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 전패의 이능력자(6)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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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여인호 선생님이 자살을 했다고 결론 내렸고, 수사는 빠르게 종결됐다. 선생님의 유서가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유서의 필적은 확실히 선생님의 것이었다.
선생님이 자살을 한 이유는 내연관계에 있는 여성과의 사이가 틀어져서라고 유서에 나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선생님에게는 내연녀가 없었다. 그리고 경찰은 선생님의 목에 칼에 베인 듯한 상처가 왜 났는지 원인을 밝히지 못 했다.
나는 그 유서가 선생님이 쓴 것이 맞지만 가짜라고 주장했다. 누군가 정신지배 이능력을 사용해 선생님이 유서를 쓰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신지배 이능력으로 사람을 자살하게 만들기는 힘드나 유서를 쓰게 만드는 일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니까.
경찰은 내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도 나와 같은 주장을 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고 싶었다. 분명 예전에 선생님께서 언급한 게이트 이야기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없었다.
3학년 1학기가 끝났고, 나는 결국 꿈에 그리던 전투 요원이 됐다.
분명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슬프기도 했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집으로 내려가려는데, 나에게 소포가 배달됐다. 발신인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소포를 뜯자 편지 한 장과 자료 뭉치가 들어 있었다.
편지를 쓴 사람은 놀랍게도 이미 사망한 선생님이셨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지를 들었다.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편지의 내용을 보아하니 선생님은 예전부터 본인의 죽음을 예감하고 계셨던 거 같았다.
[지후야, 편지 보고 있니?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구나.]
이것이 편지의 첫 문장이었다. 마치 흥행에 실패한 3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편지지 위로 방울진 눈물 때문에 읽기가 힘들었다.
선생님은 만일을 사태가 발생하면 본인의 연구자료가 나에게 가도록 대처를 해두셨다. 그리고 똑같은 자료를 다른 한 사람에게도 보냈다. 바로 나보다 두 기수 선배이자 선생님의 연구를 돕던 김영웅, 영웅이 형에게.
나는 바로 영웅이 형이 있는 연구실로 달려갔다. 연구실의 문을 열자 영웅이 형이 나를 맞아주었다.
이능력 학교 1기 출신인 형은 과거 최강의 이능력자로 손꼽혔던 사람이었다. 1차 인천공략 당시 살아서 돌아온 세 명의 1기 멤버 중 한 명이기도 했고.
하지만 강철의 군주와의 전투 이후 형의 이능력은 그 때의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형이 나에게 말했다.
“왔구나. 기다렸다.”
“형, 자료 보셨죠?”
“그래. 선생님께서는 이것 때문에 살해당하신 게 틀림없어.”
정부는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이능력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IETS와 손을 잡았다. 인천에서 게이트를 강제로 여는 실험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IETS는 중국에서 강제로 게이트를 열었다가 대재앙을 초래한 한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실패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게이트에서 통제할 수 있는 이생물체들이 나오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영역화 능력을 가진 엠페러급 이생물체 강철의 군주를 불러드렸으니까.
선생님은 그에 대한 증거를 거의 확보해 놓으셨다. 그 자료를 우리에게 건넨 것이었다.
내가 말했다.
“선생님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어요.”
“하지만 이 자료만으로는 부족해. 정부에서는 그저 추측일 뿐이라는 식으로 넘어갈 거야.”
“인천에 있는 게이트 강제 생성장치 그것만 확보할 수 있다면...”
선생님은 IETS와 정부가 인천에서 게이트를 연 후,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를 미처 수거하지 못 했을 것이라 예상하셨다.
영웅이 형이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자료를 보면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는 예전에 다른 장치로도 활용된 것 같은데... 이것은 자료가 부족해 확실치가 않네. 내가 더 연구해서 알아보마.”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선생님이 살해당했다는 증거를 찾을 거예요. 그리고 선생님을 죽인 사람들이 정당한 심판을 받도록 만들 거예요.”
“그래. 기필코...”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3학년 2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이 됐다.
나는 학년 랭킹을 빠르게 올려갔다. 450위 근처였던 내 랭킹은 100위 안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이생물체 토벌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덕분에 여전히 다쳐서 오는 날이 많았다.
어느 날, 연수 누나가 나에게 전투 요원을 그만 두면 안되겠냐는 말을 했다. 나는 당연히 거절했다. 그러자 누나가 말했다.
“난 더 이상 너를 지켜보지 못 하겠어.”
“누나, 왜 그래?”
“이생물체랑 싸우러 나가기만 하면 다쳐서 돌아오고... 그 모습을 보는 게 너무 무서워. 불안하고.”
“하지만 그건 내 이상 때문이잖아. 내가 꿈을 쫓아 달려가는 모습이 좋다고 했잖아.”
“그 때는 그랬어.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너는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목표라고 했지? 그런데 그 많은 사람에 나는 포함되는 거니?”
누나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누나의 모습에서, 적어도 누나가 슬퍼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연수 누나와 헤어졌다. 나는 평소 그렇게 똑똑한 척을 했지만 이성 관계에 있어서는 미숙한 모습만 보였다.
졸업을 했다.
이후 나는 한중 전쟁에서 활약을 했고, 경주 수호전에서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레벨 7을 달성했다.
하지만 선생님께 칭찬을 받을 수는 없었다.
***
나는 멘티들에게 내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전패의 이능력자에 대한 것들을. 다만 선생님의 죽음에 대해서는 빼놓고 말했다.
