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 비밀 프로젝트와 광대들(1)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구대한민국의 경기도 고양시 일대를 점령한 숲. 나무와 흙은 회색빛의 금속 광택을 냈다. 태양이 지고, 키드득, 키드득하는 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숲을 지배했다.
레벨 8의 이능력자이자 암행어사단의 부단장 윤성윤이 정부의 이능력자들을 이끌고 숲으로 들어갔다. 대통령 박웅헌이 지시한 비밀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해서였다.
100명의 인원이 다섯 명씩 20개 조를 이루어 숲의 곳곳을 수색했는데, 모두 긴장한 상태임이 분명했다. 다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윤성윤의 경직된 표정, 그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인간의 능력을 까마득하게 초월한 그일지라도, 강철 군주의 영향력이 미치는 숲으로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앞에 놓인 3m 길이의 기계 장치를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기계는 윙, 소리를 내며 은색 빛을 뿜어냈다. 놀랍게도 은색 빛이 닿은 땅은 회백색에서 검븕은색으로 돌아왔다. 원래의 흙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일부 엠페러급 이생물체가 가지고 있는 영역화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장치가 바로 그 기계였다.
이것은 인류의 혁신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었다. 만약 영역화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만 있다면 인간들은 엠페러급에게 빼앗긴 땅을 탈환하기 위해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역화된 땅을 침공해서 승리를 거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다섯 건밖에 되지 않았다. 그 중 세 건은 이능력자가 넘쳐나는 중국에서 진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강철의 군주같이 엠페러급 중에서도 상급으로 평가 받는 이생물체의 영역화된 땅에서 인간이 승리를 거둔 경우는 아직 없었다.
윤성윤의 옆에 서 있는 청초한 외모의 미인, 이 기괴한 숲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풍겼다. 허리까지 오는 검은 생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그녀는 레벨 7의 이능력자이자 윤성윤의 부관이기도 한 이미나였다.
윤성윤이 말했다.
“도대체 IETS에서는 어떻게 저런 장치를 만들어 내는 거지? 정말 그쪽의 기술력은 미스터리야.”
“그러게요. 그게 다 IETS 대표의 엄청난 지식덕분이라던데요. 혹시 IETS 대표는 인간이 아니라 이생물체인 건 아니겠죠?”
“재미없는 농담하지 마. 만약 그랬다면 인류는 벌써 멸망했을 거야.”
“유머를 심각하게 받아치시기는... 요즘은 엔터테인먼트의 시대라고요. 유머 감각 없는 사람은 인기 없는데...”
윤성윤이 불편하다는 의미를 담은 신음소리를 내자 그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는 다시 시선을 그 장치 쪽으로 두었다.
IETS에서 파견 나온 다섯 명의 기술자가 열심히 기계를 조종하고 있었고, 스무 명의 이능력자들이 주변에서 경계를 서는 중이었다.
이미나가 갑자기 윤성윤에게 바싹 붙었다. 살랑이는 머리가 그의 목을 매만졌고, 달콤한 향기가 코를 간질이자 그는 화들짝 놀랐다.
순간 몸을 뒤로 뺄 뻔했으나 이 자리의 책임자로서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간신히 부동자세를 취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속삭이자 입김이 그의 귀에 닿았다.
“부단장님, 이 프로젝트 성공할 거 같아요?”
“글쎄...”
윤성윤은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결과에 회의적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다 조용히 말했다.
“진행이 너무 느려. 여긴 영역화된 땅의 변경인데도 이 정도 속도라면... 그리고 범위도 너무 좁고.”
“IETS에서 저 장치를 1000대 쯤 제공해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일단 1000대를 만들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만... 저 장치를 조정하고 지킬 인력이 너무 많이 필요해. 그게 가장 큰 문제야. 장치를 세팅하다 강철 종족의 습격을 받고 말 거야.”
이미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윤성윤이 다시 생각에 잠기자 그녀는 한동안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 역시 너무 잘 생기셨어. 볼 때마다 반하네... 유머 감각 하나 정도는 없어도 괜찮아!’
그의 눈이 점점 매서워지자 그녀는 그의 볼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결국 화들짝 놀라고 만 그가 다소 큰 소리로 말했다.
“무... 무슨 짓이야?”
작업에 열중하던 모두가 잠시 집중을 방해한 장본인을 쳐다보았다. 그가 헛기침을 한 번 하자 다들 하던 일로 돌아갔다.
그는 이미나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러자 그녀는 혀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
“지금 대통령님이 하셨던 말 생각하고 있었죠?”
“어... 어떻게 알았어?”
“얼굴에 다 써있으니까요.”
그가 얼굴을 문지르자 그녀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눈이 초승달처럼 변했다.
그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화를 내려하자 그녀가 급하게 입을 열었다.
“대통령께서는 왜 부단장님을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파견한 걸까요? 정기룡 부대의 간부들이 아니라...”
윤성윤이 가지고 있는 의문이었다. 그가 부단장으로 있는 암행어사단은 그의 형인 윤성일을 중심으로 뭉친 강경파 세력의 핵심 부대였다. 대통령과 사이는 그리 좋다 말할 수 없었다.
반면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은 정기룡 부대였다. 그곳의 간부급 인사에는 대통령의 호위 임무를 종종 도맡아 하는 레벨 7의 이능력자 이항원과 이덕환이 있었다.
