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화, 아누비스(3)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씨팔! 새됐네!”
“뭔 일이야?”
“네가 이층으로 진입한 뒤, 트럭 두 대가 이쪽으로 오더라고!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곳에 있던 놈들 지원군인가 봐! 근처에 오기 무섭게 총알 세례부터 퍼붓네.”
타타탕! 타탕!
파팍! 챙그랑!
밖에서 날아든 총알이 가구며, 창문이며 할 것 없이 부숴 버린다.
소피아와 수다이르 공주를 품에 안고 머리를 숙이고 있던 강현우가 물었다.
“우리 편은 뭐하고 있어?”
“일단, 대기하라고 했어! 그것마저 들키면 우리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야.”
강현우는 옆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두 여자를 보았다. 또 싸움이라는 소리에 낯이 새파랗게 질려 버린 게 이대로 있다간 큰일 날 듯싶다. 심호흡을 한 차례 하던 그가 알렉산더를 보았다.
“강행 돌파하자!”
“미쳤어? 저 총알 세례를 뚫고 가자고?”
“이 두 사람을 데리고 이곳에서 싸우면 더 힘들어져! 차라리 개방된 밖이 더 싸우기 편해!”
알렉산더와 강현우 두 사람만 있으면 모를까, 여자들을 데리고 집에서 공성전을 펼친다는 것은 무리다. 어떻게든 나가야 도망을 치든 맞서 싸우든 할 수가 있었다. 한숨을 푹 내쉬던 알렉산더는 소총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허나, 어깨를 붙잡는 강현우의 손길에 그만 멈춰서야만 했다.
“내가 나가지! 네가 우리 아가씨 좀 봐줘!”
물끄러미 보던 알렉산더가 끄덕였다.
앞으로 나선 강현우는 장전 손잡이를 당겼다 놓고는 문손잡이를 잡았다.
“내가 나가면 곧바로 쫓아 나와서 집 뒤편으로 돌아가!”
“그럼, 너는?”
“난 왼편에 있는 집을 우회해 적의 뒤통수를 칠 거다! 내가 미끼가 될 테니까 최대한 이곳에서 벗어나!”
-치잇! 집 뒤편으로 알렉산더와 아이들이 나갈 거다. 엄호해!
-칫! 치이익! 알겠습니다.
무전을 지켜보던 알렉산더가 혀를 내두른다.
자신의 생명 따윈 도외시한 그의 작전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이봐! 이번에 살아나면 내 목숨 값 빚지는 걸로 해서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한 번은 도와주지.”
“그런 말하기 전에 아가씨들 데리고 살 궁리나 해!”
“그놈의 핀잔은······.”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는다.
잠시 심호흡을 하던 강현우는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간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섰다.
강현우는 소총을 치켜들고 전방에 보이는 적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타탕!
탕! 타타탕!
“으아악!”
“크윽!”
비명 소리와 함께 사내 서넛이 바닥에 핏물을 뿌려 간다. 무사하지 못한 건 강현우도 마찬가지였다. 몸 곳곳이 찢기고, 핏물이 옷을 적시고 있었다. 알렉산더는 그걸 못 본 척 두 여자를 데리고 집 뒤편으로 갔다.
타탕! 타타탕!
“크윽!”
튀어 오른 핏물이 얼굴을 적신다. 화끈거리는 어깨에 참다못한 강현우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콧등을 찡그리던 그는 상처를 살폈다. 다행히 움직이는 데 별 무리가 없는 것이 관통당한 것이 아닌 스친 것 같다.
타타탕! 탕! 탕!
파파파팍!
열려진 나무문은 오래전에 걸레가 되었건만 신기하게도 박살이 나지 않고 아직도 붙어 있다.
“초짜라 그런 건가 아니면 실전이 처음이라 그런 건가? 다들 사격 솜씨가 엉망이군.”
다른 사람들이면 죽어도 골백번은 더 죽었을 텐데 망할 적의 사격 솜씨 덕분에 아직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헛웃음을 자아내던 강현우는 빈 탄창을 빼고 새것으로 갈아 끼우고는 왼편에 있는 집을 보았다.
“그럼, 이제부터 나름 반격을 좀 해 볼까나?”
찡그린 콧등을 긁적이던 그는 총을 쏘면서 밖으로 나섰다.
당연 적은 응사를 하였고 도망치는 그를 따라 총구 또한 움직여 갔다.
타타탕! 타타탕!
탕! 타탕! 타타탕!
