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 반격의 시작(1)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 탱! 태댕!
검은 눈의 악어가 메이스로 김관우의 어깨를 두들겼다. 온몸을 철로 두 겹, 세 겹 둘러싸고 있는 김관우라 할지라도 그 위력을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무신이라는 별명과 잘 어울렸던 두터운 철갑옷은 이제 고물상에 팔아도 값을 쳐주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 됐다.
“검은 눈의 악어! 제법이구나. 그래 싸울 맛 난다. 아주 흥에 취해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구나.”
김관우는 처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청룡언월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다시 육중한 메이스와 청룡언월도가 불꽃을 튀겼다.
기공이 요란하게 터지자 김관우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 하고 무릎을 꿇었다. 호흡도 고르지 않았다. 어깨로 숨을 쉬고 있을 정도가 됐다.
현재 살아 남은 이능력자의 수는 대략 400명가량. 하지만 그 중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50명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생물체들이 이능력자들을 압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8각형 모양의 진형만은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주찬의 관리 능력은 덕분이었다. 현재 조직력이란 면만 따지면 김관우보다 더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이 그였다.
아마 그가 전투 불능이 되는 순간, 선봉대는 바로 전멸하고 말 것이다. 물론 검은 눈의 악어를 상대로 분투하고 있는 김관우가 쓰러져도 마찬가지.
그런 이유로 그는 김관우가 탈진하지 않으면서도 대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절묘하게 유지하는 신기를 발휘했다.
그러면서도 오른쪽의 작은 언덕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부대원들을 이동시켰다.
검은 눈의 악어는 수하 200마리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군주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그래도 충분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으니까.
김관우의 투구가 날아갔다. 그는 이마에서 흐르는 피 때문에 오른쪽 눈을 뜨지 못 했다. 그의 머리통을 메이스로 내려치는 검은 눈의 악어.
김관우가 철기둥을 발동했으나 검은 눈의 악어가 왼주먹으로 쳐냈다.
“큭, 망할 악어 새끼.”
절체절명의 순간에 장주찬이 검은 눈 악어의 얼굴을 향해 금속을 부식하는 능력이 있는 구체를 던졌다. 검은 눈 악어가 고개를 뒤로 젖히자 장주찬의 몸이 검은 기체로 변했다.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환시킬 수 있으며, 닿는 것들을 모두 부식시킬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동 역시 더 자유로우며, 물리적 피해 역시 거의 받지 않는다.
하지만 체력소모가 심하며, 기체가 흩어지는 만큼 이능력이 팍팍 감소한다. 또한 발동 시간은 3초 이내가 한계.
검은 기체로 변한 장주찬이 순식간에 검은 눈 악어의 옆을 잡았다.
“모든 금속이 내 앞에서는 먼지와 다를 바 없으니. 나는 금속의 포식자!”
양손에서 검은 기체가 피어올랐다. 오른손으로 검은 눈 악어의 어깨를, 왼손으로는 허리를 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검은 눈 악어를 둘러싼 갑주가 바스라졌다.
검은 눈의 악어가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몸을 틀며 팔꿈치로 장주찬을 가격했다. 그는 뒤로 물러나며 피했다. 바로 그 순간!
- 스윽! 툭!
그의 오른팔이 어깨부터 잘려나갔다. 허리가 가느다란 나이트급 이생물체가 어느새 그의 뒤에서 검을 내려친 것. 그 검날의 끝에서 피가 방울져 떨어졌다.
다른 이능력자들이 장주찬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자 그가 외쳤다.
“다들 계속 대형 유지 해. 여기로 오지 마!”
그의 어깨 위로 다섯 개의 검은 구체가 솟아올랐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금속의 포식자를 발동했다.
그 위세에 눌려 주변에 있는 이생물체들은 잠시 뒷걸음질을 쳤다. 그 사이 그는 김관우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고통보다는 마음이 무겁기 때문이었다. 단지 한 팔을 영원히 잃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곧 있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멸할 것이 명확하기에...
‘그 녀석은 안 오는 건가?’
김관우는 한숨을 돌리자마자 다시 이생물체들에게 맞서러 나섰다. 장주찬은 그의 등을 바라봤다.
‘저 분만이라도 꼭 살리고 싶다.’
50이나 먹은 나이임에도 하는 행동은 철딱서니가 없다. 눈치는 당연히 없고, 인간관계마저 서투르다. 그게 김관우였다.
