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화, UAE 진출(3)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타악!
탁자 위로 서류 한 장과 사진들이 놓여진다. 톰슨이 잠시 내렸던 시선을 올리자 갈색 머리색에, 각진 얼굴, 살에 파묻힌 듯 작은 눈매를 가진 한 중년 사내가 보였다. 차돌마냥 단단하기 그지없는 것이 인상이 아주 강해 보인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톰슨이 물었다.
“그러니까... 호송 중인 컨테이너 박스를 탈취 해달라는 겁니까?”
“탈취뿐만이 아니라 호위하는 사람들 전부 죽여주게!”
“모두를 말입니까?”
톰슨의 이맛살에 골이 파이기 시작한다. 그럴 것이 컨테이너 차량을 호위하는 이들은 자신과 잘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PMC 사람, 즉 용병들이기 때문이었다. 불쑥 튀어나온 입술을 이리저리 돌려대던 톰슨이 물었다.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내 일에 좀 방해가 돼서...”
“방해가 되면... 치우긴 해야겠죠.”
이해된다며 말을 했지만 정작 고개는 내저어지고 있었다.
검지로 입술을 긁적이던 톰슨이 말을 하였다.
“보수는 얼마를 주시겠습니까?”
“US 50만 달러! 선금으로 그중 반을 주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년 사내는 밑에 두었던 큼지막한 가방을 탁자에 올린다.
말없이 가방을 보던 톰슨이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장소와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그건 정해지는 대로 다시 연락을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의뢰 받아드리도록 하죠.”
답을 들었으면 됐다는 듯 중년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문이 닫히는 것을 보던 톰슨은 종이 위에 놓인 사진을 들어 보았다.
“거, 안타깝게 됐군, 윌! 좋은 친구였는데 말이야.”
윌의 사진을 보며 아쉽다며 말을 하던 그때 한 사내가 들어왔다.
어디가 아픈 지 어그적대며 걸어오더니 사진을 보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이...새끼!”
사진 한 장을 치켜들고는 눈살을 부르르 떨어댄다.
그를 보던 톰슨은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킨스! 왜 그래?”
“며칠 전에 싱가포르 클럽에서 한 싸움 있지 않습니까?”
“아! 네 방울 터질 뻔 한 날?”
방울이라는 단어를 듣기 무섭게 사내, 킨스의 미간이 와락 좁혀든다.
클럽에서 맞은 발차기 때문에 지금도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기 때문이다.
어그적대며 걷는 것도 다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애써 치미는 화를 억누르며 킨스가 답을 하였다.
“그때 내 거길 발로 찬 새끼가 이 놈입니다.”
“그래?”
톰슨은 사진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래저래 미운을 많이 받은 듯 싶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놈들 사진이 왜 여기 있습니까?”
“외뢰다! 죽여 달라는...”
“그거! 저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시면 확실하게 죽이겠습니다.”
말을 듣기 무섭게 킨스가 손을 쳐든다.
열성적으로 달려드는 그에 흥분 가라앉히라며 손짓한다.
“킨스! 그러지 않아도 네 팀에 맡길 생각이었으니까 걱정 마!”
“감사합니다!”
킨스는 잘됐다며 불끈 쥔 주먹을 반대 손을 만지작 된다.
마치 사람 하나 흔적도 안 남기고 없애버리겠다는 듯 말이다.
“그럼, 의뢰자에게 연락 오길 기다렸다가 장소와 시간 확보되면 통보해주지. 그때 가서 이놈들 정리해!”
알겠다고 끄덕이고는 킨스는 밖으로 나섰다.
절대로 용서치 않겠다는 듯 말이다.
***
사흘 뒤, 임시 숙소로 쓰는 빈 컨테이너 박스에서 나오던 강현우는 왼쪽 사선에 있는 컨테이너 차량에 갈라인이 보낸 사람들이 물품들을 싣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제 저녁 레이첼이 내일 출발한다고 하더니 진짜인 듯 싶다. 그들을 지나쳐 가던 강현우가 핸더슨에게 무기에 대해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싱가포르에서 빈 몸으로 온 터라 새 무기를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무실로 가봐! 1시간 전쯤, 차편으로 무기들이 와서 그쪽에다 두었거든!”
“알았어! 그렇게 할게!”
사무실로 발길을 돌려 문을 여니 샘과 지미가 무기들 곁에서 서성대는 것이 보였다.
그들도 금방 왔는 지 무기들을 손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왔어?”
샘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하자, 강현우가 곁으로 다가섰다.
