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 혼란 속으로(3)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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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군주와 인간측의 본군이 맞붙었다. 다행스럽게도 구효린의 이능력에 의해 혼란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인간 측은 먼저 김성건과 최후의 전사들로 강철 군주의 진격을 늦추기만 할 생각이었다. 그들을 완전히 격퇴시키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강철 종족은 현재 광대들과의 전투로 인해 다들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니 그들의 장기인 돌격만 봉인시켜둔 채로 천천히 뒤로 물러서며 상대하면 되리라.
그들을 포위하는 형태로 진형을 갖추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물론 이 방식에는 단점이 있었다.
일단 영역화된 땅에서 인간이, 그것도 이능력자라 할지라도 오래 활동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감소하며, 이능력의 기공이 와해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태까지 강철 군주의 영역에 들어갈 결정을 하지 못 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철 종족의 부상이 심한 상황이라면 패널티를 감수하고서라도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강철 종족과의 전면전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강철의 군주는 방패까지 잃은 상황이 아닌가!
또 하나의 문제가 있긴 했다.
중앙 본진이 강철 군주의 진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뒤로 슬금슬금 물러난다는 작전은 사실 말이 쉬울 뿐이었다. 실제로 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라인 유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김성건, 윤성윤, 구효린을 전면에 내세우고, 정부의 내로라하는 이능력자들이 보조를 해주면 그게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들이 지치는 시점에는 대통령 직속의 ‘정기룡 부대’와 강경파 최강 세력 ‘암행어사’를 투입하면 될 것이며, 그 때쯤에는 좌측에서 EOA의 강동현과 이건창이 우측에서는 김명경과 김근우가 치고 올라와줄 것이다.
예상치 못 한 또 다른 엠페러급의 출현에 당황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도 그 지점에서 버티기만 해준다면 해결될 일이었다.
천 단위의 사망자가 나온다 해도 진형이 완전히 붕괴돼서 중앙 본군의 측면이 노출되는 상황만 나오지 않으면 괜찮다.
버티기만 해준다면 그들이 흘린 피가 단단하게 굳어 차후 그들의 권력을 지켜주기 위한 영광의 성을 쌓아줄 것이다.
그게 윤성일과 측근들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윤성일 역시 사상자가 많이 늘어나는 상황을 달갑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경상을 제외한 사상자는 최대 1만 5천 명을 넘으면 안 된다. 물론 만 명 이내로 막으면 더욱 좋다. 어쨌건 이번 공략을 주도한 사람은 그이기에 희생은 적당해야 했다.
그래야 자랑스럽게 전쟁의 성과를 선전할 수 있다.
안전한 후방에 있는 그가 지금 하고 일은 참모진들과 험담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아니, 저 중요한 치유의 비를 벌써 쓰면 어떻게 하는 거야? 생각이 있는 건지... 하긴 성녀라고 추켜세워 봤자 여자니...”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최현준이 대답했다.
“여자가 전쟁을 알겠습니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게. 저런 좋은 이능력을 자격도 없는 여자가 가지고 있으니 말이야...”
“맞습니다.”
그러자 50대의 군장성들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거지요. 저런 이능력은 우리 윤 의원님 같으신 분이 가지고 있어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는데요.”
“맞습니다. 치유의 비를 낭비나 하고... 그냥 구효린 저 여자는 술시중 들면서 밤 상대나 해주면 딱인 수준이지요.”
윤성일이 말했다.
“성녀라... 계집 녀자 앞에 어떤 글자가 오든 다 하나로 귀결되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법.”
“하긴 성녀라고 해봤자 벗으면 그저 똑같은 여자지요. 언젠간 성녀도 의원님의 품에... 의원님은 이 나라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으신 분이니까요.”
윤성일이 흡족하게 웃었다.
그들은 전쟁의 급박한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었다.
유일신교 측에다가 쌍검의 엠페러급이 나타난 곳에 급히 병력을 증원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유일신교 쪽과 붙어 있는, EOA에는 이생물체들을 감싸는 속도가 늦어도 좋으니 쌍검의 엠페러급이 나타난 곳으로 병력의 일부를 파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과정에서 무례하게 명령을 내린다고 두 단체의 수장들과 잠시 마찰이 있었으나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예상외의 정보가 윤성일의 귀로 들어왔다.
“뭐? 강동현이 어떻게 거기에...”
EOA의 강동현이 쌍검의 이생물체가 있는 곳에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EOA에 연락을 보낸 지 3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미리 움직였다는 의미.
“해방전선 쪽도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자세하게 확인해 봐.”
