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화, 게릴라전(1)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부우~웅!
떠나가는 택시를 뒤로 한 채 강현우는 가방을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섰다.
시간은 새벽 2시 밖에 되질 않았는데 신길역 주변 상가가 없어서 그런지 유달리 어둡게 느껴진다.
-칙! 들리십니까?
-말씀하십시오!
-치칙! 인근에 대기하고 있으니까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지원하겠습니다.
-저보다는 김두칠 그놈 잡을 생각이나 하십시오.
-칙!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에서 들리던 오태석의 목소리가 끊어진다. 아마도 일이 끊기 전까지는 들려오지 않을 것이다. 신길역 앞 광장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덩치 큰 사내 둘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강현우인가?”
“그건 왜 묻지?”
“맞으면 장부를 내게 넘겨?”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힘 좀 쓰는 척 겁을 주려는 놈들에게 말이야.”
머뭇대던 사내 하나가 핸드폰을 꺼내 받는 가 싶더니 강현우에게 건넸다.
“받아! 네 전화다!”
받아서 귀에 대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지 않게 왔군!”
“김두칠! 우리 아버지는 어디에 있나?”
“만나고 싶으면 장부를 앞에 있는 이들에게 넘기고 영등포 쪽방 촌으로 와라!”
“쪽방 촌?”
“오면 연락하도록! 그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끝이 났다. 무성의한 그의 설명에 콧등이 절로 찡그려진다. 애초에 적의 호의 따윈 생각지도 않았던 터라 무시하고 넘기기로 하였다. 품에서 USB를 꺼내 보이고는 뚜껑을 덮어 건넸다.
“이건 왜 주지?”
“우리 아버지가 무역 회사 부장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장부 기록을 저장해놓지. 무식하게 커다란 장부를 직접 들고 다니지는 않는다고!”
책망에 뒷머리를 긁적이던 한 사내는 USB를 받아 호주머니에 넣었다.
자신에게서 떠나가는 그들을 지켜보던 강현우가 나지막이 말을 하였다.
-치칙! 김두칠 부하 떠났습니다.
-강현우씨가 활성화 시킨 USB 속 GPS신호를 확인 했습니다. 추적하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전, 사내들에게 준 USB는 국정원이 준 것으로 뚜껑 속에 GPS 추적기가 달려있다.
굳이, 두 사람 앞에서 뚜껑을 닫은 것도 다 추적기 신호를 키기 위한 것이었다.
-칙! 부탁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짧은 이 한 마디를 끝으로 더 이상은 들려오지 않았다. 귀에 꽂았던 무선 이어폰을 뺀 강현우는 짊어지고 있던 가방을 열어 가지고 온 물품들을 꺼냈다. 오태석에게 부탁해 준비했던 것으로 검은 색 군복 상의와 무기들을 몸 곳곳에 부착하였다. 막 위장크림을 손에 쥐었는데 리비아탄에게 연락이 왔다.
“상당히 재미있게 됐는데...”
“뭐가 재미있다는 거지?”
“지금 있는 신길역에서 영등포역 쪽방촌까지 기지국에 접수 된 핸드폰 GPS를 토대로 전과 조회를 해봤는데 말이야. 무려 6분의 1이 전과자야! 그것도 3범으로다 말이야.”
“숫자는? 얼마나 되지?”
“대략 80~ 90정도?”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서 보내줘 봐!”
강현우의 말에 리비아탄은 놀라워하였다. 적의 의도가 뻔하고, 상대할 숫자도 많은 데 싸우러 가겠다고 하는 것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리비아탄은 그를 말려본다.
“이봐! 정말 가겠다는 거야? 이건 함정이야! 널 죽이려고 덫을 놨다고! 그런대도 가겠다는 소리야?”
“아버지가 잡혀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해! 그러니 어서 보내!”
“...”
순간 전화기가 침묵으로 물든다.
막무가내로 가겠다는 그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하~아! 레드의 후계자 아니랄까봐 망할 성격까지 빼닮은 거야?”
강현우의 몸짓이 멈칫댔다.
급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옛날 모습이 나왔나 보다.
“이봐! 왜 레드님은 들먹여? 가족의 생사가 걸린 문제니 나서는 건 당연하잖아! 안 그래?”
“예! 예! 받들어 모시죠!”
“알았으면 어서 보내기나 해!”
띵동!
“그렇지 않아도 지금 보냈어. 근데 그 많은 수를 어떻게 처리 할 거야?”
“어떻게 하기는...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전술이 하나 있잖아!”
“소수가 다수를 이겨? 설마 게릴라전을 펼치겠다는 거야?”
“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네가 위치 정보만 제공을 잘 해주면 말이야.”
