 가자고 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후방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한 이지후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절대 나타날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욕을 내뱉었다.
“씨발... 그렇게 된 거였어?”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원래 더 빨리 올리려고 했는데, 마음이 싱숭생숭 한 일이 있어서...
늦었습니다. 4일만에 올렸군요.
더 빨리 올리도록 노력할게요 ㅠㅠ
달달함 다음엔 역시 뒤통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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