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 보통날(2)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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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후가 찾아간 곳은 유일신교의 사원이었다.
유일신교의 사원은 안동에 여러 개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장벽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처지가 더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의 축복은 낮은 곳에서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나눠가져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 유일신교의 가르침이었고, 대부분의 신도들은 그 가르침을 잘 따랐다.
그의 발걸음이 닿은 사원은 안동의 남서쪽 끝에 있었다. 푸른색 옷을 입은 신도들이 허름한 건물에서 배를 곪는 아이들에게 밥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종교적 신념이란 참 대단해.’
많은 신도들이 이능력자도 아니면서 비공식 영토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내려왔다.
이지후는 종교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이런 점은 종교의 긍정적인 면이라 생각했다. 동시에 무서운 부문이기도 했고.
푸른색 옷을 입지 않았거나 머리를 중처럼 바싹 깍은 신도들도 보였다.
유일신교는 이 세상을 창조한 유일한 신은 있다고 밝혔으나 그 정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개개인이 마음속으로 믿고 있는 신이 그 신성한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종교의 고유한 믿음을 존중해주었다. 다만 성녀 구효린을 신의 대리인으로 내세워 하나로 묶은 것이었다.
이 방법은 초기에는 무너진 종교계를 되살린 문자 그대로 신의 한수로 평가 받았으나 후에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내부에서 성녀파와 그에 대항하는 가장 큰 파벌인 개신교파가 대립을 하는 상황을 만들었으니까.
곱게 주름이 진 노부인이 이지후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떤 일로 오셨죠?”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이지후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가 찾는 사람은 구미호 아이의 뒤를 캐고 다니는 그 남자였다.
노부인이 말했다.
“그 사제님은 지금 안 계시네요. 외출을 나가신 모양입니다. 요 며칠 상당히 바쁘셨던 걸로 압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 더 궁금한 것이 있는데, 평소 보지 못 하던 신도분이 갑자기 자주 나타나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답했다.
“글쎄요...”
대화를 마친 이지후는 지부 건물이 있는 중앙 시내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유일신교의 사제가 왜 아이에게 관심을 쏟는 걸까?’
개인적인 관심인지 유일신교 자체에서 주시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당연히 전자이기를 바랐다. 후자라면 상당히 골치가 아픈 상황이 연출될 것이니까.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길가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보였다. 옷은 다 헤졌고, 신발은 반쯤은 찢어져 있었다.
이지후는 아이들을 불렀다. 주머니에서 초코바를 꺼내 나눠줬다. 그는 이렇게 장벽 근처로 올 때면 항상 주머니가 가득 차도록 초코바를 사가지고 왔다.
아직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등에는 아기가 업혀 있었다. 순간 이지후의 눈이 커졌다.
‘맞아! 얼마 전에 영웅이 형이 그랬었지? 게이트 강제 생성 프로젝트 말고 다른 프로젝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능력을 강제로 심는다는 내용이었는데...’
소녀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초코바를 건네줬다.
‘만약 실제 그 프로젝트가 존재했다면 강철의 군주가 나타나기 전일 테고, 구미호 아이의 나이를 따져보면 얼추 맞는 거 같은데. 유일신교의 누군가가 그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는 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어.’
갑자기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효린이의 부친, 구영진!’
불길한 예감이 들어 더더욱 서둘렀다.
***
민승아는 자신의 복부로 들어오는, 돌덩이 같은 주먹을 양팔을 엇갈려 막아냈다. 그 후에는 아이를 안고 옆으로 구르는 동시에 손에서는 폭발의 구체를 생성했다. 바로 덩치가 큰 남자에게 구체를 던졌다.
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그저 매캐한 연기와 흙먼지만 날릴 뿐이었다.
그 남자가 말했다.
“생각보다 기본기가 좋군요. 좋은 스승에게 잘 단련 받은 것 같소.”
“훈련을 엄청나게 힘들게 시키는 사람이 제 멘토라서.”
“그냥 포기하고 아이를 내게 넘겨주시오.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이 저에게 그리 달갑지는 않으니.”
남자는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원래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었으나 양심에 찔리는 행동을 하니 자연스레 말이 많아졌다.
민승아가 이능력을 모으며 대답했다.
“지금은 제가 이 아이의 보호자예요. 오빠가 올 때까지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는 것이 저의 의무!”
