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 엇갈린 의도(2)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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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현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어디지?”
주변에 보이는 것은 파괴된 건물의 잔해와 시체들뿐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시체가 아닌 사람들도 있었으나 그냥 시체라 간주해도 별반 다를 바는 없었다.
도대체 지금 어찌된 상황인지 파악하려는 찰나 갑자기 이생물체 한 마리가 그에게 다가왔다. 얼음 서리검을 휘둘러 그 이생물체를 두 동강 냈다.
시체가 된 이생물체를 바라보았다. 강철로 된 갑옷을 입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제야 손끝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강동현은 이곳이 어딘지 생각했다. 회백색의 땅, 강철의 괴물들, 뿌연 공기...
‘여기는 인천?’
그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동현, 뭐해? 빨리 성예 구하러 가자.”
고개를 돌렸다. 이지후와 김명경, 박재성이 보였다. 그리운 얼굴, 그리운 목소리였다.
“성예를 구한다니? 성예는 이미…”
말을 하다 멈춘 그가 생각했다.
‘인천, 성예 그리고 지후와 명경, 재성. 그렇다면 지금은 제 2차 인천공략을 하던 그 때?’
갑자기 그의 시야가 흐려졌다가 밝아졌다.
눈앞을 3m는 돼 보이는 이생물체가 가로 막았다. 위압감 때문에 등골이 오싹했다. 최강의 이능력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생물체는 오른손에 창인지 검인지 판별하기 힘든 애매한 길이와 생김새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머리에는 3개의 뿔이 돋아나 있었으며, 눈과 무기에서는 자색의 기운이 음산하게 빛났다.
강철 군주의 돌격대장 역할을 맡고 있는 네임드 치프틴급, 자색창검의 학살자였다.
이지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길, 저 녀석이 이렇게 외곽까지 나오다니... 조금만 더 가면 성예가 있을 것 같은데...”
강동현이 검을 움켜쥐고는 앞으로 나섰다. 검에 이능력을 주입하자 얼음이 휘몰아쳤다. 그가 이지후에게 말했다.
“어떤 식으로 갈까?”
“나랑 재성이가 좌우로 움직이며 교란시키면 명경이가 2차 공격, 니가 중거리에서 견제하며 틈을 노리고 들어가는 식으로 가자고.”
“알았어. 일단 포문은 내가 열지.”
그가 검을 휘두르자 자색 창검의 학살자를 향해 얼음의 파도가 몰아쳤다. 하지만 이내 그 장면은 곧 종료 버튼을 누른 TV 화면처럼 흐릿하게 번졌다.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그러자 보인 것은 익숙한 천장.
“헉!”
강동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이불이 흘러내렸다.
‘다 꿈이었구나.’
머리를 쓸어 올리는데, 손바닥 땀이 흥건했다.
‘왜 이 때 꿈을 또 꾼 거지? 사장님이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셔서?’
그는 아침을 먹기 전에 샤워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욕실로 들어가며 생각했다.
‘동생과 성예를 지키기 위해 EOA를 선택했지만 과연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마저 EOA에 넘기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그는 사장, 배영호가 언급하기 전부터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친구 때문이었다. 이지후가 그 장치를 통해 복수를 하고 싶어 한다고 귀띔해줬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누구의 복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었다.
그저 이지후를 아꼈던 여인호 선생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기에 그와 관련이 있을 거라 추측했다.
차가운 물을 맞으며 주먹을 꼭 쥐었다.
배영호 사장이 몰래 주도하고 있는 EOA의 비밀 실험. 배영호는 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원에게 비밀로 했다. 허나 그는 그 비밀 실험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는 그 비밀 실험에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유추해냈다.
‘이능력을 강제로 생성한다라... 그걸 통해 나중에 무엇을 하려고...’
쓴웃음이 나왔다.
배호영은 인상이 날카로운 편이었지만 평소 모든 부하직원들에게 존댓말을 할 정도로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으며, 사원들의 대우를 잘해주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강동현은 배호영의 내제된 분노를 잘 알고 있었다. 강동현은 이능력 학교 3기 출신, 배호영은 1기 출신으로 그는 EOA에 입사하기 전부터 배호영과 친분이 있었다.
‘사장님은 정부에 협조하고 있지만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 거기에 큰 야심까지... 그 장치를 우리 EOA가 확보하면 신대한민국에 파란이 일어날 게 분명하다.’
마음이 흔들린 탓일까? 갑자기 그의 몸에서 냉기가 피어올랐다. 그러자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금세 얼음이 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샤워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힘을 주자 쩌쩌적, 소리가 나며 부서지고 말았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강동현.
“아! 망했다. 성예한테 혼나겠네...”
최강 3인이라 불리는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는 부인이었다.