하지만 그가 아는 김관우는 아무런 계산 없이 인간적인 선택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과 정반대의 사람이기에 끌리는 것이리라.
그리고 김관우의 무력! 중년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신체 능력과 이능력이 성장하고 있다. 그는 김관우야 말로 언젠가 리시콴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다 부질없군.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 하는 건가...’
8각형의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까지 버틴 것이 용했다. 털썩,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초점 없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는 시체들이 늘어난다.
갑자기 그의 표정이 분노로 물들었다. 왼손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을 파고들어 피가 줄줄 흘렀다.
“만약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만 있다면... 우리를 이 꼴로 만든 놈들에게 모조리 복수하리라.”
하늘을 바라봤다.
“모두에게! 꼭!”
섬뜩한 칼날이 그의 목으로 다가왔다. 그는 더 이상 막아낼 힘이 없었다. 방어를 포기하고 어깨에 힘을 뺐다.
그 순간 그를 스치고 지나간 누군가.
반투명한 비수 모양의 기공이 눈앞에 있는 이생물체의 손목을 잘랐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칼날이 하늘 높이 치솟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선배님.”
장주찬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때, 들린 고막을 터트릴 정도의 큰 외침.
“으아아아! 다 비키라고!”
뒤편에 있는 작은 언덕위에서 누군가 뛰어 내렸다. 탄환처럼 빠르게 튀어나가더니 검은 눈 악어의 메이스를 주먹으로 쳐냈다.
“파괴의 여제 등장!”
김명경은 자기 입으로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김관우가 휘둥그레진 눈을 떴다.
“니가 어떻게 여기에...”
“헤헤! 아저씨, 저한테 빚 진 거예요.”
“장비야! 이 오라비가 걱정돼서 여기까지 와줬구나. 이곳이 장판파더냐!”
순간 김명경의 눈이 분노로 꿈틀거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말이 나오는 김관우를 한 대 후려치고 싶었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기공을 잔뜩 담은 주먹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센튜리온급 이생물체에게 내질렀다. 이생물체의 갑주는 단 한 방에 박살이 났다. 그것으로 분노를 풀었다.
바람이 불자 흩날리는 앞머리 사이로 장주찬이 가느다란 눈을 떴다. 그가 말했다.
“와줬구나.”
이지후는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빨리 올 수 없었습니다.”
서로 더 나누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주찬은 짧게만 대답했다.
“여기 와준 거에 감사해야 될 처지지.”
“잠시 쉬시기 바랍니다. 여기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언덕에서 지역해방전선의 이능력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지후가 재빨리 지시를 내렸다.
김연흠이 200명을 이끌고 정부의 이능력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장현석이 다른 200명의 이능력자와 함께 검은 눈의 악어만큼이나 골치를 썩이고 있는 나이트급을 상대하러 달려갔다. 아마 이 전쟁이 끝는 후에 저 나이트급에게는 이름이 붙을 것이다.
“명경, 계속 검은 눈의 악어를 붙잡아 둬.”
김명경이 주먹을 뻗자 검은 눈의 악어가 팔뚝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그 작은 주먹에 얼마나 막대한 이능력이 담겼는지 팔의 금속이 찌그러졌다.
그녀가 옆으로 돌며 주먹을 허리에 넣었다. 검은 눈의 악어는 메이스를 횡으로 휘두르며 반격을 했다. 그녀는 뒤로 뛰며 피해냈다.
그리고는 외쳤다.
“알았어! 맡겨 둬.”
후방에서 이정훈의 지시에 맞춰 원거리 공격을 가하는 지역해방전선의 이능력자들. 순식간에 전장의 상황은 역전됐다.
강철 종족 이생물체들은 해방전선 이능력자들이 세 갈래로 나눠서 공격을 해오자 어떻게 반격해야할지 판단을 못하고 허둥지둥 댔다.
반면 해방전선 이능력자들은 공격 목표가 명확했으니 쉽게 화력을 집중해 강철 종족들을 쓰러트렸다.
이지후가 후방의 이정훈에게 신호를 보냈다. 자기 대신 조율을 잘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정훈은 이능력 학교 시절 이지후의 전술 과목 선생님이었다. 이미 이지후와 이정훈은 어떻게 이생물체들을 공략할지 입을 맞췄으며,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이정훈을 신뢰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전투에 합류하기 전에 뒤를 돌아봤다. 상처를 치료 받고 있는 장주찬과 눈이 마주쳤다. 장주찬에게 고개를 숙였다.