그러자 아이가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그녀는 잠시 아이를 쳐다봤다. 살포시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언니만 믿고 있어. 알았지?”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속이 쓰라렸다. 자신의 행동이 옳은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종교적 신념으로 포장된 그의 의지는 양심보다 강했다.
바로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그녀는 놀라운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아이를 위로 던져 나무의 굵은 가지에 올려놓은 후, 요리조리 움직이며 그의 주먹을 피해냈다. 이지후의 회피 동작과 비슷한 몸놀림이었다.
하지만 다섯 번의 주먹 중 한 방을 어깨에 맞았다. 어깨를 틀어 충격을 최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뼈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고통 때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오른발 상단 차기를 시도했으나 남자는 가뿐하게 막아냈다.
남자는 그녀의 얼굴에 주먹을 내지른 후, 바로 왼발로 하단을 찼다. 그녀는 침착하게 고개를 틀어 주먹을 흘렸고, 점프를 해 발차기마저 피해냈다. 폭발의 구체를 던지는 것으로 반격까지 해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해.’
그녀는 곧바로 양팔을 좌우로 펼치며 타원 모양으로 생긴 이능력을 생성해냈다. 폭발 공격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절삭력이 강한 것으로 바꿨다. 달려오는 남자의 무릎을 향해 던졌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옆으로 뛰었다. 공격을 멈추고는 말했다.
“레젤 5의 이능력자이신 거 같은데, 훌륭하시구려. 본인의 레벨을 상회하는 좋은 공격이었소.”
남자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아가씨 여기까지 합시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제가 지금처럼 사정 봐주면서 싸울 수가 없소.”
그 말대로였다. 남자는 그녀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힘을 빼고 싸웠고, 또한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별다른 이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도 단시간에 그녀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예상보다 훨씬 잘 싸웠다.
“그건 안 되겠는데요.”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몸에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게 이능력을 돌렸다.
“미안하오. 많이 다치게 만들 것 같소.”
폐부를 찌르는 무서운 기운에 민승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 남자가 상당한 거구임에도 이지후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이었다.
어느새 측면에서 나타난 남자가 그녀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았다.
“컥!”
그녀의 몸이 기역자로 꺾였다.
- 으드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땅바닥에 쓰러졌으나 바로 정신을 차렸다. 타원형의 구체를 두 개, 세 개, 네 개 빠르게 만들어 냈다.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위기 상황으로 인해 높아진 집중력이 그녀의 실력을 상승시켰다.
구체를 난사했으나 남자는 모두 피해냈고, 그녀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그녀는 10m도 넘게 날아갔으며, 밀려오는 고통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컥! 컥!”
허리를 만지자 손에서 피가 잔뜩 묻어나는 것이 보였다. 목에서는 신물이 올라왔다. 속이 울렁거려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난 너무 무력해...”
눈물이 흘렀다.
“명경 선생님처럼 나도 오빠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아이를 지키고 싶다고.”
남자가 아이가 있는 나무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손을 움켜줬다.
“아직은 포기하기 일러!”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 누워 있던 바닥에는 붉은 피가 흥건했다.
다시 한 번 몸으로 기공을 돌리며 기합을 내질렀다.
“하앗!”
의외의 소리에 놀란 남자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상의는 다 찢어져 속옷이 드러났고, 어깨에는 크게 피멍이 들어 있었다. 부러진 갈비뼈가 살을 찔렀는지 허리에서 계속 피가 흘렀다. 조금 전까지는 매끈했던 그녀의 다리는 흙과 피로 뒤덮여 더러웠다.
남자가 입술을 깨물었다.
“일어나지 말지...”
남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나무 위에 있던 아이가 어느새 그녀에게로 쪼르르 달려간 것.
민승아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봤다.
“너 왜 내려왔어. 여기는 더 위험하다고.”
그녀는 눈물이 글썽였으나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가 그녀의 가슴팍을 향해 주먹을 뻗고 있었으니까.
‘아이 때문에 움직일 수는 없고...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이능력이 필요해. 나한테 명경 선생님과 같은 이능력이 있었다면...’
그녀는 양팔로 방어를 하기 위해 모든 힘을 팔에 집중시켰다.
‘어떻게든 지킬 거야!’
그러자 그녀의 이능력의 일부가 아이에게로 흘러들어갔고, 아이의 몸이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어?”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 위이잉!
마치 김명경의 명경지수와 비슷하게 생긴 이능력이 생성됐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각성! 민승아...
하지만 뼈 부러지고 옷 찢어지고 피 줄줄 흘리고... 꼴은 말이 아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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