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화, 클럽 팩트(1)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점심 잘 먹고 이게 무슨 짓인가?”
“많이 생각했지만 이 방법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상무는 결제서류 위에 놓인 사직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꼭 이래야만 하나? 김대리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건 아네만... 그래도 사직서까지는 낼 필요 없지 않는 가?”
“죄송합니다.”
강현철은 미안함에 허리를 숙여간다.
팔짱을 낀 채 사직서를 보던 박상무가 시선을 들었다.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어떤가? 회사 입장도 생각해봐야지!”
“미안하지만 맘을 굳힌 상태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인가?”
“...”
답도 않는 그에 박상무는 침음성을 흘린다.
검지로 사직서를 툭툭 친다 싶더니 이내 손에 쥔다.
“알았네! 수리하도록 하지.”
“그간 감사했습니다.”
“미운 인사 같으니... 그만 하고 가게! 화나기 일보직전이니까 말이야.”
허리를 숙여 인사를 대신한 강현철은 몸을 돌려 나간다.
물끄러미 그를 지켜보던 박상무는 사직서를 놓고 대신 핸드폰을 들었다.
“날세! 박상무!”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
“누굴 좀 처리 해줘야겠네.”
“급한 겁니까?”
“그렇다네. 강부장이 사직서를 내고 나갔거든...”
“...”
순간 핸드폰 너머에 침묵이 깃든다.
예상했던 반응이라는 듯 박상무는 묵묵히 기다린다.
“...그 말은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소리군요.”
“지금까지의 행보로 봤을 땐 그렇겠지.”
“그럼, 죽여야 한다는 건데... 장부는 어쩌실 겁니까?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내버려 둔 것 아닙니까?”
그랬다. 김완석은 납치해 죽이려 했으면서도 강현철은 내버려둔 이유. 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장부 때문이었다. 장부만 아니었다면 오래전에 자살로 위장해 죽였을 것이다. 씁쓸한 입맛을 다시던 박상무가 말을 하였다.
“이참에 장부도 찾아내야지. 더 이상 끌려 다닐 수는 없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장부부터 뺏고 죽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전무도 처리해! 쓸데없이 장부는 왜 만들어가지고 이 사단을 만드는 건지... 덕분에 여러 사람 골치 아프게 됐잖아!”
“조만간 그 역시 시야에서 치우겠습니다.”
“그렇게 해! 그놈의 인사! 보기만 해도 머리 아프니 말이야.”
이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핸드폰을 책상에 놓던 그는 사직서를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김대리! 그놈 때문에 아까운 강부장만 놓치게 생겼잖아!”
맘에 안 든다는 듯 코를 찡긋대더니 수화기를 들었다.
호출하기 무섭게 인사 담당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강현철 부장 사직서야! 수리해! 그리고 퇴직금 넉넉하게 넣어! 회사를 위해 고생 많이 한 사람이니까 말이야.”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사직서를 받아든 인사 담당자가 알겠다며 끄덕인다.
그러면 됐다는 듯 박상무가 손을 들어 내젓는다.
방문이 닫히자 그는 의자에 몸을 묻고 눈을 감아간다.
걱정으로 얼룩진 머리를 쉬게 해주고 싶다는 듯 말이다.
***
“형!”
옆 좌선에 앉은 강현우가 눈짓을 주자, 강동진은 핸드폰을 꺼내든다.
번호 누르기도 귀찮은 지 단축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건다.
“강현철입니다.”
“아버지! 저 강동진에요.”
“그래, 여행은 잘 하고 있고?”
“예! 근데 지금 회사에요?”
“서류 작업 중이다. 그건 왜?”
“40분쯤 뒤엔 공항에 도착하는데요. 제가 차비가 없어서요. 아버지가 데리러 와주면 안 될까요?”
“다 큰 놈이 아비를 오라가라하면 돼? 그냥 카드 써!”
“아~부~지! 얼굴도 볼 겸 해서 와줘요!”
난데없는 애교에 당황했는지 순간 핸드폰 너머가 조용하다.
한 번 더 해볼까 싶던 그때 강현철이 그만하라며 말을 한다.
“알았다! 알았으니까! 그만하고 어디로 가면 돼?”
“인천공항으로 오시면 돼요!”
“그럼, 있다가 보자구나!”
통화를 마친 형은 강현우를 보았다.
잘했다며 끄덕이던 그는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작성했다.
강현우: 상무와 전무가 손을 쓰지 못하게 아버지를 공항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도착하면 그쪽에서 경호를 해주십시오.
오태석: 말한 대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답을 보고서야 강현우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를 지켜보던 강동진은 나지막이 말을 건네 왔다.
“아버지 말이야. 국정원의 경호 프로그램을 받게 되는 거 맞지?”
“어! 오태석 요원을 통해서 요청을 해놨으니까 공항 즉시 요원들이 경호를 해줄 거야.”
기다렸던 답인 듯 끄덕이는 강동진의 낯이 편안해진다.
그것도 잠시 눈살을 찌푸린 그는 나지막이 말을 건네 온다.
“설마 공항에 오기 전에 먼저 손을 쓰는 건 아니겠지?”