사방에서 화기가 뿜어내는 노란색 꽃들이 피어오르고 진한 화약 냄새가 향기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땅을 사선으로 그어 가는 총알 세례를 피해 발끝을 틀었던 강현우는 곧장 내달려 왼쪽 집 벽에 몸을 숨겼다. 거친 호흡이 토해지고 입에서는 단내가 났지만 비린내 나는 핏물을 게워 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자위를 했다.
“하아! 하아!”
그가 막 호흡을 가다듬을 때쯤 등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적으로 보이는 사내가 단검을 쳐들고 있었다.
“죽어! 이 자식아!”
광기 어린 외침과 함께 그가 내리찍었으나 강현우는 소총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았다.
잠시 힘겨루기를 한다 싶더니 강현우는 총구로 적의 얼굴을 후려쳤다.
“크윽!”
짧은 비명과 함께 적은 얼굴을 부여잡고 물러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격을 했던 터라 총구가 달아올라 있었던 것이다.
재차 치켜드는 적의 팔을 왼손으로 붙잡은 강현우는 남은 한 손으로 권총을 뽑아 들었다.
탕! 탕!
“커어억!”
양 무릎을 꿇어 가는 사내를 뒤로한 채 그는 곧바로 전방과 후방을 향해 두 발씩 쏘았다.
적 두 명이 시뻘건 핏물을 뿜어내며 땅에 몸을 눕혔다. 탄창을 갈아 끼우고 재차 주위를 살피던 그는 권총을 넣고 대신 소총을 치켜들었다.
“골치 아프게 됐군!”
장전 손잡이를 몇 번이나 당겨 보지만 중간에 걸려 멈춘다. 아무래도 아까 단검을 막을 때 총에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다. 콧등을 긁적이던 강현우는 소총을 벗어 놓고 단검을 뽑아 들었다.
혹시 몰라 적의 총을 봤지만 반동이 심한 AK계열이라 사용을 포기하였다. 심호흡을 한 차례 하던 강현우는 눈을 번쩍 떴다. 죽음과 광기로 어린 전장에 어울리는 살기 가득한 눈빛을 자아내며 말이다.
“Dancing with death(죽음과 춤을)!”
이 말을 끝으로 그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
“대체 어떤 새끼야?”
777부대 중대장 아므르 자키는 짜증이 치솟았다.
인질범 노릇만 하면 된다고 해서 실전이 별로 없는 이들을 끌고 왔다.
헌데 계획에도 없는 알렉산더를 죽인다고 투입했다 한 소대가 폭발로 사라졌고, 지금은 인질마저 빼앗긴 상태다. 더 기가 막힌 건 몇 안 되는 적들 중에 아직까지 한 명도 죽이질 못했다는 것이다. 다들 신참에 가깝다 보니 총격전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고 두려움에, 무서움에 몸 사리다 그리된 것이다.
그나마 위성전화라도 있으면 퇴로 확보라도 하겠건만 그마저도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쉽지가 않다. 꼬여도 된통 꼬인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군 생활은 물론이고, 777부대의 명예 훼손으로 처형당할지도 몰랐다. 골치가 아픈 듯 그가 주름진 미간을 만지작대던 그때, 왼편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악!”
“뭐야?”
돌려진 시선 너머로 달려가는 부하들이 보였다. 이번에는 적을 없애겠지, 생각하며 그가 고개를 돌리는데 총소리와 함께 다수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타탕!
“으아악!”
“아······누비스······.”
탕! 타탕!
타타탕!
“크으윽!”
“사, 살려 줘!”
한동안 시끌벅적하니 울려대던 비명이 뚝 끊기며 조용해진다.
고요하다 못해 소리 자체가 사라진 듯하다. 아므르 자키는 이 침묵이 더 싫었다.
특히나 아까 들려왔던 망자의 신, 아누비스라는 말은 더더욱 그랬다. 그가 부들부들 떨어대던 그때, 노란 불꽃이 피어오르며 진한 향기로 그를 홀린다.
타탕!
“아악!”
비명 소리에 정신이 든 아므르 자키가 고개를 드니 시뻘건 형체 하나가 희미한 달빛 아래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두 팔을 길게 늘어트린 채 거친 심호흡을 토해 내던 그는 사람이라 보기엔 괴물 같았다. 특히 붉게 빛나는 안광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더욱더 굳어진다.
“주······ 주, 죽여! 뭐해? 죽이라고!”
그의 말에 트럭에 있던 사내가 본능적으로 소총을 겨누었다.
허나,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시뻘건 형체는 관자놀이에 구멍 하나가 뚫려진 채 차 밑으로 떨어진다.
