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화, 여자의 맘을 달래는 법!(1)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사흘 뒤, 집에 도착한 강현우는 거실에 모여 있는 가족들을 보곤 깜짝 놀랐다. 일요일이라 어느 정도는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큰 누나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강현우는 슬쩍 아버지를 보았다.
허나, 상황이 그랬던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려버린다. 난감해하던 그때 일렬로 늘어선 가족들 중에 어머니가 제일 먼저 말을 꺼낸다. 모양새로 보아 대표자격으로 그런 모양이다.
“파병 가서 뭔 일 했는지 들었다.”
“...”
순간 강현우의 옆으로 고개가 돌려진다.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먼 산 보기를 스킬을 시전한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누가 이 상황을 초래했는 지 알 것 같다.
슬쩍 밖으로 나가려는 형의 뒷덜미를 낚아챈 그는 죽일 듯이 노려본다.
혼자는 죽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압박이 담긴 눈빛에 강동진의 어깨가 축 늘어진다.
형을 끌고 가족들 앞에선 그는 양 무릎을 꿇었다. 외국에 살아서 그런지 이런 자세는 불편했는데 지금은 꼭 해야 할 듯 싶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보던 어머니가 다시 말을 건넸다.
“계급도 그렇고, 훈장도 2개나 달았기에 뭔 일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구나!”
“일찍 말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던 강현우는 슬쩍 시선을 들었다가 내렸다.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어머니와 마주쳤던 것이다.
‘가만히 있을 걸!’하고 자책을 하던 그때 그녀가 물었다.
“많이...힘들었겠구나! 군대 가서...”
“힘든 것 없었습니다.”
“안 힘들긴... 사람들 죽는 것도 보고 했을 텐데! 맞다! 몸은 괜찮니? PT... 뭔가 하는 건 걸리지 않았고?”
옆에 있던 큰 누나 강수진이 한 마디 거든다.
“엄마! PTDS,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요.”
“그래, 그거! 걸리거나 하진 않았고?”
“예! 전투 끝나고 다 의사가 검사했고 별 이상 없다는 소견도 들었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휴식도 취했고요.”
괜찮다는 말에 어머니는 강수진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정말로 그런 건지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PTSD의 경우 갑작스런 심장 박동수 증가나 불면증, 우울장애 및 공황장애 등 갖가지 증후가 나타나요. 그런 게 없다는 건 현재는 괜찮다고 봐야겠죠. 즉, 지금 그렇다는 것이지 이후에 발병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 말은 두고 봐야 안다는 소리구나!”
발병할 수 있다는 말 때문일까?
어머니의 몸이 사시나무마냥 떨리기 시작한다.
콧등을 찡그린 강현우는 큰 누나를 흘겼다.
쓰잘데기 없이 그런 말은 왜 했냐며 책망을 하듯 말이다.
물론 큰 누나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고개를 뻣뻣이 들었지만 말이다.
한숨을 푹 내쉬던 그는 걱정 말라며 어머니를 다독여갔다.
“저 정말 괜찮습니다. 어머니도 아시지 않습니까? 강한 남자 증후군에 사로잡혀 힘들어했던 것을 말입니다. 근데 지금 절 보십시오! 그런 모습이 보입니까? 전 군대 간 이유로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우울증 증세를 보인 적이 없습니다. 입대 전 강한 남자 증후군으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도 더는 없고 말입니다.”
“말수가 적어지긴 했지만 전보다는 훨씬 안정 되어 보이긴 하더구나!”
그간 집에 있으면서 불안해하던 이전과는 많이 차분해진 그를 떠올리며 끄덕여간다.
“그렇다고 PMC를 하는 건 무리야!”
어머니까지 PMC를 들먹이는 게 이번에도 강동진이 말했나보다.
미안했던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를 보며 내젓던 강현우가 말을 하였다.
“어머님의 걱정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 길을 포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나름 인정받은 것도 있고 말입니다.”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예! 제대 할 때 UAE 측으로부터 군 장교 직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또 있습니다.”
강현우는 지갑에서 갈라인에게 받았던 명함을 꺼내 놓았다.
난생 처음 보는 것에 어리둥절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었다.
“왕실 VIP 카드입니다! 아시죠? UAE 부총리 갈라인 말입니다. 그 사람이 준 겁니다. 이거면 UAE에서 집이든 차든 뭐든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제 돈 한 푼 안들이고 말입니다. 물론 은행에서 현금도 뺄 수 있습니다. 최대 11억까지 말입니다.”
“최대... 11억? 뭔 돈 그렇게 많아?”
“갈라인이 준 겁니다. 자기 딸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입니다. 물론 납치범 잡은 대가도 들어 있고 말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PMC를 한다고 하니까 UAE 영업권은 물론이고 사무실과 창고까지 모조리 알아봐준다고 했습니다. 월세로 싸게 준다고 말입니다.”
공치사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 끄집어내기로 했다.
일단은, 설득을 해야 이후, 일도 순조롭게 진행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부총리라는 사람이 그리 해주겠다고 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어머니!”
어머니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 모두 놀랐다.
