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 신대한민국의 오늘(2)
당연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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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한민국의 대통령 박웅헌은 오늘의 마지막 일정을 마치기 위해 수원시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
평소와 다르게 그의 옆에는 비서 유영아가 없었고, 다른 수행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장신의 두 남자만이 그의 곁을 지켰는데, 그들은 정부 이능력자의 상징인, 봉황이 그려진 황금색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 둘은 대통령 직속 부대인 정기룡 부대 소속 레젤 7의 이능력자 이항원과 이덕환이었다. 둘다 레벨 8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은 강자였다.
대통령이 단 둘만 대동하고 이곳에 온 이유. 비공식 일정이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목적지인 스위트룸의 문 앞에는 10대로 보이는 소년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는 유일신교의 상징인 푸른색 사제복을 입었는데, 인상은 차분했고 눈매는 서글서글했다.
그의 이름은 구효수. 전세계 이능력자 중 최연소로 레벨 8을 달성한 천재이자 성녀 구효린의 사촌동생.
그는 종종 큰아버지인, 유일신교의 이인자 구영진의 호위를 맡곤 했다. 그가 여기 있는 것으로 보아 스위트룸에는 구영진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인사를 나누었고, 박웅헌만이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인원은 모두 밖에서 대기했다.
“오셨습니까?”
지금 인사를 한 남자는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콧수염을 길렀음에도 불구하고 단정하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얼굴은 그리 편치 않아 보였다.
유일신교의 이인자 구영진이었다.
박웅헌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구영진 씨, 오랜만에 뵙는군요. 바쁘실 텐데도 오셨네요.”
“마치 절 걱정해주는 듯한 느낌이군요.”
“요즘 같은 시대에 서로서로 걱정해주면서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분이 우리 유일신교를 잡으려고 종교 건물세를 부과하셨습니까? 조만간 종교 법인세를 신설하겠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얼굴을 찌푸린 구영진과 달리 박웅헌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유일신교의 만인의 눈의 정보력은 탁월하네요. 하지만 그게 제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거 잘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흥! 대통령님께서는 항상 장막 뒤에 숨어서 각 세력의 힘을 조정하려 하시는 군요. 본인의 입맛에 맞게요.”
“제게 그런 힘이 있을 리가... 정치권에서도 기반이 약한데요.”
실제로 박웅헌은 정치적 기반이 그리 탄탄하지는 않았다. 신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치적 파워가 강한 사람은 대통령인 그가 아니라 강경파 연합의 수장인 윤성일이라 할 수 있었다.
정부의 또 다른 강력한 파벌은 온건파 연합 세력이었다. 그들은 안보관을 강화하는 것은 옳으나 전체주의적 사고는 지양하자는 주의였다.
온건파의 중심에는 ‘북부의 수호자’ 혹은 ‘최강의 방패’라는 별칭을 가진 레벨 8의 이능력자 김성건이 있었다.
대통령의 강점은 대중의 지지도였다.
그는 각 세력들 사이에서 기가 막히게 줄타기를 하며,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정확하게 포착해 시행했다. 이념 논리나 파벌 논리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인들을 그를 회색분자, 기회주의자로 여겼고, 국민들은 믿을 수 있는 대통령으로 생각했다.
“싸움은 그만 하시죠.”
어눌한 한국말이 들렸다. 구영진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한 말. 그는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이었다.
박웅헌이 그를 보며 말했다.
“데이비드 영 씨가 미국에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추태를 보였네요.”
데이비드 영은 국제 이능력 연구 기관 IETS의 기관장이었다.
이능력자들의 레벨 기준을 마련하고, 레벨과 기술 등급에 대한 판정을 내리는 곳이 바로 IETS였다. 이능력과 이생물체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갖춘 곳이기도 했고. 그것도 독보적으로.
이능력 5대 강국 미국, 중국, 신대한민국, 프랑스, 러시아의 정부도 IETS의 정보와 연구에 의존하는 실정이었다.
이는 모두 데이비드 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그 많은 정보들을 수집했으며, 연구를 했는지 의문을 가졌다.
데이비드 영이 말했다.
“제가 두 분을 보자고 한 이유는 저희 IETS에서 영역화 무력화 장치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초기단계이긴 합니다만... 일단 강철의 군주의 영역에 적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박웅헌과 구영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평정을 되찾은 구영진이 말했다.
“그렇다면 강철의 군주의 영토로 변한 회백색 땅을 다시 원래의 땅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거요?”