무기가 들어 있는 박스를 살펴보니 상당히 고가인 장비가 상당수 보였다.
“제법 돈 좀 들었겠는데...”
“당연히 돈 들었지! 한 명도 아니고 무려 팔인분인데...”
언제 왔는지 윌이 강현우의 등을 툭 치고 간다.
쇼파에 앉는 그를 향해 물어갔다.
“여덟 명치고는 많은 것 같은데? 배는 되겠어!”
“혹시 모르니 좀 더 준비했어. 추가 인원도 생각해야 하고 말이야.”
“추가? 호송 때문인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과 비슷하면 현 인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듯 싶어서... 사무실 지킬 인원들도 있어야 하고 말이야.”
“이곳 지킬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긴 하다.”
둘이 대화는 사이 샘과 지미는 무기들을 골라 밖으로 나섰다.
조금 있다가 있을 사격 훈련을 위해서 정비하러 간 것이다.
이리저리 무기들을 살피던 강현우는 일정에 대해 물었다.
“출발은 언제야?”
“내일 새벽 04시에 출발할거고 오만, 예만을 거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들어가는 코스로 5곳에 물품을 전할 예정으로 3일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3일 안에 3국이나 경유하려면 상당히 빡세겠네.”
“그렇긴 한데 거리들이 짧아서 그리 어렵지는 않아. 현재로선 제일 문제가 되는 게 레바논, 이라크 쪽에 있는 4곳이야. 멀기도 하고 레바논과 이라크는 예로부터 무장 집단들이 있던 곳이라 자주 문제가 터지는 곳이거든.”
“하긴 그쪽은 목숨 내놓고 가야 하는 곳이긴 하지.”
손에 든 총이 맘에 드는 지 옆으로 빼놓은 강현우는 다른 장비를 둘러보며 물었다.
“인원 배치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
“일단, 컨테이너 박스 차량 3대에 우리 쪽 인원을 5명을 배치할 생각이고, 선두와 후방에 붙을 방탄 차량에는 두 명, 한 명으로 나누어 타게 할 거야. 식량은 후방 차량에 둘 생각이고 말이야.”
“선두와 후방에 방탄 차량을 두는 건 좋은데 적에게 너무 눈에 띄지 않겠어? 중요한 물품이 있다. 선전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그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앞으로 컨테이너 차량을 몰려면 어느 정도 길을 알아야 하는데다가 국경선 넘는 순간 우리의 행적은 다 들통이 나는 것이라 앞뒤로 방탄 차량을 뒀어.”
“하긴 공중 수송이 아닌 이상 우리의 행적은 알려지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강현우는 끄덕인다.
자신이 쓸 장비들을 골라 모두 들고는 몸을 돌려갔다.
“그럼, 내일 아침에 보도록 하지.”
“그전에 훈련장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그리고 보니 이곳에는 딱히 훈련을 할 만한 곳은 없었다.
사격 훈련도 사막 모래 바닥에 쏘는 것이니 대충 어떨지 짐작이 갈 것이다.
“간편하게 스틸 하우스 아니면, 웜홀(강현우가 반월의 미군 시설물을 뜻하는 별명)를 짓는 게 어때? 그편이 시간적으로나 편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쪽이 낫겠지?”
“내 생각에는 그게 좋을 것 같으니 그쪽으로 알아봐!”
“그렇게 하도록 하지.”
더 할 말이 없는 듯 윌이 비켜서자 그제서야 강현우는 자신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후, 무기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사격 훈련을 마친 후, 일찍 잠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3시 50분 드디어 차가 출발하였고 첫 호송 작전은 시작되었다.
부우우웅!
아침 6시, 예만의 사막 한 가운데에 난 도로를 따라 컨테이너 차량들이 줄지어 나아간다.
UAE 국경을 넘어 예만으로 들어온 강현우 차량들이었다. 갈라인이 미리 예만에 통보를 해서 그런지 물품 수색없이 서류 한 장 보여주는 것으로 국경 수비대를 통과했다. 창밖으로 흡사 보랏빛 같은 하늘을 바라보던 강현우의 이어폰에 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두 차량에 접근하는 소몰이꾼 발견! 준비들 해!
‘벌써 시작인건가?’
흔히, 중동의 테러집단들이 습격을 할 때 많이 쓰는 것이 바로 소몰이 꾼 같은 것을 이용해 선두 차량과 화물 차량을 갈라놓는 것이다. 그렇게 멈춰 세운 화물 차량 양 측면에서 적들이 달려들어 경호를 무력화시키고 물품을 탈취해 도망가 버린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요즘 세상에 그런 거에 누가 당하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원래 단순할수록 더 당하기 쉽다. 마술도 그렇듯 말이다. 총을 치켜들고 장전을 하는데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양측면에 다가오는 적들이 있나?