앞을 바라봤다. 그의 멘티인 최진혁은 장현석을 따라서 나이트급 주변에 있는 이생물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민승아와 서문영은 김연흠의 부대원들과 함께 사람들을 구조했다.
‘다들 잘 하네... 이거 내 품을 떠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 왠지 서운하기도 하고...’
양손에 이능력을 발동했다. 반투명한 비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상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지.’
김명경이 기세등등하게 검은 눈의 악어를 밀어 붙이고 있지만 곧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강철 종족의 치프틴급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녀의 붕권에 검은 눈의 악어가 5m 가량 밀려났다. 그러자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마치 무도회에서 춤을 출 파트너를 고르듯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네. 우리 저번에도 봤지, 검은 눈의 악어 씨? 물론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직접 싸워보지는 못 했지만 너도 나를 기억할 거야? 안 그래?”
이지후는 그녀에게 합류하려다 멈춰서고 말았다. 뚱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 같이 귀여운 여자를 기억하지 못 할리 없잖아? 이 이생물체들에게도 먹히는 외모란! 호호호!”
이지후는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이생물체들의 정신을 혼란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던가.
‘쟤는 그냥 제정신이 아닌 걸 거야...’
결론을 내리고 뛰어들려는데, 김명경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발산됐다. 그는 오싹한 느낌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랑 싸울 수 있게 돼서 정말 즐거워. 왜냐면 내 손으로 냄새 나는 그 주둥이를 분질러 버릴 수 있게 됐으니까.”
그는 원래 그녀를 타박하려 했으나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다. 괜히 구박했다가 본전도 못 뽑을 거 같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검은 눈의 악어보다 내가 먼저 죽게 될지도...’
김명경이 다시 검은 눈의 악어에게 붕권을 날렸다. 검은 눈의 악어는 메이스를 양손으로 쥐더니 강하게 아래로 후려치는 것으로 응수했다.
- 퍼벙!
기공이 폭발하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김명경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다시 연속으로 메이스를 휘두르는 검은 눈의 악어.
그녀가 팔을 위아래로 벌리며 원을 그렸다.
“명경지수!”
분홍색 타원의 이능력이 생성됐다. 검은 눈의 악어는 개의치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다 자신의 어깨로 튕겨져 나오는 메이스를 보며 당혹스러운 빛을 내비췄다.
- 쩌적!
검은 눈 악어의 어깨 갑옷이 갈라졌다. 당황할 법도 하나 이내 침착하게 꼬리를 휘둘렀다. 김명경은 양팔을 엇갈려 막아냈다. 하지만 옆으로 튕겨 나갔다.
- 스윽!
어느새 검은 눈의 악어 곁으로 다가온 이지후. 비수 모양 이능력으로 목을 공격했다. 검은 눈의 악어는 고개를 트는 것으로 피해냈으나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목이 아니었다.
바로 김명경이 부숴버린 어깨! 왼손의 비수 모양 이능력을 갈퀴 모양으로 바꾸더니 어깨를 긁어냈다.
그러자 피가 흘렀고, 이지후는 하단을 발로 차며 유유히 뒤로 빠졌다.
기습을 당해 짜증이 난 검은 눈의 악어가 이지후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이지후는 두 걸음 뒤로 더 물러나며 이번에도 가뿐하게 피해냈다.
이지후의 오른발 상단차기. 검은 눈의 악어는 메이스를 휘두르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는 발을 끝까지 이어가지 않고 거뒀다. 그러자 검은 눈의 악어는 다시 한 번 메이스를 휘두르려는데.
목을 살살 간질이는 살기.
김명경이 뛰어 올라 깍지 낀 양손을 내려치고 있었다.
“명경, 핵망치!”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요즘 페이스 저하로 연재 속도가 늦어진 점에 대해 거듭 사과를 드립니다.
정말 저처럼 인기가 별로 없는 무료 글을 100만자 이상 쓰신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듯. 정말 감탄이 나옵니다.
제가 제 작품의 주인공을 좋아하고 세계관에 애착이 있어서 계속 쓰고 있지, 안 그랬으면 도망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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