“그것이 목적입니다.”
“그게 가능할 줄이야. 놀랍군, 놀라워.”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직 초기단계의 장치라 불안정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지는 아직 의문이고요.”
박웅헌이 데이비드 영을 보며 말했다.
“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인류의 큰 희망이 되겠군요.”
인류가 이생물체와의 전쟁에서 애를 먹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영역화 된 땅이었다.
일부 엠페러급 이생물체는 영역화 능력이라는 것을 발동했다. 영역화란 이생물체가 특정 지역을 자신의 영토로 삼는 행위.
영역화 능력이 펼쳐지면 해당 지역은 영역화 능력을 발동한 엠페러급 이생물체의 특성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다.
인천의 지배자 강철의 군주는 몸에 강철의 은색 갑옷을 걸친 외양을 가진 거대한 이생물체였는데, 몸체가 매우 단단했다.
그 때문인지 인천의 대지와 하늘은 회백색으로 변했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외피와 골격은 철처럼 단단해졌다.
게다가 영역화 능력은 영역 안에 있는 이생물체들의 힘을 증폭시키는 특성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인간이 영역화 된 땅에 들어가면 기운을 뺏기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가 강화된 이능력자가 아니라면 그곳에서 제대로 버틸 수 없었다.
또한 영역화 된 땅에서는 전자류 장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기계류 역시 원활하게 가동되지 않았고.
이런 이유로 영역화 된 땅을 공략하는 것은 인류의 최대 난제가 되고 말았다.
그런 영역화 된 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하니 박웅헌과 구영진이 놀랄 수밖에.
데이비드 영이 말했다.
“대통령님, 인천에서 이 장치를 실험하는 것을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죠.”
데이비드 영의 미소가 비릿하게 변했다.
“강철의 군주를 해결해야 게이트 강제 생성 장치를 찾을 거 아니겠습니까? 아! 두 분한테는 이능력 강제 생성 장치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려나요?”
그 말을 듣자 나머지 두 사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박웅헌은 이내 이전처럼 부드러운 표정으로 되돌리며 말했다.
“그 장치의 이름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으나 확보는 꼭 해야겠죠.”
구영진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흥! 마치 그 장치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투군요. 그 장치덕분에 대통령이 되신 분이...”
“저는 제 신념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애초에 그 장치를 이용해 이능력자가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 않겠습니까?”
현재 EOA의 수장 배호영이 몰래 진행하고 있는 이능력 강제 생성 프로젝트는 이미 예전에 IETS에서 시행한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실제로 성공했다. 이능력이 없었던 박웅헌을 강력한 이능력자로 만들어 줬으니까. 그리고 구영진에게는 특수한 이능력을 심어줬고.
그 프로젝트가 중단된 이유는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케이스가 단 4건이기 때문이었다. 이능력을 강제로 심은, 전 세계의 수천이 넘는 사람들은 프로젝트의 부작용으로 인해 모두 사망했다.
박웅헌이 구영진을 보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얻은 이능력으로 신대한민국을 지키려는 노력이라도 했지요. 구영진 씨는 죽은 아내를 살리겠다는 이상한 집착만 보이지 않으셨습니까?”
“말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구영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박웅헌은 여전히 여유가 있다는 태도로 말했다.
“우리의 마지막 실험체마저 그 계획에 희생시키려 하니 하는 말입니다.”
“이미 협의된 사항일 텐데요.”
“저는 여전히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결석자도 저와 같은 생각이고요. 그 어린 아이를 죽은 사람 살리겠다는 욕심 때문에 제물로 바치려고 하다니...”
구영진은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박웅헌이 한 마디를 더 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행방은 아직도 못 찾으셨습니까?”
“발견 못 했소. 다시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 연구원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 곳이 안동이었나요?”
“그렇습니다.”
“죄송하지만 끝까지 발견하지 못 했으면 좋겠네요.”
“죽지만 않았다면, 우리 유일신교의 만인의 눈이 꼭 찾아낼 겁니다. 그 아이가 어디에 있든 말입니다.”
“그 아이의 이능력이 정확하게 뭐였죠?”
“환상생물형 이능력이나 정확하게 어떤 환상생물로 변하는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다른 이능력으로는...”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 대한 사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 작가의말
다음 화부터는 다시 이지후의 이야기로...
본문에 나오는 환상생물형 아이는 당연히 그 아이가 맞습니다 ㅋ
토요일은 연재가 없을 듯 싶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로 전달하겠습니다.
모두 주말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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