또 다른 이가 나서지만 그는 뒤통수에서 핏물을 뿜어내곤 땅에 엎어진다.
이쯤 되면 앞에 있는 사내는 그야말로 아누비스의 화신이라고 봐도 될 듯싶다.
-치익! 아가씨들 회수! 지원 시작합니다.
-칫! 치이익! 하아! 하아! 고맙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던 사내, 아니 강현우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목표는 대장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 바로 아므로 자키였다.
그의 진격에 놀란 듯 상대방이 소리쳤고 한 사내가 달려와 소총을 치켜들었다.
한 발 앞서 상대에게 다가간 강현우는 단검으로 총신을 잡은 그의 손등을 찍었다.
“크아아악!”
강현우는 비명을 질러 대는 적을 앞으로 당겨 방패마냥 자신의 앞에 세우고는 앞으로 달려간다.
타탕! 타타탕!
탕! 타탕!
총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앞에 세운 사내의 몸이 들썩거리며 핏물이 튀었다.
얼굴이고, 가슴이고 할 것 없이 적셔 댔지만 강현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되레 그는 적들에게 다가가서는 붙들고 있던 이를 발로 뻥 차 버렸다.
‘마치 선물이다. 받아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송사리 떼에 던져진 돌마냥 주위로 물러서던 적 하나가 기겁을 하였다.
“수······ 수류탄이다!”
콰콰쾅!
굉음과 함께 찢겨진 인육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한순간 시야를 가득 메웠던 시커먼 연기에 다들 걸음을 물리려는데 뭔가가 그 속에서 튀어나왔다.
타~앙!
“아아악!”
연기를 가르고 나온 강현우는 오른편에 있던 적을 쏴 버렸다. 그러고는 땅을 한 바퀴 굴러 일어서자마자 왼편에 있는 사내의 발등에 단검을 꽂았다. 비명과 함께 숙여진 그의 턱 밑에 총을 가져다놓고는 한 발 시원하게 쏴 버린다. 무너지는 그를 밀쳐 내며 강현우는 옆으로 다가선 이의 목에 단검을 꽂았다 뽑았다. 허나, 한 번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듯 네 번을 더 꽂아댔다.
“아······ 악마!”
전방에 있는 적이 소총을 치켜들자 강현우는 단검이 꽂혔던 이를 그쪽으로 밀고 몸을 날려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 갑자기 날아드는 동료에 적이 당황해하던 그때, 강현우의 총이 불을 뿜었다.
“크으윽!”
이마에 구멍이 뚫려진 채 넘어가는 그를 시작으로 강현우는 주위를 휩쓸기 시작했다.
탕! 타탕! 탕!
사삭! 칵! 카칵!
“크아악!”
“죽어! 죽으란······.”
탕! 타탕!
타타탕!
탕! 타탕!
“으윽!”
“어, 엄마 살려······. 아악!”
온갖 비명과 총소리가 난무하는 광경을 스코프로 살피고 있던 헤인스는 서늘해진 등줄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나름 온갖 전쟁터에서 전전하며 별의별 광경을 다 봤다고 치부했는데 지금 보니 자신은 새 발의 피인 듯싶다. 피칠갑을 한 채 단검과 권총으로 2개 소대를 해치워, 아니 학살을 하고 있는 강현우를 보고 있자니 말이다.
헤인스는 새삼 처음 만났던 동굴에서 알렉산더를 제지했던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는 땅 밑에서 싸늘하게 식고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눈썹에 고인 땀을 닦던 헤인스는 비명 소리에 황급히 스코프에 눈을 붙였다.
그러자 피에 물든 허벅지를 붙든 채 땅바닥에서 비명을 질러 대는 아므로 자키를 향해 권총을 쏘는 강현우가 보였다.
타~앙!
털썩!
상대가 바닥에 몸을 눕히자 강현우는 거친 호흡을 토해 내며 주위를 살폈다. 온몸에 새겨진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제법 되는지 시야가 흐릿하다. 그가 핏물에 절은 손을 쳐들어 눈가를 훔치고 다시 보자 서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생각에 확신을 주려는 듯 헤인스가 무전을 때렸다.
-치익! 적은 모두 죽었습니다. 다시 말합니다. 싸움은 끝났습니다.
고개를 쳐든 채 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던 강현우가 무전기를 잡았다.
-치이익! 칫! 하아! 하아! 배고프다. 나 좀 쉴게!
-치익! 편히 쉬십시오. 제가 감시하겠습니다.
-칙! 치익! 고마워!
이 무전을 끝으로 철옹성처럼 서 있던 강현우는 무너져 내렸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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