내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명경이와 재성, 현석이는 처음에는 실컷 놀리다가 나중에는 지루하다며 밖으로 나가 자기들끼리 술을 마셨다. 그탓에 테이블에는 나와 멘티들밖에 없었다.
술을 많이 마셨는지 승아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혀 꼬인 목소리로 말했다.
“가... 감동적이에요. 오빠가 노력한 과정이 멋있어요.”
문영이도 눈물을 글썽였다. 진혁이도 그랬고.
“감동적은... 그래봤자 아직 천재들의 등 뒤를 겨우겨우 따라가기만 하는 사람일 뿐인데.”
“모두가 불가능할 거라고 했는데, 오빠는 레벨 7까지 달성하신 거잖아요. 전체 이능력자의 0.05% 수준이라고요.”
“그놈의 0.05%... 내 목표는 그게 아니야.”
“목표가 뭔데요?”
나는 검지손가락을 세웠다.
“넘버 원!”
이런 낯 뜨거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다니... 나도 취하긴 취했나 보다. 그것도 많이.
멘티들이 웃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승아는 내 검지손가락을 양손으로 꼭 쥐며 말했다.
“왜 최고가 되고 싶은 거예요? 오빠의 더 많은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그 이상 때문에요?”
“꼭 그것 때문은 아니야. 이건 내 개인적인 욕심이지. 그냥 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거야. 그저 그 이유로...”
“사람이 무언가를 꿈꾸는 데 꼭 거창한 이유가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오빠는 언젠가 넘버 원, 꼭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내 손을 자기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저도 오빠처럼 더 높은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고 싶어요. 재능에 지고 싶지 않아요. 저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뛰어 넘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이건 내가 여인호 선생님께 하던 질문이었다. 이 상황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답변은 최악의 답변이다. 재능이 뛰어난 녀석들은 보통 노력도 열심히 하며, 일반적으로 재능이란 노력을 압도하는 법이니까.
그저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내가 살면서 느낀 건데, 재능이란 꼭 정해진 것이 아니더라고. 재능 자체가 변하기도 하는 것 같아. 그 과정에서 정말 피나는 노력과 행운이 필요하다만...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정하는 것이겠지.”
“무엇을요?”
“나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이야. 그것도 진심으로. 가슴이 쓰라려도 내 부족한 점을 정면으로 마주봐야 해.”
“그 후에는요?”
“나를 믿는 거지. 비록 지금의 나는 재능이 부족하지만 미래의 나는 다를 거라고. 근거가 없어도 믿는 거야. 나니까.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주겠어? 그리고 애초에 자신을 믿지 못 하면 열심히 노력도 할 수 없고.”
“그러네요.”
“세 번째로 할 일은 찾는 거야. 나의 부족한 재능을 보완할 방법을 말이야. 나 같은 경우는 체력을 키우는 것과 모든 방법을 외우는 것으로 보충했지. 승아 너도 너만의 방법이 있을 거야. 그건 내가 도와줄게. 나는 너의 멘토니까.”
그녀는 술기운 때문에 발그레진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또 뭐가 필요해요?”
“마지막으로는 꿈에서 깨지 않는 거야.”
“네? 그게 무슨...”
“압도적인 재능을 뛰어 넘겠다는 것은 끝나지 않는 꿈을 꾸겠다는 말과 같을 수도 있어. 그러니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현실을 보라는 비난과 조소로부터 눈을 돌릴 줄도 알아야 해.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건 생각보다 정말 힘들어. 마치 내가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여인호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나중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라고 하셨는데, 나 역시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런 불확실한 말뿐이었다.
그녀를 보며 다시 말했다.
“우리가 노력을 하는 이유는 그 가능성을 0.1% 아니, 0.01%라도 높이기 위해서 하는 거래.”
죄송하지만 선생님이 내게 했던 말을 표절하기로 했다.
“나 역시 내 한계를 완전히 뛰어 넘은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밖에 말을 못 해주겠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더 함께 할 거니까 그 방법을 같이 찾아보지 뭐.”
그녀는 말없이 배시시 웃기만 했다. 내 검지손가락을 놓아 주지 않았다. 그러다 내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합니다. 정말로요.”
***
전화벨이 울리자 신대한민국의 대통령 박웅헌이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누군가의 말을 계속 듣기만 했다.
한참 있다 입을 열었다.
“역시 이지후가 인천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는 거네.”
- 자세한 건 그 녀석이 본부로 돌아와 봐야 알 것 같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돼요.
“그거 말고 강제 이능력 생성 프로젝트에 관한 일은 아는 거 같아?”
- 거기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거 같은데요.
“어차피 너나 나나 여인호, 그 사람의 죽음과 관련이 있잖아. 그러니까 계속 잘 알아 봐줘.”
- 만약 지후 녀석이 강제 이능력 생성 프로젝트에 관한 진실에 도달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대통령은 손으로 자신의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사정이 있어서 늦었습니다.
어머니 모시고 병원을 갔는데, 저도 주사 좀 맞으라고 해서... 주사 좀 맞느라 ^^;
최근 건강이 안 좋아서 ㅠㅠ
이렇게 전패의 이능력자 에피소드가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에피소드는 너무 많은 내용을 넣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후회가 듭니다 ㅠㅠ
이번 에피소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여인호 선생의 죽음이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거기에다가 이지후의 노력 +사제지간이 정 + 학교생활 +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넣다 보니 의외로 볼륨이 커졌습니다. 내용도 조금 혼란스러워진 거 같고요.
이제 에피소드 두 개만 더 쓰면 2장(?)도 끝이네요.
재미있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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