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화, 블루 라군 먼치킨 게임(3)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크아악!”
뒤에 있던 도병철이 가슴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 쓰러진다.
“젠장! 이것들은 지겹지도 않나?”
짜증을 토해내던 알렉산더는 소총을 치켜들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 총을 집어 올린다.
그걸 본 적은 당황했던지 차머리를 옆으로 틀어보지만 그러기엔 이미 겨누어진 총들이 너무 많았다.
타탕! 타타탕!
탕! 타탕!
타타타타탕!
갖가지 총소리들이 새벽 숲속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짚차 본네트가 걸레짝이 되다 못해 구멍이 뻥 뚫리더니 그 안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폭음과 함께 왼편으로 튕기듯 날아갔다.
쾅! 콰쾅!
나무 사이에 뒤집어진 채로 불타오르는 차량에 사람들은 총을 내려놓았다.
“간만에 시원하게 쐈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알렉산더의 말에 동의를 표한다. 최고점에 오른다 싶던 트럭은 밑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속도에 중력까지 겹치면서 속도는 어느 새 시속 140km를 넘어섰다. 그것도 언덕 내리막길을 말이다. 아찔함의 연속에 알렉산더도 더는 못 참고 차 난간을 꼭 붙들어간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속도 줄여!”
애처로운 고함 소리를 꼬리에 매단 채 말이다.
다사다난했던 언덕길을 내려온 지도 십여분 쯤 지났을까?
우측에 바다가 보이는 가 싶더니 점차 트럭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강현우는 차문을 두들기며 레이첼을 호출했다.
“배가 정박한 곳이 어디쯤이야?”
알렉산더가 바닥에 깐 지도를 살피던 그녀가 소리쳤다.
“이대로 쭉 가면 있어!”
“그래? 그럼, 배보면 말해! 멈출 테니까?”
“알았어!”
강현우는 조금 속력을 늦추었다. 이로 인해 적들이 따라 붙을 수도 있지만 그는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그들보다는 배를 발견하는 것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섬을 빠져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잠시 후, 배를 발견한 레이첼의 말에 차량을 멈춘 강현우는 해변가를 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해변에는 배가 있었다. 그것도 한 척이 아닌 두 척이나 말이다. 아마도 인질로 인해 늘어날 사람 수를 고려해 그런 것 같았다.
“저기 배가 있으니까 다들 내려서 탈 준비 해!”
기다렸던 순간이었던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트럭 내에서 내린다.
“강현우! 네 형을 납치 했던 놈! 죽었는데 어떻게 하지?”
“내버려둬! 지금 중요한 건 인질이었던 사람이지. 납치범은 아니니까 말이야.”
“오케이! 그럼, 트럭에 놓고 가도록 하지.”
알았다며 물러서는 레이첼에 강현우는 앞으로 손짓을 한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맨 먼저 나선 아이스 맨은 주변을 매섭게 살피며 배로 다가갔다. 부비트랩이 있을까봐 그런 것이다.
조심스럽게 살피는가 싶더니 손을 들어 괜찮다며 표시를 하였다. 그제야 강현우는 사람들에게 배 쪽으로 가라며 말을 하였다.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강동진이 물었다.
“현우야! 현우야!”
“형! 인사가 늦었다. 몸은 괜찮지?”
“딱히 다치거나 그런 곳은 없어. 근데 여긴 어떻게 온 거야? 거기다 복장은 그게 또 뭐고?”
“형! 여긴 안전한 곳이 아니야. 자세한 건 집에 가서 해!”
그의 궁금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세한 내막을 털어놓기에는 장소가 좋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적진 한복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속내를 읽은 것인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짚차들이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것이 시야에 잡혔다.
“뭐해? 다들 뛰지 않고!”
알렉산더의 재촉에 사람들은 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타탕! 타타탕!
파파팍!
총알들이 땅 위에 박혀간다.
그것도 그들이 달리는 앞쪽으로 말이다.
아무래도 그들이 배에 타지 못하게 막는 듯싶었다.
놀란 사람들을 다독여 옆으로 우회해 가도록 한 알렉산더는 소총을 쳐들었다.
“이 새끼들이!”
타타탕! 탕!
“크아악!”
차창 너머로 몸을 내밀고 총을 쏘던 사내가 그의 사격에 맞고 몸을 축 늘어트린다.
짚차를 향해 사격을 개시하는 그의 옆에 레이첼도 총을 M249 경기관총을 쳐들었다.
특유의 묵직한 총소리가 짚차를 향해 쏟아져 내린다. 당황했는지 황급히 차머리를 트는가 싶더니 길가에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돌덩이에 그만 박고 만다.
“아아아악!”
“으아아!”
콰쾅! 콰콰쾅!
체조 선수가 공중돌기를 하듯 허공에 날아오른 차는 땅에 세차게 굴러간다.
뒤집어진 채로 멈춰진 짚차 밑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더니 삽시간에 차량을 집어 삼켜버린다.
이쯤 되면 차에 탑승했던 이는 죽었다 봐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뒤따르는 차량이 또 있긴 했지만 이쯤하면 됐다며 알렉산더와 레이첼은 몸을 돌려간다.
“어서 와! 어서!”
강현우의 손짓을 따라 두 사람이 오르자 두 척의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됐다며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타타타타!
‘프로펠라 소리? 설마...’
자리에서 일어선 강현우는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얼굴을 확 구겼다.