***
업무를 모두 마친 강동현이 EOA 본사 건물을 빠져나왔다. 하늘을 바라보니 어느새 늬엿늬엿 노을이 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 확보를 위한 회의를 했다.
‘가뜩이나 고민이 되는데, 효린이까지 끼어들다니.’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옛 생각이 자꾸 났다.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전화번호부에서 이지후를 찾은 후, 통화버튼을 누르려다가 단념하길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 때, 핸드폰이 울렸다. 부인, 민성예가 전화를 건 것. 전화를 받았다.
- 동현아.
“어, 성예야.”
- 집에 빨리 올 수 있어?
“지금 갈까 생각중이야.”
-그래? 잘 됐네. 지후랑 명경이가 우리 집에 왔어.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옛 친구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다고 확신했다. 넥타이가 휘날리도록 지하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재빠르게 집으로 돌아온 강동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반겨준 광경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 이지후와 김명경이었다. 이지후가 말했다.
“너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자니까 명경이가 옆에서 배고프다고 하도 징징거려서...”
“내가 언제!”
김명경이 이지후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았다. 그러자 이지후는 비명을 질렀고, 강동현은 자기도 모르게 풋, 하며 웃고 말았다. 예전과 똑같은, 너무나 그리워했던 모습이었다. 그가 넥타이를 풀며 말했다.
“우리 성예가 요리를 끝내주게 잘 하지. 밥 먹으면서 이야기 하자고.”
그도 식탁에 앉았다. 꽃게와 새우를 넣은 해물탕 냄새가 위를 자극했다. 그가 젓가락을 집자 이지후가 말했다.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
“하여간 성질 급한 것도 여전하네. 밥 먹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나 하고.”
이지후가 머쓱한 듯 물 잔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확보해야겠지?”
“누가?”
왠지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우리가.”
그러자 이지후가 숟가락을 탁 소리가 나도록 놓았다.
“우리가라... 그러면 니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건 뭐야?”
그 순간 민성예가 이지후를 타박했다.
“하여간 너희 둘은 예전하고 똑같아. 학교 다닐 때는 밥 먹으면서도 맨날 이능력이 어쩌구저쩌구, 무술의 원리가 이러쿵저러쿵 하더니... 심각한 이야기는 밥 다 먹고 하라고!”
이지후는 국자를 휘두르는 민성예를 보며 가정주부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는 것에 열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모두 식사를 마치자 민성예는 후식으로 과일을 내준 후, 강동현의 여동생과 산책을 나갔다. 일부러 자리를 비켜준 것.
강동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 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사장님과 구영진, 그 사람이 손을 잡았어.”
이지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라서 손에 쥔 포크를 떨어트렸다. 하지만 김명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사과를 집어 먹었다.
“그 두 사람이 힘을 합칠 거라고는 절대 생각 못 했는데...”
“나도 그랬어. 둘 만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텐데, 그것까지는 파악하지 못 했어.”
“나한테 성건이 형이 찾아 왔었어. 장치를 획득하는데, 돕고 싶다고.”
“성건이 형이... 강경파 쪽을 견제해주는 건가?”
“어느 정도는 해주겠지.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큰 힘이 못될 거야. 일단 정보는 얻어다준다고 했어.”
강동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갑자기 인상을 썼다. 김명경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미... 미안... 과일 다 먹어서. 그래도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볼 건 없잖아!”
그러고 보니 과일을 담아 온 쟁반이 싹 비워져 있었다. 강동현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 과일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휴! 다행이다. 나 혼자 다 먹었다고 화낸 줄 알았네.”
그는 다시 이지후를 쳐다봤다.
“그리고... 효린이가 끼어들었어.”
이지후의 눈은 아까보다 더욱 땡글땡글 해졌다.
“뜬금없이 효린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전혀 이해가 안 돼.”
“사장님이 나에게만 보여준 거야.”
그는 핸드폰 화면에 사진을 한 장 띄었다. 사진은 손으로 쓴 편지를 담고 있었다. 강동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사장님께 누가 찾아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어. 그 때,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
“대박이라고 해야겠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편지는 효린이가 보낸 것이 맞지만 효린이가 쓴 것은 아니야.”
“이렇게 영문 모를 말투성이인 상황은 또 오랜만이네.”
이지후는 잠시 생각하다 떠오른 것이 있는지 말을 이어갔다.
“설마 글씨체? 아니야, 그렇다면 그 편지를 구효린이 보냈는지 알 수 없잖아. 직접 들고 오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 순간 강동현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이지후에게 보여줬다. 전화를 건 사람은 김관우의 부관인 장주찬이었다.
- 동현아 급작스럽지만 지금 만나고 싶다. 지후도 부르고 싶은데...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짧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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