당연히 그 둘 중 하나가 이 비밀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되는 것이 마땅했다.
현재 비밀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원 중 대통령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 이는 단 둘, 윤성윤과 이미나뿐이었다.
윤성윤이 말했다.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분이시라...”
그는 대통령의 의도가 정말 궁금했다.
‘왜 날 파견할 걸까...’
하지만 그걸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5조에서 연락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
이곳은 가장 끄트머리라 하더라도 일단 영역화 된 땅이었다. 전자 장비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통신장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도 이능력이든 뭐든 사용해 어떻게 해서라도 연락을 취해야 했다.
그런데 연락이 끊겼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이미나 부관, 3조를 데리고 5조가 수색하고 있는 곳으로 가봐.”
“아! 연락이...”
“전투는 가급적 피해. 5조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 임무다. 알겠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이미나가 경례를 하고 뒤로 돌아서자 윤성윤이 한 마디를 더했다.
“몸... 조심 하고.”
그녀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걱정 마세요. 위험한 임무 맡겼으니 대신 이번 주말에 저랑 데이트 해주셔야 돼요.”
윤성윤은 또 다시 화들짝 놀랐다.
“무슨 헛소리를 해. 데이트는 무슨 데이트야. 빨리 가.”
눈을 부라렸지만 이미 붉어진 얼굴 때문에 그 설득력은 사라지고 말았다.
일을 하던 IETS 직원이 투덜거렸다.
“왜 여기서 연애질이야...”
***
“부대장님, 2시 방향 보이십니까? 2km 거리에 미확인 물체가 있는 거 같습니다.”
부하대원의 보고를 듣자 이미나의 눈이 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그녀는 시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이능력이 있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 저건...”
테두리가 황금색으로 된 타원형 물체가 보였다. 안쪽에서는 불길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런! 새로운 게이트잖아!”
게이트의 근처에서 이생물체들이 서성이는 모습이 보였다. 열 마리가 넘는 것 같았다.
“키는 2m가 안 되는 것 같고, 손톱이 날카롭네. 저 머리위의 흉측한 것은 도대체 뭐지? 뭐를 쓴 건지, 아니면 원래 달고 다니는 건지...”
건장한 체구의 부하대원이 말했다.
“대장님, 모두 노말급으로 추정됩니다. 재빠르게 저 놈들을 쓸어버리고 게이트를 해체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일단 5조가 어디로 갔는지부터 찾아야 돼. 그리고 전투는 최대한 피한다.”
새로운 이생물체 종족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그녀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5조의 이능력자들이 살아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새로운 이생물체들이 등장한 이상 전멸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사실.
그녀는 이생물체들과 전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저 앞에 있는 이생물체들이 아무리 약할지라도... 그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니까.
“새로운 게이트가 발생했다고 대장님께 보고해. 그리고 우리는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 때 들린 부스럭 소리. 나무가 우거진 오른쪽에서 다섯 마리의 이생물체가 튀어나왔다.
“망했네...”
하지만 겨우 다섯 마리였다. 솔져급 한 마리와 노멀급 네 마리인 것 같았다. 그녀 혼자서도 단번에 처리할 수 있는 숫자였다. 빨리 죽여 버린 후 빠져나가기로 했다.
그녀가 이능력을 모으자 손에서 다섯 장의 부적이 생성됐다. 손을 휘둘렀다. 다섯 장의 부적은 양끝이 기다란 마치 광대모자처럼 생긴, 이생물체들의 머리통에 달라붙었다.
그녀가 활을 들었다. 활시위에서 손을 놓자 날아간 이능력의 화살. 허공을 가르다 다섯 개의 빛줄기로 갈라졌다. 모두 부적이 있는 곳을 향해 궤도를 틀었다.
- 꾸웨웨엑!
다섯 머리나 되는 이생물체의 머리통에 바람 구멍이 생겼다. 앞으로 고꾸라졌다. 즉사였다.
“빨리 빠져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
- 서걱!
부하대원의 머리가 그녀의 발밑으로 굴러왔다. 자각도 못 하고 죽었는지 표정은 임무를 하는 도중의 그 표정이었다.
뒤를 돌아보자 2m가 넘는 크기의 이생물체가 보였다. 광대모자의 양끝이 유난히도 날카롭게 느껴졌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크... 나이트급.”
주변에는 센튜리온급이 2마리, 솔저급 4마리가 더 있었다.
‘최대한 화력을 퍼부어서 빨리 처리하고 대장님께 돌아가자. 할 수 있어! 이 정도면 데이트 두 번 짜리야. 아니, 세 번.’
그녀가 활을 들었다. 그 순간 그녀의 어깨로 날아온 무언가!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이생물체의 공격이었다. 그것을 눈치 챈 그녀는 옆으로 뛰며 방금 자신의 생명을 위협한 이생물체에게 화살을 쐈다.
- 펑!
이생물체가 손을 휘두르자 기공의 화살이 분쇄됐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이트급이 한 마리 더?”
뒤로 다른 이생물체들이 보였다.
그녀는 등에 메고 있는 화살통에서 붉은 색 화살을 하나 꺼냈다.
부하대원들에게 말했다.
“모두 도망쳐!”
나이트급 이생물체를 겨냥했다
‘다들 무사히 도망치라고... 과연 내가 그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데이트 할 수 있을까? 꼭 하고 싶은데...’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조금 늦었습니다.
3부 시작하겠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프롤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