저 멀리 불을 깜박이며 다가오는 거대한 괴물체, 다름 아닌 헬리콥터였다. 그것도 한때 공중의 장갑차라 불렸던 공격헬기인 Mi-24 하인드였다.
구소련에서 만든 이 헬기는 원래는 무장헬기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중기형인 Mi-24D 하인드D에서 조종석을 탠덤(Tandem: 조종사가 앞뒤로 일렬로 앉는 형태를 말함) 방식으로 바꾸고, 포탑형 12.7mm 4연장 캐틀링건을 장착하면서 서서히 공격헬기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후기형인 Mi-24P 하인드F 공격헬기는 전차의 장갑도 관통시킬 수 있는 30mm GSh-30K 기관포 2문을 장착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체를 7.62mm 기관총 사격에 견딜 수 있게 만들었고, 주요 부위는 12.7mm 기관포에 견딜 수 있도록 티타늄으로 특별히 제작 되면서 그야말로 사탄의 마차(Mi-24 하인드의 별명)로 불리는 공중 전차로 발전 되었다.
이렇듯 무서운 헬기이건만 무장 상태는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12.7mm 4연장 캐틀링건과 로켓포 4개가 다다. 그럴 것이 연식이 40년 가까이 된 폐기 직전, 그것도 개발 테스트 용 헬기를 싼 값에 산 것이라 대표 무기인 30mm GSh-30K 기관포 조차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모로이슬람해방전선을 비롯해 필리핀 반군들에게 겁을 주기엔 충분했기 때문에 대위도 그다지 헬기 무장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타타타타타!
“헬기 조종사라고 하더니만... 진짜 헬기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힘찬 프로펠라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헬기를 본 알렉산더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지켜만 보던 강현우가 선두를 보며 소리쳤다.
“레이첼! 죠! 일단, 섬에서 떨어져! 이곳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필리핀 공군 때문에 쉽사리 쫓아오긴 힘들 거야!”
그의 말대로 필리핀 공군에선 헬기의 움직임을 알아채고 주시하고 있었다. 민다나오 섬이 모로민족해방전선의 구역이어서 전면전으로 비화될까 가만히 있는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오래 전에 공격기가 비행장 위를 날아올랐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양 쪽 다 속도를 높여! 적이 쫓아오고 있어!”
“알았어! 속력을 더 높이도록 할께!”
시뻘겋게 물든 옆구리를 움켜쥐며 얼굴을 찡그리던 죠가 배의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맞춰 레이첼도 속도를 높여간다. 쏜살같이 내달리는 배들에 대위는 피식 웃어갔다.
“내게서 도망 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군! 제임스! 놈들이 섬에서 떨어지지 않게 캐틀링건으로 쏴서 섬쪽으로 몰아!”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손에 쥔 운전대에 달리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타타타타탕!
선을 긋듯 바다 위로 쏟아져 내리는 총세례에 레이첼과 죠는 급히 배를 반대 방향으로 틀었다. 요동을 치는 배에 사람들은 난간을 붙들고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레이첼과 죠는 어떻게든 헬기를 피해 섬에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쏟아지는 총세례에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개자식!”
레이첼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온다.
하긴 이런 상황에선 성인이라도 그랬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 다 못한 그녀는 죠와는 다른 방향으로 배를 몰기 시작했다.
어차피 헬기는 하나 뿐이 없으니 둘을 다 마크하긴 힘들거라 예상했던 것이다.
허나, 이쯤은 대위도 예상했던 것인지 측면으로 돌아가서는 다른 곳으로 가는 레이첼을 향해 총세례를 퍼부었다. 죠가 몰고 있는 배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레이첼은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는 듯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둘의 사이가 많이 벌어졌다 싶던 그때 헬기의 왼편에서 불꽃이 치솟더니 뭔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로켓이다! 방향 틀어!”
강현우의 말에 레이첼은 입술을 깨물며 왔던 곳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뒤쪽에서 폭음과 함께 물보라가 치솟아 배 위로 떨어져 내렸다.
퍼퍼~엉!
후두두두둑!
폭우가 휘몰아치듯 바닷물이 사람들을 죄다 적셔간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가까스로 운전대 앞에 버텨 선 레이첼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개자식! 잡히면 아주 산채로 토막을 쳐주고 만다!”
헬기 쪽을 보던 그녀는 운전대를 돌리며 속력을 높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로켓에 맞아 박살이 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배는 헬기를 피해 섬 주변을 돌 다가 어느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더 이상 따라 붙지 않는 듯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앞서 가던 죠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쪽 막혔어!”
“뭐? 길이 막혔다고?”
레이첼은 그제야 헬기가 왜 자신들을 가만히 뒀는지 알 것 같았다.
어차피 이 길 끝엔 아무것도 없으니 되돌아오리란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배를 몰고 돌아 가보니 떡하니 입구 쪽에 헬기가 멈춰서있다.
“전생에 수문장이었나? 아주 그냥 문을 꽉 틀어막고 있네.”
짜증 섞인 말투의 알렉산더를 지나쳐 배 앞에서 헬기를 보던 강현우는 콧등을 긁적였다. 이쯤 되면 공격해올 만도 하건만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이쪽에서 먼저 오라는 듯 말이다.
“혹시 이거 치킨 게임 아니야?”
순간 주위의 시선이 강동진에게로 향한다.
쏟아지는 사람들의 이목에 당황했는지 연신 눈치만 살핀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 작가의말
블랙라군이 아닙니다. 블루라군입니다.
흠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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