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3년후 강현우(3)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타아앙!
멈칫거리던 적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간다. 멍하니 있던 최하사가 고개를 돌리자 소총을 내리는 강현우가 보였다. 현우는 적이 최하사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보곤 그대로 쏴 죽인 것이다.
“왜······ 쏜 거지? 인질극 상황······.”
“인질극 상황이라서 쏜 겁니다.”
“그래서 쏜 거라고?”
“예! 그래야 우리가 안전하니까 말입니다.”
흔히 영화에서 인질극이 벌어지면 경찰이나 형사는 총을 내려놓고 협상을 하려 한다. 허나, 그건 영화 속에서나 그렇고 실제 상황에선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무장한 상태의 범인인 경우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그냥 쏘고 달아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을 겨눠 무언의 압박을 가하면서 범인이 틈을 보이면 쏴서 죽이는 게 제일 좋다. 특히나 지금처럼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범인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근데 왜 갑자기 영어를 쓰셨습니까?”
“아! 영화 대사야! 경찰이 주인공인······. 나름 멋지다고 생각해서 외웠던 건데 이렇게 써먹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어째 말하는 투가 박진감이 넘치고 위압감이 느껴진다고 했더니 다 영화 때문인 듯싶다.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시체를 밖으로 끌어내던 강현우가 돌연 멈춰 섰다.
얼굴에 피칠갑을 해서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상당히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이놈은······ 요크셔인데? 설마 아까 앞차에 탄 사람은 쥬비앙인가?’
요크셔라 불리는 사내는 중동 및 아프리카 북부 지역을 상대로 무기 밀매업자인 쥬비앙의 보디가드 겸 오른팔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총탄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앞 차량에 있는 사람을 꺼내려 애썼다는 건 그가 쥬비앙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었다.
‘골치가 아프게 됐군!’
무기 밀매업자 대부분이 과격하지만 그중에서 쥬비앙이 특히 심하다. 얼마나 그랬으면 무기 밀매업자 중에 최고 돌아이라는 별칭을 얻었겠는가? 이쯤 되자 그는 슬슬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쥬비앙을 살려 보낼 경우 앙갚음으로 뭔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쥬비앙으로 보이는 자를 쫓았던 도일병이 뒤늦게 찾아와 놓쳤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우리 몫은 다했어! 나머지는 특전사와 부대장님이 알아서 해 줄 테니까 다들 힘내!”
“알겠습니다.”
도일병을 따라 답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머리 깊이 자리 잡은 걱정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
“총격전이라니?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공병 중대장인 이천오 중위는 부대장실에 들어오자마자 질문부터 던진다.
둥근 얼굴의 부대장 박진권 중령은 일단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이야기가 길어질 듯싶으니 일단 앉지!”
“알겠습니다.”
그가 철제 의자에 앉자 박진권 중령은 주위 사람들을 훑어 간다. 시선이 마주친 특전사 중대장 김원일 소령과 작전 장교 조병기 중령의 눈빛이 번득인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운 분위기가 그들의 현 상황이 어떠한지 대변해 준다.
“작전 참모! 시작하지!”
“사건 보고부터 하겠습니다. 오늘 아침 9시경 수해로 파괴된 도로 복구 작업을 위해 투입된 공병 중대 3소대가 작업을 하던 중 차량 2대에 탄 괴한들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나 모두 퇴치하였습니다. 아군의 피해는 중상자 1명을 빼고는 전무하며, 괴한은 8명 사살하고 1명이 달아나 현재 수색 중이라고 합니다.”
“공격한 이들의 정체가 뭡니까?”
자신의 부하를 다치게 한 것에 화가 난 듯 부대장이 시뻘게진 낯으로 묻는다. 그러자 작전 장교는 답 대신 프린트 몇 장을 내려놓았다. 그중 하나는 상단에 ‘WANTED’란 단어와 함께 인터폴 마크가 찍혀 있었고 밑에는 어떤 사내의 사진과 함께 신상명세서가 적혀 있었다. 누가 봐도 수배전단인 그것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작전 장교에게로 향한다.
“아침에 공병 중대에서 사살한 인물 중 하나라네. 블랑 D 에릭, 일명 요크셔라 불리는 이 사람은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 중에서도 과격하기로 소문난 폭력주의자로 5년 전, 수배에 오른 이후 쥬비앙이라는 무기 밀매 업자의 오른팔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
“무기······ 밀매업자?”
작전 장교는 사진 몇 장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웨건으로 보이는 차량 트렁크에는 각종 무기로 가득했다. 개중에는 신형 무기들도 있어 만약 이것이 시중에 풀릴 경우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였다.
“대체 공격한 이유가 뭡니까?”
“아마도 이 무기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선제공격을 했던 모양이네.”
“그럼, 돈 때문에 UN군을 공격했다는 소리입니까? 미친 거 아닙니까?”
“아마도 이길 거라 확신을 했겠지. 책임 소재는 인근에 있는 테러 단체에게 떠넘기면 될 것이고 말이야.”