께름칙한 무언가가 등을 타고 내려갔다.
전쟁의 양상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흐르고 있음을 직감했다.
***
강철 군주의 거침없는 진격을 가장 먼저 환영한 것은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하늘을 수놓는 수십 발의 화살이었다.
이능력이란 사람들의 의식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신대한민국 원거리 이능력자 중에서는 활을 다루는 사람이 유독 많았다.
그 뒤를 따라 불이나 얼음 같은 원소 계열 이능력과 기공으로 이루어진 탄 아니면 총알 같은 것들이 날아갔다.
맹렬하게 달리던 강철 종족 이생물체들은 원거리 이능력자들의 무수한 공격에 맞고 하나, 둘 앞으로 고꾸라졌다.
금속이 울리는 소리와 이능력들이 공기를 찢는 소리가 어우러져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강철의 군주는 웬만한 공격들은 그저 몸체의 갑옷으로 받아내며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광대들의 왕에게 은빛 방패가 부서졌기 때문에 이전처럼 완벽한 방어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윤성윤이 이능력을 가득 담은 화살을 강철의 군주에게로 날렸다.
- 쐐애액!
강철의 군주가 도를 휘둘렀다. 그가 날린 화살과 특수 기동대의 다른 궁수들이 날린 화살 모두가 단 한 번의 참격에 먼지처럼 아스라졌다.
강철의 군주는 저 멀리 있는 윤성윤을 쳐다봤다. 그와 눈빛을 교환했다. 마치 그의 공격은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
그 때, 강철 군주의 투구로 뿜어진 막대한 위력을 담은 레이저.
구효린의 이능력 ‘푸른 성녀의 정화’였다.
공격 궤도가 단순해 읽기가 쉽고, 공격하기 전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어서 그렇지 위력만큼은 단일 공격 중에서 최고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레이저 공격의 특성상 상당한 속도를 자랑했다.
- 파지지직!
강철의 군주는 깜짝 놀라 고개를 뒤로 젖히며 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레이저가 반으로 갈라졌다. 도에서는 열기 때문에 김이 피어올랐다.
그렇게 순간 강철 군주의 발이 멈추자 그의 몸통으로 네 개의 도가 이빨을 드러냈다. 김성건의 도, 개, 걸, 윷이었다.
강철의 군주는 허리를 틀면서 피해냈다. 그리고는 바로 자신의 품을 파고들려는 작은 존재를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일격을 강하게 내려쳤다.
- 탱!
김성건은 가장 애용하는 도, 모로 강철 군주의 도를 받아냈다.
인간이 자신의 도를 받아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 같았다. 강철 군주의 눈이 이전보다 더욱 붉어졌다. 그러자 그가 움켜쥐고 있는 도의 날에서 예리한 기운이 증폭했다.
- 퍼벙!
모를 둘러 싼 기공막이 터졌다. 김성건은 무게와 위력을 감당하기 힘든지 모를 쥔 양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모는 강철 군주의 도를 견뎌내지 못하고 점점 밑으로 쳐졌다.
그 순간 김성건의 부관 박현진이 뛰어들어 창으로 강철 군주의 팔을 찌르려했다. 그리고 윤성윤과 특수 기동대의 화살과 원거리 이능력들이 강철 군주를 덮쳤다.
김성건은 그 틈을 타 옆으로 구르는 것으로 강철 군주의 압박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강철 군주는 옆으로 빠지며 박현진에게 도를 휘둘렀다. 그를 보호하기 위해 6레벨 이능력자 둘이 방어 이능력을 발동했다. 몸 앞으로 가시 방패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위를 튕겨내는 능력이 있는 방탄막이 덧칠했다.
- 퍼벙!
하지만 가시 방패와 방탄막은 도의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가시 방패를 소환한 레벨 6 이능력자의 양팔은 단번에 터져나갔다. 방탄막을 만들어낸 이능력자는 땅을 뒹굴고 있는 자신의 어깨를 볼 수 있었다.
간신히 박현진만이 무사히 살아남았다. 방금 부상을 입은 저 둘의 방어 이능력은 김성건도 쉽게 뚫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철 군주의 위력은 도대체 얼마나 막강하단 말인가.
이번에는 구효린이 발동한 방어막을 두른 채, 김성건이 강철 군주의 허벅지를 향해 모를 찔렀다. 동시에 다른 네 개의 도들은 강철 군주의 머리 위로 떨어트리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강철 군주는 옆으로 뛰었다. 동시에 김성건의 몸통을 발로 밀어 찼다. 구효린의 방어막이 깨지면서 김성건은 땅을 굴렀다.