그제야 강현우가 왜 그리 싸우려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통해 일대다가 아닌 정보전 양상으로 몰고 가 적을 교란 및 각개 격파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수적 열세인 그에게는 안성맞춤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만큼 리비아탄이 정보를 제때에 잘 제공해야겠지만 말이다.
“이봐! 꼬릴 잡히는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텐데... 괜찮겠어?”
“걱정 말고 정보나 잘 줘!”
“알았어! 기대해!”
이 말을 끝으로 리비아탄과의 통화는 끝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달무리를 지은 구름이 점점 짙어진다.
“일이 잘 되려나 보군. 하늘까지 돕는 걸 보면 말이야.”
피식 웃던 강현우는 위장크림을 듬뿍 발라 얼굴에 발랐다.
잠시 후, 눈만 빼고는 시커멓게 물들인 그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전방을 보았다.
“그럼, 한 번 해보자고! 도시라는 정글에서의 게릴라전을 말이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의 몸이 어둠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처음부터 그란 존재는 없었다는 듯 말이다.
“씨발! 물을 너무 많이 먹었나? 왜 이리 소변이 마려워?”
신길역 인근 빌라 주차장 기둥에 몸을 숨긴 채 주변을 살피던 사내는 짜증을 토해냈다.
야밤에 불려 나올 것은 꿈에도 생각 못한 채 2L짜리 생수통 하나에, 국밥 곱빼기, 소주 다섯 병, 맥주 1000cc까지. 수분 섭취를 제대로 한 상태였다. 슬슬 옥죄여오는 오줌보에 두 다리가 배배 꼬여간다.
“젠장! 더는 못 참겠다.”
사내는 구석진 곳으로 가 바지를 내리고 시원하게 일을 본다.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내렸던 바지를 다시 채워간다.
이때 어둠 속에서 팔 두 개가 나온다 싶더니 목에 초크를 걸었다.
“흐읍! 익! 이게...무슨...”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내의 몸이 축 늘어져갔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시커먼 형체는 쓰러진 그를 차 틈으로 끌고 가 팔과 다리에 케이블 타이로 묶었다.
“하나!”
“하아암! 잘 자는 사람 깨워서 뭐하는 짓이야! 정말!”
하품을 해대던 사내는 짜증을 토해낸다. 그래도 맡은 바 소임이 있으니 주변을 살피긴 하는데 연신 감기는 눈을 주체하질 못한다. 그렇게 쪼그려 앉아 꾸벅거리던 사내는 돌연 들려온 고양이에 소리에 주위를 둘러봤다.
야~옹!
“도둑고양이도 아니고 야밤이면 쳐 잘 것이지! 왜 나와서 지랄이야? 하아암!”
짜증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내가 걷기 시작했다
쪼그려 앉아 있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그런 것이다.
주차 된 차를 지나치던 그때 시커먼 뭔가가 뒤에서 일어났다.
퍼어억!
정확히 관자놀이를 얻어맞은 사내는 비명 한 번 못 지른 채 털썩 땅에 엎어졌다.
차 뒤로 그를 끌고 온 그것, 아니 강현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일어섰다.
“넷!”
“야! 이번 일 잘 처리하면 500만원 준다고 했지?”
“그 뿐이냐? 큰 형님이 승진도 시켜 준다고 했잖아!”
“승진이라... 단란주점 사장 자리 하나 달라고 해볼까?”
“사장? 말단 주제에... 꿈 깨라! 매니저나 시켜주면 다행이지.”
“하긴 그렇다!”
땅에 던져진 담배를 발로 비벼 끈 사내는 왼쪽 골목을 보았다.
“근데 왜 이리 안 와? 편의점은 코앞에 있는데 말이야.”
“원래 재식이가 좀 굼뜨잖아?”
아직 담배를 물고 있던 사내는 이해하라며 다독인다.
허나, 맘에 안 드는 듯 옆에 있던 다른 사내는 고개를 내젓는다.
그때 골목으로 한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저기 오네!”
진짜냐며 고개를 돌리던 그때 시선 사이로 희뿌연 뭔가가 날아들었다.
퍼어어억!
뒤로 젖혀진 고개 위로 튕겨져 오르는 진압봉이 보인다.
“만재야! 만재... 이 새끼가!”
바드득 이를 갈며 사내가 달려들지만 그보다 먼저 주먹이 턱에 꽂혀갔다.
아찔함에 휘청거리던 그를 향해 상대는 재차 발이 날려갔다.
퍽!
푹 숙여진 고개를 따라 몸이 땅에 떨어진다. 무슨 밑둥 잘린 나무마냥 말이다. 두 사람을 구석진 곳으로 데려간 사내, 강현우는 사지를 케이블 타이로 묶고는 핸드폰을 꺼내 밧데리를 분리해 바닥에 던졌다. 혹시나 정신을 차렸을 때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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