갈라인이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거 뇌물 아니야? 아니지! 뭔가 나쁜 일에 엮인 거 아니야?”
“형! 명색이 부총리다! 그런 사람이 내게 그러겠어?”
“그래도 이건 너무 터무니없잖아! 안 그래?”
“갖고 돈만도 300조가 넘어가! 이 정도로는 티도 안 난다고! 그리고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야. 다 비즈니스 때문에 그런 거지.”
“현우의 말이 맞을 거다! 부총리 정도 되는 사람이면 투자의 개념으로 준 것일 게다.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소리겠지.”
강현우의 맞다며 아버지가 동의를 표한다.
아버지까지 나서자 강동진은 더는 말을 못하고 꾹 다물어간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어머니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정말로 PMC 하려는 거니?”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전 흔히 총 들고 전쟁터에서 싸우는 용병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군수 지원 사업이라고 병참, 정보, 기술지원, 보급, 수송 등을 지원하는 업체를 하고 싶은 겁니다. 핏물이 낭자하는 전방이 아니라 후방에서 하는 거죠.”
“위험하지 않다는 거니?”
“예! 그럴 일 하나도 없습니다.”
위험하지 않다면 뭐하러 용병까지 써 가면서 일을 시키겠는가?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말이건만 강현우는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런 그가 안쓰러웠던지 아버지가 한 마디 건들고 나선다.
“여보! 병참, 보급, 수송은 후방에서만 한다오!”
“후방이요?”
“거 있잖소! 휴전선에서 가까운 곳은 전방! 대전이나 광주 같이 멀리 떨어진 곳은 후방이라 한다오! 즉, 전쟁터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활동을 한다는 소리지.”
아버지가 한 말이라 그런가?
아까보단 조금은 낯빛이 편안해진다.
후방에 있다는 말도 한 몫 했겠지만 말이다.
이때 강수진이 물었다.
“엄마! 어디 아파요?”
“머리가 조금...”
이마를 만지는 어머니의 손길이 왠지 불편해 보인다.
아마도 머리가 복잡해서 그런 듯 싶었다.
“안에 들어가서 쉴래?”
“아니, 괜찮아!”
강하게 손을 흔들어 거부의 뜻을 보이던 어머니는 시선을 들어 강현우를 보았다. 순간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왠지 모르게 위축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그를 보던 어머니는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렸다.
“현우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하거라! PMC 말이다!”
순간 강현우의 시선이 들려진다. 놀란 건 그 뿐만이 아닌 듯 싶다.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걸 보면 말이다. 주위의 반응이 어떤 지 관심 없다는 듯 어머니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네가 하고 싶다고 한 일이다. 그런 만큼 최선을 다하거라! 부총리에게 인정받았다고 들떠서 지 멋대로 하면 안 돼! 그건 널 지지해준 사람을 욕되게 하는 거니까 말이야. 그러니 항상 겸손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해! 내 말 알겠니?”
“어머니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됐다며 끄덕인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주위 모든 시선들이 그녀를 따라 움직여간다.
“엄마! 어디 가?”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쉬려고!”
“여보! 많이 안 좋아? 약국에 좀 다녀올까?”
“좀 쉬면 나을 테니 걱정마세요!”
염려 말라는 말과 함께 어머니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가족들은 그런 그녀를 걱정 어린 시선을 보면서도 딱히 뭐라 하지 않았다.
몸 아플 때 건드는 걸 그 무엇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어머니였기 때문이었다.
걱정이 되더라도 지금은 이대로 지켜보는 것이 그녀를 위해서도 좋았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현우야! 네가 이해 하거라! 네 어머니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니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말로는 알고 있다고 했지만 방금 전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그가 본 어머니의 모습이라면 해외에서 PMC 사업을 하는 걸 허락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바탕 혼 줄이 날거라 예상을 했는데 설마하니 이렇듯 순순히 허락을 해줄 지는 꿈에도 몰랐다. 이해 안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며 아버지가 부연 설명을 해간다.
“오일 전, 동진이에게 네 이야기를 듣고 난 뒤로 네 어머니는 식사도 거르고 방에서 두문불출을 했단다. 세상 누구보다 착했던 네가 생사를 오가는 전장에 있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야. 밤중에 나 몰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으니... 하긴 나도 이야기 듣고 상당히 놀랐으니 그럴 법도 하지.”
어머니가 울었다는 말에 강현우는 가슴 한 켠이 쓰라려온다. 그녀를 힘들게 했다는 미안함에, 죄스러움 때문이다. 레드 시절에도 몇 번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 더더욱 그런 듯 싶다. 가슴 부근을 쓰다듬는 그의 손길에서 속내를 읽어 내렸는지 아버지는 괜찮다며 웃어 보인다.
“이미 지나간 일을 어쩌겠느냐? 신경 쓰지 말거라! 네 엄마도 이틀 전, 맘 정리 끝내고 나왔으니 말이야. 문제라면 네 앞일까지 정했다는 것이지만 말이야.”
솔직히 그건 강현철로서도 좀 의외였다. 아내 성격상 안 된다고 막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손 거든 건데 그럴 필요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 그녀의 행동을 보면 말이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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