강철 군주가 윤성윤이 쏜 화살을 왼손으로 낚아챘다. 도를 횡으로 그었다. 그러자 그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이능력자 다섯의 허리가 잘렸다.
너무도 쉽게.
강철 군주가 이렇게 신대한민국 최강의 이능력자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무력을 과시하는 사이 강철 종족들은 자신들의 임무에 충실했다. 최후의 전사들의 방어진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중심에 있는 놈이 바로 강철 종족 치프틴급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는 붉은 미늘창의 기사였다.
붉은 미늘창의 기사는 강철 종족의 네임드뿐만이 아니라 모든 치프틴급을 포함해서 가장 덩치가 작았다. 키는 2m 근처인 듯 싶었다.
강철 종족들의 피부색은 대부분 회색, 백색, 은색 계열이었다. 하지만 붉은 미늘창의 기사는 그 이름답게 표면이 온통 새빨갰다.
인상 깊은 점이라면 손에 들고 있는 미늘창이었다. 그 길이는 붉은 미늘창의 기사보다도 1m 가량 더 길었다.
미늘창이 허공에서 춤을 출 때마다 그를 막아서는 이능력자들의 팔다리가 몸통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덩치가 크건, 근육이 많건 상관없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두세 명씩 전투 불능이 되는 것은 기본이었다.
원래도 붉었던 미늘창은 이능력자들이 흘린 피로 인해 더욱 시뻘겋게 물들어갔다.
붉은 미늘창의 기사는 감히 자신에게 발길질을 한 이능력자의 복부를 찢기 위해 왼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의 앞에서 피어오르는 불덩어리.
붉은 미늘창의 기사는 그 불의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는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는 시선으로 불의 잔향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웨이브 머리를 한 여성이 있었는데, 이곳 최전선에서는 유일하게 검은색 방어구를 착용했다.
그녀는 붉은 미늘창의 기사를 막기 위해 김성건이 특별히 불러 온 두 명중 한 명이었다.
EOA 소속 레벨 7의 이능력자, ‘불꽃의 마녀’ 하혜영.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짧은 머리에 키는 180cm정도 되는 남자가 서 있었다. 경찰청에서 대이능력 특수 범죄를 담당하는 ‘돌진 로봇’ 이동진이었다.
이동진이 그녀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 우리 차례네.”
그녀가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으... 내가 붉은 미늘창의 기사를 전담 마크하는 임무를 맡게 될 줄이야... 정말 싫다.”
“뭐가 싫어?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저 자식 정도야 문제없다고.”
“너와 함께라서 더 싫은 거야. 성건 오빠 부탁만 아니었어도 바로 거절 했는데.”
레벨 8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둘은 이능력 학교 3기 출신으로 동기사이였다.
이동진의 히어로즈 랭킹은 10위로 레벨 7 중에서는 진명 스님 다음이었고, 하혜영의 랭킹은 13위였다.
붉은 미늘창의 기사가 몸을 날리자 그녀가 소리쳤다.
“온다!”
그녀의 양손에서 불꽃이 일었다. 이동진이 미늘창을 팔뚝으로 막아냈다.
어느새 그의 팔은 파란 방어구가 감싸고 있었다. 파란 방어구는 그가 착용하고 있는 정부의 황색 방어구와는 전혀 다른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 쩌적!
팔의 방어구가 갈라졌다. 그의 팔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핏물이 튀자 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혜영아 빨리.”
“쳇, 기다리라고. 보채지 마.”
그의 몸 전부가 조금 전 팔을 감쌌던 푸른 물질로 덮이기 시작했다. 그 푸른 물질은 일정한 형체를 만들어냈다. 마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 혹은 모바일 슈트 같았다.
그가 발을 차자 붉은 미늘창 기사는 허리를 뒤로 젖혀 피한 다음, 미늘창을 휘둘러 그의 가슴 부분 방어구를 격파했다.
“큭! 혜영아...”
“다 됐어.”
다시 한 번 이어진 미늘창 기사의 공격이 그의 목으로 향하는 순간, 하혜영이 외쳤다.
“분노가 만개해서 피어나는 붉은 꽃이여, 휘몰아쳐라!”
불길로 이루어진 꽃잎들이 소용돌이치며 그녀의 손바닥에서부터 휘날렸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이파리들은 그녀의 앞에 있는 이동진과 붉은 미늘창 기사를 삼켜버렸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진짜 여름에 감기 때문에 고생할 줄은 몰랐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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