“그게 말이 됩니까? 군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이보게! 이중위! 총기를 소지한 경계병은 다해야 고작 2명, 선임 부소대장의 K5까지 치면 세 사람이네. 무장한 국제적 범죄자 9명과 기껏해야 일 년에 두 번 사격하는 공병 세 명! 어느 쪽이 이길 것 같나?”
이천오 중위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상황상 공병 중대가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엔 자신의 중대를 우습게 보는 거라 그럴 수도 없었다.
묵묵부답의 그를 보던 작전 장교가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이번 일은 우리의 승리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화근 덩어리 하나가 아직 남아 있네.”
“그게 뭡니까?”
“조직의 보스 쥬비앙이네. 인터폴에 따르면 요크셔 옆에는 항상 그가 있다고 하니 총격전이 벌어질 당시에도 있었을 것이네. 아마도 도망쳤다는 이가 그일 가능성이 높겠지.”
“근데 쥬비앙이 어떤 사람이기에 문젯거리라 하시는 겁니까?”
“정보에 따르면 소문난 돌아이라고 하더군. 검문하는 경찰 죽이는 건 다반사고 CIA가 거래를 막았다가 쥬비앙이 보낸 자살 폭탄 테러범 때문에 이라크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반 이상 날아갔다고 하더군.”
UN 정보부에서 쥬비앙을 설명할 때 혀를 내둘렀던 것을 떠올린 작전 장교는 쓴웃음을 짓는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내젓는다.
“확실히 막가파군요. 아무리 그래도 미국 대사관에 자살 폭탄 테러범을 보내다니! 일반 범죄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입니다.”
“그렇지! 상상도 못할 짓이지. 문제는 조만간 우리가 그 꼴이 나게 생겼다는 것이지만 말이야.”
주위 사람들의 낯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현대전에 있어서 제일 골치 아픈 전투 방식이 있다면 도시 게릴라전, 그중에서도 최악은 테러일 것이다. 특히나 중동 쪽의 자살 테러 공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들이 많아 더욱더 그렇다. 그걸 미국을 상대로 거리낌 없이 저지를 정도면 아군을 향한 공격들은 어떨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침묵 통제-부대 밖으로 군대 내부 사정을 알리지 말라는 지시-하에 UN 본부에 최대한 협력하라고 하더군. 아마도 정부는 이번 일이 세상에 알려지길 원치 않는 듯싶네. 하긴 파병부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국회와 일부 언론이 맘에 걸리기도 하겠지.”
“그······ 그럼, 우리 애들은 어떻게 합니까? 대민 지원 나갔다가 대낮에 총알받이 될 뻔 했는데 그대로 두고 보자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안 됩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이천오 중위는 거세게 반발한다.
이에 맞서 작전 장교 또한 목소릴 높인다.
“우리는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왔어! 전쟁하러 온 게 아니란 말일세.”
“하지만······.”
부대장은 책상을 탁 친다.
힘 있게 친 것도 아닌데 주위가 조용해진다.
“이중위! 목소리 낮추게! 여긴 자네만 있는 곳이 아니야!”
푹 숙여진 고개 밑으로 부르르 주먹이 떨린다. 지켜보는 부대장에게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부하가 다친 것은 알지만 젊은 혈기에 일을 그르칠까 봐 걱정이 되어서 그런 것이다.
“잘 듣게! 갑작스런 상황에 다들 놀란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어. 적이 먼저 도발을 했지만 승리한 것은 우리니까 말이야. 그러니 다들 분한 맘 추스르고 부하들이나 챙겨! 지금 힘든 건 우리가 아니라 총격전에 있었던 그들이니까 말이야. 내 말 알아들었나?”
“알겠습니다.”
이천오 중위로 인해 흉흉하던 방 안 공기가 조금은 수그러든다.
그들 역시 총격전에 있었던 부하들이 더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마무리 짓지. 현재 레바논 정부에서 쥬비앙에게 차량을 지원해 준 인물을 찾아 정보를 캐고 있고 UN 본부와 인터폴에서도 적극 지원해 준다니까! 조만간 쥬비앙 문제도 해결될 것이니 너무 걱정 말게! 당분간 무기 밀매업자가 잡힐 때까지는 작전 지역이나 경계 근무자들, 그리고 공사 작업에 투입되는 모든 인원들에 대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조치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다들 상황 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이때 이천오 중위 곁으로 한 사내가 다가왔다.
“이중위!”
“서, 선배님!”
빙그레 웃는 이 사람, 특전사 중대장 김원일 소령이다.
의자를 가져와 앉은 그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중위! 이놈 나한테 줘!”
“예~에?”
내려다보고 있던 이천오 중위가 고개를 들었다.
정말이냐고 묻는 듯 말이다.
“상당히 흥미로워서 말이야.”
김원일 소령의 짙어지는 미소 아래로 종이 속 사진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쓰여 있는 이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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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즐겁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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