걱정이 걱정을 부른다고 연이어지는 그의 말에 강현우는 어깨를 툭툭 친다.
“걱정 마! 장부를 가지고 있는 이상 건들지는 않을 거야.”
염려 말라는 말을 듣고 서야 겨우 맘을 진정시킨 듯 의자에 몸을 묻는다.
그런 그에게서 시선을 뗀 강현우는 창밖에 자리한 하얀 구름을 보았다.
‘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장부를 찾아 검찰에 넘겨야겠어! 조금이라도 빨리 검경이 움직이게 하는 편이 아버지가 안전할 수 있는 길일테니...’
그것이 좋겠다며 슬며시 끄덕여간다. 허나, 그의 계획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참히 깨지고 만다. 대신 생각지도 못했던 플랜 비가 그를 맞이한다. 핏물로 점철 된 계획이 말이다.
***
빠빵!
쏟아지는 자동차 경적 사이로 강현철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인천 공항에서 500m 쯤 떨어진 곳에 있는 그는 강동진을 마중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중이었다.
“다 큰 녀석이 부모더러 마중 나오라고 난리나 쳐대고...”
맘에 안 든다며 혀를 차던 그때 백미러 사이로 뒷좌석에 놓여진 검은 가방이 보인다. 눈살을 찌푸리던 그는 건너편에 보이는 편의점보곤 서둘러 차를 그쪽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 캔 커피를 마시며 편의점에서 나온 강현철은 차에 올라타 공항으로 향했다. 10분쯤 운전했나? 대뜸 오른 쪽에 있던 차가 머리를 트는 가 싶더니 그대로 부딪쳐간다.
콰쾅!
“크윽!”
한 차례 크게 들썩이던 강현철은 뒷목을 잡아갔다.
평소 목 디스크가 있어 좋지 않았던 곳이라 그런지 통증이 더 거세다.
몸에 둘러진 안전띠를 떼어낸 그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움푹 들어간 오른 쪽 앞바퀴 부분을 보며 뭐라 한 마디 하려는데 가죽 장갑을 낀 손이 입을 특어 막아버린다.
“가만있어! 안 그럼, 골로 간다!”
어떻게든 도망치려 몸부림치지만 등 뒤에서 찌르는 단검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철을 제압한 사내는 뒤에 자리한 봉고차 문을 열고 안에 태웠다. 그 과정에서 좀 부산스럽기는 했지만 다들 차 운전 하느라 바뻐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린다. 봉고차가 떠나자 사내 둘이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사고는 그들이 저지른 것마냥 말이다.
***
“아직도 안 왔어?”
1시간 뒤, 공항 정문 앞에서 기다리는 강동진에게 강현우가 물어온다.
“어! 회사 일 때문에 늦는 지 아직 안 보이는데?”
콧등을 찡그리던 강현우는 슬쩍 손목 시계를 보았다.
3시 35분
왔어도 20분 전에 왔어야 할 시간.
이 말은 뭔가 일이 터졌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핸드폰을 치켜든 강현우는 리비아탄에게 연락을 했다.
“무슨 일이야?”
“아버지 핸드폰 위치 추적 좀 해봐!”
“위치 추적?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봐!”
제법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채 삼분도 안 되어 답이 온다.
“GPS 없어! 전원을 끈 모양이야.”
“귀찮게 해서 미안한데 대풍 무역 사옥 주위 CCTV를 뒤져서 아버지 행적 좀 찾아 주겠어?”
“왜? 아버지에게 무슨 일 생겼어?”
“그랬을까봐! 찾아보려는 거야.”
“알았어! 기다려!”
회사 주변 CCTV를 살펴봐야 하는 만큼 오래 거릴 것 같아 통화를 끊고 기다렸다.
초조하게 전화를 기다린 지 10여분쯤 되었을까? 리비아탄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 당장 택시를 타! 어서!”
“왜? 아버지에게 무슨 일 생겼어?”
“정체 모를 놈들에게 잡혀 봉고차에 태워졌어.”
“그래, 알았어! 지금 택시 잡을 테니까 어디로 갔는지 알려줘!”
강현우는 짐을 내동댕이 치듯 버려두고는 뛰기 시작한다.
그걸 본 강동진이 서둘러 그의 짐을 챙기고는 외쳤다.
“어디가?”
“아버지 찾으러?”
“아버지? 어디 있는데?”
뒷말은 못 들었는지 강현우는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
휑하니 가버리는 택시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데 오태석이 다른 요원들과 함께 달려왔다.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뭔데 그럽니까?”
“아버님 차량으로 보이는 차가 공항에서 300m 쯤 떨어진 곳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납치당한 듯 싶습니다.”
“그럼, 현우가 갑자기 뛰어간 게...”
그제야 왜 그리 정신없이 뛰어다녔는지 이해가 된다.
그의 속사정을 모르는 오태석은 강동진의 팔을 잡고 이끌었다.
“일단, 저를 따라 오십시오. 임시 숙소를 마련해드리겠습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처하기서 말입니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죠!”
뒤따라가던 강동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동생이 탔던 택시가 간 곳을 보았다.
‘현우야! 부탁한다. 꼭 아버지를 찾아라!’
즐겁게 읽으셨나요?
Comment ' 10