-아직까진 없는 걸로 보여.
-없다면? 그냥 지나가는 거 아니야?
-그걸 누가 알아? 하여튼 경계 준비하고 주변을 잘 살펴! 그럼, 이상!
버럭 소리치는 거로 봐서는 윌도 긴장을 한 모양이다. 하긴 중동이라는 곳이 워낙에 변수가 많은 곳이라 그럴 만도 하다. 소리 죽여 웃던 강현우는 옆을 스쳐 지나가는 소몰이꾼을 보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마이크를 켰다.
-정 불안하면 후방 차량에게 소몰이꾼이 전화기를 들고 있는 지 확인 해봐! 만약 그런거라면 십중팔구 감시꾼이니까 말이야.
과거 중동 지방에서 있으면서 겪었던 일을 떠올려 말을 한다.
잠시 조용해지던 귓가에 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후방 차량! 소몰이 꾼 어떻게 하고 있는 지 확인해봐!
-잠시만 기다려! 어! 진짜 핸드폰 쥐고 있는데...
-그거 진짜야?
-정말로 핸드폰 쥐고 있어!
순간 강현우를 비롯해 모든 용병들의 낯이 딱딱하게 굳어져 간다.
소몰이 꾼이 감시꾼이라면 전방에 적들이 숨어 있다는 소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찡그려진 콧등을 긁적이던 강현우는 마아크를 켰다.
-선두 차량을 비롯해 모든 차량에게 말한다. 도로 사이드에 폭약을 묻어 두고 차량으로 그쪽으로 밀어버리는 경우가 있으니까 전방에 수상한 차량이 보이면 그 즉시 정지하고 경계를 취하는 것이 좋을 거야.
-지금 현우 말 들었지? 선두! 전방에 차량이 보이면 정지 신호를 보내. 그러면 모두 차를 멈추고 내려 경계를 취한다. 내 말 알겠지?
-알겠습니다!
한 목소리로 울리는 이어폰에 윌은 더는 말을 하지 않는다.
5분 후, 조용하던 귓가가 선두 차량에 있던 레이첼에 의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전방에 트럭 한 대 출현! 차량 정지 바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고 멈춰선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운전자를 데리고 차 밖으로 나온 강현우는 선두 차량으로 갔다.
“상대 차량은?”
“저쪽!”
레이첼은 전방을 향해 가리켰다. 시선을 돌려보니 트럭 한 대가 보였는데 갑자기 우리가 정차를 해서 놀란 것인지 상당히 느린 속도로 오고 있었다. 총을 들어 겨누던 강현우가 마이크를 켰다.
-스나이퍼! 상대 차량 어때?
저격수 임무를 맡아 컨테이너 차량 위에 올라가 있던 샘이 말을 한다.
-탑승 인원 4명! 그 중 2명 무장 상태인데 총을 쳐들고 있는 상태는 아님!
-총구를 들면 그 즉시 저격을 하기 바란다.
-그렇게 하겠다!
지원까지 확보해서 그럴까? 한결 어깨가 가벼워지는 것이 무서울 것이 없다.
천천히 다가오던 차량이 그들 20m 앞에서 돌연 속도를 높이더니 그대로 곁을 지나쳐 가버린다. 마치 이번엔 실패했다며 포기한 것마냥 말이다.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차량을 보는데 곁으로 윌이 다가온다.
“전방에 적들이 진을 치고 있는 듯 싶은데 어떻게 하지?”
“일단, 로만을 보내서 도로 양 끝부분에 폭발물이 설치 되어 있는 지 살펴 봐! 폭발물만 없어도 우리로서는 한시름 놓는 것이니 말이야.”
알았다며 끄덕인 윌은 로만과 지미를 전방에 보내 폭발물이 있는 지 확인토록 하고 샘에겐 그들에게 다가가는 적들이 있는 지 살펴봐달라고 하였다. 조사를 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윌이 강현우에게 말을 하였다.
“근데 큰일이네. 매번 이렇게 정차를 해서 공격 하는 지 안 하는 지 살필 수도 없고 말이야.”
확실히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이 좋긴 하지만 그러기엔 소모되는 시간이 너무도 많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싶던 그때 지금 상황에 가장 도움이 될만한 인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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